제42화
42. 042화
다음 날, 수요일의 아침이 돌아왔다. 오늘은 어제 일을 마무리하고 공통 퀘스트를 해 볼 작정이었다.
“오늘도 보람차게 보내야지.”
진성은 흥얼거리면서 씻고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어제 세탁기에 돌려 두었던 걸 건조기에 넣어 돌렸다. 다행히 냄새는 나지 않아 건조기에 돌려도 될 듯싶었다.
“지금 시간이……. 오전 6시네.”
건조기에 넣은 빨래들이 다 마르기까지 약 40분이었는데, ‘40분쯤이야 기다리지 뭐.’라는 생각이었기에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아! 그걸 깜빡했다.”
저번부터 뭔가 잊은 듯했는데 마력 총이랑 연발 새총을 맡긴 게 이제야 떠올렸다.
“내가 왜 잊고 있었지? 수리 완성됐을 텐데, 성현이 녀석은 연락도 안 주고…….”
진성은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 친구가 받았다.
-야! 아침 전화는 너무하잖아.
성현이는 조금 짜증이 난 목소리였다.
-무슨 용건인데, 진성아.
“그, 마력 총하고 연발 새총 어떻게 됐냐?”
-아아, 그거? 어제 수리 마치고 택배 보냈다. 아마 오늘 점심 중으로 배달될걸?
“그래? 그럼 다행이고.”
-설마 그게 용건이었냐? 끄응, 문자로 보내지! 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
“미안하다……. 아무튼, 고마워. 아, 수리비 얼마냐?”
-수리비? 됐어, 인마! 어차피 얼마 나오지도 않았어. 노말 장비라서 큰 비용은 안 들거든.
“아……. 그래?”
-그러니 이번에는 험하게 다루지 좀 말아라. 저러다가 다 박살이 나게 생겼다!
“알았으니까……. 일단 끊을게. 잠이나 잘 자라.”
-그래~
뚝.
소리와 함께 성현이와의 통화는 끝났다.
하긴 오전 6시부터 전화를 건 내가 잘못하긴 했다. 저 녀석은 항상 아침 9시 넘어서 일어나니까…….
“일단 빨래 다 될 때까지 기다려야지.”
진성은 사 놓고 사용하지도 않았던 거실에 있는 대형 벽걸이 TV를 켜서 뉴스를 봤다. 주로 노트북, 폰 정도만 쓰기 때문에 다른 기기들은 필요할 때만 썼다.
“강화권 29장 남았는데 내 차에도 써 봐야지.”
어제 밭에 먼저 써 보았는데 갑자기 차가 생각이 났다.
차에도 써 보고 다른 것들에도 써 봐야겠다며 빨래가 빨리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흘렀을까? 건조기에서 삐삐 소리가 나며 시간이 다 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드디어 됐네.”
건조기에서 빨래들을 꺼내 잘 마른 것을 확인하였다. 건조기에는 스팀이 돌아가도록 해 놨는데 꽤 괜찮았다.
“이제 빨래 정리하고 슬슬 나가 볼까?”
마른빨래를 적당히 개어 장롱 서랍에 넣어 둔 후, 한 번 기지개를 켜고 공통 퀘스트 창을 켜보니 그동안 하지 않았던 퀘스트들이 쌓여 있었다.
보상들 일부는 다른 헌터들과 비슷했지만 몇 개는 ???로 되어 있는 거 봐선 시스템의 특별한 보상인 듯했다.
“공통 퀘스트 중에 조깅 말고 뭐가 있나?”
공통 퀘들을 살펴보았는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다른 헌터들 돕기라든가 선행 퀘스트들, 쓰레기 줍기, 또는 농부 헌터들의 모임에 나가보는 것 등 정말 다양했다.
“퀘스트가 진짜 다양하긴 하네…….”
농부 헌터들 모임이라……. 나가 보고 싶은데. 시간 내서 한 번 나가 봐야겠다.
퀘스트를 펼쳐 보니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 또는 금요일에 파주 농업기술원에서 모임이 있던 것이다.
“금요일이면 이틀 후니까……. 가 봐야지.”
분명 유명한 헌터들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각종 농업계 헌터들이 모여서 의논하며 토론하는 장소라고 하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일단 금요일 일정은 비워 놓고……. 그리고 당장 할 수 있는 게, 어디 보자…….”
퀘 중에서 채집도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약초 채집하는 걸 도와주는 퀘스트였다.
퀘스트 보상은 일정량의 사례금 또는 채집한 약초 일부를 받는 것이었다. 채집 퀘스트는 워낙 기본적인 거라 돈도 별로 안 됐지만 해 볼 만한 거 같았다.
“오늘은 이거로 하고……. 일단 강화부터 하고 밭에 가서 정리하고 퀘스트는 오후 3시쯤에 하러 가야겠다”
진성은 정원에 나가 자신의 차 앞에서 강화권 한 장을 찢어 차를 강화했다.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이 강화권 한 장을 소모하였습니다. 랜드로버 차량이 강화됩니다.
차량이 빛나기 시작하자 진성은 재빠르게 손으로 눈을 가리고 감았다.
“진짜 불편하게 시리……. 눈 보호 안경이라도 사야 하나.”
강렬한 빛이 끝나자 아까 푸른색 기운인 거는 확인하였는데 궁금했던 진성은 랜드로버 차량의 정보창을 열었다.
[이름:랜드로버 2035+1강
특징:강화된 차량입니다. 기존 랜드로버 차량의 내구도가 2배 강화되었습니다. 굴착기가 와서 부딪혀도 많이 부서지지 않습니다.]
“무슨 내구도가 저래…….”
굴착기가 와서 부딪혀도 많이 안 부서지는 정도면 대체 뭘까? 아무튼, 이거로 아무거나 강화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됐다.
“이제 밭으로 가 볼까? 가서 빨리 작업 마무리해야지.”
강화된 자신의 차량을 잠깐 보다가 밭으로 향했다.
세린이와 정령들이 열심히 날아다니면서 밭을 점검하는 걸 지나쳐 강화 유리 하우스 앞으로 왔다.
“이제 마무리는…….”
강화 유리 하우스 세 개 동에 강화권 세 장을 찢어서 적용했다. 그리고 정보창을 열었다.
[이름:낙원 농장 하우스+1강
명성도:0
등급:D급
특징:1강으로 강화된 하우스입니다.
태풍 3등급짜리가 와서 직접 때려도 파괴되지 않습니다. 굉장히 튼튼한 하우스입니다. 파주 시청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안심하고 체험 농장을 준비해서 시작하세요.]
“미쳤네……. 태풍 3등급짜리가 와서 직접 타격해도 파괴 안 된다고? 이게 무슨…….”
대체 어떻게 되먹은 내구력이야?? 명성도가 0이라……. 하긴 여기서 뭐 한 게 없으니까.
거기에 등급은 뭐지? 시스템 녀석, 아직도 차단인가? 이런 것 좀 알려 주지. 명성도가 어느 정도 올라야 등급도 올라가는 건가? 뭐, 나중에 시스템한테 물어봐야겠다.
“이제 뭐 하지? 아직 시간 남았는데.”
아! 이동식 목조 주택하고 찜질방 주문해야지.
진성은 바로 저번에 받은 명함에 적힌 사이트에 들어가 찜해 둔 30평짜리 목조주택과 찜질방을 결제하였다. 결제하고 나니 바로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고객님? 목조주택하고 찜질방 주문하셨죠?
“네네!”
-내일 아침에 작업할 수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아요. 내일 몇 시쯤에 오시죠?”
-오전 8시나 9시쯤 도착할 듯싶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 시간대로 알고 있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 내일 뵙겠습니다.
뚝.
통화가 끊어졌다. 이제 주문할 것도 다 주문했고, 목조주택 및 찜질방 설치가 끝나면 딸기와 토마토를 강화 유리 하우스 등에 심고 김장 무와 배추, 비트 등도 남은 1,800평에 심으면 되겠지?
“이제 공통 퀘스트나 하러 가야지.”
진성은 밭에서 나오면서 세린이에게 ‘오늘 퀘스트 좀 하고 내일 아침에 올 거니까 특별한 특이사항이 생기면 알려 주렴.’ 하고 떠났다.
문제가 생기면 아마 시스템 콜로 세린이가 알려줄 것이다.
시스템이 세린이에게 정령왕님이라고 부르는 거로 봐선 시스템보다 격이 높다는 얘기겠지.
진성은 공통 퀘스트인 채집을 하러 퀘스트 창을 열어 보았다. 위치는 그리 멀지 않은 내포리 쪽 산이었다.
“여기로 가면 되나?”
집으로 돌아온 진성은 차를 끌고 나와 내비를 찍고 내포리로 향했다. 그리고 채집 퀘스트에 참가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자신 말고도 참여 인원이 더 있었다.
“으음? 몇 명 있나 보네.”
퀘스트 창을 보니 자신 외에도 열 명이나 참여 신청을 했던 것인데, 채집 퀘스트는 시간제한도, 인원 제한도 없는 터라 다들 신청만 한 거일 수도 있다.
집에서 약 19분이 걸려서 도착한 내포리 쪽의 어느 산이었다. 내포리 산 입구 쪽에 차를 주차했는데 자신 말고도 다른 헌터들도 있었다.
“어라? 헌터 몇 명 있네……. 아무래도 진짜 하려고 하나 보네.”
이 퀘스트는 너무 쉽기도 하고 보상도 짜서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는 사람이 있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퀘스트하고 받는 보상금은 겨우 8만 원이었다. 헌터들 입장에서야 적은 돈이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적은 돈은 아니긴 하였다.
진성은 차를 잘 주차해 놓고 모여 있는 헌터들에게로 향했다.
한참 기다리자 꽤 많은 헌터들이 모였다. 아까는 겨우 4~5명 수준이었는데 30~40분이 넘어가자 무려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대부분 낮은 랭크의 헌터들이 분명했다.
“이런 질 낮은 퀘스트에도 참여하기는 하는구나.”
진성이 그 말을 내뱉은 지 1분도 안 돼서 누군가 진성에게 말을 걸었다.
“또 뵙네요?”
“어어?”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주말 장터 옆자리였던 셰프 헌터가 있었다.
“차현민 씨!”
“하하하, 며칠도 안 돼서 또 만나다니. 저희 인연이 있나 봅니다.”
“그러게요.”
“아, 진성 씨~ 저번에 저한테 팔아 주신 상추하고 루콜라 먹어보기도 하고 요리에 잘 썼습니다. 혹시 또 남은 게 있을까요? 아니, 정기적으로 구매하고 싶습니다.”
“아직 남은 건 많죠! 그럼 이 퀘스트 끝나고 한 번 얘기해 볼까요?”
“그게 좋겠군요!”
차현민 헌터와 진성은 약초 퀘스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1인당 20개 이상 채집하라는 퀘스트 알림이 떴다.
“20개라……. 좀 빡세겠네.”
약초에 대해서 무지한 헌터들은 뭐가 약초인지 잘 몰랐기에 고생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 20여 명 중 퀘스트를 듣고 웃는 일부 헌터들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약초를 잘 찾는 헌터들인 거 같았다.
그럼 약초에 관련된 헌터겠지.
“현민 씨~ 혹시 같이 다녀도 되나요? 제가 약초는 잘 몰라서요.”
“예, 그러셔도 됩니다.”
A랭크 셰프 헌터 차현민은 흔쾌히 동의했다. 진성은 속으로 ‘살았다!’라고 생각했다.
산 입구에 모여 있던 헌터들은 개인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삼삼오오 모여서 파티를 맺어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고, 진성도 차현민 헌터와 함께 움직였다.
“내포리 쪽 산은 오래간만에 오는군요.”
“저는 처음이에요.”
“내포리 산이 약초가 꽤 많은 곳입니다.”
“아, 그렇군요!”
진성은 차현민 헌터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힘겹게 산에 올라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경사가 조금 있는 터라…….
하지만 경사가 있는 곳에 약초가 있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목에 가 보면 가끔 오래된 산삼도 나온다고 한다.
“산삼이라……. 그것 말고도 또 뭐 뭐 나오나요?”
“제가 지인한테 듣기에는 내포리 쪽 산에는 산삼 그리고 일부 희귀 버섯 등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아! 그리고 조심하셔야 됩니다. 이곳 내포리에도 몬스터가 나온다고 하니까요.”
“아……. 몬스터요?”
“네, 물론 이렇게 저희 말고도 이곳 산을 지키는 헌터들도 있으니까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일단 제가 수량은 채워 드리게 쉬운 약초들은 알려 드리겠습니다. 수량 채우시고 저랑 같이 희귀한 거 찾아봅시다, 진성 씨.”
“네, 감사합니다.”
진성은 차현민 헌터의 도움을 받아 정말 간단한 약초 쑥, 곰취, 냉이, 도라지 등을 찾아내서 수량 20개를 채웠다.
“이제 희귀한 거 찾아봅시다.”
“네.”
퀘스트가 요구하는 수량 20개는 채워졌고, 이제 남은 건 희귀한 오래 묵은 산삼이나 만병초 그리고 천마성 등을 찾아다니는 진성과 차현민 헌터였다. 계속해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아직까진 몬스터와 마주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