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38. 038화
기대감을 갖고 시간을 확인했는데 아직 9시 초반이었다.
“자자 안쪽으로 오세요. 손님들.”
꽤 알려진 행사이다 보니 문산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여러 지역에서 방문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성이 자리를 잡은 구석까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빠~ 여기 구석에 상추하고 루콜라 팔아요.”
작은 소녀가 진성의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다른 곳을 구경하는 아빠를 불렀다.
“흐음~ 어디 보자.”
40대 초반의 남자가 다가와 딸과 함께 진성의 상추와 루콜라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거 혹시 등급이 어떻게 됩니까? 유기농인가요?”
“네, 유기농입니다. 말로 설명드리는 것보다 보는 게 더 빠를 테니 정보창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진성은 상추와 루콜라 정보창을 열어서 그 손님에게 보여 주었다.
[이름:상추
등급:A
특징:최고의 품질을 가진 상추다. 유기농이며, 그냥 먹어도 굉장히 맛있다.]
[이름:루콜라
등급:A
특징:상추와 같은 밭에서 자랐으며, 최고의 품질이다.]
“오, 진짜로 A등급에 품질이 좋은 작물들이군요? 얼마죠?”
“가격은 상추는 kg당 3만 원, 루콜라는 kg당 2만 원입니다.”
“호오? 가격은 꽤 합리적이네요. 이 정도 품질이면 더 비싸게 파셔도 될 텐데.”
“저는 그다지 돈 욕심은 없거든요.”
“그럼 상추 10kg, 루콜라 5kg 주세요.”
40대 초반의 남자는 진성에게서 총 15kg 어치를 구매하고 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사라졌다.
진성은 첫 구매 고객분에게 감사하다며 밝게 인사를 하였고 말이다.
그 모습을 봐서 그런가, 진성의 밝은 모습에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 다가와 구매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판매를 하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오후 1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휴우……. 진짜 많이 팔았다…….”
진성에게서 물건을 구매해 간 손님만 무려 80여 명이었다.
품질과 비교하면 가격이 매우 싸서 많이들 구매한 것이다. 그중에는 다른 농부 헌터들도 꽤 있었다.
“아직도 엄청 남았지만 이 정도면 명성이 꽤 올랐겠지?”
진성은 물건을 팔면서 손님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아마 집에 가서 사 간 것을 먹어보고 평가를 해 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명성이 오르겠지. 진성은 빨리 전직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조금만 쉬어야겠다.”
진성은 인벤에서 좀 더 물량을 꺼내 진열대에 차곡차곡 배치하였다.
“일단 두 번째 퀘스트는 완료인 거 같네.”
쉬면서 전직 퀘스트란을 확인해 봤다.
1번이 레벨 50까지 올리기였으니 이건 패스고 2번이 작물 수확한 거를 직접 판매해 보기였으니 이것도 완료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3번의 명성 300 만들기였는데, 명성이 어떻게 오르는 것인지는 몰랐기에, ‘오늘 하루가 지나 보면 알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오후도 힘내서 최대한 많이 팔아 봐야지.”
진성이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헌터들도 꽤 많이 판 것 같았다.
진성의 바로 옆자리에는 요리사 헌터인지 아까부터 스테이크 굽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 푸드 트럭 같은 형식 같았다.
“옆자리 스테이크 한 번 주문해서 먹어 볼까?”
진성은 바로 옆자리로 가 보니 자신의 생각대로 진짜 소고기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었다.
음식 같은 것도 되는구나, 여기?
“어서 오세요. 손님……. 아? 옆자리 분이셨군요?”
남자는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진성이 옆자리 상인인 것을 알아보고 알은체를 했다.
“네네……. 사장님 많이 파셨나요?”
“네, 덕분에요……. 옆에서 상추하고 루콜라 구매를 하시던 고객님들이 제자리도 거쳐 가시더라고요. 덕분에 많이 팔았습니다.”
“아하! 제가 그렇게라도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뭐로 드릴까요?”
“음……. 잠시만요.”
“넵.”
진성은 메뉴판을 보고 BBQ 목살 스테이크와 크림 새우 파스타, 함박스테이크 중 고민하다가 BBQ 목살 스테이크를 주문하였다.
“네, 주문 받았습니다. 가격은 12,000원이고 약 7분 걸립니다. 앞자리에 앉아서 기다리시길 바랍니다.”
“네, 여기 카드요.”
진성은 카드로 결제하고 자리 앞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는 곳에서 기다렸다.
7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그동안 폰으로 커뮤 검색이나 할까? 하고는 헌터 커뮤니티에서 여러 가지 이슈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체감상 5~6분이 지났을까?
“주문한 BBQ 목살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네!”
오오. 드디어 나온 건가, 맛있어 보이네~
진성은 주문한 목살 스테이크를 받아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스테이크 향 좋네~ 군침이 마구 돈다.”
목살 스테이크는 양이 참 많았다. 대략 1.5인분이랄까?
소스 냄새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육질이 부드러워 보였다. 거기에 스테이크 옆자리에는 허브로 보이는 풀이 있었는데 이것도 향이 좋았다. 일단 겉보기에는 100점 만점이었는데. 이제 맛은 어떨까?
“아 배고프다! 빨리 먹어봐야지.”
포크와 나이프로 목살 스테이크를 잘게 잘라 한 점을 입에 넣어 보았다.
“캬……. 맛있다.”
꽤 수준이 높았다.
이건 평범한 실력이 절대로 아닌데? 최소 4성급 이상 레스토랑에서 먹는 거 같았다.
“육질이 죽여주네! 진짜!”
평소에 스테이크는 잘 안 먹지만 이 맛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았다. 굽기도 정말 정확했다. 저 헌터는 분명 절대로 초보자가 아닐 것이다. 유명한 분이겠지.
처음에는 맛을 음미하면서 먹었지만 매우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었다. 그러다 보니 10분 만에 순삭 해 버렸다.
“어우야……. 너무 맛있다.”
진성은 배를 탕탕 치면서 만족하고 있었다.
“손님? 맛은 어떠신가요?”
“네, 정말 맛있네요!”
자신에게 물어오는 30대 초반의 헌터에게 엄지척을 날리며 맛있다고 했다.
“그것참 다행이군요.”
“굽기도 딱 좋고……. 혹시 유명한 요리사세요?”
“하하하……. 유명한 요리사는 아닙니다만……. 제 소개를 하자면 A랭크 셰프 헌터 차현민이라고 합니다.”
“차현민 씨요?!”
아니, 유명한 분이잖아? A랭크 요리사 아니……. 셰프 차현민이라니!! 진짜 인기인인데. 여러 가지 요리 사업도 하는 그런 유명한 분을 여기서 보다니.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그런 흔한 헌터 중 한 명입니다”
“아, 아니에요! 흔한 헌터라뇨! 차현민 헌터는 국내 셰프 중에 으뜸으로 알고 있는데, 뵙게 돼서 반갑네요. 진짜.”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농부 헌터 같으신데, 상추하고 루콜라 이따가 보러 가도 되겠습니까?”
“네네.”
“제가 마침 루콜라와 상추가 필요하던 참이라…….”
“얼마든지 보러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내 옆자리 분이 그 유명한 분인 줄이야……. 설마 이 자리들 속에도 또 유명한 헌터가 있지 않을까?
진성은 다른 자리도 구경할 겸 돌아다니기로 하였다.
제자리를 박차고 나온 진성은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몇몇의 헌터들 이름을 보자 진성은 한가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장소에 나온 많은 헌터가 다들 이름값, 즉 명성 있는 자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신 같은 초짜는 거의 없어 보였다.
“아니, 저 헌터는?!”
지나가다 만물상이라 쓰인 자리를 보게 되었는데, 그곳에 적힌 두 명의 이름이 B랭크로 유명한 상인 헌터들이었다. 아까 진성의 자리를 구경하다 간 헌터들인데 진성은 그들을 못 봤다.
“진짜 유명한 사람들 꽤 보이네 여기…….”
대충 전체를 보다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아 ‘이 행사가 유명하기는 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와…….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저런 유명한 사람들 속에서 힘내서 나도 명성 올려보자! 라는 마음이 들었다.
“자자, 다시 힘내볼까?”
진성은 지나가던 시민들이 들을 수 있는 정도로 ‘A등급의 상추와 루콜라 팝니다~ 한 번 보고 가세요!!’라고 외쳤다.
“A등급?!”
“어머, 저기 A등급 작물 판다는데? 가 보자!”
“A등급 물건을 가지고 나오다니, 미쳤군!”
주변을 구경하던 시민들과 헌터들이 진성의 자리로 몰려들었다.
A등급 물건은 이런 좀처럼 행사에 나오지 않는다. 경매장 또는 브랜드 대형마트 쪽에 소량으로 납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대량으로, 이런 행사에 가지고 나왔다고?!
그걸 본 다른 자리의 헌터들이 한마디씩 하였는데.
“이야, 저 청년 대단하네. 이런 장소에 A등급짜리를 가지고 나와?”
“그러게 말이야……. 대단하구만.”
“이야……. A등급 작물로 올킬 하네. 손님들.”
다들 진성의 당당함에 엄지척을 하고 있었다. 저 녀석은 분명 나중에 크게 될 놈이라는 다들 그런 생각이었다.
그 만물상 상인 두 명도 ‘이야, 저놈 대단한데?’라며 감탄했다.
그렇게 전쟁 같이 판매를 끝낸 진성과 다른 헌터들은 다들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시각은 오후 5시 49분이었다. 진성은 남은 시간 동안 빡세게 판매를 진행했다.
오늘 총 하루만 무려 168명의 사람에게 자신의 작물을 팔아 치웠다. 대량으로 구매한 사람들도 있었고 말이다.
“휴우, 아직도 많이 남았네.”
진성은 인벤에 있는 걸 확인해 보니 아직도 재고가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이걸 언제 다 처리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진성에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상추하고 루콜라 남은 거 있습니까?”
“아……. 차현민 씨! 당연히 있죠!”
진성은 재빠르게 인벤에서 꺼내 정보창을 보여줬다.
A랭크 셰프 헌터 차현민은 상추와 루콜라의 정보창을 확인하고 그 두 개의 작물을 손으로 만져보며 ‘호오?’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살펴봤다.
“이거 꽤 좋은 품질이군요. 혼자서 키우신 겁니까?”
“네……. 힘들긴 했어요.”
“정말 고생 많으셨을 거 같습니다. 이걸 키워낸 것도 대단하구요. 혹시 얼마나 있습니까?”
“꽤 많이 남았죠! 뭐…….”
“그럼 상추 1,500kg, 루콜라 1,000kg 주실 수 있나요?”
“네, 충분합니다.”
진성은 그 자리에서 차현민에게 계좌를 알려 주었고 차현민 헌터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입금을 하고 진성에게 물건을 받아 인벤에 넣었다.
“인벤이 꽉 찼네요.”
“아무래도 저게 양이 많아서…….”
“아무튼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차현민 씨도 수고하셨습니다.”
진성은 오늘 좋은 하루를 보낸 거 같았다. 판매도 잘했지만 차현민 헌터도 볼 수 있었고 다른 유명한 헌터들과 여러 가지 물건들 등을 구경하면서 값진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오늘은 슬슬 정리하고 돌아 가 볼까?”
주변을 다시 한번 보니 정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일부는 먼저 돌아간 듯 보였다.
“오늘 이 정도나 판매했는데. 작물이 대단해서 그런 거지. 내 판매 솜씨는 아직도 서투르네.”
뭐, 더 판매해 보고 뛰어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다음 판매는 월요일에 가야리 마을 또는 길거리 판매다!
“일단 정리하고 돌아가자. 휴우…….”
진성은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직원에게 자리 확인을 받은 뒤 돗자리와 테이블을 돌려주고는 자신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한 진성은 곧바로 씻고 몸이 조금 지친 거 같은 느낌을 받았던 터라 저녁밥도 먹지 않은 채 잠자리에 누웠다.
그 와중에 ‘내일은 월요일이니 내일도 힘내서 길거리 판매 경험해 보자!’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