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36. 036화
토요일의 아침이 찾아왔다.
오늘은 드디어 진성의 밭에서 첫 수확을 하는 날이었다.
물론 이전에 신기한 작물들을 수확한 적도 있지만, 그건 퀘스트로 받아서 빠르게 성장한 작물들이었고, 이번에는 일반 작물들을 심어서 진성이 관리를 철저하게 한 작물이었기에 이번 작물의 수확을 무척이나 기다려 왔다.
“드디어 오늘 일반 작물 수확해 보네.”
A등급짜리 최상급 작물이었는데 일반 시세에 맞게 무척이나 싸게 판매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다른 신기한 작물들로 돈을 왕창 벌고 있는 터라 돈의 욕심이 크게 없었다.
저번에 판매했던 성장촉진제의 돈도 계좌에 들어왔지만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믿을 만한 친구니까 그런 거로 절대 사기를 치지 않으리라 믿고 있었다.
“슬슬 수확하러 가 보자.”
아침밥을 챙겨 먹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후, 자신의 넓은 밭으로 향했다.
약 10여 분 걸어가 도착한 밭은 여전히 신기한 작물들과 일반 작물들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언제봐도……. 이게 내 밭이라니…….”
빨리 중급 농부가 돼서 밭을 더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한 그였기에, 이번 판매도 빠르게 진행해서 전직 퀘스트를 마칠 것이다.
“세린아~ 오늘도 특이사항 있니?”
“아뇨, 아빠.”
음, 오늘도 특이사항은 없구나! 그럼 정상적으로 수확이 가능하겠다.
“세린아, 상추하고 루콜라 오늘 수확할 건데 좀 도와주지 않을래?”
“네! 아빠.”
세린은 다른 두 정령들에게 뭔가를 말하고는 진성과 함께 수확 작업에 들어갔다.
진성이 혼자 수확하는 것보다 세린이와 두 정령이 합세해서 엄청난 속도로 수확이 되고 있었다.
각각 500평의 규모를 맡았지만 정령들과 함께하여 1시간도 안 돼서 끝났다.
“휴우……. 빠르게 끝났네. 이제 주민센터 가서 장터 신청하면 되나?”
진성은 수확한 작물들을 모두 인벤에 넣고 세린이하고 다른 정령들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한 뒤, 집으로 돌아와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차를 타고 주민센터로 향했다.
토요일 아침의 문산 시내는 북적거렸다. 아무래도 주말이다 보니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나 놀러 나온 사람들이 가득하였던 것이다.
“주민센터……. 2층을 가야 되나 보네.”
3층은 경매장, 2층은 모든 업무를 하므로, 2층으로 향한 진성은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었다.
여전히 2층과 3층은 헌터들과 일반인들이 가득하였다.
“아, 내 앞에 17명이나 있네. 오늘따라 많네, 여기는.”
가끔 토요일에 와도 이 정도로 많지 않았는데 오늘 무슨 날인가? 아니지, 수확하는 시기라 많이 올 수도 있지. 라며 진성은 딱히 신경 안 쓰기로 하였다.
그렇게 40분을 기다리고 자신의 순번이 오자 5번 창구에서 번호 알림이 떴다. 진성은 그쪽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어……. 혹시 문산 장터 이용 가능한가요?”
“일반 장터이신가요? 아니면 헌터 전용 장터이신가요?”
“헌터입니다.”
진성은 헌터 라이센스를 보여 주며 말했다. 직원은 라이센스를 건네받고 확인하였다.
“농부 헌터시군요? 마침 자리가 몇 개 남아 있습니다. 몇 번으로 하실 건가요?”
직원은 모니터 화면을 보여 주며 자리가 비어 있는 위치들을 보여 주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 주지 않으려면, 구석 자리가 나을 거 같았던 진성은 구석의 11번 자리를 선택하였다.
“이 자리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직원은 노트북에 무언가를 입력하고는 종이 한 장을 인쇄하였다. 그리고 진성에게 그 종이를 주면서 말했다.
“이건 내일 장터 이용 확인증입니다. 고객님.”
“네, 감사합니다~”
“헌터 전용 장터 수수료는 딱히 없지만, 판매한 수익의 3%를 기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부요?”
“네 기부해 주신 돈으로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분들이나 보육원 아이들에게 쓰입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네, 장터 이용 말고 다른 용무도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습니다. 이거만 해 주시면 됩니다.”
“네, 확인증은 발급되셨고요. 내일 장터로 가셔서 거기 직원에게 보여 주시면 됩니다.”
“네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객님.”
2층의 업무를 끝내고 나온 진성이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오전 11시밖에 안 되었다.
“아……. 시간이 너무 남네……. 일단 내일 장터에서 절반 팔고 나머지는 길거리 판매를 도전해 보자.”
진성은 주민센터의 업무를 마치고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러 여러 가지 물품을 구매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확하고 남은 자리가 이제 1,000평인가? 여기에는 뭐 심지??”
일단 거기는 비워놔야지. 나중에 생각나면 심어야겠다라며 대형마트에서 사 온 물건들을 냉장고나 부엌 옆 창고 자리에 보관했다.
“딱히 밭에 가도 관리할 게 없으니까 가야리 마을로 가서 주민하고 잡담 좀 해야겠다.”
세린이하고 두 정령이 힘을 내서 관리를 해 주다 보니까 편안함을 느끼는 그였다.
오늘은 일단 가야리 가서 주민들하고 좀 더 친해지고 정보를 얻어야겠다며, 집에서 조금 쉬다가 마을로 향했다.
여기도 주말이라서 그런지 조금 북적거리긴 했다. 그래봤자 인구가 별로 없어서 상가도 크게 번창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여긴 너무 없네. 뭔가.”
노래방, PC방 그리고 편의점 등 있을 만한 것들만 있고 뭔가 허전했다.
과거에는 1,000명 이상 사는 마을이었다고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점차 서울로 가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라고 한다.
진성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마을 주민들에게 인사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다른 주민이 밭에서 수확하는 걸 구경하다가 가야리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가야리 청년회장 박진만 씨를 찾아 마을회관으로 들어간 것인데 마침 박진만 씨와 몇몇 사람들이 보여서 먼저 인사를 했다.
“아아, 어서 오게.”
“네, 회장님.”
“그래, 이 시간에는 무슨 일인가?”
“주말에 조금 시간이 남아서 주민분들하고 친해질 겸 들렀습니다.”
“오호! 그렇구만.”
청년회장 옆에 있는 젊은 헌터들은 진성을 처음 보기에 박진만이 진성을 소개해 주었다.
“몇 달 전에 이사 온 청년인데 아마 자네들이랑 나이가 비슷할걸?”
“그래요? 젊은 사람이 이사를 오는 건 처음 보기는 하는데…….”
“안녕하세요? 저번에 이사 온 강진성이라고 합니다. C랭크 농부 헌터구요.”
“아……. 반갑습니다. 저는 C랭크 사냥꾼 헌터 이형택입니다. 제 옆에는 같은 C랭크 사냥꾼 헌터 이유리 그리고 강하늘입니다”
회장 옆에서 있던 세 명이 모두 자신을 소개했다.
저번에 청년회장이 말한 젊은 헌터들이 이 사람들이구나! 하고 감이 온 진성이었다.
“그럼 세 분 다 사냥꾼 헌터군요?”
“네네, 그렇습니다.”
“형택아! 우리 멧돼지 잡으러 안 가냐?”
강하늘이라는 헌터가 진성과 형택이 얘기하는 걸 듣다가 다른 화제를 던졌다.
“아, 맞다! 미안하다, 하늘아. 잡으러 가야지?”
“멧돼지 잡으러 가는 건가요?”
“네네, 안 그래도 가야리 주변에서 멧돼지가 엄청 출몰해서 다른 마을 사냥꾼들이랑 연락 주고받으면서 몰이 중입니다.”
멧돼지라……. 나도 따라가고 싶은데……. 어차피 집에 가도 지금 할 것도 없고……. 흐음…….
“같이 가실래요?”
“그래도 되나요?”
“당연하죠. 헌터시잖아요? 일반인이면 제가 이렇게 말을 안 꺼내겠지만 헌터가 한 분이라도 합류하면 저희야 좋은 터라.”
“형택아? 괜찮은 거냐? 저 청년은 농부 헌터인데…….”
박진만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C랭크 사냥꾼 헌터 이형택에게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회장님. 친해질 겸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진성은 걱정하는 박진만에게 괜찮다며, 따라가겠다 했고, 박진만은 한숨을 푹 내쉬며 ‘그럼 조심히 잘 갔다 오게나.’라고 말을 하였다.
“뭐, 뒤에서 구경하셔도 됩니다. 저희야 워낙 멧돼지 사냥을 많이 해 본 터라.”
“네…….”
진성은 박진만에게 인사를 하고 이형택 일행과 함께 가야리 동남쪽으로 향했다.
한 25분 걸었을까? 어떤 야산이 나왔는데, 거기 입구에는 다른 마을 헌터들로 보이는 사람이 약 10여 명 보였다. 다들 엽총이나 활 석궁 등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이형택 일행은 확인하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형택아, 왜 이리 늦게 왔냐?”
그 무리 중 모자를 눌러쓴 한 헌터가 형택에게 말하고 있었다.
“미안, 회장님한테 얘기하고 오느라고……. 어떻게 됐냐?”
“우리 팀이 몰이를 했긴 했는데 저기 야산에 처박혀 있을걸? 일단 멧돼지 놈 겁나 크다.”
진성은 잠자코 그들이 얘기하는 걸 듣고 있었다. 뭐, 자기는 이 사람들 속에서는 초보자고 그저 구경하러 따라온 거라 가만히 있기로 한 것이다.
“그나저나, 형택아. 저분은 누구시냐?”
“아아~ 우리 마을에 새로 이사 온 분인데 C랭크 농부 헌터야.”
“오? C랭크 농부 헌터라고? 나이도 젊어 보이는데.”
무리는 진성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음?
C랭크 농부 헌터 중에는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40대 이상이다. 그래서 신기하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진성 씨, 혹시 무기는 있으신가요?”
형택이 진성에게 물었고, 진성이 ‘지금은 삽밖에 없습니다.’라고 하자 형택은 자신의 인벤에 있던 3연발 석궁을 꺼내 볼트 20발과 함께 건네주었다.
“이걸 쓰십시오. 아무리 구경이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셔야 하니…….”
“아, 괜찮으신가요?”
“네, 어차피 야산은 매우 위험합니다. 자기 호신용은 가지고 있어야죠.”
“그럼 잘 쓰고 돌려 드리겠습니다.”
“네네.”
진성은 형택의 무기를 건네 들고는 연습 삼아 주변에 쏘아보았다. 일반 노말 등급은 아녔다. 강화된 무기처럼 대미지가 무척 셌다.
“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형택은 자신의 일행을 데리고 다른 마을 헌터들과 작전을 짰다.
대체 얼마나 큰 멧돼지 이길래? 저렇게 많은 헌터가 동원되는 것일까…….
“설마 내가 저번에 잡았던 그 멧돼지 같은 놈은 아니겠지?”
아무리 한 방에 잡았다지만 엄청 크고 무서워 보였다. 진성이 일행에게서 떨어져 석궁을 쏘면서 감을 익히고 있었는데 한 20분이 지났을까, 형택이 다가와 진성에게 말하였다.
“저기, 진성 씨? 저희 지원 백업으로 따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아! 이제 출발하나요?”
“네, 다른 마을 헌터분 중에 드론 운용하는 분이 있는데 위치가 파악되었습니다.”
“네.”
진성은 형택의 정보를 듣고 같이 따라 움직여 야산 입구에서 우측으로 돌아 올라갔고 먼저 온 다른 마을 헌터들은 좌측으로 돌아 올라갔다. 즉, 포위 작전이었다.
진성은 석궁을 가지고 형택의 일행과 같이 올라갔고 슬그머니 멧돼지가 있는 위치로 가자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멧돼지의 큰 포효는 주변에 있던 새와 작은 동물들이 깜짝 놀라 도망갈 정도였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멧돼지의 모습을 보았는데 엄청나게 큰 몬스터 멧돼지였다.
“허……. 저게 멧돼지인가요?”
“네……. 엄청 크죠?”
진성은 멧돼지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포악한 몬스터 멧돼지 Lv.15
등급:레어
생각:인간 놈들. 다 죽여 버리겠어!
특징:가야리를 비롯한 일부 마을을 드나들며 인명피해를 낸 멧돼지입니다. 여기서 잡지 못하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엄청나네…….”
저번의 멧돼지보다는 몸집이 작았지만, 그래도 엄청 강해 보였다.
형택은 반대편에 헌터들이 도착한 걸 보고 신호를 주려고 했는데, 형택의 인원 중에 말이 없던 유리라고 하는 여성 헌터가 자리를 바꾸면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망했다.”
강하늘의 중얼거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