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34. 034화
“집에 일찍 가긴 그렇고 세린이하고 좀 더 같이 있어야겠다.”
진성은 오늘도 일찍 들어가서 쉬려고 했으나, 요즘 너무 일찍 들어가기만 하고 편하게 왔다 갔다, 빈둥빈둥 놀기만 한 거 같아서 오늘은 늦게까지 정령들과 같이 있기로 결심하였다.
“세린아~ 아빠가 뭐 도와줄 거는 없니?”
“아직은 없어요! 아빠.”
“하긴……. 너희가 다 해 놔서 내가 할 게 없긴 하겠구나. 너무 너희만 고생시켜서 미안해.”
진성은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었다. 세린이는 그런 아빠를 보며 괜찮다며 그저 헤헤헤 웃었다. 진성은 세린을 쓰다듬었다.
“내가 힘쓸 일이 있으면 꼭 얘기해 줘~”
“네! 아빠.”
이거 원, 내가 밭에서 일을 하지 않고 농땡이를 피워서 그런지, 세린이와 정령들이 밭일을 모두 다 해 버렸다.
중급 농부로 전직이 되면 진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해야겠어. 그동안 너무 게으른 것도 있었는데……. 중급이 되면 시스템이 나를 더욱 굴리려나?
세린은 아빠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자 뭔가 일거리를 하나 만들어서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령들과 짜고는 일부러 밭의 활성화를 돌려서 잡초들이 쏙 나오게 하였다. 15,000평 작물 사이마다 잡초들이 고개를 내밀고 나오기 시작하였다.
잡초가 어느 정도 나오자 세린이는 진성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아빠, 저기 잡초들만 정리해 주세요!”
“알았어! 세린아.”
진성은 드디어 할 일이 생겼다면서 15,000평의 밭을 돌아다니면서 키가 작은 잡초들을 마구잡이로 뽑았다. 정확히 머리끄덩이를 잡아서 뿌리까지 쏘옥 빼내었다.
“이놈의 잡초들!”
진짜 내가 한눈팔면 또 생긴다니까, 이 망할 잡초들은. 오늘 다 뽑고 집에 가야지.
진성은 몇 시간 동안 잡초들을 모두 제거한 뒤 세린에게 얘기하였다.
“세린아, 다 제거했단다. 혹시 또 있니?”
“아니요! 없어요. 아빠.”
“그래……. 세린아 내가 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어디 갔다 오니까 그동안 밭 관리 잘해 주렴.”
“네, 아빠~ 잘 다녀오세요.”
세린은 아빠가 중급 농부 전직 때문에 바쁜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세계수가 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정령 나무도 마찬가지였고.
이번 전직만 끝나면 아빠는 한동안 밭에만 있을 거니 세린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 세린의 마음을 모르는 진성은 계속 미안해하고 있었다.
“그럼 세린아, 아빠는 먼저 집에 들어갈게. 계속 같이 못 있어 줘서 미안해!”
“괜찮아요. 아빠.”
진성은 세린이와 포옹을 하고는 헤어졌다.
세린은 집으로 향하는 진성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다시 밭으로 돌아갔다.
밭에서 집까지 거리는 겨우 10~15분 정도밖에 안 돼서 금방 집에 도착했다.
“내일 오전 9시에 열리나?”
그럼 대화역 킨텍스까지 차로 30분 걸리니까, 적어도 8시에는 출발해야겠다. 농업용 드론도 관심이 있고 스마트팜 식물재배기도 관심이 있는데……. 가서 다 보고 와야지.
“빨리 자기나 하자. 벌써 시간이 밤 10시네! 오래간만에 밭에 오랫동안 있었네.”
시간을 확인해 보니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빨리 자고 내일 온종일 킨텍스 귀농 귀촌 박람회 구경이나 다니면서 각 지역 특산물들도 구매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목요일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 * *
불타는 금요일 아침이 되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진성은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6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었다.
“아……. 너무 일찍 일어났나? 좀 더 잘까?”
진성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아, 좀만 더.’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몇 분 더 자려고 했으나, 그냥 일어나 버렸다.
“에휴, 준비나 하자.”
씻고 간단히 아침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다 끝내고 여유롭게 노트북을 켜고 아침 뉴스 기사나 보며 시간을 보냈다. 오전 8시쯤 되자 집에서 나와 차에 시동을 걸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텔포로 타고 가도 편하겠지만, 그냥 차로 가자.”
차도 너무 아끼면 똥 된다.
그러니 많이 쓰고 나중에 새 차로 바꾸든가 해야지.
오전 8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한 진성은 대화역 킨텍스로 향했다. 대화동 전까지는 막히지 않았는데 역시 아침 출근 시간대라서 그런가, 대화역 쪽으로 진입하려니까 막히기 시작했다.
“9시까지는 갈 수 있겠지?”
신호에 걸려 멈춰 있는데, 자꾸 뒤에서 빵빵거렸다. 아직 빨간불인데도 계속 빵빵거린 것이다.
“아……. 여긴 맨날 이런다니까…….”
아직 신호가 바뀌지 않았는데도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거나 욕을 해 대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무개념 운전자들이 그러했다.
뭐, 출근 시간대이니 진성은 자기가 이해해야겠다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뒤에서 경적을 울리던 말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제 신호가 바뀌었네.”
가자……. 뒤에서 계속 빵빵거리네 아직도…….
진성은 신호가 바뀌자 킨텍스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뒤에서 빵빵거리던 검은색 차량이 진성의 앞길을 막고 보복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저 사람 미쳤나?”
진성은 어떻게든 킨텍스 유료주차장까지 왔다. 검은색 차량이 계속 방해를 해도 침착하게 주차장으로 진입했고 그 검은색 차량도 주차장으로 따라 들어왔다.
진성이 B 구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그 맞은편에 주차한 검은색 차량에서 우락부락하게 생긴 떡대 아재가 내려서, 진성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욕을 날렸다.
“저기요? 아저씨……. 전 신호 때문에 기다린 거라고요.”
“내 알 바 아니야! 딱 봐도 어려 보이는데 운전 그따위로 하지 마!!”
“하……. 난감하네.”
이 넓은 주차장에서 큰 고함이 울리자 그 주변에 차를 대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다 쳐다보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전 9시가 되기 20분 전이었다. 진성은 그저 빨리 들어가서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그 화가 난 떡대 아저씨한테 ‘아, 제가 죄송합니다.’ 하고, 빨리 가려고 하자 그 떡대는 뒤통수에 대고 다시 욕을 하고 있었다.
“어딜 가!”
떡대 아재는 진성의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통증은 오지 않았으나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는데, 그 둘 사이를 누군가 슥 하고 들어와서 ‘어? 진성아, 네가 여긴 웬일이냐?’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성현아! 시우야!”
진성의 절친 2명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성현이네 공방 연금술사 헌터 몇 명과 시우를 밀착 경호하는 유명한 헌터 여섯 명도 보였다. 그 여자 비서분이랑 같이 말이다…….
그 떡대는 주변에 사람이 더 많아지자 ‘자기가 우기면 이기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방금 나타난 저 어린놈의 두 친구가 유명한 헌터들이었기 때문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크흠…….”
“근데 대강 들어보니까 아저씨……. 이거 진성이가 잘못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왜 시비세요?”
성현이가 헛기침하는 떡대 아저씨한테 말하자 떡대 아저씨는 큼 거리면서 아까보다 작은 소리로 상황을 얘기했고 성현의 뒤에서 듣고 있던 시우와 다른 헌터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다들 한마디씩 하였다.
“저 아재가 잘못했네.”
“그러게……. 누가 봐도 저 아재가 잘못했네.”
라며 흉을 대놓고 보았다.
떡대는 화가 나서 막말하려 했지만 시우가 떡대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하니, 떡대는 갑자기 ‘죄, 죄송합니다.’ 하고는 도망쳐 버렸다.
“……시우야, 너 무슨 말 했냐?”
“별거 아냐.”
시우는 그저 웃으면서 넘겼다.
야, 네가 웃으면서 얘기하니까 무섭다…….
진성은 떡대가 도망친 후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너희들이 여긴 웬일이냐?”
“아, 난 여기 귀농 귀촌 박람회 드론 때문에 온 거고, 시우는 이 행사에 초청돼서 아마 박람회 투자 건 때문에 왔을걸?”
성현이가 설명하자 진성은 ‘아아,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 녀석들도 일하러 온 거나 마찬가지니까.
“나도 귀농 귀촌 박람회에서 농업 쪽 부분 보려고 온 거야.”
“그래? 하긴 넌 농부 헌터니까.”
성현이는 뭔가 더 얘기하려고 했지만, 뒤에 있던 연금술사 헌터들이 늦었다고 말하자 진성에게 대충 인사하고 이따가 같이 저녁이나 먹자며 쌩 가 버렸다.
시우도 이따가 같이 저녁이나 먹자면서 비서와 경호원들을 데리고 가 버렸다.
“아무튼 나도 빨리 가야겠다. 저 떡대 아재 때문에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그런데 시우가 무슨 말을 했길래 저 뻔뻔한 떡대가 사색이 돼서 도망갔을까?
아니, 이런 건 패스하자……. 뭔지 모르겠지만 엄청 무서운 말을 했을 거야.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빨리 입장하러 가자.”
진성은 B 구역 주차장에서 빠르게 벗어나, 박람회가 열리는 킨텍스 제2전시장으로 달려갔다. 몇 분을 달려 입구에 도착하였고, 많은 농부 헌터 또는 일반인들이 입장 중인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았으니까 입장권 좀 사야겠다.”
박람회 입구 옆에 표를 파는 직원에게 가서 성인표 한 장을 구매했다. 가격은 만 원밖에 하지 않았다.
표를 구매하고 입구로 들어가려고 하자 직원이 표를 확인하고 입장 띠를 왼쪽 손목에 둘러 주었다.
“오! 드디어 입장인 건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장하였다.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면서 전시장 안쪽을 둘러보니 사람들도 바글거렸고,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농부 헌터들이나 또는 특산물 소개하는 업체들 등 부스가 엄청 많이 보였다.
“이게 박람회구나…….”
진성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와서 A 구역에 있는 전원주택 관으로 향했다. A 구역부터 끝까지 한 바퀴 돌아보기 위해서다.
A 구역에 가 보니 이동식 주택, 이동식 찜질방 등 농촌에 맞는 실내장식이 잘 준비되어 있었다.
“아, 이동식이라……. 이거 사고 싶어진다.”
뭔가 굉장히 당겼다. 지금 집도 있지만, 어차피 중급 농부 전직하면 토지를 15,000평을 더 구매할 거라서 거기에 이동식 목조주택을 구매해서 배치하면 더 좋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린이하고 정령들을 위한 방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어디 보자. 목조주택 30평 이상짜리는 얼마지?”
진성은 30평 2층 식으로 되어 있는 목조주택 안쪽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했는데 2층에 방이 두 개, 화장실 한 개 그리고 베란다 난간이 하나 있었다. 1층에는 방 힌 개에 화장실 한 개, 거실이 넓게 배치되어 있었다.
“요즘은 이렇게 나오는구나! 괜찮네.”
가격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일단 안쪽 내부는 꽤 마음에 들어서 가격은 비싸도 상관없었다.
지금 헌터 계좌에 남는 게 돈이니……. 돈이 많은 진성이었다.
“어라? 얼마 하지 않네.”
확인해 보니까 기본설치 말고 옵션 완비설치로 선택해도 3억 이내로 가능하였다.
“3억 이하면 뭐, 비싸진 않네. 내가 지금 사는 집을 5억 정도에 사들였는데.”
진성은 30평형 말고도 그 옆에 있는 25평짜리와 20평짜리 목조주택 내외부를 구경해 보고 이동식 찜질방도 구경해 보았다.
이동식 찜질방은 3~5평 정도 되었는데 3천만 원이면 가능했다.
“그럼 이동식 찜질방이랑 30평짜리 목조주택을 구매하면 3억 3천이면 되네.”
일단 이건 찜해 놔야겠다며 목조주택관 관리하는 홍보직원에게 명함을 한 장 받아 놨다.
“이제 B 구역으로 가 볼까?”
라는 말을 하며 B 구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B 구역은 진성이 기대하던 스마트팜식 식물재배기 등이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