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33. 033화
오전 판매를 종료하고 미래를 상상하던 진성은 슬슬 오후 판매도 힘내자면서 샌드위치 남은 걸 마저 먹고는 남은 부추와 상추들을 가지런히 정리하였다.
아직 부모님은 오이 파는 사장님과 대화 중이었기에 자신이 미리 정리한 것이다.
“오늘 이거 다 팔겠네.”
부추와 상추는 절반 정도 남아 있었는데, 원래 오후 시간대가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아마 금방 팔릴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오전에 많이 판매한 상인은 가지 쪽 상인분이랑 우리 쪽이랑 고추 쪽이었다. 나머지 상인들은 비슷하게 조금 판매한 거 같았다.
아마 저분들도 오후 6시에는 다 판매하고 가시겠지.
“빨리 팔아버려야지.”
대충 어떻게 파는지 알았으니까 자신도 밭에 키우는 작물 중 제일 빠른 성장 속도인 애들을 수확해서 혼자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령들이 관리를 해 주고 있어서 자신이 요즘 딱히 관리를 하는 건 없었지만, 판매라도 직접 뛰면서 점점 게을러지는 자신을 채찍질할 필요가 있었다.
“자꾸 게을러진단 말이야……. 요즘 너무 편해진 거 같기도 하고.”
‘나 이렇게 편해도 되는 건가? 너무 정령들 부려 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요즘 따라 뭔가 양심에 찔리는 그런 기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후 1시가 되고 있었다.
“오후 판매도 힘내자! 아자!”
진성은 기합 넣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큰 소리로 ‘부추, 상추 싸게 팝니다~ 한번 보시고 가세요.’ 하고 외쳤다.
진성이 첫 오후 스타트를 끊어서 그런가? 맞은 편 상인들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역 광장은 점점 활기가 넘쳐났고 그런 모습에 잠시 역을 지나가던 일부 시민도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보니 광장은 어느새 북적거렸고 오전에 많이 못 팔았던 상인들도 힘을 내서 팔고 있었다.
“자자~ 오이가 쌉니다!”
“여기는 유기농 고추 팝니다!”
“가지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어서 오세요!”
라며 상인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외치면서 사람들의 흥미를 유도하였다.
진성도 질 수 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부추하고 상추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어서 와서 가져가세요~”
진성의 말에 아줌마 무리가 와서 ‘젊은 총각, 이거 얼마야?’라고 물어보기도 했고, 진성은 친절히 대답하였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줌마 무리는 ‘이거, 만 원어치 주세요.’라며 구매하기 시작하였다.
진성의 뒤에서 잠시 쉬고 있던 진성네 부모님도 아들과 함께 판매에 동참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진성이네 부추와 상추들은 금방 동났고 덩달아 옆에 있는 오이 파는 사장님도 오이를 전부 팔아 버렸다.
맞은 편 상인들도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다 팔았다는 듯이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들~ 이제 뭔가 좀 알겠니?”
“네……. 직접 판매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재밌네요.”
“그렇지? 다 팔아보긴 처음이구나.”
“어? 그래요?”
“그럼~ 아들 덕분에 다 판매한 것 같구나.”
“아니죠! 엄마와 아버지가 잘 키우셨고, 품질 좋게 나와서 구매하신 게 아닐까요?”
“그건 아니다. 진성아……. 오늘은 진짜 잘 판 거다.”
아버지가 불쑥 진성에게 말을 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평소에는 이렇지 않다는 얘기인데……. 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러면 평소에는 어느 정도인데요?”
“여긴 역 근처라서 유동 인구가 많아서 잘 팔린 거고……. 진성아, 네가 진짜 아무 길거리 가서 해 보아라! 여기와 차원이 다를 거다.”
“한번 해 봐야겠네요.”
“그래, 그것도 경험이지…….”
진성은 대체 어느 정도기에 아버지가 저렇게 말씀하시지? 하면서 진짜 한 번 혼자서 아무 데나 자리를 잡고 팔아 볼 생각을 했다.
지금 시각은 오후 5시였는데 6시가 되기 1시간 전에 모두 판매한 것이다. 진성은 엄마와 함께 뒷정리 중이었고 아버지는 옆 오이 사장님이랑 대화 중이었다.
“고마우이……. 강 씨 덕분에 다 팔았어~”
“다 판매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강 씨~ 아들이 판매에도 소질이 있어 보이니까 응원도 해 줘~”
“알겠습니다. 차 사장님.”
대략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강 씨~”
“예 왜 그러십니까? 차 사장님.”
“아니, 이번 주 금요일인가? 귀농 귀촌 박람회 열린다고 하니까 한 번 아들 데리고 가거나, 바쁘면 아들보고 꼭 가 보라고 하게나.”
“이번 주 금요일 말씀입니까?”
“그래……. 아들도 농사한다면서? 그러면 꼭 가 봐야 돼.”
“알고 있습니다. 차 사장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뭐, 별것도 아닌 일이네만…….”
진성의 아버지 강찬성은 대화를 대충 끝내고 진성에게 다가와서 귀농 귀촌 박람회에 대해 얘기를 해 주었다.
“그러니까 이번 주 금요일에 귀농 귀촌 박람회가 대화역 킨텍스에서 열린다고요?”
“그래……. 내가 아마 금요일에 바쁠 테니까! 혼자서 꼭 가 봐라. 진성아”
“네, 가 볼게요.”
“그래, 가서 많은 걸 보고 와라.”
“네, 아버지.”
아버지와 대화가 끝나고 진성은 마무리 정리를 한 다음에 부모님과 함께 화정역 근처 설렁탕 가게를 찾아 들어가 저녁을 같이 먹고는 유료주차장에 주차해 놨던 자신의 차를 타고 부모님과 함께 다시 임진리 마을로 돌아왔다.
“아들~ 우리는 들어갈 테니까 조심히 가렴.”
“네, 엄마.”
“…….”
“아버지, 저 갑니다~”
아버지 강찬성은 아들의 인사를 받지 않고 휙 들어갔다.
뭐, 항상 저러셨으니까.
진성은 익숙한 터라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한 뒤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휴우……. 오늘 판매 경험도 해 보고 좋았다.”
진성은 집에 오자마자 바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모레 박람회라……. 한 번 검색해 봐야겠다. 어떤 행사인지 정확히 모르니까.”
진성은 방 안에 들어가서 노트북을 켜고 귀농 귀촌 박람회 검색을 해 보았다.
박람회는 농사 기계, 스마트팜 기계 등등 여러 가지를 소개하고 새로 나온 관리기 또는 각 지역의 특산물 등을 보고 체험하고 할 수 있는 그런 행사였다.
“왜 난 이런 행사를 몰랐지?”
‘이런 행사도 있구나.’ 하는 진성이었다.
이외에도 스마트팜 공장을 체험하는 곳도 있었다.
“나중에 체험이랑 한 번씩 다 신청해 봐야겠다. 내가 농사를 너무 얕게 알고 있어서 지식이 너무 없긴 하네.”
부모님께서 하는 걸 어깨너머로 배운 터라 지식이 아주 옅었다. 부모님도 전문적으로 배우신 게 아니라서 다른 농촌 체험도 가 보고 하면서 조금조금 배우신 거라고 하셨다.
“행사는 이틀 동안 하네.”
첫날에 가서 전부 다 구경해 봐야겠다. 재밌겠는데?
“에휴……. 이제 자야지. 내일 가서 작물 확인해 보고 레벨업시킬 것도 있으니까.”
노트북을 끄고 진성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오늘은 뒤척거리지 않고 잠에 빠져들었다.
* * *
목요일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폰의 진동 소리 알람에 깬 진성은 ‘어우, 이제 씻고 밭으로 가자.’라는 말을 하며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씻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후,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고 밭으로 출발하였다.
10분을 걸어서 밭에 도착했다.
슬슬 밭을 늘리긴 해야 하는데……. 뭐, 박람회 구경이랑 판매까지 다 하고 중급 농부가 되면 15,000평 토지 더 사지 뭐.
“자, 오늘도 힘내 볼까?”
날아다니며 열심히 밭을 관리하는 세린이와 땅을 기어 다니며 토지의 상태를 살피는 물의 정령 다프네와 땅의 정령 아스가 보였다.
“정령들만 너무 부려 먹었으니 나도 다시 초심을 찾아야겠다.”
진성은 그 말을 하며 세린에게 다가가 아침 인사를 하고 물의 정령과 땅의 정령에게 고생한다면서 한 번씩 쓰다듬어 주었다.
“세린아, 오늘 특별한 특이사항은 없지?”
“네, 아빠~ 어제도 특이사항은 없었어요.”
“다행이구나……. 요즘 내가 밭을 자주 비워서 미안해.”
“아니에요. 아빠~”
역시 세린이는 너무 착하단 말이야.
내가 잘해 줘야 하는데 지금이 너무 편해서 잘해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 오늘은 5레벨 상승시키자! 빨리 첫 번째 조건부터 완료시켜야 다음 거로 바로 넘어가지.”
진성은 인벤에 있던 성장 촉진제를 두어 개 꺼내 들었다. 그리고 세계수에 다가갔다.
“슬슬 세계수도 렙업시켜야지.”
진성은 세계수에 성장 촉진제 두 개를 사용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눈뽕에 대비하였다.
촉진제를 두 개 쓰니 알림이 떴다.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이 성장 촉진제 두 개를 소모하셨습니다. 세계수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라고 알림이 떴는데 세계수가 환하게 빛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어라? 뭐지…….”
진성은 세계수에 다가가 선글라스를 벗고 정보창을 열려는 순간, 시간차 공격으로 환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으악.”
시간차 눈뽕 공격이었다.
“시간차 공격이라니!! 너무하잖아.”
으아아! 내 눈!
눈의 시력이 돌아올 때까지 감고 있었다. 환한 빛이 약 3분간 지속되어서 진성은 계속 눈을 감고 기다렸다. 빛이 끝나기를 말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빛의 밝기가 점점 줄어들더니 없어졌다.
“이제 정보창 열어 봐야지.”
[이름:세계수 Lv.15
등급:플래티넘
특징:지구 최초의 세계수
생각:성장 촉진제 감사염~
효과:세계수의 효과로 농부 헌터 강진성의 토지 15,000평은 성장 속도 100배 증가 및 모든 작물은 어떤 상황에서도 다 보호받는다. (재해, 병해충 등 보호)]
“오, 5렙이나 올랐네……. 이제 나도 레벨업을 하겠지.”
진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벨이 올랐습니다.’라는 알림이 다섯 번 떴다.
“흐흐흐. 이제 렙 50이다.”
진성은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50
랭크:C
직업:초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정령 나무의 주인
능력치:힘 500 민첩 500 마력 5,500 체력 5,500
고유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50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작물의 성장 속도 조절 때문에 1배로 적용되었습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500 마력 500)
정령 나무의 주인 (정령 친화력 Up)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제 첫 번째 완료됐고……. 두 번째가 뭐였더라?”
맞아. 내 밭에 나오는 작물 수확해서 판매해 보기였지?
아마 판매하면서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는 작업일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명성도가 올라갈 것이다.
“내가 먼저 심은 게……. 어디 보자.”
진성은 세계수에서 떨어져 맨 처음 심었던 당근, 상추, 루콜라, 아스파라거스 쪽으로 향했다. 상추하고 루콜라는 거의 수확하기 직전 상태였다. 당근은 아직 먼 거 같고 아스파라거스도 좀 지켜봐야 할 단계였다.
“이거 조금만 기다리면 다 수확 가능할 거 같네! 일단 상추하고 루콜라만 팔아야겠다.”
진성은 며칠만 더 기다려 보고 상추하고 루콜라를 수확하기로 하였다.
박람회 구경이 끝나고 수확하고 판매하면서 명성도를 쌓으면 딱 된다.
300의 명성도라……. 일단 내가 키운 거로 판매해서 알리는 작업이니까 판매할 때 한 명당 1의 명성도가 올라가려나? 일단 박람회 끝나고 빨리해 봐야지.
“후우, 빨리 중급 농부가 돼서 더 많은 것들을 도전해야지. 토지도 또 구매하고……. 할 게 무진장 많네.”
진성은 주변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일 귀농 귀촌 박람회 가서 이것저것 다 보고 와야지.”
농업용 드론이랑 식물재배기 등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