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31. 031화
디펜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진성은 아까 밭에서 싸우면 굴렀던 터라 옷이 많이 더러워져서 갈아입고 세탁기에 넣어 돌려 버렸다.
그리고 샤워를 하였고 거실에서 앉아 인벤에 있던 초급 농부 장비들과 마력 총, 연발 새총의 내구도를 확인하기 위해 꺼내었다.
디펜스가 끝나고 바로 집에 온 터라 아직 오후 1시밖에 되지 않았다.
“5렙이야~ 성장 촉진제로 정령 나무랑 세계수 등 작물 렙업을 올리면 금방 찍을 거 같고, 이제 장비들을 점검해야지.”
마력 총과 연발 새총의 내구도를 보려고 정보창을 열어서 확인해 보았다.
[이름:마력 총
등급:노말
내구도:200(-77)
특징:마력 5당 한 발이 생성된다. 최대 마력 100을 집어넣어 20발을 만들어 연속으로 쏠 수 있다.]
[이름:연발 새총
등급:노말
내구도:150(-100)
특징:마력 2당 한 발이 생성된다. 최대 마력 200을 집어넣어 100발을 만들어 연속으로 쏠 수 있다.]
“노말이 진짜 내구도 약하긴 하네! 아무리 싸게 샀다지만, 이렇게 내구도가 약하다니……. 이거 고칠 수 있을까?”
새총과 마력 총의 위력은 확실하게 확인했다.
마력 총의 잡는 느낌도 좋은 터라 계속 쓰고 싶은데 내구도가 매우 약했다. 아무래도 성현이에게 전화에서 강화하거나 수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마력 총과 새총을 뒤로하고 각성 이후 함께해 온 초급 농부 장비들을 확인했다. 삽은 거의 내구도가 한계치를 맞이했는지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중급 농부 때, 새로운 장비로 지급받으려나?”
그나마 물뿌리개만 정상이었다 삽과 낫, 곡괭이 등은 한계치를 맞이해서 몇 번만 더 쓰면 조각조각 날 듯싶었다.
“일단 빠르게 전직을 해야겠네.”
마력 총과 새총의 수리를 위해 성현에게 문자를 넣었고,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야! 무슨 짓을 했길래? 그거 구매한 지 이틀밖에 안 되지 않았냐! 벌써 내구치가 한계라고? 어디 던전 갔다 왔냐??
성현이가 빠른 속사포 랩을 하듯이 진성에게 말했다.
“아니, 던전은 아니고……. 그럴 일이 좀 있어.”
-진짜 너 수상하다. 진성아……. 대체 뭐 하는 거냐?
“뭐, 그건 알고 없고. 그래서 이거 고치는 거 가능하냐?”
-에휴……. 일단 물건들 상자에 담아서 텔포 앞쪽에 놔둬라……. 우리 직원이 가지러 갈 거야.
“그러니까 고칠 수 있다는 얘기지?”
-어! 고치고 강화까지 해 주마……. 수리 및 강화 비용은 내가 나중에 알려줄게.
“그래, 알았다.”
다행히 고칠 수 있다고 한다.
휴, 다행이네. 일단 상자에 담아 볼까?
진성은 집에 안 쓰는 큰 종이 상자에 마력 총과 연발 새총을 넣어서 포장한 후에 정원에 있는 텔포 장소에 내려놓았다.
“이따가 직원 온다고 하니까 알아서 가져가겠지?”
그리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다.
“이 보상 씨앗이 뭔지 엄청 궁금하니까 내일이나 모레 심어서 봐야겠다.”
그냥 오늘은 집에서 놀면서 쉬자는 생각에 막상 집에 일찍 왔는데, 뭔가 쉬는 것 같지도 않았다.
“아, 괜히 일찍 왔나?”
점심을 먹어도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매일 아침에 밭에 가서 관리하고 집에는 아무리 빨라도 오후 5~6시 넘어서 오는 게 보통이었는데, 갑자기 오후 1시가 돼서 집에 오니까 할 게 없었던 것이다.
“그냥 가야리 마을 돌면서 구경이나 해야겠다.”
그동안 진성은 자기 밭만 신경을 쓰느라 가야리에 사는 주민과 전혀 교류를 하지 않았었다.
가야리라는 마을이 자신이 살던 임진리보단 조금 큰 마을이지만 초기에 씨앗 구매한다고 한 번 돌아다닌 이후에 거의 마을에 출입을 할 시간이 없었던 탓이다.
뭐, 가야리 주민들 대다수는 젊은 청년이 이곳으로 이사 와서 농사하는 소문이 빠르게 퍼진 터라 이미 알고 있었다. 진성만 이런 사실을 모를 뿐이었다. 주민들 일부도 농사짓는 처지였고, 외부인을 극도로 경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같은 농사짓는 입장을 생각해서 귀찮게 안 했던 것이다.
주민들이 외부인을 경계하는 이유는 그저 외부인으로서는 ‘어, 밭이네! 무슨 작물을 기를까?’라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남의 밭에 들어와 구경하고 가거나 작물을 한두 개 따가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거기에 밭에 함부로 들어와서 작물들을 밟고 간 일도 있었다.
“오늘은 가야리 주민분들에게 인사 겸 얼굴을 보이긴 해야겠다.”
이제 진성도 가야리 주민이기 때문에 슬슬 안면을 익히기 위해 오늘은 가야리만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맞아! 집들이를 부모님하고 친구들에게만 했으니까, 오늘은 가야리 주민분들 만나면서 떡 돌려야지.”
진성은 평상복으로 갈아입고는 차를 몰고 일단 문산 시내로 향했다. 대형마트 근처 떡집으로 가서 백설기를 대량으로 주문했는데 마침 백설기가 100개 이상 만들어져 있었던 터라 그것으로 구매한 것이다.
가야리 인구가 몇 명인지 몰라서 문산 시내 근처 떡집을 돌면서 백설기만 600개 이상을 구매한 진성은 인벤에 다 넣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인사나 다녀봐야지.”
진성의 집은 가야리 외곽에 있다. 시내로 들어가려면 1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가까운 거리이니 차는 이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진성은 마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주변 밭에 무슨 작물을 기르는지 천천히 탐색했다.
“오이하고 고추 등을 많이 키우는구나! 기본적으로.”
마을 안쪽으로 들어와 저번에 봤던 편의점 한 개와 일부 음식점을 제대로 둘러볼 수 있었다.
여기도 인구가 많지는 않은지 마을 안쪽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기껏 해 봐야 5~6명 정도? 영업하는 가게들을 들러 인벤에 가지고 있는 떡들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편의점 알바생한테도 주고 말이다.
그리고 마을에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였다. 웬 어떤 청년 한 명이 떡을 돌리기 시작하였다고.
“박 씨~ 아까 아랫집 이사장한테 들으니까, 웬 청년이 떡 돌리고 있다는데?”
“아아, 들었습니다. 아마 저번에 이사를 온 그 청년일 겁니다.”
“흐음……. 그러면 이제 인사를 하겠다는 건데, 떡 돌리는 거 보니까 일단 첫인상은 뭐…….”
“일단 지켜보죠. 오랜만에 젊은 청년이 마을에 이사 왔는데.”
“뭐, 박 씨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럼 난 가겠네.”
“네네, 들어가세요.”
박 씨라고 불리는 40대 이 남자는 가야리 마을 청년회장을 맡고 있었다. 마을에 전반적인 상황을 둘러보며 열심히 노력하는 청년회장이었는데 저번에 이사 온 진성을 찾아가자는 일부 주민을 진정시키며 지켜보자는 식으로 미룬 것이다.
가야리 인구는 약 400명 남짓이었다. 시청에서는 600명으로 알고 있지만 약 200명은 이곳 주민들의 자식이거나 또는 집만 여기에 두고 수도권으로 나가서 사는 주민들도 많았다. 주민들의 자식들도 각종 지역에서 살다 보니 그런 것이다.
“흐음……. 드디어 인사를 왔다라……. 한 번 만나봐야겠군.”
어떤 청년인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마을에 정착했는지 몰라도 그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면 꼭 만나봐야 했다.
마을 청년회장 박 씨는 진성이 대충 어느 위치에서 떡을 돌리고 인사를 하는지 알았기에 그쪽으로 슬슬 걸어가 보았다.
진성이 떡을 돌리고 인사를 하러 다닌 지 한 3시간쯤 되었을까? 준비한 떡을 다 돌리고 답례도 받은 진성은 마을 중심 정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렇게 쉬고 있는 진성에게 청년회장이 다가와 시원한 사이다를 건넸다.
“이거 마시게.”
“아, 앗! 감사합니다.”
진성이 자신에게 음료를 준 그 사람을 쳐다보니 평범한 40대로 보였다.
“자네가 저번에 이사 온 청년이지?”
“아……. 네.”
“난 이 가야리 마을에서 청년회장을 맡고 있는 박준우라고 하네.”
“아, 저는 저번에 이사를 온 강진성이라고 합니다. 농부 헌터구요.”
“농부 헌터라……. 이 마을에도 농부 헌터가 몇 명 있긴 하지…….”
‘이 청년, 농부 헌터였군……. 그리고 낮은 랭크는 아닌 거 같은데……. 첫인상도 괜찮은 거 같고, 흐음……. 좀 더 지켜봐야겠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박준우였다.
“그래 이제라도 인사를 돌았으니 슬슬 교류할 건가?”
“네……. 아무래도 제가 너무 늦게 인사를 드린 것도 있고 이제 마을 주민분들이랑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이고 가끔 우리 일도 도와주면 주민들도 환영할 거라네.”
“네.”
진성은 마을 청년회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가야리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 마을도 헌터들이 몇 명 있었는데 대부분 D랭크 아래였다. 같은 C랭크는 두 명인가 있었는데 전투계열이라서 서울로 잠시 나갔다고 한다.
거기에 이 마을에도 잔뼈 굵은 농부 헌터들이 30여 명이나 있어서 웬만한 몬스터 멧돼지나 고라니가 쳐들어와도 꿈쩍 안 하고 잘 퇴치한다고 하였다. 농부 헌터들의 위대함이란…….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종종 마을 찾아와서 주민분들이랑 친해지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래, 잘 가게나.”
“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진성은 마을 청년회장 박준우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과자와 간식거리를 사고 돌아왔다.
“마을 주민분들이랑 청년회장님, 생각보다 괜찮은 분들이네.”
진성은 마을 진입하면서 좀 걱정을 했다. 텃세 같은 것들 있을까 봐 잔뜩 긴장하긴 했었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따뜻하게 반겨주었다고 해야 하나?
헌터 커뮤니티에서 어떤 지역은 외부인을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자신의 이익이 줄어들까 봐 오히려 텃세 부리고 그런 마을들도 있다고 하였다.
“이 마을에 나랑 비슷한 나이대들도 있다고 하니까 종종 가서 관심을 둬 봐야지.”
주민들과 친해진 다음에 다른 작물들 키우는 방법 같은 것들을 물어보고 싶었다.
넷에서 찾는 건 한계가 있었다. 간단하게 키우는 방법 같은 것들밖에 없어서 직접 그 작물을 연구하고 평생 길러온 농부 헌터들 또는 일반 농부들에게 조금이나마 조언을 듣고 싶었다.
넷상에서 말하는 것과 직접 오랫동안 길러온 사람들의 말은 확연히 차이가 나니까 말이다.
“가야리 주민분들은 좋은 분들이 많아 보이니까 다행이다. 휴우…….”
진성이 집으로 돌아와 잠깐 쉬는데 주머니에 있던 폰이 진동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어? 뭐지…….”
발신인을 확인하니 엄마였다.
“네~ 여보세요.”
-아들……. 엄마야.
“네, 무슨 일이세요?”
-아들이 도와줘야 할 일이 생겨서~
“네, 어떤 거요?”
들어보니 이제 슬슬 수확할 때가 와서 수확하려고 하는데 일손이 모자라 전화를 주었다고 하였다.
드디어 수확하고 판매 현장까지 나가는 건가?
“그럼 내일 가서 수확하는 거 도와 드릴까요?”
-그래~ 아들.
“네, 몇 시까지 가면 돼요?”
-일찍 오면 좋고……. 늦게 와도 괜찮아, 아들.
“그럼 아침에 갈게요.”
-그러렴.
엄마와 통화를 끝낸 진성은 드디어 판매 경험을 해 볼 기회가 왔다며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뭔가 일이 순조롭게 풀리네. 타이밍이 너무 좋잖아?”
그러고 보니까 자신도 나중에 수확할 때 엄청 고전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 땅이야 나보다 많이 작기 때문에 천천히 해도 금방 할 거 같은데 내 땅은 무려 15,000평이잖아? 그걸 생각 못 했네. 혼자하기엔 너무 지옥인데? 아무리 내가 체력이 5,000이라지만 엄청난 체력싸움이 될듯하네…….
“수확 지옥 시즌인가…….”
나중에 내 작물 수확할 때 생각해 보자. 지금은 부모님 작물 수확이나 도와 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