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29. 029화
“전직 퀘스트는 총 세 가지로 나뉩니다.”
최초의 정령 나무에게 퀘스트를 들어보니,
1. 레벨 50까지 레벨 올리기.(기한 없음.)
2. 작물을 수확해서 직접 판매해 보기.
3. 자신의 명성 올리기.(현재는 0의 명성.) (명성은 최소 300까지 요구.)
“명성은 왜 올리라고 그런 거지?”
정령 나무가 왜 3번을 요구했는지 잘 모르겠다. 1, 2번은 이해 가는데. 3번은 대체 왜? 퀘스트하고는 상관없는 거 같은데.
명성을 올리면 자신의 집이나 밭에 도둑놈들 또는 이상한 놈들이 많이 온다는 게 단점인데, 원래 유명한 사람일수록 주변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조용히 익명으로 판매하면서 살아가려고 하는데 이걸 최초의 정령 나무가 바꿔 버리네.
“이거 명성, 굳이 올려야 돼?”
“네, 그렇습니다.”
“대체 이유가 뭐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생각나는데.”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뭐야……. 나중에 고급 농부 전직 때문에 그런 건가? 무슨 꿍꿍이지? 뭐, 최초의 정령 나무나 시스템은 나에게 손해가 되는 일을 하라고 하지는 않겠지. 분명히 무슨 중요한 이유가 있으니까 올리라는 거겠지……. 일단 믿고 가 보자.
명성 올리는 거야 쉽긴 했다. 앞으로 경매장에 내 이름으로 올리면 되니까. 다른 판매장에서도 말이다.
최초의 정령 나무와 퀘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전직이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퀘스트를 다 전달한 정령 나무는 조용해졌다.
옆에서 ‘뭔 전직?’이라는 성현이의 목소리가 들려 와 깜짝 놀라 주변을 보았다.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아냐. 아무것도.”
“뭐, 그래~”
“이제 더 볼 만한 게 남았냐? 진성아?”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냐~ 이제 나가자.”
“어~”
아니, 시간 멈춘 걸 푼다고 얘기는 좀 해 주지, 큰일 날 뻔했네…….
최초의 정령 나무와 접촉한 진성은 전직 퀘스트에 대한 힌트를 알게 되었다.
친구와 헌터 아카데미 별관을 나왔고 영등포까지 온 다음에 헤어졌다. 친구도 바쁜 상황이고 자신도 퀘스트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니 말이다.
“어~ 잘 가고. 무슨 일 있으면 얘기해라. 진성아.”
“그래, 성현아……. 나중에 보자.”
진성은 영등포역 텔포를 타고 집 정원으로 돌아왔다.
“휴우……. 서울 구경은 잘했다……. 뭐 일부분만 구경했지만.”
사실 진성이 헌터 아카데미에 방문한 건 최초의 정령 나무 보려고 한 것도 있지만, 아카데미에 A급 이상 헌터들을 보려고 했던 마음도 있었다. 어쨌든 한때 동경했던 상위 전투계 헌터들이니까.
자신은 지금 농부 헌터지만 아직도 조금은 미련이 남아 전투계 헌터들이 부러웠던 것이다.
“이제 15렙만 올리면 50이네. 시스템이 퀘스트 줄 때가 슬슬 되었는데 안주네.”
슬슬 새로운 씨앗 줄 때가 되었는데, 시스템이 조용하네……. 뭐, 알아서 퀘스트 주겠지. 설마 디펜스 퀘스트를 주겠어?
그거 주면 진짜 욕할지도 모르겠다.
디펜스 퀘스트가 끝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설마 그 퀘스트를 주겠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진성의 기대를 짓밟는 시스템이었다.
-B급 퀘스트 발생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의 밭으로 비둘기와 참새들의 공격이 임박했습니다. 그들의 공격을 저지하세요.
보상:랜덤 씨앗(플래티넘 등급)×1, 레벨 5 상승
실패 시:레벨 10 하락
(남은 시간:11시간)
“야! 아니……. 디펜스 퀘스트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주냐.”
이번엔 비둘기하고 참새 막으라고? 공중전이냐?! 하아……. 답이 안 나오네. 대체 새들을 어떻게 잡아야 하지?
보상을 보니까 씨앗은 한 개인데 플래티넘 등급 짜리라고? 엄청난 걸 또 주려나 본데? 궁금하니까 진짜 이거 한다. 어차피 거부권도 없으니…….
저번에 두더지한테 썼던 풍선껌 전략 다시 한번 써야겠다. 파리지옥이 공중 방어도 되려나?
진성은 파리지옥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파리지옥 Lv.MAX
등급:A
생각:이 밭의 파수꾼은 나다!
특징:개구리, 두더지, 멧돼지 등 웬만한 것들은 이 파리지옥으로 처단 가능. 공중 방어도 가능합니다.]
“공중 방어가 되네……. 좋아.”
감히 내 밭에 비둘기하고 참새가 쳐들어와? 혼쭐을 내주마!
풍선껌을 더 구매해야겠다. 이건 일반 새들도 아니고 시스템이 불러온 특별한 녀석들이니까 일반적인 방법은 잘 안 통할 거 같은데……. 일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 해 보자.
“정말 시스템 녀석, 날 너무 괴롭히는 거 아니냐?”
시스템에게 불만을 토했지만 시스템에게선 아무런 답변도 오지 않았다.
세 번째 디펜스 퀘스트를 받은 진성이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5시가 되기 30분 전이었다.
“연발 새총 없을까?”
갑자기 새총까지 생각하게 되었는데 파리지옥하고 풍선껌이 일차적으로 새들의 공격을 지연시킬 때 자신은 뒤에서 새총으로 저격해서 어느 정도 때려잡고 이차적으로 세계수와 세린이의 정령들의 협동 공격이면 충분히 막을 것 같았다.
“성현이한테 바로 전화해야겠다.”
진성은 집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바로 성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
전화음이 몇 번 가더니 뚝 소리와 함께 친구가 받았다. 진성은 빠르게 얘기하였다.
“야! 성현아 너희 공방 무기 중에 연발 새총 없냐?”
-갑자기 새총은 왜?
“아니, 급하게 필요하거든?”
-아……. 왜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잠시만.
폰 건너편에서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어……. 여기 있네.
“찾았냐?”
-어……. 마침 A급 연금술사 헌터분이 만드신 연발 새총 하나 있는데. 그거 말고도 마력 총도 있다.
“마력 총?”
-어. 원래 이거 허가 소지증만 있으면 쓸 수가 있거든. 사람한테 쏘면 큰일 난다, 참고로.
“마력 총도 혹시 구매 가능하냐?”
-구매는 가능한데……. 너 주민센터 가서 소지증 받아야 해. 이걸 무슨 용도로 쓸지도 얘기해야 하고.
“그럼 마력 총이랑 연발 새총 구매 좀 하자.”
-그래, 그럼 내가 총알 택배로 지금 보내주마! 내 계좌에 연발 새총에 마력 총 가격까지 입금해라.
성현이 말로는 연발 새총에 자신의 마력을 담아 공기총처럼 쏠 수 있다고 한다.
즉, 마력이 무한하면 계속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마력 총 또한 마찬가지다.
돈을 입금하니 정원 텔포에서 택배기사분이 나오는 게 보였다.
진짜 겁나 빨리도 보냈네.
“강진성 씨,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물건은 여기 있으시고 사인 부탁합니다.”
보니까 연금술사 공방의 택배기사였다. 기사분이 내미는 서류에 사인하니 기사분은 ‘수고하십시오~’ 하고 텔포를 타고 떠났다.
저 텔포 같은 경우는 아무나 들락거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진성이 지정한 몇 명만 사용할 수 있다. 저 택배기사 같은 경우는 친구 성현이가 일하는 공방으로 지정돼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게 마력 총이구나.”
마력 총은 일반 장난감 총 같이 생겼다.
외관은 SF 물에서 나오는 권총같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나?
“진짜 디펜스 깨보려고 별짓 다 하는 거 같네.”
마력 총까지 쓰게 될 줄이야……. 새총은 그렇다 치는데, 내가 마력이 지금 몇이나 있더라?
진성은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35
랭크:C
직업:초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정령 나무의 주인
능력치:힘 350 민첩 350 마력 4,000 체력 4,000
고유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50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작물의 성장 속도 조절 때문에 1배로 적용되었습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500 마력 500)
정령 나무의 주인(정령 친화력 Up)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워우. 4,000이나 있네.”
마력 총 설명서를 읽어보니 한 번 쏠 때마다 마력이 5나 소모가 되었다. 새총은 한 번 사용할 때마다 2의 마력이 소모된다.
그렇게 많이 소모는 안 되네.
이건 진성의 마력이 4,000이 넘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 거였는데 진성과 같은 C랭크 헌터들의 평균 마력은 300~500 사이다.
그렇기에 무한으로 쓸 수가 없다. 그들이 진성이 마력 4,000이니까 ‘얼마 안 되네.’라는 말을 코앞에서 들었다면 욕을 신나게 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상태창을 열어볼 때마다 내 무서운 능력치 봐라.”
언제봐도 무서운 괴물 같은 능력치였다.
“디펜스만 막으면 레벨 5나 오르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지.”
진짜 중급 농부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쉬운 게 아니네…….
진성은 마력 총과 새총을 인벤에 넣고 차를 타고 주민센터로 곧장 향했다. 도로는 여전히 한산해 13분 만에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월요일 저녁 시간대라 문산 시내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역시 월요일이네! 주말 수준의 바글거림이란.”
진성은 주민센터 2층으로 올라갔다. 허가 소지증을 받기 위함이었다.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기하는 인원 중에서 딱 봐도 B랭크 이상 헌터들이 몇 보였다. 장비도 수천만 원에서 수억까지 하는 것들을 지닌 파티도 보았다.
“난 언제 B랭크 되냐…….”
비싸 보이는 장비들을 지니고 있는 한 파티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신의 차례가 왔다.
“드디어 왔네. 빨리 받고 가자.”
진성은 4번 창구로 향했다.
4번 창구의 직원은 진성을 보고 인사하였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아. 다름이 아니라 제가 마력 총을 구매했는데~ 친구한테 들어보니 허가 소지증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발급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헌터 라이센스 주시겠어요?”
직원의 말에 진성은 인벤에 있던 C랭크 헌터 라이센스를 건넸다. 직원은 라이센스를 확인하고 다시 돌려주었다.
“네, C랭크 농부 헌터 강진성 님. 확인했습니다. 마력 총의 용도는 무엇인가요?”
“아, 제가 농사를 하는데 새들을 쫓아낼 목적으로 사용하려고요. 또는 멧돼지까지요.”
“네, 잠시만요.”
직원은 노트북으로 열심히 뭔가를 입력했다. 아무래도 마력 총을 사용하는 이유를 써넣나 보다. 노트북 타자 소리가 여러 번 나고 직원은 진성에게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네, 발급하시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마력 총은 몬스터 외 농사 목적으로 쓰신다고 하셨죠?”
“네네.”
“물론 아시겠지만, 사람한테 쏘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직원은 노트북에서 서류를 인쇄하고 인쇄한 서류를 안쪽의 다른 직원에게 건네었다. 진성은 앉아서 기다릴 뿐이었다.
한 20분이 지났을까? 직원이 안쪽에서 서류를 들고나왔다.
“허가 소지증 발급이 완료되었습니다.”
두 장 분량의 서류를 진성에게 건네었는데 허가 소지증과 확인증이었다. 마력 총의 허가 소지증을 들여다보니 매년 갱신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거 매년 갱신하면 되나요?”
“네, 1년이 되기 한 달 전에 미리 오셔서 갱신하시는 게 빠를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허가 소지증 외에 처리해야 할 다른 일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
창구에서 볼일이 끝난 진성은 소지증과 확인증을 인벤에 넣고 주민센터를 나왔다.
“내일 새들 다 죽었어!”
마력 총과 새총으로 새들을 다 박살 내겠다는 각오를 하는 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