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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28화 (28/209)

제28화

28. 028화

“영등포도 많이 바뀌었네.”

진성이 영등포역에 도착하자마자 내뱉은 한마디였다.

영등포에서 친구들과 자주 놀았던 시절이 있는 터라, 오지 않는 사이에 굉장히 많이 바뀌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무 일찍 왔나?”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전 6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추운 느낌이 들었다.

여전히 영등포역은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저 사람 중에는 헌터도 있겠지만 아마 대개 일반인들일 것이다.

“아, 약속 시간이 아마 오전 9시였던 거 같은데…….”

너무 일찍 온 터라 그다지 할 게 없었다. 그냥 역 근처 카페 들어가서 죽치고 기다리는 수밖에…….

진성은 두리번거리면서 역 근처의 적당한 카페를 찾았고 바로 들어가서 따뜻한 곡물 라떼와 애플 쨈이 들어간 와플 하나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알바생 말로는 대략 5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기다리면서 폰으로 뉴스 기사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아, 심심하다.”

카페 내에는 진성 외에 2~3명의 대학생밖에 없었다.

9시면 아직 2시간 40분 남았는데.

“뭐, 폰 게임을 하다 보면 시간 금방 가겠지.”

폰으로 농사 관련 게임을 하면서 시간 보내다가 5분이 지났고 기다리던 곡물 라떼와 와플이 나왔다. 바로 받아와 다시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바라보면서 곡물 라떼를 먹고 있었다.

밖에는 바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보였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헌터로 각성하기 전……. 아니, 입대 전이랄까. 그때는 일반인이었고 열심히 알바하며 돌아다닐 때였다. 지금이야 헌터로 각성해서 다행이지만.

“시간아~ 빨리 가라.”

얼마나 게임을 했을까? 정신없이 게임에 빠졌다가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8시가 넘어 있었다.

“벌써 이 시간이네……. 슬슬 카페에서 나갈 준비 해야 하나.”

대충 문자로 ‘야! 성현아 빨리 와라. 나 심심하다.’고 문자를 보내자 바로 전화가 왔다.

“어~ 어디냐, 성현야.”

-어디긴……. 공방이지. 너 근데 엄청 빨리 왔다?

“뭐, 어찌하다 보니까 일찍 왔다.”

-에휴……. 어디냐?

“그 영등포역 7번 출구 쪽 카페다.”

-아아~ 거기? 10분만 기다려라.

“그래, 알았다. 빨리 와라~”

성현이와 통화가 끝난 뒤 진성은 10분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조금 기다렸을까? 10분이 지나자 카페로 성현이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여어~ 여기다.”

진성이 갓 들어온 성현이에게 손 흔들며 말했다. 성현이는 다가와서 바로 한마디 꺼냈다.

“야, 창피하게 여어~ 거리면서 손 흔드냐.”

“뭐 어떠냐.”

“밥은 먹었냐?”

“먹었지.”

“그럼 연금술사 공방 가 볼래?”

“아무 데나 가도 상관없어.”

“그럼 따라와.”

성현이는 진성을 7번 출구에서 가까운 영등포 전통시장 쪽으로 데려가고 있었는데 여기는 변한 게 없었다.

“전통시장 안쪽이냐?”

“따라오면 알아.”

성현이는 전통시장 안쪽으로 진성을 안내했고 가장 안쪽에 도달하자 낡은 건물 하나가 있었다.

설마 여기가 연금술사 공방이라고? 사람도 없을 거 같은데……. 장난하나.

“여기냐?”

“그래.”

“너 장난치는 거 아니지? 누가 봐도 허름한 건물에 사람 한 명도 안 사는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 맞다. 그리고 지금 인식장애 마법 걸려있어서 그래. 기다려봐.”

성현이가 낡은 건물 벽 어딘가를 툭 터치하자 진성의 눈앞에 낡은 건물은 없어지고 아주 깨끗한 4층 건물이 나타났다.

“인식장애 마법은 왜 걸었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그래. 일단 들어와라.”

성현이와 진성이 연금술사 공방 정문으로 입장하였다.

입구 로비 안에 들어오니까 손님인 듯한 헌터 몇 명과 로비 창구 직원 몇 명이 보였다.

“여기가 영등포점 연금술사 공방이다.”

성현이의 한마디에 진성은 내부를 살펴보았다. 아직 1층이라 그런가 평범했지만 다른 층으로 가 보면 여러 가지 신기한 것들을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성현아. 여기 4층이 끝이냐?”

“아니~ 지하 3층도 있다. 지하는 거의 연구층이라고 보면 돼. 4층이 경매장이지.”

“그러면 내 성장 촉진제 아이템은 몇 시에 팔리냐?”

“아마 11시부터 판매 들어갈 거야. 4층에 엄청난 인파가 참여할걸?”

“아……. 그래?”

“일단 연구층부터 보여 주마. 따라와라.”

진성은 얌전히 성현이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으로 이동하였다.

연구동 3층으로 돼 있었는데 방마다 많은 연금술사 헌터들이 연구하고 실습하고 있었다.

연금술사 헌터들은 던전에서 얻은 몬스터의 사체나 뼈 등의 소재로 일상생활에 쓰일 수 있는 아이템 개발이나 사로잡은 몬스터를 연구하거나 다양한 일을 했다.

빠르게 지하 3층부터 지하 1층까지 돌아다녔고 연금술사라는 직업이 무엇을 하는지 대강 유추할 수 있었다.

“신기하네. 연금술사 헌터들이 하는 일이 이런 거였구나.”

“잘 몰랐지?”

“뭐 그렇지……. 그저 과학자처럼 아이템만 개발하는 그런 것인 줄 알고만 있었거든.”

“뭐,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간단히 둘러보고 나니 11시가 다 되었다.

“자, 4층 가 볼까?”

성현이를 따라 4층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4층은 큰 강당 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무대 앞에서는 사회자를 맡은 한 연금술사 직원이 나와 있었고 강당 중심에는 수많은 의자가 놓여 있었다.

경매는 11시부터 시작인 터라 수많은 인파가 보였다. 대략 200명이 넘는 헌터들 또는 중산층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진짜 바글거리네.”

“오늘은 많이 오지 않은 거 같은데?”

“평소에 몇 명이나 오길래?”

“한 400명 이상?”

많이 오는구나…. 그럼 오늘은 평소보다 절반 수치만 온 거라고?

성현이가 200여 명을 쭉 보더니 말을 꺼냈다.

“오늘은 적게 왔지만, 유명인사들도 꽤 보이네”

“유명인사라니?”

“저기 중심에 왼쪽에 대머리 아저씨 보이지?”

“어.”

“저 사람이 대한민국 농부 헌터 A랭크 박진만이라는 사람이야.”

“박진만?!”

“그래, 너도 아는구나……. 뭐 하긴 농부 헌터계의 큰손이니까. 그리고 박진만 헌터 옆에 키가 크고 잘생긴 훈남 보이지?”

“어. 보이는데……. 누구야?”

“저 사람은 대기업 미르컴퍼니 차기 후계자 겸 B랭크 어쌔신 강수호.”

“꽤 유명한 사람들이구나.”

“그래, 유명하면서도 많은 돈이 있는 사람들이지. 저 두 명 외에도 대기업 인사 몇 명이랑 어부 헌터 등도 꽤 보이네.”

돈 좀 있는 인물들이 많이 왔다고 한다.

‘그럼 무난하게 잘 팔리겠네!’라고 생각하는 진성이었다.

“이제 슬슬 시작하겠다.”

성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무대 위에 있던 직원이 경매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시끌시끌했던 강당은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직원이 ‘오늘은 판매할 물건이 한 가지밖에 없지만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시작을 하였다.

“오늘 판매할 물건은 성장 촉진제입니다! 총 250병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인간, 동물 외에는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직원이 간단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정보창을 확대하였다.

[이름:성장 촉진제

등급:레어

특징:최소 7시간부터 최대 15일까지 랜덤으로 효과 부여.]

라는 창이 크게 뜨자 다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성현이가 언급한 농부 헌터계의 큰손, 박진만 헌터가 ‘엄청난 아이템이군!’ 하면서 50병 구매해야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다른 헌터들도 ‘다섯 병만 구매해 볼까?’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일부 대기업에서 나온 직원들은 바로 실시간으로 상사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기도 했다.

“진성아, 네가 준 거 오늘 다 팔리겠는데?”

“그러게…….”

경매가 진행되었다.

처음 시작의 가격은 1,000만 원부터였는데 어느새 점점 올라가더니만 한 병당 5천만 원까지 올라갔던 것이다.

“5천만 원이면 나쁘지 않네.”

“그렇지? 내가 볼 땐 더 올라갈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할래? 네가 의사 표현을 하면 내가 직원한테 말하면 되니까.”

“됐어……. 5천만 원이면 충분해.”

“알았다.”

무대 위에 사회를 보고 있던 직원은 성현이가 있는 곳을 슬쩍 보았고 성현이가 아무 표시를 하지 않자 직원은 ‘한 병당 5천만 원으로 판매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구매 의사를 밝혔던 수십 명이 순번을 기다려 구매를 하기 시작하였다.

“뭐, 인제 그만 나갈까? 정산하고 뭐 하면, 좀 걸리는데……. 돈은 네 계좌로 넣어줄게.”

“그래, 그럼. 가자…….”

진성은 성현과 경매장에서 빠져나왔다.

연금술사 공방을 나온 두 사람은 근처 식당에서 적당히 배를 채우고는 다음 목적지인 헌터 아카데미로 향했다.

영등포역에서 여의도역으로 가야 하기에 이번에도 텔포를 이용했다.

서둘러서 이동한 곳은 여의도역 부근에 있는 부지 25,000평의 헌터 아카데미였다.

“자, 여기가 헌터 아카데미야! 진성아.”

“워우……. 겁나 크네.”

“실물로 본 건 처음이지? 뭐, 대강 네가 넷에서 검색해 봐서 알겠지만 말 그대로 던전에서의 생존법 같은 걸 알려 주는 곳이 바로 이 헌터 아카데미란 말씀!”

“그렇구나…….”

“헌터 아카데미가 배출한 대한민국 상위 헌터들은 알지?”

“어. A랭크 성녀 한유나 헌터 같은 사람들?”

“그래. 뭐 궁금한 거 있냐?”

“아니……. 그닥.”

“그럼 마지막 목적지인 헌터 아카데미 별관에 있는 정령 나무 보러 가자.”

성현이는 아카데미 출신 정령사였기에 별관에 쉽게 출입할 수 있었다. 외부인인 진성도 허가를 받았고 같이 입장하였다.

별관 중심에는 벚꽃같이 생긴 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이게 바로 정령 나무다.

“오~ 이게 정령 나무구나~”

“이것도 실물 처음 보는 거지?”

“어……? 어. 뭐 그렇지.”

진성은 자신의 밭에 있는 두 번째 정령 나무를 떠올렸지만 대충 얼버무렸다.

성현이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그다지 의심하는 눈초리는 아니어서 대강 넘어갔다.

“그래서 감상은?”

“정령 나무가 굉장히 평범하게 생겼네?”

“그럼 정보창 열어 봐.”

친구 말대로 정령 나무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최초의 정령 나무

등급:플래티넘

생각:어서 오세요. 농부 헌터 강진성 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특징:지구에서 최초의 정령 나무이다.(4대 속성 정령들이 태어나고 있다.)]

음……. 나를 기다렸다고? 대체 무슨 말이지? 이봐, 시스템. 이거 무슨 말이야?

속으로 외쳐봐도 시스템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말이다.

“으음?”

진성이 주변을 둘러보니 뭔가 다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되어 있었다.

“뭐, 뭐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농부 헌터 강진성 님.”

어디선가 말이 들러서 들린 곳을 쳐다보니 정령 나무에게서 말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

“시스템에게 선택받은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의 전직 퀘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전직?”

갑자기? 대체 이건 무슨 상황이야. 전직하면 중급 농부가 된다는 이야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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