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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27화 (27/209)

제27화

27. 027화

“시스템! 땅의 정령 어스웜은 대체적으로 무슨 일 할 수 있어?”

답변이 빠른 시스템에게 물었다. 시스템은 그런 진성에게 바로 답변을 주었다.

-땅의 정령 어스웜은 밭의 품질을 최상위로 올려줍니다. 전투보다는 땅의 관리에 어울리는 정령입니다.

“아하! 그렇구나.”

어스웜을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헌터 커뮤에서도 사진으로 나온 것만 봤고 정령사들이 주로 전투에 이용을 많이 해서 전투용 정령인 줄 알았던 진성이었다.

“다른 정령들도 뭐가 나오려나……. 4대 속성 외에도 나올 거 같단 말이야.”

정령 나무를 잠깐 쳐다보다가 아까 땅의 하급 정령 어스웜이 정령 나무 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걸 생각해 낸 진성은 나무 뒤에 있던 정령에 스윽 다가가 보았다.

아까보단 덜 떨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하급 정령을 전투용으로 쓰는 정령사 헌터들은 잔인한 거 같았다. 저런 겁 많은 정령을 전투에 이용하다니!

“괜찮아……. 이리 올래?”

진성은 조심스럽게 땅의 정령 어스웜에게 말을 걸어 진정시키고 있었다.

진성이 차분하게 말하자 어스웜은 조심스레 진성에게 다가왔다.

“내가 이름을 지어 줘야겠구나?”

진성은 어스웜을 바라보며 ‘이름을 뭐로 지어야 잘 지었다고 할까?’라는 고민을 했다.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아무래도 지렁이처럼 생겼고.

“너 이름을 아스라고 해야겠다.”

여전히 작명 감각이 없는 진성이었다.

그런 진성에게 시스템이 한마디 하였다.

-이름짓기 최악입니다.

“뭐 어때?”

진성이 대충 지은 이름임에도 어스웜은 아스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침착해졌다. 마음에 드는 듯 보였다.

“봐봐, 마음에 든다잖아.”

시스템에게 보란 듯이 말한 진성이었다.

시스템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너 방금 한숨 내쉰 거냐? 시스템 주제에.”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의 말을 차단하였습니다.

“저거 또 시작이네.”

하여간, 뭔가 불리하거나 말문이 막히면 저런다니까.

세린이와 물의 정령 다프네가 다가오자 진성이 세린이에게 말을 하였다.

“세린아~ 새로운 정령이니까 안내해 주고 적응시키게 해 줘~”

“네, 아빠!”

세린이는 힘차게 대답하고는 땅의 정령 아스와 물의 정령 다프네와 함께 밭을 돌아다니면서 뭔가 알려 주고 있었다.

“아주 좋구만.”

이제 물과 땅의 정령이 생겼고 앞으로 바람과 불인가……. 이 정도면 정령사 아닌가? 하고 기대심에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봤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35

랭크:C

직업:초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정령 나무의 주인

능력치:힘 350 민첩 350 마력 4,000 체력 4,000

고유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50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작물의 성장 속도 조절 때문에 1배로 적용되었습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500 마력 500)

정령 나무의 주인(정령 친화력 Up)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직업은 그대로 초급 농부일 뿐.

“하긴……. 겨우 저거로 정령사 직업으로 바뀔 리 없지. 기대한 내가 바보네.”

이제 내일이면 월요일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울 구경 행이네~

가서 여러 가지 구경해 보고 안목을 익혀야지 사람이 너무 안 돌아다녀도 문제다. 은둔해 있지 말고 이렇게 가끔 돌아다녀야 돌아가는 정황을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대강 오늘 할 일이…….”

진성은 자신의 넓은 밭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세린을 포함해서 정령이 세 명이라서 그런지 밭의 발전도가 최상급이었다.

기름진 땅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거나 심어도 최상급 품질이 나올 정도라…….

“이런 밭은 누가 봐도 탐내겠네.”

조금은 미래가 걱정되지만 밭을 노리는 이들이 오면 세린이와 정령들 그리고 작물들이 잘 막아주리라 생각하는 진성이었다. 거기에 시우나 성현이한테만 부탁해도 웬만한 일들은 다 해결될 터.

“성장 촉진제 효과를 알았으니까 나중에 다른 거에도 써 봐야겠다.”

아까 정령 나무에 한 개를 쓴 터라 인벤에는 24병이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께 열 병은 드려 볼 생각이었다.

“확실히 사기긴 사기야…….”

인벤에 잠들어 있는 성장 촉진제 병을 보면서 중얼거리는 진성이었다.

자기 자신 능력치도 사기인데 아이템도 사기고 작물들 능력도 사기였다.

세상에 어디 이런 농부가 있을까? 자신이 전생에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엄청 복 받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밭의 관리는 세린이한테 다 맡기고 집에나 갈까?”

벌써부터 게으른 생각을 하는 진성이었다. 밭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본 상태라 진성은 조금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진 거였다.

“잠깐만. 밭의 정보창만 오래간만에 열어 보자.”

오랜만에 열어 보는 밭의 정보창이었다.

[이름:농부 헌터 강진성의 땅

규모:15,000평

등급:SS (세계수의 가호)

상태:최고의 상태를 가진 기름진 땅이다.

특징:SS등급 이상의 땅이다. 엄청 맛있다. 무엇을 심든 최소 A등급의 작물이 탄생한다.(유기농)

작물 목록:아스파라거스, 당근, 상추, 고추, 루콜라, 로즈메리, 민트류, 옥수수, 고구마. 감자, 수박, 각종 허브류 등등.]

“오우야…….”

오랜만에 열어봐도 정말 밭의 상태는 최강이었다.

“너무 눈부시다. 내 밭!”

굳이 안 봐도 되겠네. 최소가 A등급 이라면 상급 품질 이상이라는 건데? 진짜 싸게 내놔도 가격 좀 나오겠는데?

지금 밭에서 키우는 일반 작물들은 시세에 맞춰서 조금 싸게 팔려고 했는데 뭐, 퀘스트로 받는 신기한 작물들만 팔아도 돈은 금방 버니…….

시스템이 주는 작물 씨앗 외에는 싸게 팔아서 인지도를 올리고 싶었다.

“진짜 고급 품질이긴 한데…….”

일단 파는 것은 아직 다 안 자랐으니까 그때 가서 생각이나, 하자는 식이었다.

일단 부모님께서 판매하러 나가는 날에 따라가서 즉석 판매 경험도 해 보고 이것저것 다 해 본 다음에 직접 팔러 나가봐야겠다.

진성은 ‘마음 편안하게 생각해야겠다.’라며 세린이에게 다가가 다시 말을 걸었다.

“세린아~ 아빠, 오늘 일찍 집에 갈 테니까 밭 관리 맡겨도 될까?”

“네! 아빠.”

여전히 씩씩하게 말하는 세린이었다.

그래, 세린이가 밤에도 내 밭을 관리하니까 잘할 것이다.

“그럼 아빠가 내일 약속이 있어서 밭에 안 와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았니?”

“네에~”

미리 세린이에게 얘기했으니 월요일의 밭도 세린이와 정령들이 알아서 관리할 것이다.

“오늘은 진짜 일찍 들어가네.”

진성은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고 집으로 일찍 들어갔다.

“아, 그러고 보니 반찬가게 주문……. 그거 어제 왔어야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어제 주문한 반찬이 어젯밤에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오늘 오려나? 뭐 하루쯤 걸릴 수도 있지.’라며 집에 가는 중이었다.

그런 진성의 폰에 택배 문자가 마침 타이밍 좋게 왔다.

-택배 정원 안에 놓고 갑니다.-

라는 텔포 택배기사분의 문자였다.

“집에 빨리 가서 반찬 냉장고에 다 넣어야겠다.”

진성은 후다닥 집으로 뛰어갔고 정원에 들어서자 보존마법이 걸린 택배 물건을 다 확인해 보았다. 정확히 35가지 반찬이었다.

“오늘은 제대로 된 밥과 반찬을 먹겠구나.”

그동안 진성은 배달만 시키거나 요리도 못하는 똥손이라 대충 인터넷에서 조리법 찾아가며 잡탕찌개로 밥을 먹으며 지내고 있었다.

이젠 반찬가게의 반찬들이 다 도착했으니 먹어보고 맛있으면 계속 시킬 생각이었다.

진성은 빠르게 반찬들을 확인하고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었다. 반찬들을 냉장고에 넣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겨우 오후 5시였다.

“내가 너무 일찍 왔나?”

오늘은 진짜 한 게 없었다.

“나 진짜 이렇게 편해도 되나?”

초기에 비하면 덜 고생한다는 느낌이었다. 이제 나중에 가면 더 편해져서 엄청 게을러질 거 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다.

“일단 저녁 먹을 준비나 하자.”

오늘 온 반찬 중에 장조림이랑 배추김치 등을 꺼냈다. 반찬가게 사장이 마법사인지 모르겠지만 보존마법이 걸려있었는데 대충 확인해 보니 30일 동안 맛과 신선도 유지라는 버프가 걸려있었다.

“솔직히 30일이면 다 먹지…….”

보존마법이라……. 이것도 아이템이 있었던 거 같던데.

마법사 헌터들이 개발한 아이템 말이다. 보존마법 아이템은 월요일에 가서 알아보면 될 거 같고, 일단 밥이나 먹자는 생각에 밥을 먹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해 보네.”

진성은 다 먹고 꺼읔 트림을 하고 배를 팡팡 두드렸다. 꽤 배가 부른 것이다.

“내일 영등포 1호선이라고 했지?”

오전 9시까지였나? 대충 8시쯤까지 가야겠다. 텔포를 이용하면 빨리 갈 것 같은데……. 아니면 그냥 차로 가야 하나?

내비게이터로 봤을 때는 차로 가면 1시간이 걸리고 텔포 타면 단 1분이면 되었다. 대신 영등포까지 텔포 비용이 3만 원가량 나왔다. 빠른 대신 비용이. 크흠…….

“뭐 3만 원쯤이야. 쓰면 되지.”

계좌에 돈도 많은데 3만 원이야…….

아무튼, 진성은 내일을 기대하며 저녁을 먹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노트북으로 서울 어디를 구경하러 갈지 대충 검색 중이었다.

“일단 첫 번째 정령 나무하고 연금술사 공방 그리고 헌터 아카데미…….”

헌터 아카데미라는 곳이 존재하긴 했는데 생산직 빼고는 헌터 아카데미에가서 배운다나 뭐라나.

뭘 배우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던전에서 생존하는 법 같은 것들을 가르치지 않을까 한다.

헌터 아카데미는 외부인의 방문도 허용하였기에 자유롭게 구경이 가능하였다.

“간 김에 구경이나 해 보자. 헌터 아카데미는 가 본 적 없으니까.”

직업이 확정이지만 그래도 구경은 해 보고 싶은 진성이었다. 워낙 전투직업에 대해 동경했던 그였기에…….

한참 동안 노트북으로 가 볼 만한 곳을 살펴보고 있다가 문득 저번에 의뢰한 성장 촉진제 250병을 성현이가 경매장에서 어떤 식으로 판매되는지 보여 주겠다고 하는 게 기억이 났다.

“아, 경매장이면 주민센터 경매장이랑 다른 방식인가?”

뭐, 내일 가 보면 알겠지.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진성은 ‘일찍 잠이나 잘까.’ 하고 누웠지만 설렘과 기대감 때문에 잠이 안 와서 뒹굴다가 밤 11시가 돼서야 잠이 들었다.

그렇게 조용한 밤이 지나가고…….

* * *

대망의 다음 날 월요일이 되었다.

아침 5시가 넘어서 기상한 진성은 대충 씻고 아침 식사를 일찍 하고는 옷을 간단하게 차려입고 정원에 있는 텔포를 손으로 터치해 도착지 영등포역 텔포로 설정했다. 금액은 31,200원이 나왔다.

“이거 결제는 어떻게 하는 거지?”

‘그냥 지나가면 되나?’ 하고 텔포를 타자 결제되었다는 알림이 폰에 떴다.

‘아주 편리하네.’

그렇게 1분 만에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영등포역 1호선 근처 텔포로 나온 진성은 두리번거리면서 몇 년 만에 온 영등포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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