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26. 026화
진성은 미리 심었던 다른 작물들을 확인해 보고 고민하고 있었다. 성장 속도 올려서 지금 수확해 버릴까? 하고 말이다. 뭔가 바로 즉석에서 판매 경험도 쌓고 싶었다.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
정상적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한 지 며칠도 안 됐는데 뒤집을 수 없다.
그러면 남은 방법은 부모님께서 키우시는 작물들 판매하러 같이 나가는 방법뿐인데……. 부모님이 언제 수확하는지 잘 모르는 터라 엄마에게 전화해 보기로 했다.
뚜르르르르.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엄마가 받으셨다.
-아들~ 무슨 일이니?
“아! 엄마……. 혹시 작물 수확 언제쯤 하세요?”
-음……. 상추는 시기가 다 돼서 슬슬 수확해야 되거든?
“……엄마.”
-응?
“저 그 상추 판매하러 나가실 때 저도 같이 가도 돼요……? 아무래도 제가 직접 판매해 본 경험도 없고 해서요.”
-그러렴.
엄마는 흔쾌히 그러라고 하셨다. 부모님께서 키우는 상추와 부추 등을 직접 판매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럼 엄마! 수확할 시기 되면 알려 주세요. 바로 도우러 갈게요.”
-응~ 아들.
엄마와의 간단한 대화가 끝나고 진성은 주머니에 폰을 넣었다.
수확하는 걸 돕고 판매하는 작업이 꽤 기대가 되었다. 수확이야 부모님과 자신까지 세 명이니 금방 할 것이다.
직접 판매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부우우웅~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에서 갑자기 진동이 울려 다시 폰을 꺼냈다.
“뭐야, 성현아?”
-그, 판매는 순조롭게 될 거 같고……. 완성된 것 중에 25개 택배로 보냈다.
“어, 그래.”
진성이 끊으려고 하자 성현이가 ‘잠깐잠깐 끊지 말아 봐.’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왜?”
-진성아, 너 혹시 판매하는 현장 궁금하지 않냐?
“뭐……. 그럭저럭?”
-한 번 구경 와 볼래? 너한테 아주 중요한 경험이 될 거 같은데.
“뭐……. 시간 좀 보고.”
-에이, 매정하게 그러지 말고.
성현이가 계속해서 진성을 꾀고 있었다. 진성은 ‘갈까 말까?’ 하면서 속으로는 ‘재밌을 거 같은데?’라며 튕기고 있었던 것.
“알았어~ 그래, 언제쯤인데?”
-오늘이 토요일이지?
“어.”
-그럼 월요일 오전 9시까지 영등포역으로 와라.
“영등포역? 1호선 말이냐?”
-어……. 너 온 김에 판매장 일부랑 연금술사 공방도 구경시켜 주마.
“그래, 알았다.”
그렇게 성현이와 대화가 끝나자 진성은 다시 주머니에 폰을 넣었다.
“연금술사 공방이라……. 궁금하기는 했는데.”
서울을 자주 가는 진성이 아니었기에 이왕에 갈 때는 첫 번째 정령 나무가 있는 곳이라든가, 다 가볼 작정이었다.
“어디 보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정신없는 토요일을 보낸 진성이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밤 시간대였다.
진성은 집에 가기 전에 운디네와 세린이 작물들 사이로 돌아다니면서 관리를 하고 있는 걸 본 다음에 밭에서 나왔다.
“이제 내가 물 안 줘도 운디네가 할 거 같은데…….”
아니지, 혼자서 다 못 할 거 같으니 내가 도와줘야지! 너무 편하게 생각하면 몸도 마음도 게을러지는 법!
이제 내 레벨도 35이고 C랭크인데……. 제일 바라는 건 중급 농부로 전직하는 것일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빨리 경험을 쌓아서 중급 농부가 되면 좋겠다.”
중급 농부로 전직하면 분명 시스템이 새로운 보상이라든가 뭔가를 줄 것이다.
자신이 각성했을 때도 농부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준 거 보면 중급 때도 뭘 줄지 기대가 되는 진성이었다.
각성한 지 이제 2개월 차였고 그 2개월 동안 많은 걸 경험하고 노력을 하였다. 그럼에도 중급 농부로 되지 못한 걸 보면 더 노력해야 할 판이었고.
다른 농부 헌터들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성장인데도 시스템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농부 헌터들이 이걸 알게 되면 진성에게 불만과 욕설을 할 것임에도 진성은 더 빠르게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월요일에 서울 구경인가……. 재밌는 일이 많이 생기면 좋겠네.”
뭔가 처음으로 연금술사 공방도 가 보는 거 같고 서울 중심에 있는 최초의 정령 나무라든가 여러 곳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진성의 성격상 멀리 가는 것보다는 그냥 집 주변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나마 멀리 간다고 해도 서울이랄까?
“월요일은 그렇다 치고 내일도 힘내서 열심히 작업하자.”
월요일의 기대심은 일단 접어 두고 일요일 작업이 중요했다.
잡초는 제거했지만, 이놈의 잡초들은 신경을 안 쓰면 어느 순간 자라 있단 말이다.
그러니 작물들 상태도 꼼꼼하게 점검하며, 돌아다녀야 했다. 아무리 세계수의 가호라고 해도 잡초 같은 것들은 일일이 제거해야 됐다.
“고라니 녀석은 내일 또 오겠지?”
이제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뭐, 맨날 와서 지켜보다가 가거나 침을 뱉고 가는 패턴이라 진성은 약간 신경은 쓰이지만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다. 딱히 해가 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다른 지역의 농부 헌터들 이야기 들어보면 일부 몬스터 고라니들은 해가 되는 짓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밭에 들어가 농부 헌터들을 위협하거나 밭에 있는 작물들을 먹고 짓밟는 등 여러 가지 피해를 주고 있었다.
다른 지역은 그 정도인데 진성의 밭은 아주 평화로웠다.
“레벨 지금 35인데 왠지 내 예상으로 50되면 중급 농부가 될 거 같기도 하고……. 흐음.”
진성의 혼잣말에는 반응이 없는 시스템이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다가 보면 언젠가 중급 농부로 올라가겠지.’ 하며 씻고 방으로 들어왔다.
“매번 밥해 먹기도 귀찮은데 반찬 주문이라도 할까.”
뭔가 혼자서 만들어 먹으려니 이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진성은 반찬을 주문해 보기로 하였다. 노트북을 켜고 반찬 사이트에 들어가서 30여 가지 고르고 주문을 넣었다. 배달은 총알 택배로 하였으니 아마 내일 아침쯤에 올 터다.
진성이 반찬을 주문하고 뉴스 검색을 하며 시간을 보내려다가 자리에 누웠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현재 시각은 10시쯤이었다.
“뭐지……. 이 야심한 시각에 올 사람이 없는데?”
진성이 현관문 쪽으로 가자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문 앞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택배 왔습니다.”
“이 시간에……. 택배?”
진성이 문을 열어 보니 텔포 타고 온 헌터 한 명이 인벤에서 뭔가를 꺼내 건네주고는 다시 텔포를 타고 가 버렸다.
“아, 연금술사 공방에서 오신 분인가 보네.”
진성이 건네받은 아이템을 확인해 보니 성현이가 보내준다는 그것이었다.
성장 아이템 촉진제라고 적혀 있는 작은 병 25개가 진성의 손에 드디어 들어왔다.
“오! 이게 성장 촉진제구나.”
작은 병 한 개를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아이템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성장 촉진제
등급:레어
특징:최소 7시간부터 최대 15일까지 랜덤으로 효과 부여.]
“랜덤 뽑기 같은 거네.”
최소 7시간은 보장해 준다는 거였고 잘 뽑히면 15일이라는 숫자로 작물의 성장을 앞당길 수 있는 사기 아이템이었다.
“연금술사 헌터들, 진짜 대단하구나.”
진성은 이런 아이템을 14시간 만에 만든 그 연금술사 헌터들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역시 불가능은 없다는 신조를 가진 대한민국의 연금술사 헌터들이었다.
진성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25개 아이템을 인벤에 잘 넣어 두었다.
내일 한 번 써 볼 생각이었기에 기분 좋게 잠이나 자러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누웠다.
“빨리 내일이 됐으면 좋겠다, 흐흐.”
그렇게 진성은 잠이 들었다.
* * *
다음 날.
즐거운 일요일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진성은 새벽 5시부터 잠에서 깼다.
“헌터가 된 뒤로 진짜 조금만 자도 푹 잔 거 같네. 몸이 아픈 것도 없고.”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이 자잘하게 걸려 왔었는데 헌터가 된 후에는 작은 질병들에 걸리지 않았다.
“성장 촉진제랑 일부 열매들은 화요일에 부모님 댁에 가서 드려야지.”
택배로 보낼까 했는데 그냥 직접 가서 드리는 게 나을 듯싶었다. 이렇게라도 효도하고 싶은 진성이었다.
“자! 오늘도 힘내보자.”
진성은 기합을 넣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시원한 물을 마시고 밭으로 향했다. 이제 1만 5천 평을 다 채웠기에 수확의 날을 기다리면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진성이 밭으로 거의 다다르자 세린이와 다프네가 열심히 밭을 돌아다니면서 작물들 상태 점검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세린아.”
진성이 세린이를 부르자 세린은 ‘아빠!’ 거리면서 진성에게 날아왔다.
“그래, 세린아. 잘 잤니? 특이한 경우는 없었고?”
“네, 없어요. 아빠!”
“다행이구나.”
세린이와 아침 인사를 나눈 진성은 1만5천 평 밭을 멀리서 둘러보았다. 열심히 성장 중인 작물들이 보였다.
“1만 5천 평이라……. 이게 내 밭이라니.”
처음에 자신이 막 농부 헌터가 돼서 작은 평수에 고전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이젠 큰 평수를 가지고 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크게 확장해서 최소 10만 평의 땅을 가진 농부가 되고 싶은 진성이었다.
“아! 성장 촉진제 한 번 써 봐야지.”
그런데 이거 정령 나무나 세계수에도 왠지 될 거 같은데……. 모르겠네. 이미 나무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데 이걸 쓰면 레벨업이 되는 건가? 한 번 써 볼까? 라는 고민 중이었는데 진성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시스템의 알림이 떴다.
-성장 촉진제는 세계수 및 정령 나무 등에 사용 가능합니다.
“오! 진짜냐? 시스템?”
-네 그렇습니다. 다만 나무의 기능을 이미 하고 있으므로 성장 촉진제 덕분에 무슨 변화가 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변화라…….
사실 진성도 궁금했다. 시스템의 말이 애매모호 하긴 했지만 ‘한 번 써 봐야지.’라는 마음이 들어 실험해 볼 정령 나무에 다가갔다.
“설마 여기서 레벨업하면 정령이 새로 생기는 건가?”
진성은 인벤에서 성장 촉진제 아이템 한 개를 꺼내 정령 나무뿌리에 다 뿌려 보았다.
그러자 정령 나무에서 바로 변화가 찾아왔다. 밝은 빛이 나기 시작했는데 진성은 등을 돌려 눈뽕을 피했다.
“휴우……. 큰일 날 뻔했네. 소중한 내 눈…….”
약 3분이 지났을까? 크게 빛이 나다가 점차 줄어들었고 몇 초 더 지난 후에는 빛이 아예 없어졌다.
진성은 등 뒤에서 나오던 빛이 없어지자 바로 돌아보았는데 정령 나무의 크기가 한층 더 커진 걸 볼 수 있었다.
“정령 나무 정보창.”
정령 나무의 정보창이 열렸다.
[이름:정령 나무 Lv.4
등급:플래티넘
생각:성장 촉진제 감사염~
특징:지구에서 단 두 그루밖에 없는 정령 나무입니다. 첫 번째 정령 나무는 서울에 있으며 엄중히 보호받고 있습니다.(4대 속성의 정령들 외에 다른 속성의 정령들도 태어납니다.)]
“오, 진짜 레벨업했네.”
정령 나무 레벨업 외에 더 변화된 게 있는지 살펴보는데 정령 나무 뒤쪽에서 뭔가 부스럭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는가?
“으음.”
진성은 정령 나무 뒤편으로 슬쩍 확인하자 진성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새로운 정령이었다. 바로 이 정령의 정보창을 확인해 보았다.
[이름:어스웜
생각:무, 무서워!
특징:형태는 지렁이처럼 생겼으나 땅의 하급 정령이다.]
“땅의 정령까지?”
앞으로 다른 속성의 정령들까지 나올 걸 기대하는 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