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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20화 (20/209)

제20화

20. 020화

사악한 마음이 가득했던 이 씨는 돌아갔고 다시 진성의 밭은 평화가 찾아왔다.

* * *

다음 날, 금요일이 찾아왔다.

“벌써 금요일이네.”

오늘도 일찍 밭에 나가서 상황이나 봐야겠다며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터덜터덜 천천히 걸어서 밭으로 도착한 진성은 여느 때와 같이 세린에게 기분 좋은 인사를 받았다.

세린은 어제 레벨업한 이후로 진성의 등에 달라붙지 않았는데 진성은 조금 섭섭한 눈치였다.

오늘도 밭이나 둘러보며 특이 사항이 있나? 하고는 전체를 둘러보고 있던 도중에 아직 쓰지 않는 구역에서 잡초들이 자란 게 보여 바로 뽑아 버렸다.

“이놈의 잡초들은 내가 한눈팔면 또 생기네, 쓰읍.”

작물들에만 신경을 쓰면 어느 순간 잡초들이 생긴다.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는 설정이 안 된다니.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생길지도…….”

세계수가 더욱더 성장해야 많은 스킬들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게 진성의 생각이었다.

비닐하우스 외 주변 잡초들을 모두 뽑아서 인벤에 넣어 두었다. 밭 바깥에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비닐하우스 점검에 들어가 볼까?”

진성은 발걸음을 돌려 비닐하우스 1,000평의 다섯 개 동에 가 보았다.

A동은 수박, B동은 고추, C동은 허브였는데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흐음~ 잘 자라고 있네.”

특히 수박 동은 줄기들이 사방으로 널려있어서 흡사 정글을 연상케 하였다. 거기에 온도도 엄청 높았다.

“이거 마치 다큐멘터리 찍는 거 같네.”

“수박은 이 정도 온도면 충분할 거 같고……. 이제 고추하고 허브 좀 보러 가 볼까.”

수박 동 하우스 옆이 고추 그리고 허브 동이었는데 수박 동에 잡초가 없는 걸 확인하고 바로 옆 동으로 넘어간 것이다.

“고추도 아주 잘 자라고 있네.”

고추 동 하우스도 수박 동과 같이 별문제 없어 아주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한 달이면 충분하게 자라겠지?”

고추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확인해 보았는데 다들 문제가 없이 잘 성장 중이었다.

“이제 마지막 허브 동인가.”

허브 동에는 로즈메리, 라벤더, 민트류, 박하 등 약 20여 가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본래는 같이 키우면 안 됐지만 세계수의 효과로 병해충도 생기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좋아, 좋아. 다들 잘 자라고 있어.”

이 세계수의 효과가 없었다면 아마 개판이었을지도 모른다.

각종 병과 해충들이 득실거렸겠지. 그 생각만 하면 어우, 끔찍하다.

이제 비닐하우스 두 개 동이랑 나머지 노지 쪽 8,000평만 채우면 되는데…….

대체 뭐를 해야 되나? 기본적인 것들로 다 해 볼까? 아직 초급 농부라서 여러 가지 경험해야 중급 농부로 진급하려나?

내 예상이지만 중급 농부로 진급하면 가축 기르는 거 외에 염전까지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빨리 다른 것들도 하고 싶지만 농사도 순번이 있는 법.”

뭐, 시스템이 알아서 단계별로 진행해 주겠지. 나는 그것만 따라가면 될 거 같고.

“휴……. 이제 잠깐만 쉬자.”

둘러보는 것들은 다했고 물도 주고 비닐하우스 쪽은 세계수가 알아서 조절하고 있었기에 온도 조절을 해야 하는 장비 등을 사지 않아도 되어 장빗값은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진성은 비닐하우스에 나와서 세계수 나무 기둥에 등을 대고 편히 앉아서 헌터 뉴스를 보기 위해 너튜브를 틀었다.

“음, 뭐 재밌는 거 없나.”

그중 실시간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뉴스를 바로 틀어 보았다.

“음.”

영상에는 파주 민통선에서 발생한 몬스터 웨이브에 대항하는 헌터들과 군인 헌터들이 등장했다.

“뭐야, 여기 우리 집이랑 엄청 가까운 곳이잖아?”

진성이 집중해서 영상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채팅방에서는 다들 ‘헌터들 이겨라!! 밀리면 안 돼!’라며 외치고 있었다.

영상 속의 헌터들은 죽어 나가면서도 경계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개미와 곤충류들이었는데 정말 끔찍하게 생겼었다.

“어우……. 끔찍한 몰골들이네.”

헌터들이 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진성도 자신도 모르게 채팅방에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

저들이 밀리면 왠지 자신이 사는 곳, 그리고 문산 일대가 전쟁터가 될 판이었기에…….

계속해서 밀리다가 방송국 헌터가 어디를 비추면서 ‘살았다!’라는 목소리를 냈다.

영상 속 다른 장면에서는 지원 병력이 대거 도착해 있었다. 그중 진성이 좋아하는 상위 헌터들도 보였는데 그들이 들고 온 무기를 한 번 휘두르고 마법을 쏘아대니 몬스터들이 죽어 나갔다.

“오오.”

‘역시 상위 헌터들은 멋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거라도 보면서 대리만족이나 느껴야지.’라며 집중해서 보았다.

영상 속 상황은 대강 정리가 되고 있었는데 일부 몬스터들이 후퇴하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게 아니겠는가?

방송국 헌터가 ‘일부 몬스터들이 민가로 흩어지고 있습니다!’라고 외쳤고, 영상 속 헌터들은 몬스터들이 민가로 가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속도로 죽이고 있었다.

진성은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그런 진성에게 시스템이 알림을 하나 툭 던진 것이다.

-C급 긴급 퀘스트:농부 헌터 진성 님의 땅으로 접근하는 일부 개미 몬스터와 진딧물 몬스터들을 전멸시키세요.

(보상 랜덤 씨앗(유니크 등급)×10개 지급)

실패 시 레벨 5단계 하락

제한 시간:24시간

“뭐? 장난하냐?”

아무리 영상 속 몬스터들이 대거 줄었다지만 개미 몬스터들과 진딧물 몬스터들을 나보고 혼자 막으라고?!

수백 마리 아니, 최소 5천 마리는 되는 거 같았는데?? 장난 하나……. 무슨 병 주고 약 주고야.

그런데 보상이 너무 궁금하다! 또 신기한 작물 같은데. 실패 시 레벨 5단계 하락이라고? 대체 이번엔 얼마나 좋은 거 주려고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진짜 할 말은 엄청 많은데 내가 퀘스트 깨준다.”

사실 짜증은 엄청나는데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시스템, 무서운 녀석이었어…….

“진짜 디펜스는 이번이 두 번째긴 하지만, 이건 쫌…….”

대체 이놈의 시스템은 날 어디까지 괴롭히려고 하는 거지?

“제한 시간이 24시간이라는 건 내일 안에 승부 봐라, 이거네?”

아……. 진짜 이거 다 막을 수 있을까? 저번에 두더지야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이번엔 개미와 진딧물이라니?! 더 골치 아픈 존재들이잖아! 최소 3천 이상인 거 같은데.

하아……. 망할 시스템.

“야, 시스템 너무 한 거 아니냐! 디펜스 퀘스트 이거 말고 또 있지?”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퀘스트입니다.

“아 필요 없어! 그냥 얌전히 농사나 하면서 지내면 안 되냐?”

-안 됩니다.

“아놔……. 결론은 무조건 하라는 거잖아!”

진짜 너무하네! 저 말투로 보아선 앞으로 몇 개의 고비가 더 있다는 얘기인데……. 아, 너무 싫다…….

“일단 집에 가서 또 준비해야겠네……. 씁.”

진성은 편히 쉬려다가 갑자기 뒤통수 맞은 격이라 좀 짜증은 났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였다.

솔직히 디펜스를 즐기고 싶지 않다.

큰 한숨을 내쉬며 평화로운 밭을 뒤로 한 채 빠르게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큰 작전이 필요했다. 파리지옥 500개로는 다 막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 일단 검색을 해 보자.”

진성은 헌터 커뮤니티에서 다른 농부들의 퇴치법을 몇 개 찾아보았는데, 그중 커피 가루를 작물 근처 사이에 뿌리면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방법과 이엠 발효액과 난황유를 배합해서 만드는 최강의 살충제 방법을 찾아냈다.

“아, 이것들을 어떻게 구해야 되나.”

진성은 고민 끝에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기로 했다.

잠시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아버지 강찬성이 전화를 받았다.

“전데요~ 아버지, 그 진딧물 살충제 집에 남는 거 좀 있어요?”

-남는 거는 조금 밖에 없긴 한데……. 이장님한테 말하면 대량으로 구할 수 있을 거다. 진성아.

“아, 그럼 구해다 주시면 안 될까요? 진딧물 예방으로 뿌릴 때가 좀 있어서요.”

-얼마만큼 필요한데.?

“아마 노지 2,000평이랑 비닐하우스 세 개 동 3,000평이요. 즉 5,000평에 뿌릴 건데요.”

-흠……. 그러면 많이 필요하겠군.

“네, 아무래도…….”

-진성아~ 잠시만 기다려라.

“네, 아버지.”

전화를 끊고 진성의 아버지 강찬성은 바로 이장의 댁으로 향했다. 아들이 아무래도 진딧물에 고생하는 듯 보였기 때문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한편, 진성은 아버지를 기다리면서도 역시 살충제는 친구 성현이에게 부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 진성아. 진딧물 때문에 고생이라고?

“그래! 혹시 이엠 발효액이랑 난황유 섞은 살충제 말고 또 없냐? 제일 효과적인 거로.”

-아마…… 잠시만.

수화기 너머에서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 동안 큰 소리가 들리더니 ‘찾았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내가 아는 연금술사분이 제조하는 살충제 있거든~ 그거 얼마나 보내 줄까?

“얼마나 가능한데?”

-아마……. 지금 당장 가능한 건 2L짜리로 하면 9,000L 정도?

“일단 9,000L 다 보내 봐. 얼마냐?”

-잠시만.

다시금 뒤적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마 가격을 계산해 보는 듯하다.

-어디 보자……. 가격은 얼마 하지 않네. 1,300만 원 입금해 봐.

“어~ 그래.”

진성은 바로 성현의 계좌에 1,300만 원을 입금하였다.

-야, 좌표 불러봐! 내가 바로 배송 물건 보낼게.

진성은 집 주소를 불렀고 성현이 말로는 약 10분 후면 집 정원 앞에 도착할 거라고 하였다.

대체 무슨 마법일까? 이게 전송 마법인 걸까?

두 번째 보는 마법이었기에 진성은 이번에도 기대되었다. 사람 전송 마법은 한 번 봤는데 물건도 똑같은 원리인지 궁금해진 진성이었다.

한 10분이 지났을까? 집 정원에서 우우우웅 소리가 나면서 작은 텔포 공간이 생겼고, 거기에 진성이 주문한 살충제 9,000L 즉 2L짜리 병들이 4,500개가 도착했다. 정원이 미어터질 정도로 말이다.

진성은 재빠르게 4,500개 병을 인벤에 넣었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성현이한테 문자로 ‘야 고맙다.’라고 보내니까 성현이는 ‘고마우면 밥이나 사라’라는 문자를 보내 왔다.

“휴……. 아버지한테도 얘기했지만, 취소할 수도 없으니……. 그것도 한 번 사봐야겠네.”

아버지한테 부탁한 걸 취소하기는 조금 애매했던 터라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1시간쯤 지났을까?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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