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17. 017화
“음……. 뭐지?”
자기 얘기하는 줄 모르는 진성은 기사를 읽어보았고, 온통 죄다 자기 얘기뿐인 걸 알게 되었다.
“아니……. 이게 이렇게 된다고?”
진성은 황급히 여러 가지를 검색해 봤다. 물론 자신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사는 지역과 나이 등 추측성 기사들이 왕창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야……. 세상에.”
설마 그 파워 모발 향수 때문에 이렇게 전 세계가 화제가 될 줄 몰랐다.
“경매장 시스템이 익명제도라서 다행이네. 잘못하면 내 신상 다 털려서 기자들 몽땅 몰려올 뻔…….”
진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밭으로 일하러 못 가고 온종일 세상의 관심을 받으며 살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는 건 사양이다.
“나중에 인기를 받아도. 지금은 안 돼.”
현재 자신이 키워보고 싶은 작물이 산더미였으므로, 세상의 관심을 크게 받고 싶지 않은 진성이었다.
“그나저나 포션, 당뇨, 수면 열매 등은 시우에게 납품 계약하고 파는 게 더 이익이려나?”
경매장에 파는 것보다 직접거래하는 게 더 많이 벌 기회이긴 했다. 그래서 시우의 문자나 전화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전 세계가 파워 모발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진성은 별로 관심 없었다.
“일단 경매장에 등록해 놓은 파워 모발이 다 팔렸는지 보자.”
진성이 폰으로 헌터 계좌에 들어가 보니 경매장 수수료 3%를 제외한 1,215억가량이 들어와 있었다.
“이것도 다 매진이라고?”
역시 전국 탈모인 연합이 다 구매한 모양이다.
“역시 효과가 좋나 보네.”
250병이 하루 만에 다 팔렸다고 하니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꽤 오른 파워 모발이었다.
무려 파워 모발! 탈모인들의 마지막 희망이라고도 불리는 향수였다.
“이제 헌터 계좌에 약 1,300억가량 있는 건가, 크으.”
각성하기 전에는 한 푼도 없었는데 각성하고 한 달이 채 안 지났는데 벌써 1,300억을 수중에 가지고 있었다.
“개이득이네.”
그렇게 신난 진성에게 문자가 왔다.
“드디어 왔네, 문자.”
문자 내용에는 아까 보낸 목록들이 진짜인지 믿기 어렵지만 일단 내일 아침에 만나자는 이야기였다.
“어, 그럼……. 어디서 봐야 되지?”
진성은 바로 문자 답장으로 ‘어디서 볼까?’라는 문자를 넣자 바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진성아! 내가 문자에 우리 본사의 산하 기업 회사 약도 보냈으니까 그쪽으로 찾아서 오면 되고, 시간은 음……. 오전 10시까지 와라.
“오키오키.”
-아무튼 아까 보낸 거 진짜지? 거짓말하면 안 된다.
“에이, 친구를 뭐로 보냐! 당연히 진짜니까 보낸 거야. 어차피 내가 인벤에 다 들고 갈 예정이지만. 그때 가서 다 보여줄게.”
시우는 진성의 말이 믿기 어렵지만 뭐, 헌터 세상이기도 하고 신기한 물건들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기에 일단 친구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한 것이다.
통화가 간단하게 끝났고 문자로 온 약도를 보니 위치는 선유 일반산업단지였다.
“뭐야, 엄청 가깝잖아? 그런데 여기에 산하 기업이 있다고?”
시우가 설마 여기서 근무하는 건가? 아니지, 도련님이니까 근무하는 것보다는 시우가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한 개겠군! 부럽다. 도련님 타이틀.
“일단 잠이나 자자. 벌써 이 시간이네.”
아까 뉴스를 검색해 보기도 했고 거기에 시우와 통화도 하고 나니 시간이 어느새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이 시간이라니! 빨리 자야겠다.”
내일 아침 10시에 시우를 만나려면 원래 일어나던 시간 5~6시쯤에 일어나 밭에 가서 특이 사항 있는지 점검해 보고 돌아와서 바로 준비하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뭐, 차로 7~8분이면 갔다 올 거리였다.
진성은 빨리 잠이나 자야겠다며 빠른 속도로 씻고 바로 침대에 뛰어들었다.
그러곤 10분 정도 지나서야 잠이 들었다.
* * *
다음 날, 오늘도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현재 시간은 아침 6시!
“오늘도 상쾌롭구나! 일단 밭에 가야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는 바로 밭으로 향했다.
‘밥은 나중에 먹어야지!’라며 일단 밭으로 도착한 진성은 세린이 반갑게 맞이해 줄 줄 알았으나 세계수에 붙어서 아직도 수면을 취하는 세린이를 보고 조금 걱정이 됐다.
“어제부터 일찍 잠들더니……. 아직도 자고 있네?”
혹시나 안 좋은 상황인 건가, 하고는 세계수의 정령 세린이의 정보창을 열어 봤다.
[이름:강세린 Lv.2
등급:세계수의 정령(유니크)
특징:농부 헌터 강진성의 보살핌을 꾸준하게 받아 성장 중이다. 딱히 특이 사항은 없다.]
“휴……. 다행이군. 성장 중이라……. 그러면 레벨이 오르려나?”
잠든 세린을 잠깐이나마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다른 작물들 상태를 일일이 체크 하고 다녔다.
파리지옥들도 문제는 없는 거 같고, 두더지 군단이 다녀간 이후로 흙투성이인 풍선껌들은 진성이 회수했고.
그나마 특이 사항이라곤 자주 와서 날 비웃고 침을 뱉고 가는 그 몬스터 고라니 외에는 흠…….
“침 뱉는 그 건방진 고라니 녀석. 조만간 잡아서 때린다.”
진성은 복수심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감히 위대하신 인간님한테 침을 뱉어? 잡히기만 해 봐라!
“큰 문제는 없는 거 같으니까 슬슬 집으로 돌아가자.”
오늘도 진성의 밭은 평화로웠다. 어차피 해충이야 와도 파리지옥 500개가 그들을 반겨줄 테니.
“세린아. 아빠 간다.”
세계수에 달라붙어 자는 세린에게 다가와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세린에게 말했다.
세린은 살짝 움찔거렸다. 그러곤 다시 새근거리며 잠에 빠졌다.
그런 세린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진성은 떠났다.
진성이 떠난 지 얼마 안 돼서야 세린과 세계수에서 빛이 나면서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세계수와 세린은 같이 변화 중이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진성은 급히 떠난 것이다. 그 광경을 보지 못했던 것.
바로 집으로 돌아온 진성은 작업복에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잡탕찌개 남은 데 밥을 말아서 비벼 먹은 다음에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현재 시각은 오전 8시쯤…….
“9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하니까. 어디 보자, 1시간 30분 동안 뭐하지.”
아직 집에 TV가 없어서 노트북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왠지 벽면 TV가 당겨왔다.
“씁……. 주문해 볼까.”
지름신이 강림한 진성이었다. 바로 노트북을 켜고 쇼핑을 시작했다.
“TV는 벽면으로 하고, 크기는 어디 보자. 현성기업의 75인치 벽면 TV!”
얼마지? 하고 보는 진성이었는데 보통 일반 가격으로는 아마 80만 원쯤 할 터. 하지만 진성은 헌터 장인들이 만드는 것을 사고 싶었다.
“역시 100만 원을 조금 넘는구나.”
110만 원의 가격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TV 말고 뭐가 집에 필요하려나…….
집 안을 둘러본 진성은 아직까진 크게 필요한 게 없는 거 같아서 일단 TV만 사기로 하였다.
“좋아. 구매 완료.”
총알 택배로 주문하기를 눌렀고 오늘 밤 안으로 배송된다는 알림이 떴다.
“역시 초특급 배송이네.”
배송 기사도 헌터라서 그런지 일반인과 비교하면 체력이 월등하게 높았다.
거기에 인벤이라는 것을 쓸 수 있어서 무거운 가전제품들을 다 넣으면 그만이었다.
참 편리한 세상이구만.
TV 주문 외에 뉴스를 살펴봤는데, 실검엔 아직도 파워 모발이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었다.
거기에 파워 모발을 판매한 헌터를 찾기 위해 기자들과 네티즌들이 추측 중이었다.
“파워 모발의 출처를 찾으려고 하네. 나라는 걸 들키진 않겠지.”
경매장은 익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파워 모발을 진성이 올린 것을 아는 사람은 부모님과 친구들, 경매장 직원뿐이다. 하지만 그 직원은 함부로 떠들 사람이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 말고도 눈치챈 한 사람이 있었으니, 임진리 마을의 일반인 이 씨 아저씨였다.
그는 진성이 헌터로 각성한 걸 들었고 거기에 신기한 작물들을 키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마침 파워 모발이라는 소리를 동네 주민에게 듣자마자 알게 된 것이다. 바로 진성이 출처라는 것을 말이다.
“오호? 저 녀석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 볼까? 아니면 이 소문을 흘려서 괴롭혀 볼까.”
이 씨 아저씨는 몹시 나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진성에게 연락을 한 후에 정체를 세상에 폭로한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아주 질이 나쁜 주민이었다.
과거 조폭이었던 이 씨의 조폭 지인 중 헌터들도 있었는데, 그들에게도 부탁할까? 생각 중이었다.
과연, 이 씨의 계략은 성공할 것인가?
한편 진성은 자신에게 이러한 협박이 올지도 모르고 신나게 준비하고 집을 나왔다. 자신의 애마가 된 차를 보면서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곤 차에 탑승하고 목적지로 향했다.
향하면서 시우에게 ‘나 인제 간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집에서 8분 거리인 선유 일반 산업 단지를 향해 달렸다. 차가 많이 없는 시간대라 5분 만에 도착한 진성이었다.
선유 산업단지에서 남쪽 끝으로 가라는 약도를 보면서 천천히 남쪽으로 향했다. 남쪽 끝자락에 큰 회사 하나가 보였는데 공장도 같이 있는 거 보니 뭔가를 생산하는 회사인 듯했다.
“여기인 건가?”
진성은 확인차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나왔는데 여기 맞냐? 여기 이름이 현도 컴퍼니라고 돼 있거든?”
-어, 맞아. 진성아.
시우의 목소리가 엄청 가까이서 들렸다. 아마 여기가 맞나 보다.
진성은 현도 컴퍼니라는 회사로 들어가 입구를 지키는 경비에게 헌터 라이센스를 보여줬고, 경비는 군말 없이 통과시켜 주었다.
아마 내가 올 거라는 걸 미리 얘기했나 보다.
현도 컴퍼니 입구로 들어온 진성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현도 컴퍼니 1층 로비로 들어섰다.
건물은 4층짜리였고 이 건물 옆과 뒤는 공장 같았다.
1층 로비에는 시우와 시우 옆을 보좌하는 비서 한 명과 헌터 경호원 다섯 명이 있었다.
“여~ 시우야.”
진성이 스스럼없이 시우를 부르면서 다가왔는데 웬걸 시우 옆에 있는 엄청난 미인 비서가 진성을 조금 째려보았다.
시우는 비서가 그런 눈을 하고 있자,
“괜찮아~ 내 친구야.”
비서는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진성은 방금 그 비서한테 쫄았다. 뭔가 이 비서도 헌터 같았다. 기운이 남달랐기 때문에…….
“어디서 얘기할까?”
진성이 비서의 눈치를 보며 시우에게 얘기하자 시우는 따라오라고 했다
비서의 눈치를 보며 따라간 그곳은 2층의 회의실이었다.
회의실에는 현도 컴퍼니 사장과 팀장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도 사장은 시우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 다른 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재벌가의 도련님이라서 그런가? 뭔가 포스가 있는데?
시우와 나와 그 비서만 들어왔고 경호원 다섯 명은 그 회의실 입구를 지켰다.
“어서 오십시오.”
현도 컴퍼니 사장은 진성에게 인사를 건넸다. 진성은 얼떨결에 ‘아……. 네.’ 하고는 인사를 받았다.
시우는 현도 컴퍼니 사장이 내어준 상석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고 비서는 그 옆에 나란히 섰다.
시우는 진성에게 적당한 자리에 앉으라고 하였다.
“그래서 물건은?”
시우는 바로 물건을 보여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말했다. 진성은 인벤에서 물건을 꺼내면서 시우에게 말했다.
“시우야! 너 이거 보면 깜짝 놀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