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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5화 (15/209)

제15화

15. 015화

그렇게 완성된 향수병은 250개 분량이었다. 즉, 250명의 탈모인들을 살릴 수 있는 향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거 경매장에는 어떤 이름으로 올려드릴까요, 고객님?”

“파워 모발 향수로 올려주세요.”

“정말 그 이름인가요?”

직원이 조금 당황했지만, 진성이 네! 라고 하자 조금 한숨을 내쉬며 알겠다고 하고 경매장 시스템에 등록하였다.

전국을…… 아니, 세계를 들썩이게 한 파워 모발 향수의 데뷔였다.

이 물건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든 말든 진성은 그다지 신경을 안 썼다. 일단 탈모인들한테는 큰 도움이 되는 게 맞으니까, 설마 이게 뉴스까지 나오고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 일이 아주 가까운 미래에 여기저기서 화제를 일으키는 걸 현재의 진성은 모르고 있었다.

진성은 경매장에 물건을 올릴 때 이름과 같이 매일 한 번씩 머리에 뿌리고 3일간 매일 반복하라는 설명을 함께 올려 버리고 돈이 들어올 생각에 휘파람을 불며 주민센터를 떠나 집으로 가 버렸던 것.

한편, 경매장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한민국 국내…… 아니, 전 세계인들 즉 일반인들도 경매장 시스템을 많이 이용하는 시대였다. 불치병을 고치는 약이라든가 탈모 치료제 등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 오늘도 탈모 치료제를 찾아 나서는 대한민국의 CEO 중 한 명인 이명희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원형탈모를 매일 저주하고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경매장에 탈모라는 검색어를 치고는 열심히 검색 중이었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꾸준하게 찾는 그였다.

“음? 파워 탈모! 겨우 매일 한 번에 연속 3일이라고? 가격은 왜 이리 비싸지…….”

진짜로 저 파워 탈모가 3일 만에 자신의 머리를 풍성하게 한다면야 돈은 아깝지 않았다. 새로운 물건이기에 돈 기부하는 셈 치고 구입하기로 했다.

딱 한 병을 5억이라는 시작 값에 주고 구매했다.

“제발……. 내 탈모가 치료되기를 크흠…….”

3일간 그는 꾸준히 그 향수로 관리를 할 것이다.

* * *

집에 도착한 진성은 잠시 밭에 들러 주렁주렁 열매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시스템에 질문을 날렸다.

“시스템! 이 나무도 매달 한 번씩 열매가 자라냐?”

어차피 시스템은 잘 답변하지 않으니 그냥 해 본 소리인데 시스템은 진성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의 성장 속도 조절에 따라 하루 만에 다시 자라나게도 할 수 있습니다.

“오! 웬일로 내 질문에 대답을 빨리해 주냐. 뭐, 그건 그렇고 하루라……. 나쁘지 않네.”

진성은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13

랭크:D

직업:초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

능력치:힘 130 민첩 130 마력 2000 체력 1950

고유 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50배 빠르게 적용합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500 마력 500)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나도 렙 13이구나. 그런데 이거 랭크는 언제 오르지?”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은 조금 더 레벨업을 하셔야 합니다.

“시스템……. 오늘따라 너, 말이 많다? 뭐, 나야 상관없지만.”

뭔가 오늘따라 시스템은 진성이 질문하는 것마다 다 대답을 해 주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그전에는 거의 대답 안 하더니. 저 녀석도……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는 걸까?

“그런데 세린이는 레벨업 언제 해?”

진성은 세린이가 세계수 나무에서 잠을 자는 것을 보고 시스템에게 또 질문을 했다.

-농부 헌터 강진성 님이 레벨업을 하시면서 세계수의 정령 강세린 님을 잘 관리해 주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일단 레벨업을 열심히 노려라 이 말이냐? 어휴……. 그 레벨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 내가 열심히 하지.”

퀘스트로 작물을 레벨업 시켜야 내 레벨이 오르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인지 아직 감이 안 잡혔기에 조금 답답한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진성이 마지막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면 시스템! 내가 키운 작물을 내가 먹어도 레벨업에 효과가 있냐?”

-일부 효과를 미치긴 합니다. 다만 과한 복용은 중복되지 않습니다.

“그래? 나름의 적용이 되긴 한다는 거네.”

흐흐흐, 좋은 걸 알아버렸다. 내가 기른 토마토를 일정량 먹으면 레벨업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잖아? 그러면 나야 좋지!

빨리 레벨 올려서 랭크도 올리고 싶다. 현재 초급 농부인데 중급 농부로 되면 축산업도 가능해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진성이었다.

“세린이도 지금 자니까 시간이 몇 시지?”

폰을 켜서 보니까 벌써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진성은 대충 마무리를 하고 작물의 상태를 좀 더 점검하고는 자는 세린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진성이 계속해서 세린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며 관리를 해 주고 있었다.

나중에 세린이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기대됐다.

진성이 집으로 돌아와 대충 잡탕찌개에 밥을 비벼 먹고는 그날도 일찍 잠이 들었다.

* * *

다음 날이 시작됐다.

여전히 물주고 작물의 상태를 관리하고 그렇게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 와중에 레벨업은 하지 않았지만, 점차 농부로서의 면모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리바리 타던 진성이 아닌 이제야 초급 농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해야 하나?

열심히 폰으로 이 작물은 어떻게 기르는 건지 공부하면서 고민도 해 보고 방법도 찾아보고 있었다.

그 3일이 지났을 때, 진성의 밭에 심어 두었던 아스파라거스, 상추, 루콜라, 당근 등은 다 싹을 틔웠고 폭풍 성장 중이었다.

일반 작물이 아닌 세계수의 가호 때문일까? 일반 작물들보다 크기가 더욱 컸다.

“후, 오늘도 조금 덥네.”

15,000평에서 2,000평이 채워진 곳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진성이었다.

“내가 2,000평을 채우긴 했구나. 이제 비닐하우스도 활용하고 나머지도 써야 하는데. 힘들긴 하네.”

역시 농사는 만만치 않다. 2,000평을 관리 중인데 이렇게 어렵다니. 진짜 1만 평 이상 혼자서 하는 다른 농부 헌터들이 존경스러워진다.

“우리 부모님도 5,000평을 하시지만 대단하시네…….”

이게 농부의 위대함일까?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농부의 구슬땀 그리고 작물들이 다 자라났을 때의 쾌감 같은 걸 일반인일 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사춘기가 왔을 때는 농사를 하고 싶지 않았던 진성이었다.

* * *

그 3일간 전 세계에서는 진성이 내놓은 파워 모발 향수가 화제가 되었다.

탈모에서 풍성한 모발이 된 사람들이 생겨났고 어느 순간 250병이 다 매진이 되어 버렸다.

다들 이걸 올린 사람을 칭찬하면서도 출처를 찾고 싶어 했으나 경매장 시스템은 절대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그저 어느 농부 헌터의 발명이라는 것밖에는 다들 알지 못했다.

이명희 CEO는 그 향수 덕분에 원형탈모에서 풍성한 모발을 갖게 되었고 탈모에서 자유를 되찾았다. 그는 이 물건을 써 보고 전국 탈모인 협회 사이트에 후기를 남겼고 그게 큰 화제가 되었다.

어중이떠중이 그런 사람이 쓴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나름 유명한 기업인이 쓴 리뷰였다.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던 터라 다들 기부하는 셈 치고 돈을 모아서 구입해서 같이 쓰기 시작하거나 그랬다.

20mg이면 적어도 두세 명분의 분량이 나왔기에, 탈모인 친구들은 서로 돈을 모아서 써본 것이다. 그 결과 250병으로 최소 400명 이상의 전 세계 탈모인들이 탈모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파워 모발 향수를 칭송하며 풍성한 모발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 당당하게 거리를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가발과 흑채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그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전국 탈모인 협회에서는 완전히 치료된 탈모인 400명을 축하해 주었고 그 소식을 접한 전 세계 방송인들이 400명의 일부를 찾아가 취재하였고, 그게 뉴스에까지 나왔다.

그렇게 전 세계가 들썩였지만 정작 파워 모발 향수를 올린 진성은 워낙 뉴스를 잘 안 보는 터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작물에만 관심이 있을 뿐…….

“하암……. 이제 수박이나 다른 것들도 도전해 볼까.”

진성이 제일 해 보고 싶었던 작물이 수박이랑 망고 등등이었는데 뭐, 자신이 먹기도 싶었고 팔아보고도 싶었기에…….

일반 저 당근과 상추, 아스파라거스, 루콜라 등은 수확할 시기가 되면 시우에게 연락을 해서 계약을 맺고 납품하면 될 터…….

일반 크기도 아니니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겠지만, 진성은 그렇게 비싸게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퀘스트로 받은 작물들만 비싸게 팔고 다른 평범한 작물들은 시세에 맞춰서 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일단 저거 수확부터 하고, 그다음에 비닐하우스에 수박도 길러야지, 흐흐.”

수박은 길러서 부모님께 먼저 드리고 나머지는 먹거나 팔려고 생각 중이었다.

진성은 열심히 오늘도 작업했고.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 돼서 세계수의 나무 그늘에서 쉬려고 앉으려는데, 갑자기 어디서 시선이 느껴졌다.

그쪽을 쳐다보니 웬 엄청나게 큰 고라니 한 마리가 자신의 밭 주변에 얼짱 거리며 서 있는 게 아닌가!

“설마 저 고라니, 내 작물들을 먹으려고?”

진성은 바로 인벤에 있던 삽을 꺼내 들었다. 여차하면 저 녀석을 쫓아내려고 말이다.

진성은 그 고라니가 한동안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고 가만히 있자. 호기심도 들고 궁금증도 생겨서 주변 잡초들을 뽑아서 그걸 들고 다가갔다. ‘고라니한테 먹으라고 줘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고라니는 진성이 다가옴에도 가만히 있었다.

“고라니야~ 이거 먹어볼래?”

잡초 일부를 툭 고라니 앞에 던져보았다. 고라니는 잡초를 킁킁 냄새 맡더니 진성을 쳐다보며 퉤엣 침을 뱉었다.

“아니, 저 자식이?”

진성이 갑자기 습격을 받아 화가 나서 고개를 들어 고라니를 쳐다보자 고라니는 달아나면서 비웃는 표정이었다.

“아니?! 감히 고라니 따위가! 나에게 침을 뱉다니!”

진성은 저기 멀리서 도망가는 고라니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몬스터 고라니 Lv.9

생각:바보 같은 인간이다!

특징:평범한 고라니에서 몬스터로 진화한 개체입니다.]

“뭐? 나보고 바보 같다고?!”

고라니는 아주 멀리서 진성을 보며 비웃는 거 같았다. 진성은 화가 매우 났지만 잡기도 뭐해서 삽으로 위협만 했다. 고라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 그 자리에서 땅바닥에 침을 뱉었다.

“저저! 건방진 고라니 녀석.”

아니, 두더지 군단 습격 다음에 이젠 한낱 고라니 따위가 날 습격하다니! 이거 일부러 그런 거지? 야, 시스템! 갑자기 저 고라니가 나타날 리 없잖아?! 안 그래?

속으로 그렇게 외쳤지만 시스템은 못 들은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진성은 왠지 저 몬스터 고라니는 자신에게 해가 되지는 않겠지만 자주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 또 오기만 해 봐라! 내 발로 궁둥짝을 차 버리겠어.”

침 공격을 받은 진성의 분노였다.

“고라니가 나타났으니 설마 이젠 멧돼지까지 나오는 건 아니겠지? 시스템?”

아까는 잘 대답하던 시스템은 또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시스템도 진짜 제멋대로구나! 에구구,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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