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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4화 (14/209)

제14화

14. 014화

드디어 결전의 날이 되었다. 진성은 황급히 일어났다.

바로 오늘이 D급 퀘스트 두더지 군단의 습격이 있는 날이다.

“좋아, 준비는 다 됐는데. 대체 얼마나 몇백 마리가 몰려오는 거지?”

괜히 시스템이 퀘스트를 걸 리가 없다. 분명 함정을 파 뒀을 거 같은데, 두더지가 몇 렙이고 몇 마리인지를 전혀 모르니 답답하긴 하였다.

“두더지하고 대대적으로 싸우긴 처음이네.”

좀 어이없는 상황이었지만 이 퀘스트를 끝내면 보상으로 나오는 달콤한 랜덤 씨앗이 기대되는 진성이었다.

진성은 집에서 나와 결전지인 자신의 밭으로 향했다. 아직 두더지 군단의 습격 시간이 안 되었는지 평소처럼 조용했다.

마치 폭풍전야라고 할까 일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세린은 평소처럼 오늘도 진성을 아빠라고 부르며 날아왔다. 그런 세린을 쓰다듬는 진성이었다. 세린은 또다시 진성의 몸에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익숙해져서 그런지 지금은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자, 와라! 두더지 녀석들!”

만반의 준비를 한 진성은 농부의 삽과 낫을 꺼냈다. 파리지옥 1단계 방어벽과 2단계 풍선껌이 뚫리면 남은 녀석들은 아마 자신이 잡아야 할 것 같기에 준비를 하는 진성이었다.

꿀꺽 소리를 내며 긴장을 하고 있었다. 시스템이 언제 두더지 군단을 소환할지 몰랐기에 긴장의 연속이었다.

준비가 다 되자 시스템의 알림이 뜨기 시작했다.

-D급 퀘스트:두더지 군단의 습격을 막아내세요.

(습격 시작까지 남은 시간:10분)

“올 테면 와 봐라. 끝장내 주마.”

진성은 삽을 꽉 잡고는, 여차하면 삽으로 무쌍을 보여줄 것이다

감히 두더지 따위가 이 농부 헌터 강진성에게 덤벼? 후회하게 해 주지!

시간이 흘러 10분이 지나자 동서남북에서 이상한 문이 생기더니 두더지 군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는 어림잡아 1,000마리 이상인 것 같았다.

아니, 최대 5,000마리 같은데? 거기에 일반 두더지보다 몸집이 두 배로 크잖아? 이거 그냥 몬스터 두더지 아니냐?

“야, 시스템. 이거 일반 두더지 아니지? 아무리 봐도 너무 크잖아.”

아무리 불러봐도 말이 없는 시스템이었다.

이런, 낭패다……. 일반 두더지인 줄 알았는데.

“내 작물은 어떻게든 지킨다.”

진성은 자신의 밭 경계선에서 파리지옥들이랑 대치하는 두더지 군단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레벨이 몇이고 체력이 몇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름:강화 두더지 Lv.5

등급:C

체력 150

생각:저 씨앗들을 모조리 먹어 주겠다!

특징:시스템이 소환한 강화 두더지입니다. 일반 두더지보다 몸집이 두 배 크고 민첩성 또한 일반 두더지에 비해 빠릅니다.]

“이럴 줄 알았다……. 날 방해하려는 거야, 시스템은.”

어떤지, 요즘 너무 퍼다 주기만 하더라. 이런 시련까지 준비하다니. 하긴 달콤한 보상만 있을 리가 없지.

파리지옥들은 두더지들이 넘어오면 바로 공격할 기세였다.

파리지옥은 겨우 500개. 그에 반면에 두더지 군단은 5,000마리였다. 10배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동서남북의 두더지 군단이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슬슬 막아야 했다.

진성은 손에 퉤 침을 뱉은 후, 삽을 꽉 쥐며 오는 족족 날려 버리려고 자세를 잡았다.

샤샤샥 소리가 나면서 두더지들이 경계선을 넘어오고 있었다. 파리지옥들은 입을 벌리며 두더지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수가 너무 달려서 다 막지는 못했다.

두더지들이 중간 사이로 넘어오자 다음 2단계 관문은 진성이 깔아놓은 풍선껌 5만 개였다.

동글동글한 껌들이 사방에 떨어져 있자, 두더지 군단은 씨앗들보다 껌을 열심히 주워 먹고 있었다.

달콤한지 열심히 찹찹찹 씹어먹고 있었는데 씹을수록 숨쉬기가 힘들어진 두더지가 보였다.

“좋았어.”

진성은 풍선껌을 설치해 둔 걸 잘했다고 여기며 숨쉬기 괴로워하는 두더지들을 삽으로 쳐서 기절시키고 있었다.

“어떠냐!! 감히 내 땅에 쳐들어오다니.”

진성은 삽으로 진정한 무쌍을 보여주고 있었다.

두더지를 처치할 때마다 자신이 심은 작물 한 개를 더 지킬 수 있는 생각에 미친 듯이 살육을 저지르고 있었다.

두더지는 피를 흘리며 죽는 게 아니라 그저 데이터 조각이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정말 두더지 군단에 대항해서 디펜스를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진성의 주변에는 두더지 주검들이 넘쳐났고 파리지옥 주변과 풍선껌 주변도 산더미였다.

대부분 데이터 조각으로 나누어져서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진성은 ‘내 작물은 얼마나 피해를 봤을까?’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뒤에 있던 작물들을 보았는데 다행히 단 한 개의 씨앗도 피해가 없었다.

“휴우……. 다 지킨 건가.”

대충 3시간의 지독한 싸움이었다.

세 시간 동안 날뛰어서 온몸에 땀이 한가득이었다. 마치 헬스장을 갔다 온 사람처럼 말이다.

“어오, 끈적거려.”

진성은 온몸에 땀이 나고 해서 아마 체력도 엄청 깎였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야! 시스템 이제 끝난 거냐? 더는 없지?”

-D급 퀘스트:두더지 군단을 막으세요.

100%의 확률로 막았습니다.

(보상을 수령하세요.)

“그래! 드디어 보상이란 말이지!”

나를 이렇게 고생시킨 만큼 좋은 보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진성이었다. 그런 기대감 속에 보상을 받았고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랜덤 씨앗

특징:평범한 씨앗으로 보이지만 심고 키우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대체 이것의 정체는 뭘까?”

진성은 랜덤 씨앗 세 개를 가지고 모종삽을 들고는 황금 사과나무 근처에 간격을 둬서 심어 버렸다.

“왠지 나무쪽 같단 말이야.”

진성이 생각하기에 이 씨앗은 나무의 한 종류 같았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어우, 이제 씻고 와야겠다. 너무 찝찝하네.”

전투 퀘스트가 다 끝나자 세린은 진성에게 다가왔다. 등에 달라붙으려고 하자 진성이 막았다.

“세린아 미안하지만, 온몸에 땀이 나서 찝찝해서 안 된단다.”

“괜찮아요, 아빠.”

세린은 나에게 이상한 버프를 걸어주었다.

응? 이거 뭐지?

몸에 활력이 돌고 마치 샤워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몸에 있던 땀들이 모두 없어졌다. 아까 전투하기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세린아, 이거 뭐니?”

“활성화 버프예요.”

“활성화?”

진성은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10

랭크:D

직업:초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

능력치:힘 100 민첩 100 마력 1600 체력 1650(-783)

고유 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50배 빠르게 합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500 마력 500)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버프:활성화(몸의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해 주며 체력의 회복량을 늘려준다.)]

“이게 활성화구나……. 좋은 버프인걸? 고마워, 세린아.”

“네.”

세린이는 다시 진성의 등에 달라붙었다.

뭐, 이 정도의 버프를 걸어 줬으니 딱히 씻지 않아도 되겠네.

“이제 두더지 군단은 막아냈고, 저 랜덤 씨앗만 관리하면 되나?”

진성은 너무 궁금해서 ‘성장 속도를 150배로 늘려서 10분 만에 자라게 해 볼까?’라는 욕심이 생겨서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성장 속도를 조절하였다.

웬걸, 랜덤 씨앗은 10분이 아니라 단 3분 만에 확 자라나 나무가 되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 나무였다.”

진성은 성장 속도 다시 원래대로 조절한 다음 그 정체불명의 나무에 다가가서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파워 주렁주렁 열매 나무 Lv.2

등급:중급

생각:흑채 따윈 필요 없어! 이 몸이 최강인 것이다!

특징:이 열매의 즙을 짜서 머리에 하루 한 번, 3일 동안 뿌리기만 한다면 풍성해진다!(흑채보다 100배로 더 좋음.)]

“이름이 왜 저래. 그리고 특징 뭔데?”

흑채보다 좋다고? 마침 아버지도 흑채를 애용하시는데, 저걸로 만들어서 보내야겠다.

레벨도 단숨에 2가 될 줄이야! 역시 성장 속도 저건 사기야. 거기에 효과가 확실하다면 개이득이지! 이것도 돈벌이다! 흐흐흐흐.

“열매가 이건가?”

나무에 다가가서 보니 한 그루당 열매가 200개 이상 달려 있었다. 저 나무가 다 자라자 또 레벨업이 되었다는 알림이 3단계나 뜬 것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3

“이젠 귀찮으니까 ×3 붙여서 알림 주는 거냐? 시스템…….”

참으로 이상한 시스템이다.

“일단 다 수확하자.”

진성은 세 그루에 있던 열매 600개를 수확하고 인벤에 넣었다. 그러곤 그중 100개는 부모님께 보낼 것으로 따로 빼고 500개를 가지고 경매장에 가봐야 할 것 같았다.

마침 돈도 지금 많이 없으니 이걸로 엄청 벌어야지.

진성은 또 돈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세린아! 아빠 잠시 어디 갔다 올 테니까 잠시만 여기에 있어.”

“네, 아빠.”

세린이는 다시 세계수로 돌아갔고 진성은 빨리 가서 팔 생각에 아주 즐거워졌다.

주변 작물들 상태를 한 번 확인해 보고 세계수와 그 외 나무들에는 물을 한 번씩 주고는 재빠르게 집으로 달려와 작업복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는 바로 차에 시동을 걸어 문산 주민센터로 달렸다.

* * *

15~20분 거리를 10분 만에 달려서 문산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오늘도 여전히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진성이 차를 몰아 주민센터 뒤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인벤에 주렁주렁 열매들이 잘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3층 경매장으로 올라가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렸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네.”

진성은 남의 정보창도 볼 수 있는 권한을 시스템에서 받았는데 대충 지나가는 헌터들의 정보창을 살짝 들여다보니 자신처럼 농부 헌터도 보였고 성기사 또는 전사, 사냥꾼 등등 각종 직업 헌터들도 있었다.

“좋겠다. 다른 전투직업들은…….”

아직도 미련이 남은 진성이었다.

진성의 앞에 있던 사람들이 줄어들고 약 30분 후, 자신의 차례가 오자 배정받은 2번 카운터 앞에 섰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오늘은 판매하려고 왔습니다.”

“어떤 걸 판매하시려고 하시죠?”

진성은 바로 인벤에 있던 열매 하나를 꺼내서 보여 주었다.

직원은 여기서 워낙 오래 일했기 때문에 바로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열기 전에는 외관상 오렌지 같은 열매였는데, 열어 보고 나니 이것 또한 처음 보는 열매였던 것이다.

“저기, 고객님? 이거 진짜인가요?”

“네, 맞습니다.”

“여전히 신기한 걸 가져오시는군요.”

“대충 얼마일까요?”

“일단 지금 여기서 즙을 만들고 작업해서 향수병에 각각 담는다면, 한 병당 최소 2억 이상이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5억 같군요.”

“이거 아마 영구할걸요?”

“그러면 말이 달라지죠. 고객님. 10억 보장합니다.”

“오……. 지금 열매는 500개 있는데 향수병에 담으면 몇 개 분량이 나올까요?”

“일단 크기는 오렌지보다 훨씬 크니까 아무래도 저 두 개당 한 병, 20mL 정도 나올 듯합니다.”

“그럼 바로 작업 되시나요?”

“네, 가능합니다. 고객님.”

진성은 바로 500개를 넘겨주었고 그 직원은 주변 할 일이 없는 직원들을 시켜서 열심히 즙을 짜기 시작했다.

20mL 병을 가져와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담는 작업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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