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13. 013화
2번 카운터를 담당하는 직원은 황급히 떠나는 진성을 보고 두더지 때문에 ‘엄청 고생하시나 보네.’라고 생각하며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진성은 풍선껌만 구매하려고 했으나 파리지옥도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작물이었기에 함께 구매한 것이었다.
“빨리 돌아가자.”
아니, 돌아가기 전에 장도 볼까? 이왕 온 김에…….
어차피 업체 직원들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대형마트 가즈아.”
주차된 차를 타고 근처 대형마트로 향한 진성이었다. 온 김에 이것저것 구매하려고 하였다.
* * *
대형마트에 도착한 진성은 1층 식품 코너를 돌며 우유 몇 팩과 시리얼 그리고 라면 또는 각종 과일과 채소 등등 무려 50만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정도면 며칠은 버티겠지.”
인벤에 모조리 넣은 진성은 대형마트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차를 타고 룰루랄라 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여기서 집까지의 거리는 차로 겨우 15분 정도였다. 가야리가 문산 시내와 거리 차이가 많이 안 났기에 차로 더 빨리 왔다 갔다 가능한 것이다.
집에 도착한 진성이 시간을 보니 30분 뒤면 업체들이 올 시간이었다.
“그런데 비닐하우스면 작업 오래 걸리지 않나?”
보통 헌터 작업자들이 아니면 며칠 걸린다고 들은 거 같은데……. 얼마나 걸리려나? 시우가 특별하게 엄선해서 보냈다고 하니 꽤 장인들이겠지?
그런 생각들을 하며 30분을 꾹 참고 기다린 진성은 집 밖에서 차량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왔다.
그런데 웬걸, 시우까지 같이 온 것이다.
“엥?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시우의 차량과 작업자들의 차량으로 보이는 몇 대가 도착했다.
“시간이 남아서 온 건데.”
시우가 차에서 내리자 검은색 세단에서 시우를 경호하는 헌터 두 명이 내렸다. 진성은 그 두 명 중 한 명을 알아보고 크게 놀랐다.
“아니? 저분은?”
진성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군에서 헌터들을 부러워할 때 TV에서 본 성기사 헌터였기 때문이다.
엄청 화려한 백색의 갑주를 입고 전방에 나서서 몬스터들을 막아내며 팀을 지켜주는 그 수호신! 진성이 한때 동경하던 헌터였다.
“아아~ 저 헌터?”
진성이 갑자기 흥분하면서 자신의 경호하는 사람 중 한 명을 쳐다보길래 이해한 시우였다.
“시우야, 나, 이분 사인받아도 되냐? 그리고 이분이 왜 널 경호하는데?”
“무슨 소리야! 우리 회사 소속 헌터인데?”
“헐…….”
시우를 경호하는 헌터 두 명은 아무 말 없이 시우를 묵묵히 지켰다.
이런 부러운 놈 같으니라고. 내가 동경하는 헌터란 말이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네 땅으로 안내해! 나도 바쁘니까.”
“쳇. 알겠다고.”
진성은 투덜거리면서 그들을 자신의 땅으로 안내하였다. 그리고 15,000평 중 우측 끝에 있는 5,000평을 가리키면서 여기로 작업해 달라고 하였다.
시우는 데리고 온 장인들에게 진성이 가리킨 곳에 1,000평 비닐하우스 다섯 동을 지으라고 했고, 다들 군말 없이 작업에 들어갔다. 엄청난 작업 속도였다.
역시 시우가 데려온 사람들이네.
“시우야. 근데 얼마나 걸리냐?”
“아마 4시간이면 다 끝날걸.”
“허……. 엄청 빠르네.”
“당연하지, 헌터들인데.”
“하, 하긴. 하하하.”
그런데 자신이 오면 항상 보이던 세린은 보이지 않았다.
뭐지? 세계수는 있는데 말이다.
진성이 세린을 걱정하자 어디선가 진성에게 속으로 ‘아빠, 저는 여기 있어.’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세계수의 꼭대기에 있는 세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성은 세린이 있는 걸 확인하고 다시 시우와 비닐하우스에 관한 이야기와 유통에 관해서 이야기하였다.
“그래서 여기 땅 전부에 작물 키운다고?”
“어! 그런데 경매장에 내놓기에는 너무 왔다 갔다 해야 돼서~ 네가 저번에 말했잖아. 필요하면 납품 얘기해 달라고.”
“아아~ 일단 작물 다 키우고나 말해! 지금 딱 봐도 별거 없네.”
시우 눈에는 겨우 사과나무 몇 그루와 엄청 큰 나무밖에 안 보였다. 땅은 휑했던 것이다.
2,000평에 씨앗을 심었다곤 하지만 아직 싹이 나온 것도 아니고 너무 진성이가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쨌든 내 고유 스킬 때문에 금방 자랄 거다. 두고 봐라. 금방 수확한 거 보여 줄 테니.”
“그래, 얼른 보여 줘라. 진성아.”
시우는 진성이 너무 과장되게 말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설마 그런 사기 능력이 있는 줄은 모르는 시우였다.
“그나저나 저분 사인 좀…….”
“에효……. 알겠다. 현우 씨! 이리 와 보세요.”
“네, 도련님.”
성기사 B랭크 헌터 심현우는 현성기업의 둘째 도련님이 부르자 조금 긴장한 듯이 대답을 하곤 바로 달려왔다.
진성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리 시우가 도련님이라곤 하나 자신이 동경하는 그 헌터가 저렇게 긴장하다니! 마음에 안 드는구만.
“옆에 있는 애가 제 친구인데, 현우 씨 사인받고 싶다고 하거든요? 가능하겠어요?”
“네, 됩니다. 도련님.”
“그럼 해 주세요.”
성기사 헌터 심현우는 입고 있는 정장 안쪽 주머니에서 종이와 만년필을 꺼내서 사인을 정성스럽게 하고는 진성에게 건넸다.
진성은 동경하던 헌터의 사인을 조심스레 받았다.
“크……. 감사합니다.”
“네. 별거 아닙니다.”
진성에게는 별거 아니듯이 말하는 현우였다.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주변을 경계하였다.
다른 헌터 한 명은 현우한테 뭔가를 물어보았다.
“현우야! 도련님이 너 왜 부른 거래?”
“아니, 도련님 친구분이 내 사인이 필요하대서.”
“역시, 너 인기 많구나. 심현우.”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래, 그래.”
둘은 짧은 이야기를 하고는 다시 주변을 경계하면서 경호를 하였다.
“아무튼 시우야. 고맙다! 업체 부른 거랑 등등.”
“뭐, 별일 아니니까 해 준 거야.”
시우 녀석 쿨하긴…….
그렇게 4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시우를 따라왔던 작업자들이 진성에게 다가왔다.
“모든 작업이 끝났습니다. 고객님.”
진성이 그곳을 돌아보자 비닐하우스 1,000평짜리 다섯 개 동이 완성되어 있었다.
“오오, 드디어.”
“자, 이제 계좌이체해라. 진성아~”
“아, 알았어. 얼마라고 했지?”
“1,000평에 2억이다. 원래 일반 자재면 200평당 1,600여만 원인데. 건축자재 좋은 거로 썼다.”
“그럼 10억 이체 하면 되냐?”
“어~ 나한테 이체하지 말고.”
시우가 작업자들에게 눈짓을 주자 한 작업자가 진성에게 이체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 진성은 그 계좌번호에 이체를 하였다.
“이체했다, 시우야.”
“그래. 난 이만 갈 거니까 작물 수확할 시기 되면 알려줘.”
“어~ 그래. 고마워.”
시우는 작업자들과 경호 헌터 두 명과 같이 돌아갔다.
“이제 나만의 비닐하우스 다섯 개 동과 노지 1만 평이라……. 크으.”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비닐하우스 쪽을 다시 점검해 보는데 시우가 지시한 것인지 몰라도 비닐하우스에 차광막까지 일부 설치되어 있었다.
“차광막 센스.”
이제 내일 두더지 디펜스에 대비해서 함정을 깔 시간이다.
시우네 일행이 다 돌아가자 세계수 꼭대기에 숨어 있던 세린이가 내려와서 다시 진성의 등에 달라붙었다.
진성은 세린이를 쓰다듬었다. 세린은 아빠의 손길이 좋은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두더지 녀석들 한번 죽어봐라. 흐흐흐.”
진성은 풍선껌 5만 개를 다 까서 한 개 한 개를 동그랗게 말아서 밭 가장자리에 주르륵 설치하고 혹시 몰라서 밭 사이에도 뿌려두었다.
“두더지 녀석들, 먹다가 목에 걸려 질식사하겠지.”
풍선껌으로 두더지 군단을 해결하려는 진성이었다. 과연 그게 먹힐 것인가?
진성은 풍선껌 외에 파리지옥도 밭 끝자리에다가 간격을 띄워서 심었다.
그리고 밭 정보창을 열어 보았는데 그 이유는 파리지옥들의 성장 배속을 높여서 빠르게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밭의 상태창을 보고 기절할 뻔한 진성이었다.
아니, 밭의 상태가??
[이름:농부 헌터 강진성의 땅
규모:15,000평
등급:S (세계수의 가호)
상태:매우 상태가 좋은 땅이다.
특징:S등급 이상의 땅이다. 무엇을 심든 최소 B등급의 작물이 탄생한다.
작물 목록:500평의 아스파라거스 (남은 시간:2일)
500평의 당근 (남은 시간:3일)
500평의 상추 (남은 시간:3일)
500평의 루콜라 (남은 시간:2일)]
“어? 내가 잘못 봤나.”
진성이 두 눈을 비비고 쳐다봐도 등급과 다른 것들이 엄청나게 바뀌어 있던 탓이다.
“미친…….”
야, 시스템! 이거 너무 많이 퍼주는 거 아니냐? 밭도 진화시키려고? 뭐, 나야 좋긴 한데. 이렇게 너무 많이 퍼다 주니, 참…….
아, 그래서 퀘스트로 날 괴롭힐 셈이구나? 그래, 시련과 즐거움을 같이 주는구나. 나쁜 시스템.
아무튼 진성은 밭의 상태를 넘기고 파리지옥 성장시간을 100배로 늘렸다.
그리고 10분을 기다리자 심어둔 파리지옥들이 싹을 틔우고 급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있었다.
“오호, 저렇게 자라는구나. 급속 성장 대단해.”
미친 듯한 성장 속도였다. 마치 몇십 배 배속으로 보는 과정이랄까? 엄청난 광경이다.
“두더지 녀석들, 올 테면 와 봐라.”
파리지옥 500개가 너희를 기다리고 있단다, 흐흐흐.
일반 품질의 파리지옥이지만 세계수의 가호를 받는지 더 강해 보였다.
파리지옥의 상태창을 열어봤다.
[이름:세계수의 가호를 받은 파리지옥 Lv.7
등급:B
생각:이 밭의 파수꾼은 나다!
특징:개구리, 두더지, 멧돼지 등 웬만한 것들은 이 파리지옥으로 처단 가능.]
“와, 무슨 렙7이나 하냐. 나랑 겨우 3렙 차이라니.”
무서운 파리지옥이다.
일단 100배 성장은 끄자, 너무 무섭다. 그대로 놔두면 저 파리지옥 렙 30 찍는 거 아니야?
진성은 급히 원래대로 둘려 두었다. 두더지들 렙이 몇일지는 몰라도 7렙 이하면 파리지옥들한테도 죽거나 풍선껌한테도 죽겠네.
“이제 안심해도 되겠지?”
그래도 모르니까 분명 풍선껌과 파리지옥을 피하고도 생존할 두더지 몇 마리는 내가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처치해야겠다.
두더지들을 다 처치하면 랜덤 씨앗 세 개를 준다던데 이번엔 어떤 작물일까? 신기한 거 나왔으면 좋겠다.
“비닐하우스에는 망고랑 애플 수박, 수박 등 과일들만 키워 봐야겠다.”
온도 조절하는 장비를 조만간 달아야 할 거 같다.
하……. 이제 남은 돈은 44억이네.
“진짜 돈 먹는 기계구나.”
비닐하우스에다가 밭 사는 데에 거기에 차와 집까지……. 어휴, 돈 덩어리들. 쓴 것보다 배 이상 벌면 안 아까운데. 진짜 열심히 벌어야겠다.
“이제 집이나 가 볼까? 배도 고프고 장 봐온 것들로 먹어야지. 세린아, 아빠 내일 올게~”
세린이는 아무 투정도 부리지 않고 웃으면서 진성을 배웅했다. 손을 흔들면서 말이다.
역시 세린이는 착하네. 아이들은 다 이런 걸까? 나름 치유가 되는 거 같다.
진성은 밭일 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은 걸렀으니 점저로 먹어야지.’ 하면서 장을 봐 온 것들 중에 부대찌개 재료들이 있어서 ‘오늘은 부대찌개 요리사가 되어볼까?’ 하면서 잡탕찌개를 만드는 진성이었다.
“역시 잡탕찌개는 진리지.”
요리에 젬병인 진성의 잡탕찌개였다. 마구마구 투하해서 1인분의 양이 아닌 무려 7인분의 양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시우가 보면 아마 욕을 할지도……. 요란하게 요리를 만드는 진성이었다.
저녁을 잡탕찌개로 배를 채우고 진성은 좀 누워서 쉬다가 씻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