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12. 012화
점심도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운 진성이었다. 여전히 등에 붙어 미동이 없는 정령 세린은 잠이 들었는지 굉장히 조용했다.
“이제 점심시간 지나고 몇 시간 후면 차가 오겠구나.”
자신만의 차가 생긴다는 기쁨일까 상당히 기대되었다.
차가 생기면 장 보러 가기 쉬워지고 경매장에 자주 가서 여러 가지 작물 씨앗들과 모종 등을 구매할 수 있으니 더 편해지는 것이다.
물론 차가 없어도 왔다 갔다 달리면 되긴 하는데, 면허증이 있는데 안 쓰면 좀 애매하기도 하고, 조깅 퀘스트가 귀찮아졌기에 사실상 차가 있는 게 편했다.
“조깅 안 해! 차라리 차 타고 다녀야지.”
점심을 먹고 할 일이 없어진 진성은 세계수 나무 아래 그늘진 곳으로 가 누우려고 하자 세린이 진성의 등에서 떨어져 세계수 나무 기둥에 달라붙었다.
눈치가 빠른 것인지 아니면 분위기상 그런 것인지 빠르게 위치를 옮긴 세린이었다.
바람이 솔솔 불자 약간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아……. 잠이 오네.”
‘조금만 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차 배달은 6시 넘어서 오니까 그때까지는 아직 4시간 이상 남은 터라 밭에서 할 일도 없고 그냥 낮잠이나 자야겠다.
“조금만……. 조금만 자자.”
진성의 눈이 조금씩 감겼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이 들었다.
무슨 꿈을 꾸는 것인지 몰라도 미소를 짓게 할 만한 꿈을 꾸는지 진성의 모습은 평온해 보였다.
4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지나갔다.
잠이 든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잠이 든 진성을 누군가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우음.”
진성은 두 눈을 비비면서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자신을 깨운 사람은 다름 아닌 세린이었다.
“아빠~ 시간.”
“아……. 벌써 6시구나. 고마워, 세린아.”
“웅.”
세린이한테 6시라고도 얘기 안 했는데 정확히 그 시간에 진성을 깨웠다.
거참 신기한 일일세…….
“크흠……. 아무튼, 슬슬 차가 배달될 시간이네. 집에 가 봐야겠다. 아! 가기 전에 세계수 주변에 황금 사과나무 심고 가야겠다.”
진성은 누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세린에게 고맙다고 하고는 집에 가기전에 세계수 주변에 나란히 황금 사과나무를 다 심고는 ‘아빠는 내일 올게.’ 하니 세린은 ‘잘 가요~ 아빠.’라고 하며 진성에게 인사를 하였다.
진성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집으로 허겁지겁 달려왔다. 자신의 차를 보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달려온 것이다.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아마 곧 올 것이다.
“아……. 언제 오려나.”
진성은 냉장고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집 정원에서 대기를 탔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차 소리와 함께 진성의 폰에 문자가 왔다.
[고객님의 차량이 도착하였습니다.]
라는 문자와 함께 진성은 바로 정원, 정문을 열고 나왔다.
“오! 이게 내 차구나.”
랜드로버 디펜더 2030년식이었다.
크으……. 이 고운 자태 봐라.
진성은 아주 즐거운 마음이었다. 이제 이 차로 경매장을 왔다 갔다 편하게 할 수 있다.
“이제 차는 왔고……. 비닐하우스 업체만 오면 되나.”
아직 시간은 7시. 진성은 차 상태를 확인하고 시우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싸게 팔아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바쁜지 답문은 오지 않았지만, 아침엔 오겠지, 뭐.
“내일 비닐하우스 업체가 와서 설치하면 스마트팜 장비는 나중에 해야겠다.”
너무 돈이 많이 나간 터라 다시 모아야 할 판이었다.
“오늘은 그냥 일찍 잘까? 내일 500평에는 루콜라도 심고 당근도 심어야겠다! 어차피 날씨랑 상관없는데, 내 밭만.”
세계수의 수호로 병해충, 날씨 다 제외가 된 터라 사계절에 맞춰서 키울 필요가 없었다. 여름이 아니어도 수박을 키울 수 있고 겨울딸기도 가능할 것이다.
“일반 작물도 다해 봐야지, 흐흐흐.”
진성은 즐거운 상상을 하며 일단 차에 시동을 걸고 정원 구석에 차를 주차하였다. 그러곤 씻고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 뉴스나 볼까.”
노트북으로 한 뉴스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여러 가지 기사가 있었는데 일부 헌터들이 몬스터를 사냥하고 쫓아내는 영상 같은 것들을 열심히 보고 있는 진성이었다. 이 영상 보면서 대리만족이나 하고 있었던 것.
“이렇게라도 대리만족이나 해야지.”
그러다가 진성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을 열심히 보다가 영상을 종료하고 자려고 했는데 다른 뉴스 기사가 눈에 띄었다.
과천에 몬스터들을 잡아서 테마파크를 만든다고 한다.
몬스터 테마파크인 건가, 흠.
“나중에 시간 되면 가 봐야지.”
하여간 재벌들도 참 이상하다니까. 몬스터들을 잡아서 테마파크를 만들려고 하다니.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괴물들인데. 하여간, 돈 많은 사람 생각이란.
절레절레하는 진성이었다.
“빨리 자고, 내일 심을 거나 생각해 보자.”
아직 15,000평에서 겨우 500평에만 작물을 심은 것이다. 아직 14,500평이나 남았다.
거기서 5,000평은 비닐하우스로 할 거니까 나머지 평수에 아무 작물이나 심어야 했다.
500평씩 나눠서 심어볼까?
원래 일반 농사할 때는 여러 가지를 심어버리면 병해충같이 신경을 쓸 게 많아지는데 세계수의 가호를 받아 별로 상관없다. 닥치는 대로 심어서 키우고 수확할 뿐.
진성은 빨리 내일이 기대된다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진성이 자는 동안 진성의 밭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세계수의 가호와 더불어 땅의 품질 상태가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온종일 진성이 정보창을 안 본 터라 변화가 진행 중인 것을 눈치 못 챈 것이다.
[이름:농부 헌터 강진성의 땅
규모:15,000평
등급:S (세계수의 가호)
상태:매우 상태가 좋은 땅이다.
특징:S등급 이상의 땅이다. 무엇을 심든 최소 B등급의 작물이 탄생한다.
작물 목록:500평의 아스파라거스 (남은 시간:3일)]
땅의 상태가 C급 평범함에서 S급으로 변화가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진성은 잠에 푹 빠져 있을 뿐.
* * *
다음 날.
또다시 아침을 맞이한 진성은 긴 하품을 하고 기상하였다. 시간을 보니 아침 6시였다.
“오늘도 힘내서 달려 볼까.”
슬슬 장을 보러 가긴 해야 하는데. 편의점 도시락만 먹으니 조금 그랬다. 부모님 집에서 살 때는 하루 세 끼 건강한 식사를 했는데 말이다. 크흠.
“어라? 문자가 왔네.”
시우의 문자였는데 오후 1시쯤에 비닐하우스 설치하기 위해 현성기업의 산하 업체가 갈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오, 오후 1시라……. 좀 애매하긴 하지만 그전에 심을 건 다 심어야겠다.”
진성은 냉장고에 남은 삼각김밥 두 개로 아침을 대충 때우고 씻고 밭으로 이동하였다. 밭이야 워낙 가까우니 운동 삼아 20분만 올라가면 되었기에.
진성의 집이 마을 외곽이라 휑하긴 하였다. 진성의 밭 빼고는 마을 주민분의 밭밖에 없는 들판이었다.
밤에 돌아다닐 때는 좀 무섭긴 하다.
진성은 오늘도 할 일을 하러 밭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루콜라, 당근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씨앗들을 죄다 심어볼 예정이었다.
진성이 밭에 도착하자 세계수의 정령 세린이 여전히 자신을 반겨주었다.
“아빠.”
세린은 여전히 진성의 등에 달라붙었다. 달라붙어서 진성의 행복한 기억이나 즐거운 감정을 조금씩 보충해서 먹나 보다.
“안녕, 세린아.”
진성은 밝게 인사를 하고는 작업에 착수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다가 세계수를 힐끔 보았는데 주변에 황금 사과나무 열 그루가 있는 게 보였다.
“응? 얘네들을 내가 심었던가? 어디서 아주 낯이 익은 애들인데…….”
그런 진성에게 시스템이 말했던 것이다.
-강진성 님의 정원에 있던 황금 사과들이 스스로 움직여서 세계수로 온 것입니다.
“뭐라고? 무슨……. 내가 키운 작물들이 다 저런 것은 아니겠지?”
진성은 기분이 아주 묘했으나 일단 작업부터 하고 나서 나중에 생각해 봐야겠다며, 인벤 창을 들여다봤다.
루콜라 씨앗, 당근 씨앗, 상추가 있네. 500평에 각각 심어보자.
그러면 2,000평을 채우는 것이다.
“바로 심어야지.”
진성은 오늘도 작은 모종삽으로 일정량의 땅을 파고 씨앗을 심고 덮는 작업을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반복하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진성이 허리를 완전히 펴고 작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한숨이 나왔다.
“어오. 내 허리야.”
진성이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1,500평의 작업이 끝났다.
이제 2,000평은 어떻게든 채운 거 같네, 휴. 이제 비닐하우스 땅 제외하고 8,000평에는 뭐 해 볼까?
이런 생각을 할 때 진성의 눈앞에서 알림창이 하나 떴다.
-D급 퀘스트:농부 헌터 강진성 님의 땅에 작물 씨앗을 먹으려고 나타난 두더지 군단을 막으십시오.
(두더지 군단은 내일 습격이 이루어집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제거하세요!
(보상:랜덤 씨앗 3개)
“뭐라고? 너무 뜬금없지 않냐? 시스템?”
갑자기 두더지 군단의 습격이 있으니 막아보라니! 무슨 디펜스냐 이게? 대체 몇 마리나 오려고? 퀘스트로 발생하는 두더지는 안 막아 주나 보네, 세계수의 가호가.
“아! 두더지라니.”
예전에 두더지 때문에 부모님이 한참 고생했던 적이 있었다. 그 악명높은 두더지라니!!
하지만, 두더지 퇴치법이 하나 있긴 하다. 부모님 동네의 이장님이 알려주신 건데, 달콤한 풍선껌을 이용해서 두더지를 전멸시키는 방법이었다.
“좋아, 두더지들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
진성은 점심시간에 대형마트에 가서 풍선껌을 대량으로 사 오려고 하였다.
아니, 경매장에 가서 살까? 대량으로 사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갑자기 대형마트에서 풍선껌을 대량으로 사가면 이상한 취급 받을 거 같은데…….
“그래. 경매장을 가자.”
갑자기 디펜스라니! 진짜 너무한 시스템이네! 날 그렇게 굴리고 싶었냐!
잠깐, 오후 1시에 비닐하우스 업체 온다고 했는데. 경매장 갔다 올 시간이 되려나?
진성이 바로 폰을 키고 시간을 보았는데 아직 2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후딱 갔다 오자! 세린아~ 아빠, 갔다 올게.”
진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린은 바로 진성의 등에서 나와 세계수의 나무로 가 버렸고 ‘안녕히 다녀오세요~’라는 말을 했다.
진성은 세린에게 손을 흔들며 금방 갔다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고는 재빠르게 집으로 뛰어갔다.
허겁지겁 집으로 와서 일반 옷으로 갈아입고 정원에 있던 차를 타고 집에서 문산 주민센터로 이동하였다.
며칠 만에 와보는 주민센터였다. 주민센터 앞에는 여전히 헌터들이 있었다. 서로 정보 교환을 나누는 듯 보였다.
뭐, 일부는 헌팅작업을 하는 거 같고. 아무튼, 풍선껌을 사야겠다!
주민센터 주차장에 주차하고는 3층을 빠르게 올라가 경매장 대기표를 뽑고 순번이 되기를 기다렸다.
한 10분 기다렸을까? 자신의 차례가 온 진성은 경매장 2번 카운터 앞으로 갔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오랜만에 오시는군요.”
또 그 사람이었다.
왠지 나 올 때마다 이 사람 같은데…….
뭐, 아무렴 어떤가? 지금은 풍선껌을 빨리 사야 한다. 미리 설치해야 두더지들이 몰려와도 디펜스가 되니까 말이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작물을 팔려고 온 게 아니라 사려고 왔어요.”
“네네. 그럼 어떤 걸 원하시나요?”
“퇴치용 풍선껌 5만 개와 파리지옥 씨앗 500개 주십시오. 얼마죠?”
“두더지 때문에 구매하시는 거죠?”
“네네.”
“알겠습니다. 풍선껌 5만 개 및 파리지옥 씨앗 500개 가격은 2,500만 원입니다. D급 헌터이시니 3%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2,425만 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고객님.”
진성은 빠르게 카드로 결제하였다. 받은 물건들은 죄다 인벤에 넣고는 자리를 황급히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