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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1화 (11/209)

제11화

11. 011화

속으로 시스템에 대해 소리치고 있을 때 세계수의 정령은 진성의 등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런데 시스템! 세계수까지 키워냈는데 레벨업은 안 시켜주냐?”

-중요 퀘스트:정령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보상:레벨업)

“이름이라…….”

진성은 곰곰이 생각 중이었다. 너무 이상하면 안 되니까.

살다 살다 정령의 이름까지 지어야 한다니!

“강세린 어떨까.”

무심코 내뱉은 이름에 진성의 등에 달라붙어 있던 세계수의 정령이 변화하였다. 온몸에 작은 빛이 나며 변화했던 것이다.

[이름:강세린 Lv.2

특징:세계수의 정령

새로 생긴 이름에 대해 꽤 만족 중이다.

생각:이름을 지어줘서 고마워 아빠!]

“커 흠……. 아빠라니…….”

25살에 아빠라고 불리다니!!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자, 이제 보상 내놔. 시스템.”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세계수가 진짜 중요하긴 했구나! 5렙이나 올려주네.”

진성은 재빨리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10

랭크:D

직업:초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

능력치:힘 100 민첩 100 마력 1600 체력 1650

고유 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50배 빠르게 합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500 마력 500)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입이 안 다물어지는 진성이었다. 이제 능력치는 100에 도달하였고 체력과 마력은 1600 이상?

거기에 작물의 성장은 그대로 50배인데 내 밭에 있는 세계수의 효과인 100배까지 합치면…….

그럼 150배 성장 속도란 말이야? 일반 식물은 심자마자 바로 성장하겠네.

바로 수확 가능하다고? 이건 미쳤다.

“기분이 좋네! 시스템 고맙다! 이렇게 날 먼치킨으로 만들어 줘서.”

일반 작물들은 심자마자 바로 수확이 가능할 거고, 퀘스트로 받는 작물들은 수확에 시간이 좀 걸린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렴 어떤가? 고생은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네.

“그런데 조금 찔리긴 하네. 다른 농부 헌터들은 엄청 고생하면서 키울 텐데. 나만 편해도 되나?”

조금 양심에 찔리는 진성이었다. 아무리 퀘스트라로 성장한 거라지만 너무 시스템이 나를 편애하고 있는 게 보였다. 시스템의 흑심 말이다.

-성장 속도는 조절 가능합니다. 현재 강진성 헌터의 작물 성장 속도는 150배 빠르기가 적용됩니다.

“즉 내 마음대로 10배로 해도 되고 그렇단 말이지?”

-강진성 헌터의 자유입니다.

“그러면 150배는 내가 너무 사기이니까 그냥 10배로 하자. 솔직히 너무 과했어.”

아무리 내가 직업 확정으로 농부 헌터가 되었다지만 150배 성장 속도는 내가 키운 작물이 심자마자 바로 수확이라는 건데, 며칠 길러서 나온 그 쾌감을 느낄 수 없다니!!

어렸을 적에 옥수수를 애지중지 키워가면서 수확을 시켜보았는데 꽤 시간이 걸렸지만 내가 길렀다는 쾌감이 있었다. 그런 걸 느끼고 싶었다.

“그럼 10배로 적용해야지.”

상태창을 다시 연 진성은 설정에서 작물의 성장 속도 목록을 찾고 세계수의 가호 성장을 100배에서 5배로 줄이고 자신의 상태창에서도 50배를 5배로 줄였다.

“10배 정도면 조금 빠르긴 하나.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150배 성장 속도면 빠른 수확이 가능하지만 자신은 그것이 싫었다. 아직 초보 농부이기도 해서 여러 가지를 해 보고 싶었다. 너무 빠른 성장 속도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니었다.

“이제 수중에 돈이 59억 정도 남았나?”

돈은 충분히 남아 있으니 차를 바로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따가 차나 보러 가야겠다.”

정령의 이름도 붙여 줬겠다, 진성은 차를 구매하기 위해 집으로 향했고, 이름을 지어 준 정령은 세계수에 꼭 붙어 버렸다.

“세린아~ 아빠는 내일 올게.”

“응, 다녀오세요.”

아무래도 세린이는 세계수 근처가 마음이 편한가 보다. 내가 다른 데로 가려고 하니까 바로 떠나 버리네…….

자연스럽게 ‘아빠는 갔다 올게.’라는 말을 쓴 진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아빠라니!’라는 절규를 했다.

차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던 진성이었기에 ‘그냥 잘 굴러가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 대해 잘 아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어! 난데.”

진성이 전화를 건 친구는 시우였다. 아무래도 시우가 여러 차를 소유 중이고 차에 대해 잘 아는 게 보여서 전화했던 것이다.

“그……. 내가 차를 사려고 하는데 추천해 줄 만한 거 있냐?”

-SUV냐, 아니면 일반 4인승이냐?

“글쎄다…….”

-면허는 있지?

“어, 1종하고 2종 다 땄어.”

진성은 혹시 몰라 1종과 2종을 다 딴 것이다.

-잠시만…….

시우는 뭔가를 하고 있는지 웅성웅성 소리가 들려 왔다.

-요즘 헌터들이 타고 다니는 거 있거든. 그거 추천해 줄 테니까 이메일 불러 봐.

진성은 이메일을 시우에게 이야기했다.

-어~ 이따가 10분 뒤에 헌터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 목록 보내 줄 테니까 그거 참고한 다음 문자 보내 줘.

“어, 고맙다. 시우야.”

-그래그래~ 나 바쁘니까 이따가 전화 줘라.

진성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역시 현성기업의 둘째 도련님이라 일거리가 많나 보네.’라는 생각이 들어 끊은 것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 온 웅성웅성 소리도 현성기업의 간부들과 회의 중이었을 것이다.

저 녀석은 차기 후계자도 아닌데 저러고 있네.

집에 도착하자 이메일이 온 듯 보였다. 폰에서 깜빡거림이 난 것.

“노트북으로 확인해 봐야지.”

진성은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 전원을 켰고 바로 실제 브랜드명 검토 제안 이메일로 들어갔다.

“오오, 신기하네.”

시우가 보내 준 헌터 차량 목록을 보는데 차량에도 버프가 달려 있었다. 헌터들이 만든 차라서 그런지 일반 차들보다 내구도가 강력하고 말이다.

“뭐 사지?”

일단 헌터 차들도 일반 차들과 이름은 다 같았다. 가격만 크게 차이 날 뿐…….

“역시 남자는 SUV.”

SUV 목록을 열심히 보고 있는 진성이었다.

랜드로버로 사야지! 흐흐흐.

진성은 랜드로버 가격을 보았다. 일반 시민용이었으면 가격은 어느 정도 합리적인데 헌터용이다 보니까 일반 시민용보다 5배가 비쌌다.

“오우야……. 가격 좀 되네.”

15억이라는 가격이 나온 것이다.

어째 집보다 비싸다?

그렇지만 내구도 튼튼하고 버프도 걸려있으니 살 만하지.

“좋아. 이걸로 결정이다.”

바로 시우에게 문자를 넣었더니 시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랜드로버 사려고?

“어.”

-마침 내가 이 모델 하나 가지고 있거든? 사 놓고 안 쓴 새 거야! 이거 5억에 살래?

“그러면 좋지.”

-그래! 그럼 내 계좌로 입금해 주면 내일 저녁에 차 도착해 있을 거다.

“근데 5억은 너무 싸게 넘겨주는 거 아니냐?”

-됐다. 나 어차피 돈도 많아. 5억도 최소로 해 준 거야.

15억짜리를 5억에 준다니. 역시 내 친구군! 10억 굳었다.

“아. 시우야 그리고 혹시 주변에 비닐하우스 시공업체 아냐?”

-어, 우리 기업 산하에 있긴 있는데, 왜? 비닐하우스도 설치하게?

“내가 15,000평이나 있잖아~ 그래서 한 5,000평은 비닐하우스 설치하고 싶거든.”

-그래? 그러면 시공업체까지 내가 알아서 보내 줄 테니까 기다려.

“그래, 고맙다. 시우야.”

비닐하우스 시공업체 직원들도 죄다 헌터라고 하니 내구도가 엄청날 듯하다.

들어보니 태풍이 몰아쳐도 내구도가 엄청 튼튼해서 피해가 거의 없다고 하던데…….

“돈이 굳긴 했어도 비닐하우스 저거는 꽤 들겠네…….”

빨리 작물 키워서 돈을 벌어야겠다. 5,000평 비닐하우스를 다섯 개 동으로 나눠서 스마트팜 시설까지 설치할 것이기에 돈이 얼마나 나갈지는 모르겠다.

뭐, 시우네 산하라고 하니까 거기서 다 맞춰주겠지. 여기서 친구 덕을 엄청 보는구나.

저 녀석은 돈도 많고 외모도 잘생겨, 거기에 건물주……. 대기업 현성기업의 도련님에. 요리도 잘해. 뭐, 못 하는 게 없네. 여러모로 대단한 녀석이야. 아무튼 계좌이체나 해야겠다.

진성은 5억을 시우 계좌에 넣었다.

이제 남은 돈은 54억이네…….

비닐하우스까지 생기면 수박을 포함해 여러 가지 작물을 기를 것이다.

일단 저번에 구매했던 아스파라거스는 밭에 심어 버려야지. 차는 내일 오고, 시공업체는 내일이나 모레쯤 오겠지? 그동안 밭에 심을 건 다 심어 버려야겠다.

진성은 즐거운 생각만을 하면서 배달 음식으로 때우려다가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을 사 와서 먹었다.

“세린이는 뭐, 세계수가 집이나 마찬가지니까 거기에 있을 것이고…….”

시스템도 정령에 대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딱히 걱정할 건 없다고 생각한 진성이었다.

“오늘 일찍 자고 내일 일어나서 일반 씨앗들은 다 심어 버려야겠다.”

진성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시간을 보았는데 아직 7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일찍 자자.”

진성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한편 세계수의 정령 세린은 세계수 나무에 달라붙어서 걱정 없이 잠에 빠졌다.

* * *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오늘도 평범한 평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오늘은 아스파라거스 씨앗을 심는 작업을 할 것이고, 저녁에는 시우가 보낸 차가 도착할 것이다. 드디어 나만의 차도 생긴다.

“좋아. 일단 어제 사 온 도시락으로 때우고 바로 가서 작업해야지.”

아침을 도시락으로 때운 진성은 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자신의 땅으로 가기전에 정원에 심었던 황금 사과나무들을 모두 조심스럽게 뽑아 인벤에 넣고 자신의 땅으로 향했다.

언제봐도 적응이 안 되는 드넓은 15,000평의 땅. 진성은 인벤에서 여러 가지 작업 도구를 꺼내고 있었는데 잠에서 깬 세린이 다가왔다.

“아빠.”

정령 세린은 진성을 반갑게 맞이하며 또 등에 달라붙었다.

“이것 참. 내가 나무고 세린이가 매미인가.”

꽈악 달라붙어서 안 떨어질 것 같았다.

조금 신경이 쓰이지만, 작업이나 해야겠다.

“일단 500평은 아스파라거스들로 채워 보자.”

아스파라거스 모종을 사서 하려고 했지만, 씨앗을 심어도 별로 문제는 안 될 것 같아서 저번에 경매장에서 사 온 것들을 간격을 맞춰서 정성스럽게 심었다.

그런 작업만 2시간에 걸쳐서 완료하였고 농부의 물뿌리개를 꺼내 물을 주기 시작하였다. 3시간 동안 그 작업을 한 진성은 허리를 펴고 아스파라거스를 심은 500평을 바라보았다.

“10배 적용이니까 그래도 좀 걸리겠지.”

흐뭇하게 아스파라거스 심은 곳을 쳐다보며 병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여름이라 그런가 무진장 더웠다.

“정보창을 띄워볼까.”

아스파라거스 심은 곳에 다가가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이름:아스파라거스

품질:상급

특징:상급의 품질을 가진 상태가 좋은 아스파라거스다.

(남은 시간:3일)]

보통 아스파라거스가 싹까지 틔우는 데 7~8일 걸린다고 알고 있긴 한데. 3일이면 큰 문제는 없겠네. 10배 적용하면 3일 정도인 건가?

“아스파라거스 500평은 끝났고! 이제 점심이니까 점심이나 먹자.”

진성이 거칠게 움직이는데도 등에 붙은 세린은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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