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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0화 (10/209)

제10화

10. 010화

진성이 어제 전화로 농부 헌터로 각성했다고 하니 그런 웃음을 지은 것이다. 자기도 연금술사가 직업이긴 하지만, 그래도 농부 헌터보다는 덜 힘들었다.

성현이는 상위직업 정령사이니. 진성이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한 것이다.

그런 생각이 괜한 걱정이었을까. 겉으로는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성은 속으로 ‘와!~ 성현이는 정령사에 시우는 연금술사. 나는 뭐냐……. 농부. 흑흑.’ 하며 울고 있었다. 아직도 자신의 직업에 미련을 가진 진성이었다.

“좋겠다. 너는 정령사고 시우는 연금술사라니.”

“에이, 농부 직업도 잘 성장하면 좋다고 하더라.”

성현이는 농부 헌터도 좋다면서 진성의 마음이 불편한 것을 눈치챈 듯 보였다.

“뭐, 농부 헌터로 대성하면 좋은 거지. 진성아, 너무 실망하지 마라.”

“그래…….”

“뭣하면 네가 농부 헌터로 엄청 성공하고 그러면 내가 나중에 몬스터 구경이라도 시켜 줄 테니까.”

성현은 계속해서 농부도 괜찮은 직업이라며 진성을 격려해 주었다.

고기도 굽고, 시우와 만든 요리를 내오며 즐거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성의 부모님은 항상 시우와 결혼하는 여성분은 행복할 것 같다며 농담을 하시곤 하는데 그 말을 하면서 왜 나를 쳐다보시지?

진성은 조금씩 찔끔찔끔 찔리기 시작하여서 성현이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너 정령사 C랭크라면서?”

“어, 그렇지 뭐.”

“정령 어디까지 소환할 수 있는데?”

“그래 봤자 아직 하급 정도야! 내가 계약한 정령이 불과 물 쪽이거든.”

“오, 두 개나?”

“뭐, 보통 친화력이 적은 사람은 한 개 정도가 최대지만 나는 친화력이 좀 있나 봐.”

진성은 매우 부러웠다. 정령사라니 멋지잖아?!

“정령 소환해 볼까?”

성현이의 말에 진성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보여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허참……. 알았어. 잠시만.”

성현이는 초반에 물과 불의 정령과 계약한 터라 그저 소환만 외치면 된다고 했다.

“샐러맨더 소환.”

성현이가 그 자리에서 외치자 작은 불 도마뱀이 나타나 성현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오오, 이게 샐러맨더구나.”

진성은 눈을 반짝이면서 샐러맨더를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이게 불의 하급 정령 샐러맨더야.”

“오오.”

“그리고 물의 하급 정령 운디네까지 소환해야겠네, 에휴.”

성현이는 ‘운디네 소환!’ 외치니까 그 자리에서 운디네가 나타났다. 소녀 모양을 한 물의 정령이었다.

진성은 정령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는데 성현이 덕분이 좋은 체험을 하고 있었다.

성현이가 샐러맨더와 운디네를 진성에게 소개해 주자 진성이는 가까이 다가가 정령들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정령들이 진성을 가까이서 보자 부르르 떨더니만 성현이를 버리고 진성에게 몸을 딱 밀착하는 게 아니겠는가!

“뭐, 뭐야?”

진성과 성현이 놀랐다.

갑자기 얘네들이 왜 이러는 거지?

“아무래도 진성아. 너, 정령 친화력 좀 있나 보다? 아니, 나보다 높은 거 같은데? 이런 적 한 번도 없었어.”

성현이는 조금 질투심이 생겼다. 내 귀여운 정령들이 진성에게 빠지다니!!

“내가 정령 친화력이 있다고?”

그럴 리가……. 친화력이 있었다면 정령사 직업으로 선택됐겠지!

성현이는 뭐, 집들이니까 하루 정도는 정령들이 진성에게 붙어 있는 걸 허락해 주었다. 뭐, 집에 갈 때쯤에는 따라오겠지 하고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걸 성현이는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가족,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 진성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집들이 파티가 끝났다.

“진성아, 그러면 앞으로도 열심히 해라.”

“아들~ 힘내!”

부모님은 먼저 돌아가셨다.

“나도 이제 가야겠다.”

시우도 시간을 힐끔 보고 나서 진성에게 말했다.

“뭐 바쁜 일 있냐?”

성현이가 시우에게 묻자,

“알잖아~ 나 현성기업 도련님인 거.”

“아하, 그렇지 참.”

시우는 대한민국 2위 기업 현성기업의 둘째 도련님이었다. 뭐, 도련님치고 착하지만 자기 할 일은 다 하고 살았다.

“아, 그리고 진성! 너 농작물 팔 곳이 마땅치 않으면 나한테 얘기해라! 안 그래도 계약하고 싶은 농가 찾는 중이니까.”

“그래, 고맙다. 시우야.”

진성은 진심으로 시우가 고마웠다. 자신만 일반인이고 다른 친구들이 다들 각성할 때도 언제나 챙겨준 고마운 친구였다. 편견을 갖지도 않았다.

“그럼 나 먼저 간다.”

시우는 급히 나갔고 잠시 후, 밖에서 우렁찬 스포츠카의 엔진음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남은 건 성현이뿐…….

“농부 헌터로 꼭 성공하길 바란다. 친구야, 어려운 일 있으면 꼭 얘기하고. 나도 이제 가야겠다.”

“그래, 오늘 와줘서 고맙다. 성현아.”

“슬슬 가볼까~ 얘들아. 가즈아.”

성현이는 진성에게 아직도 달라붙어 있는 정령들에게 얘기했지만, 정령들은 들은 체 만 체하며 아직도 꼭 달라붙어 있었다. 진성은 난감했다.

“크흠……. 얘들아, 가자.”

성현이가 계속해서 데려가려고 해도 움직이지 않자 진성이가 정령들에게 ‘주인에게 돌아가렴.’ 하니 마지못해서 주인에게 돌아갔다.

“거참……. 나보다 진성이를 더 좋아하다니.”

성현은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뭐 어쩌랴.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친화력도 있어 보이는데…….

“아무튼, 수고하고 나중에 보자.”

“어~ 잘 가라.”

성현이도 결국 떠났다. 이 넓은 집에서 남은 건 진성뿐.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혼자만이 집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약 10분간 현관문 쪽을 쳐다보던 진성은 한숨을 내쉬고 뒤처리를 하였다. 쓰레기 분류와 설거지 등이 남아 있었기에.

“진짜 혼자 사니까 힘드네……. 애완견이라도 키워야 하나.”

혼자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겨우 2일째인데…….

앞으로도 꽤 힘들 것 같다는 기분이 들은 진성이었다.

대충 마무리를 하고 씻고 잠이나 자야겠다며 침대에 누웠다. 조금은 잠이 오지 않았지만 억지로라도 자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일반 작물들도 심고 돈을 모아서 비닐하우스도 설치해야 하므로 앞으로도 더욱더 바빠질 것이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진성은 잠이 들었다.

* * *

다음 날.

평화로운 평일이 되었다.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대충 밥을 때운 뒤 작업을 나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랜덤 씨앗 싹트기까지 얼마나 남았지?”

빨리 가서 확인해 보고 싶어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빠르게 밭의 중심 쪽으로 달려가 확인해 본 씨앗은 아직 그대로였다.

그래서 랜덤 씨앗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의 씨앗

특징:잠에서 깨고 있다.

(남은 시간:1분 12초)]

“드디어 싹이 나오는구나.”

진성은 앞으로 1분이면 어떤 작물이 나오든 간에 놀라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시스템을 날 너무 놀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능력치라든지 황금 사과나무라든지. 그런 일들을 많이 만들어 주었기에 이제 웬만한 거로는 안 놀라는 진성이었다.

“과연 뭐가 나올까.”

진성은 1분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거길래 200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거지?

진성은 그 앞에서 초조하게 1분을 기다렸다. 남은 시간이 0초가 되자 갑자기 작은 지진이 일어나면서 씨앗 심은 곳에서 싹이 나와 커졌다. 그래 봤자 작은 어린나무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진성은 ‘어? 그냥 나무잖아.’ 하고는 나무 정보창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이름:세계수 Lv.1

등급:유니크(고급)

특징:지구 최초의 세계수

효과:세계수의 효과로 농부 헌터 강진성의 토지 15,000평은 성장 속도 100배 증가 및 모든 작물은 어떤 상황에서도 다 보호받는다.

(재해, 병해충 등 보호)]

“와, 씨……. 미친.”

진성은 절대로 안 놀라겠다 하면서 다짐하고 정보창을 열어본 건데 세계수가 나왔다. 그것도 판타지 소설에서 보던 그런 세계수 말이다.

“야. 시스템! 이게 말이 되냐?! 갑자기 세계수 같은 걸 주면 어떻게 하냐!”

진성은 시스템에게 항의했지만 시스템은 아무 말이 없었다.

“와……. 진짜 너무 한 거 아니냐……. 아니, 사실 고맙다고 하는 게 맞지만.”

성장 속도 100배에 모든 작물이 다 보호가 된다고? 병해충, 날씨 등 다 무시한다고?

이런 개 사기 같은 일을 보았나. 거기에 유니크 등급?! 헐, 상위 헌터들만 가지고 있다는 그 유니크!!

진짜 세계수라니. 할 말이 안 나온다.

진성은 아직 작은 세계수에 다가가서 말없이 쳐다보는데 세계수가 갑자기 빛이 났고, 진성은 ‘아, 이것이 눈뽕인가.’ 하고는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떠 보니 빛의 구체가 보였다.

“어라? 이건 뭐지?”

구체의 정보창도 볼 수 있나? 하고는 정보창을 열어 보았는데,

[이름:세계수의 정령 Lv.1

등급:???

생각:아빠다!

특징:농부 헌터 강진성의 보살핌에 자란 세계수의 정령입니다. 헌터 강진성을 부모로 인식합니다.]

“뭐? 아빠라고?”

나 아직 결혼도 안 한 총각인데……. 아빠라니!

진성은 참 어이가 없었지만, 시스템이 이렇게 한 걸 어쩌랴……. 내가 관리해서 키운 거는 맞으니까.

그 빛의 구체는 다시 한번 빛을 내뿜으며 변화하고 있었다. 팔과 다리가 생기고 인간의 모습이 된 것이다.

다만 등에 작은 요정의 날개가 달린 아주 작은 꼬마 아가씨였다.

“아빠.”

이 세계수의 정령은 진성을 아빠라고 부르며 진성의 품속에 들어왔다. 진성은 꽤 난감했지만 이미 일은 터졌으니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어……. 그래, 그래.”

애를 키워 본 적도, 보육원 아이들을 돌본 경험도 전무한 진성은 전혀 익숙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가 걱정되는 진성이었다.

세계수의 정령은 참으로 귀엽고 깜찍했는데 그건 좋다 이거야……. 근데 어떻게 해야 하지? 보통 인간처럼 길러야 하는 건가? 아니면…….

진성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는데 갑자기 시스템이 말을 걸어왔다.

-세계수의 정령은 계약자의 기쁜 감정 즐거운 감정을 일부 먹고삽니다. 인간에게 해가 되는 정도로 먹지 않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 외는 또 없냐? 시스템.”

-농부 헌터 강진성의 말을 차단하였습니다.

“아니……. 자기 할 말만 하고 차단하는 게 어디 있냐!”

진짜 정말 열받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라도 도움을 주니 이것 참……. 그렇게 3~4분간 기쁜 감정에 대해서 생각한 진성은 ‘이름도 지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다시 알림이 뜬 것이다.

-상태창을 확인해 보세요.

차단한 줄 알았던 시스템이 갑자기 다시 말을 하였다. 일단 시스템의 말을 따라보기로 했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5

랭크:D

직업:초급 농부

칭호: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

능력치:힘 50 민첩 50 마력 1100 체력 1150

고유 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50배 빠르게 합니다.)

세계수의 가호(+체력 500 마력 500)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오우야……. 능력치 봐라.”

잡초 마스터 칭호는 없어지고 그 자리를 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자가 대신했다. 마력하고 체력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진짜 넌 퍼다 주는구나.”

이러니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다.

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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