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9. 009화
상태창에는 변화가 조금 있었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5
랭크:D
직업:초급 농부
칭호:잡초 마스터 (+체력 100)
능력치:힘 50 민첩 50 마력 600 체력 650(750)
고유 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50배 빠르게 합니다.)
패시브:동식물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5, 50배?”
분명 스킬 변화하기 전에는 30배였던 것 같은데 50배라니……. 저거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까?
일반 작물이 싹을 틔우는 데 3일이 걸린다 치고, 성장 속도 50배를 적용하면 금세 다 자라 버린다는 이야기인데…….
스킬도 사기고, 능력치도 사기고, 참.
“그나저나, 작물 성장시켜 주는 영양제라든가. 그런 아이템 있었으면 좋겠다.”
아쉽게도 그런 아이템은 아직 경매장에 없었다. 시스템이 그런 물건을 주면 팔기라도 하는데, 아쉽네…….
일단 15,000평의 작업은 모두 끝났으니 이제 일반 작물과 퀘스트로 받은 작물 등을 키우고 관리하면 된다.
시중에서 파는 씨앗들과 경매장에서 파는 최고등급의 씨앗들 그리고 퀘스트로 받는 신기한 씨앗들을 같이 키우면서 비교해 보고 싶은 진성이었다.
“대강 다 했으니까 이제 집들이 준비해 볼까.”
아무래도 차는 나중에 사야 할 것 같다. 이사 온 지 오늘로 이틀 차이지만 집들이를 빨리해 버리고 작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물론 집들이는 하지 않아도 되지만 부모님과 친한 친구 두 명만 초대해서 간단하게 끝낼 셈이었다.
“배달 음식 시켜야 하나?”
아니지, 배달 음식 시키기에는……. 아,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친구 두 명 중 한 명은 연금술사 헌터인데 요리도 매우 잘했다.
이 녀석을 부려 먹어야지. 흐흐흐흐.
진성은 곧바로 그 친구에게 연락했다. 뚜루루루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받는소리가 들렸다.
-어~ 웬일이냐 진성이.
“어, 난데. 나 최근에 독립했거든. 요리할 사람이 없는데, 네 힘 좀 빌리자. 친구여.”
-뭐라고? 잠깐만, 독립은 무슨 소리야.
진성은 친구에게 모든 걸 설명했다.
-에휴……. 그렇다고 나한테 전화하냐……. 그래, 내가 해 주지 뭐……. 그럼 내일 집들이할 거냐?
“어, 점심쯤 생각하고 있지.”
-일단 주소 좀 불러 봐라. 아침 일찍 가서 해 줄게. 내가 지금 문자 하나 보낼 테니까 장 좀 봐라. 진성아.
“어, 고맙다. 시우야.”
-에휴……. 내 팔자야. 끊어라! 나 지금 바쁘다!
“오냐.”
진성은 친한 친구 이시우와의 통화를 끊고 친구의 문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3분 후, 문자가 한 통 왔는데 빽빽했다.
“오우야……. 재료 겁나 많이 사야겠다.”
아무래도 이거 차를 빨리 사야 할 것 같다.
“일단 어디 보자, 문산에 있는 대형마트 가야겠다.”
집들이를 내일 오후 4시에 하겠다는 문자를 다른 친구 한 명과 부모님에게 넣었다.
“빨리 가서 사 오자! 이따가 가전제품 택배도 오니까 잘 받아야지.”
진성인 빠르게 해결하려고 움직였다. 얼른 집으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콜택시를 불러서 문산 대형마트로 향했다.
약 15분을 달려서 도착한 대형마트…….
“어디 보자. 뭐, 뭐, 사라고 했지?”
문자에 적힌 내용대로 마트 식품 코너를 돌면서 각종 채소와 고기 등을 담고 있었다.
“시우 녀석, 제대로 요리할 셈인가 본데.”
시우는 꽤 잘사는 집안이었는데 시우의 부모님과 진성의 부모님께서 서로 아는 사이라 그 친구와 친해졌던 것이다.
얼굴도 꽤 준수하고 여성들에게도 인기 있는 매너남이었는데 거기에 요리까지 취미로 하는데, 잘하다니……. 부럽다.
진성은 문자 메시지대로 향신료와 여러 재료를 철저히 구매하고는 짐이 너무 많아 인벤에 넣어 버리고 편히 가려고 다시 택시를 불렀다.
집에 도착하고 나니 6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자, 냉장고에 넣을 건 다 넣어야겠다.”
일부는 베란다에 보관하였다. 토마토와 양파는 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하면 수분이 빨려서 맛이 없어지기에.
“이제 슬슬 택배가 올 시간인데…….”
진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벨 소리가 나더니 ‘택배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진성은 허겁지겁 나갔다.
택배 배송 기사 두 명이 보였는데 택배 트럭에서 내가 주문한 노트북과 좀 더 좋은 세탁기와 에어컨 그리고 오븐 등이 차례로 나왔다.
배송 직원들이 집으로 물건들을 옮겨주고는 배송 완료했다는 서류에 사인을 받고는 가 버렸다.
“아무리 이 집안이 풀옵션이라도 헌터용으로 나온 거는 없으니까 구매했는데, 좋네.”
일반 가전제품이랑 헌터용 가전제품과는 내구도와 수명 등이 워낙 달랐기에……. 일반 가전제품은 아직 상태가 좋아서 일단 놔두기로 하였다.
헌터용 가전제품으로 거실과 베란다를 채우니 뭔가 집안이 더 좋아진 느낌이었다.
“저것들 사느라 거의 1억은 쓴 거 같네…….”
헌터용 가전제품이 워낙 비싼 탓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작물들로 돈을 엄청 벌면 그만이었기에 그 생각만을 하며 버텨야겠다 하는 진성이었다.
“이제 준비는 다 된 건가……. 내일 아침에 시우 오면 내가 보조자로서 다 해야겠지.”
예전에도 그랬다. 시우가 요리하면 나랑 다른 친구 성현이는 보조 노예였다. 채소 다듬기와 과일 깎기 등은 죄다 시켜버리는 시우였기에…….
“밥이나 대충 시켜 먹자…….”
진성은 오늘도 배달 음식으로 때우고 있었다. 오늘은 그저 탕수육과 짜장면이 당겨서 시켜 먹었다.
“꺼읔.”
그나저나 내 땅 중심에 씨앗 심은 그곳은 오늘 확인 안 해 봤는데, 한번 확인해 볼까?
상태창에서 소유목록으로 들어가 15,000평의 땅 상태창을 눌러 보았다.
[이름:농부 헌터 강진성의 땅
규모:15,000평
등급:C
상태:정리가 잘된 땅이다.
특징:최근에 비료를 주어 평범한 땅에서 기름진 땅으로 바뀌는 중.
작물 목록:???의 씨앗 성장 중.
(남은 시간:30시간 16분 32초)]
“어라? 200시간에서 갑자기 시간이 대폭 줄었잖아.”
아까 보상받은 거에서 성장 속도가 20배는 늘어났기 때문에 효과를 받은 건가? 거기에 땅도 등급이 있구나. C급이면 평범한 수준이겠군.
그런 평범한 땅을 조만간 엄청 기름진 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충 된 거 같으니까 오늘은 일찍 자자.”
진성은 오늘도 일찍 자려는 생각이었다. 아침에 시우가 오기 때문에 웹 서핑하고 자다간 새벽에 잠들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빨리 자자.”
진성은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진성이 자는 동안 땅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밤에도 작게 빛나는 그 ???의 씨앗의 남은 시간이 더 단축되고 있었다.
진성이 확인하고 잤을 때는 남은 시간이 20시간 정도였는데 갑자기 대폭 줄어서 10시간 정도가 남은 것이다.
대체 이 씨앗의 정체는 무엇일까?
진성의 땅에서 무언가 벌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 * *
다음 날, 새벽 5시경.
5시에 느닷없이 벨 소리와 함께 진성의 폰이 울렸다. 진동이 엄청 강하게 와서 자던 진성은 깜짝 놀라 침대에서 일어난 것이다.
“뭐, 뭐야…….”
폰을 확인해 보니 ‘시우가 열어라~ 나 도착했다.’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헐……. 새벽 5시? 겁나 빨리 왔네.”
진성은 주섬주섬 대충 옷을 입고 바로 현관문 벽에 있는 정원의 정문을 여는 버튼을 터치하자 정원의 정문이 열리고 아주 비싼 스포츠카가 들어왔다.
주택 정원 옆 구석에는 차를 댈 수 있는 자리가 세 자리라 부모님까지 하면 충분할 듯싶었다.
“여전히 쟤는 비싼 거만 타고 다니네.”
진성은 현관문을 열어 두고는 잠시 얼굴을 씻으러 갔다.
그사이 차를 정원 구석에 대고 차에서 내린 시우였다. 마중 나온 진성이 없자 살짝 얼굴을 찡그렸지만 원래 그런 녀석이라 신경 쓰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나 왔다! 진성아.”
“어~ 잠만.”
진성은 양치와 세수를 대충하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오올, 잘 지냈냐.”
“어~ 야, 근데 인사는 나중에 하고 빨리 준비해라. 진성아.”
“아, 알았어.”
시우 녀석 요리에는 엄청난 진심을 보인다니깐.
일단 저 녀석 말대로 움직이는 게 중요했다. 나 혼자서 만들려고 했으면 솜씨가 개판이라 맛없는, 충격적인 요리가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어~ 이 채소 씻어주고 이것도 다듬어라.”
시우는 입고 온 캐주얼 정장을 벗고 자신의 인벤에 있던 요리사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곤 인벤에 있던 개인 칼 세트를 꺼내 요리를 시작하였다.
탁탁탁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엄청난 속도로 요리하는 시우였다.
“오메……. 여전하네.”
진성인 채소를 씻고 다듬으면서 시우의 모습을 감상 중이었다.
집도 잘 살고 요리도 잘해, 거기에 잘생기기까지? 참으로 대단하네.
그렇게 시우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6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어우~ 아침도 안 먹고 내가 뭐 하고 있었지.”
대충 냉장고에 있던 삼각김밥이나 먹으면서 시우가 요리하는 걸 보고 있었다. 저 녀석은 배고프지도 않은지 요리에 열중이었다.
이번엔 또 얼마나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고?!
“안 배고프냐?”
시우에게 다가와서 물어봤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초집중이네…….
그렇게 1~2시간이 더 지났을까? 시우는 한숨을 내쉬며 요리사 복장을 벗어 던졌다.
“다 끝났다……. 이제.”
“어, 수고했다……. 시우야.”
“아, 이제 스킬 걸어야겠다.”
시우는 다된 음식들에게 자신의 고유 스킬들을 몇 개 걸었다. 그리고 인벤에서 꺼낸 특제 향신료를 뿌렸다.
“이제 진짜로 끝났네……. 우와.”
진성은 시우가 만든 음식들을 보면서 군침을 흘렸다.
이 녀석, 절대로 취미로 요리하는 놈이 아니다. 분명 정석대로 배운 것일 거다.
“몇 시냐? 진성아.”
“어, 잠만.”
폰으로 시간을 보니 오후 3시가 되었다. 이제 1시간 후면 다들 올 터…….
“오후 3시 됐는데.”
“그래? 나 잠시 씻을 테니까 준비해라.”
“어? 어…….”
자기 집처럼 잘 이용만 하는 시우였다. 내가 집주인이 아닌 거 같은데 그런 느낌이 들고 있었다.
아무튼 간에 이제 마무리는 고기를 굽는 것인가! 시우의 말대로 삼겹살 15인분을 사 왔는데 많이 사 온 이유는 성현이가 혼자서 6인분 이상을 먹는 놈이었기에……. 이 정도를 사 온 것이다.
시우가 씻는 동안 진성은 냉장고에 보관해 둔 고기를 꺼냈다. 이 고기 또한 연금술사들의 버프가 걸려있어서 여전히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연금술사들은 대단하네.”
정원에 의자와 파라솔이 있어 거기서 구우면 될 듯싶어, 생고기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약 30분이 지나고 시우는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인벤에서 활동하기 좋은 옷을 꺼내서 입었다.
“인물이 살아 있네, 쟤는.”
여러 음식들을 밖으로 옮기면서 시우의 멋짐이 폭발하는 걸 보고 있었다.
“나도 이제 헌터니까 돈이나 왕창 벌어야겠다.”
외모로는 비교하기 힘드니까 돈이라도 벌어서 시우를 이겨보겠다는 큰 꿈을 꾸는 진성이었다.
그렇게 30분을 더 기다리자 부모님과 성현이가 도착하였다.
성현이도 변한 게 없네. 내가 전역하기 전에 각성한 녀석이라……. 정령사라고 했던가?
정령사 헌터로 각성하는 건 진짜 보기 힘들다던데. 오죽하면 대한민국에서도 정령사는 겨우 스무 명밖에 없다고 한다.
꿈의 상위직업이네, 좋겠다.
“진성아~ 각성했다면서?”
성현이가 물어오자 ‘어……. 뭐, 그렇지.’라고 말했고 시우는 옆에서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