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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4화 (4/209)

제4화

4. 004화

“시스템이 나한테 농부라는 직업을 준 이유가 설마……?”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셈인 건가? 아니면 진짜 따로 꿍꿍이가 있는 건가? 왜 나한테 이렇게 퍼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헌터 커뮤니티 한울에서도 얻은 정보로는 보상이 짜다는 글도 많았다.

잠깐, 그러면 내가 키운 작물들이 전부 이렇게 나온다는 건가? 그러면 진짜 인생 풀린 건데…….

미래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진성을 뒤로하고 황금 사과나무가 우드드득 하는 소리를 냈지만, 진성은 듣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진성은 알게 될 것이다. 이 황금 사과나무가 진짜 살아 있다는 것을……. 그리고 황금 사과나무가 어떤 식으로 크게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도…….

황금 사과나무가 자라고 진성은 본격적으로 시스템이 주는 퀘스트에 다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퍼주는데 하지 않으면 바보다. 다음 퀘스트 보상도 정체불명의 씨앗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슬며시 생기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농부라는 직업이 확정된 게 불만이 많았던 진성이었는데, 그런 마음은 쏙 들어가고 어느새 돈에 대한 갈망 그리고 자신만의 개인 농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현재 황금 사과나무는 열 그루가 있고, 한 그루당 세 개면 매달 30개가 나오는 셈이었다.

시험 삼아서 30개 중 다섯 개는 팔아보고 20개 정도는 부모님에게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자리에서 30개를 수확해 인벤토리에 넣어 버렸다.

등급은 하급이었지만 꾸준히 관리하면 중급이 되고 상급의 품질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불치병까지 치료하는 황금 사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황금 사과나무에 등을 기댄 진성은 폰을 꺼내 헌터 커뮤니티에 들어가 정보를 검색하고 있었다.

“아, 상태창 아래쪽에 톱니바퀴 모양을 누르면 설정이 나오는구나.”

커뮤니티에 적힌 대로 상태창을 띄우고 아래쪽에 있는 톱니바퀴 모양을 누르자 설정 창이 나왔다.

거기에는 퀘스트, 레벨업 등의 알림들을 끄고 켜는 것을 설정할 수 있었는데, 진성은 바로 대부분 꺼버렸다.

“필요한 것만 켜야겠다.”

진성은 퀘스트 알림과 레벨업 그리고 보상수령 등 중요한 알림들만 on 시켜둔 후 설정 창을 껐다.

메인 상태창으로 돌아오니 어제 잡다하게 많이 뜬 알림들이 대부분 사라져 있었고 깔끔했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1

랭크:D

직업:초급 농부

능력치:힘 20 민첩 20 마력 200 체력 180

고유 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10배 빠르게 합니다.)]

“체력이 30 정도 올랐으니까. 나머지 퀘스트도 진행하면서 먼치킨 능력치 만들어 봐야지.”

아까 커뮤니티 검색으로 농부 헌터들 정보도 찾아봤는데 자신처럼 특이한 농부는 없었다.

대부분 농부 헌터들의 스킬들을 보니 작물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해 봤자 2배 또는 3배였던 것이다.

“진짜 내가 농부 헌터들 중에서 비정상적인가 보네.”

혹시나 황금 사과나무를 검색해 봤으나 단 한 건의 게시물도 나오지 않았다.

“어디 보자……. 일단 부모님께 알리고 황금 사과 20개 드려야겠다.”

진성은 바로 집으로 향했다. 황금 사과나무를 잘 이용한다면 돈을 엄청 벌 수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진성은 부모님께 모든 걸 얘기하였고 부모님은 깜짝 놀란 듯 보였다.

“그 황금 사과나무라는 게 너무 비정상적인 속도로 자라는 게 아니냐.”

“저도 그렇게는 생각하는데, 제 고유 스킬 영향도 있어서요.”

진성은 자신의 상태창을 공개했고, 아버지는 진성의 상태창을 보고 경악하는 눈치였다.

아들의 능력치가 자신보다 2배 이상 높았고 거의 D랭크 중 최상위 헌터 수준이었던 것이다.

“진성아……. 아무튼, 잘해 봐라.”

“네…….”

아버지 찬성은 그다지 해 줄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시스템이 진성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기회에 진성이 더욱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아들의 능력치를 보는 순간 찬성은 직감했다. 지금도 고유 스킬이나 능력치나 사기적인데 성장할수록 괴물 헌터가 되리라는 것을…….

“여보……. 아무래도 진성이가 괴물 헌터가 될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금 보는 거와 같이 진성이의 능력치와 고유 스킬이 우리의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소.”

“그러네요. 그래도 진성이가 이제라도 잘 풀린 걸 다행으로 여겨요.”

“후……. 아무래도 진성이 때문에 우리도 유명해질 것 같은 느낌이…….”

“아무렴 어때요? 진성이가 잘 돼야 우리도 한시름 놓을 것 같은데요?”

찬성은 아내 이혜진에게 아들의 능력치가 비정상적 같다고 하자 아내는 아들이 이제라도 잘 풀리니 다행인 것 같다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하였다.

진성은 황금 사과나무에서 수확한 30개의 황금 사과 중 20개를 부모님께 드렸다. 부모님은 한사코 거절하였지만 진성은 이거라도 드려서 효도하고 싶었다.

“그럼 일단…… 받아 두긴 하마.”

“네, 아버지.”

진성은 방으로 돌아가서 노트북을 켜고 헌터 커뮤니티에 접속하였고 가까운 경매장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문산 주민센터 3층에 헌터 전용 경매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스템이 만든 온라인 경매장인 거 같았다.

“내일 아침에 주민센터에 올려봐야겠다.”

과연 1개당 얼마나 받을까? 5억? 아니, 10억 이상이지 않을까? 아무렴 어떤가. 앞으로도 작물을 경매로 팔아서 꾸준하게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개인 땅을 사서 떵떵거리며 살 것이다.

황금 사과나무로 기분이 좋아진 진성은 내일 주민센터에 팔 생각에 일찍 잠이 들었다.

* * *

어느덧 아침이 되고 진성은 30개 중 남은 열 개가 인벤토리에 있는 걸 확인하고 문산 주민센터로 향했다.

조깅 퀘스트가 있는 걸 확인하고 집에서 문산 주민센터까지 달려갈 셈이었다.

“얼마나 걸리려나…….”

폰으로 이동 거리를 측정해 보니 무려 도보로 1시간이나 걸렸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안 되었다. 어차피 퀘스트니까 이것도 완수하면 또 엄청난 보상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성이 그렇게 경매장으로 떠났고 마을에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본 적도 없는 사과나무 열 그루가 하루 만에 진성의 밭에 생긴 걸 많은 마을 주민이 목격한 것이다.

다들 진성의 아버지 찬성에게 물어보았다. 찬성은 자초지종 설명하였고, 다들 진성이 헌터가 됐으며 농부 쪽 헌터가 된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저렇게 빠른 속도로 작물이 자란다니. 다들 신기해하였다.

진성이네 관리기를 고장 낸 이 씨 아저씨는 황금 사과나무 얘기를 듣자마자 욕심이 생겼다.

“황금 사과라……. 재밌는 걸 만들어 냈구나.”

이 씨는 음흉한 생각을 하며 히죽거렸다.

한편 진성은 도보 1시간 거리를 달려서 30분 만에 도착하였다. 도착함과 동시에 퀘스트 완료 알림이 뜬 것이다.

띠링!

-퀘스트 조깅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을 수령하세요.)

조깅 퀘스트의 보상은 체력 20이었다.

“와……. 체력 올리기 겁나 쉽네.”

조깅 퀘스트라니. 참 웃기네. 별 이상한 퀘스트 많구나. 설마 내가 기른 작물을 먹는 퀘스트가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진성이었다.

주민센터에 도착하자 바로 3층의 헌터 경매장 부서로 올라갔다. 거기는 꽤 많은 헌터들이 카운터에 물건을 맡기고 카운터에 있는 직원이 경매장 시스템에 물건을 등록하고 경매하는 식이었는데 진성은 그런 것조차 신기했다.

“경매장 시스템이 이런 식이구나.”

일반인일 때는 몰랐는데 헌터가 되어보니 모든 게 신세계였다.

순서표를 뽑고 기다리니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되었다.

경매장 직원이 진성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어서 오세요! 어떤 물건을 경매에 올리시려고 오셨나요?”

“혹시 작물 같은 것도 되나요?”

“네, 됩니다. 고객님.”

된다는 말에 바로 카운터에 황금 사과 다섯 개를 올렸다.

경매장 직원은 평소처럼 오늘도 농부 직업을 가진 청년이 평범한 작물을 수확해서 팔러 왔겠거니, 생각하였는데 그 청년이 꺼내든 황금 사과를 보고 경악하였다.

“이 황금 사과를 팔려고 왔는데요.”

“황, 황금 사과요?”

“네, 황금 사과요.”

순간 직원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하고는 다시 물어봤지만, 똑같이 황금 사과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대체 황금 사과는 뭐지?’ 하고는 황금 사과 정보창을 본 직원은 놀라 주저앉을 뻔했다.

[황금 사과 Lv.1

등급:하급

특징:노화 방지, 작은 병 등을 낫게 한다.]

“고객님. 제가 경매장 하면서 이런 작물은 처음 보는데……. 이런 작물을 키워 내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아……. 네. 혹시 이 정도면 개당 얼마 정도일까요?”

“아무래도 처음 보는 새로운 작물이고 하니 최소 30억이지 않을까 합니다.”

“3, 30억이요?”

“네. 황금 사과 특징을 보니까 불치병까지는 아니지만 웬만한 작은 병과 피부 노화 방지가 된다고 하니, 이 정도 내용이면 그 정도 가격은 할 겁니다.”

“헐…….”

진성은 최소 30억이라는 말에 대충 계산을 해 봤다. 개당 30억에 팔아도 다섯 개면 150억 아닌가? 라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150억이라니! 나 진짜 부자가 될 상인 건가.

“고객님, 다섯 개 다 등록하실 건가요?”

“네네, 다섯 개 다 해 주세요.”

진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 개 중 다섯 개만 등록해 보기로 했다.

“고객님. 헌터 라이센스 부탁드립니다.”

“네네, 여기 있습니다.”

진성인 헌터 라이센스를 경매장 직원에게 건넸다.

“고객님, E랭크 헌터셨네요? 처음 경매장 이용하시는 거면 처음 물건 등록은 1회 수수료 면제이십니다.”

“네……. 그렇군요! 아, 그런데 제가 최근에 E에서 D랭크가 되었거든요. 갱신 지금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랭크 빠르게 올리셨나 봐요.”

“네……. 뭐…….”

경매장 직원은 휴대용 측정기를 가지고 진성의 랭크를 체크한 후에 바로 헌터 라이센스를 갱신해 주었다. 그러곤 다시 진성에게 물었다.

“고객님, 헌터 계좌가 없으시네요? 바로 개설 가능합니다.”

“아! 개설해 주세요.”

“네, 고객님!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직원은 라이센스를 확인하고 계좌를 개설해 주었다.

약 20분 후.

계좌가 완성되었고 황금 사과는 개당 30억에 등록되었다.

얼마나 팔리려나…….

팔리는 대로 바로 헌터 계좌에 들어온다고 하니 진성은 나중에 확인해 보기로 하였다. 가서 다른 작물들도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수고하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고객님.”

그렇게 주민센터를 빠져나온 진성이었다.

“나 진짜 부자 될 것 같다……. 시스템아, 고맙다.”

보이지도 않는 시스템에게 절까지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 * *

며칠 뒤.

황금 사과 다섯 개를 누군가 구매했고 개당 50억에 팔려 나갔다. 경매장 세금을 제외하고도 무려 225억이라는 돈이 진성의 계좌에 들어온 것이다.

계좌에 돈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진성은 오늘도 열심히 황금 사과나무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래, 무럭무럭 자라라.”

황금 사과나무를 보면서 씩 웃는 진성이었다.

이 보물덩어리 같으니라고.

다음 달에 또 황금 사과가 열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이제 다른 퀘스트들도 진행해 볼까? 아니면 평범한 모종이나 씨앗을 구매해서 키워 볼까?

여러 가지로 고민이 드는 진성이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 씻고 쉬는데, 며칠 전에 경매로 올려놨던 황금 사과 다섯 개가 생각나서 헌터 계좌를 살펴본 진성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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