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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3화 (3/209)

제3화

3. 003화

인터뷰는 간단하게 할 생각이었다. 다른 선배들처럼 길게 하지 않고 끝내려는 이유는 일단 안면이나 익히고 매너 좋은 기자로 보이기 위해서다.

사람 일은 앞으로 모르는 거 아닌가?

한편 집에 있던 진성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 되었고, ‘부모님 일이나 도우러 나갈까?’라는 생각으로 삽을 챙기고 집을 나섰는데 집 주변에 낯선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차량에서 한 남자가 내려 진성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강진성 씨. 저는 현성 일보 기자 한수성이라고 합니다.”

“아……. 네.”

“E랭크 헌터가 되신 강진성 씨 인터뷰하러 왔습니다.”

“음…….”

한수성은 진성에게 확인차 ‘E랭크 맞으시죠?’라고 물었고, 강진성 헌터가 라이센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아, 저 이거 갱신해야 됩니다. E랭크가 아니고 이제 D랭크거든요.’라고 말하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E랭크로 알고 있었는데 D랭크라니……. 빠른 성장 속도였다.

그래서 인터뷰는 간단하게 해야 했다. D랭크 강진성 헌터가 나중에 엄청 유명해질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진성은 인터뷰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인터뷰 잘못했다간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거 아닌가, 하고 말이다.

진성이 고민하는 듯하자, 한수성을 애가 탔다. ‘제발 수락해라.’ 하면서 속으로 빌고 있었다.

그때 진성에게 알림이 하나 떴다.

-퀘스트:인터뷰를 하세요.

(보상:???의 씨앗×10)

진성은 거절할 생각이었는데 시스템에 의해 퀘스트가 생겼다. 거기에 보상이 주어진다니.

과연 저 퀘스트의 보상이 무엇일까?

“인터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강진성 씨!”

기자는 진성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

인터뷰는 정말 간단했다. 뉴스에서 보던 것처럼 꼬치꼬치 캐물을 줄 알았는데 웬걸? 정말 간단한 질문들이었다.

자신의 상태창 마력 200인 거랑 어떻게 각성하게 됐는지 정도만 물어본 그에게 조금 호감이 생겼다.

그런 얘기들로만 10분 정도 인터뷰를 한 후, 한수성이라는 기자는 자신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인터뷰 진짜 간단하게 하네. 저래도 되나.”

라고 말하며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무래도 마을 입구로 나가면 기자들이 바글거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집에 있기로 한 것이다.

방으로 돌아오자 알림이 떴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을 수령하세요.)

“그냥 수령이라고 말하면 되나.”

수령이라는 단어를 말하자,

-보상이 수령되었습니다.

라는 문구가 눈앞 화면에서 떴다.

그리고 바로 인벤토리 창을 확인해 본 진성이었다.

헌터로서 기본은 뭐, 주민센터에서 들은 터라 쉬웠다.

인벤토리 창안의 내용물을 보자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씨앗 10개와 농사에 필요한 기본 장비들이 들어 있었다.

“진짜 리얼 농부네…….”

진성은 ‘저 ???씨앗에서 뭐가 나올까.’라는 상상을 하며 침대에 누웠다. 내일 아침에 자신이 정리한 1천 평의 땅에 심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잠시 누워 있으려는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다.

시간은 어느새 밤이 되었고 일을 마치고 돌아온 부모님은 진성이 곤히 잠들어 있는 걸 보고는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

“꽤 피곤했나 보네요.”

“그러게 말이오.”

진성의 부모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진성이 드디어 헌터로 각성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였고, 앞으로 자식이 무엇을 하든 잘되기를 빌었다.

* * *

다음 날.

오늘도 상쾌하게 일어난 진성은 아직도 자신이 헌터라는 것이 적응이 안 되었다.

뭔가 얼떨결에 헌터가 된 거 같기도 하여, 이게 꿈인가 하고는 볼을 세게 꼬집었지만 아픔이 남는 것을 보아하니 꿈은 아니었다.

“확실히 꿈은 아니라는 거지? 이제 나도 앞날이 편해지는 건가.”

각성한 거는 좋다 이거야. 근데 하필 농부냐…….

아무리 어렸을 때 부모님께 농사를 배웠다고 하지만 각성하고 나서의 직업이 고정적으로 농부가 될 줄이야.

남들처럼 기사나 전사 등의 직업이었다면 화려한 장비를 입고 돌아다니며 나름의 만족을 얻었을 텐데. 이놈의 시스템도 너무하지!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던 진성은 어차피 농부로 된 이상 이대로 가야겠다 생각하며 빠른 포기를 선언하였다.

어제 인터뷰 보상으로 받았던 정체불명의 씨앗이 뭔지, 황금손 스킬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궁금한 터라 일찍 일어난 것이다.

현재 시각은 오전 5시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진성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전역한 지 얼마 안 돼서 자동적으로 5시에 일어난 것뿐…….

부모님은 보통 5시쯤 일어나 나가시는데 집안이 고요한 거로 봐서 조금 더 일찍 나가신 듯 보였다. 낮에 밭에서 일하기에는 너무 덥기 때문이다.

“농사는 역시 부지런함인가.”

어떻게 저렇게 시간을 칼같이 지키시는지 참 대단한 거 같다. 다른 농부들도 대부분 그렇겠지?

“이 황금손 스킬이 뭔지, 이 씨앗이 뭔지 알아내려면 바로 테스트해 볼 수밖에.”

진성은 아침을 대충 때우고 집에서 나와 밭으로 향했다.

* * *

부모님은 먼저 도착하셔서 마무리 중이셨고 내 할당으로 된 1천 평의 땅으로 돌아온 진성은 잡초 작업이 끝났으니 작은 돌부터 큰 돌까지 골라내서 치우고 있었다.

“어휴, 돌들이 왜 이리 많지.”

잡초 다음에 돌이라니. 작은 돌도 그렇지만 땅에 박혀있는 큰 돌이 문제다. 결국 이것들을 처리해야 되는데 말이다.

이 5천 평의 땅 중에 1천 평은 내가 담당하게 됐으니 아버지 말로는 연구용을 심든, 판매용을 심든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

돌들을 골라내서 치우는 일만 1시간은 한 것 같은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역시 각성의 힘인가. 전혀 안 힘드네.”

오늘도 몸 상태는 최상급이었다.

이마에 땀이 조금 맺혀서 살짝 닦는 진성이었다.

“빨리 끝내 버리자.”

진성은 초고속으로 땅에 박힌 돌과 굴러다니는 작은 돌들을 빠르게 처치하였다.

“손으로 일일이 하기엔 좀 빡세긴 하네.”

보통 관리기로 밭을 가는데 하필 관리기가 고장이 난 것이다.

결국은 일일이 손으로 해야 헸는데 엄청 오래 걸리겠지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삽으로 땅을 푹푹 찍어 엎은 뒤 곡괭이로 분쇄하였다. 반복 작업을 빠른 속도로 끝내고는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진성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하는 강찬성이었다.

“어때? 힘들지?”

“네……. 진짜 일일이 손작업하기 힘드네요. 근데 관리기는 왜 고장 났어요?”

“관리기가 오래됐기도 했고 마을 회관에서 이 씨가 조심히 쓴다고 빌려 갔는데 저렇게 됐다.”

“에휴……. 또! 이 씨 아저씨예요? 그 아저씨는 장비를 너무 험하게 쓰시네.”

“아무튼, 고생해라. 진성아.”

“네. 아버지.”

찬성은 진성이 고생하는 것을 아까부터 지켜보았다가 다가온 것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고 조금 쉬고 있었는데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 다 돼 갔다.

“비료 뿌리는 작업까지만 하고 점심 먹어야겠다.”

진성은 대충 정리를 하고 반대편 밭 구석에 쌓여 있는 비료 포대를 몇 포 가져와 골고루 뿌려 땅과 골고루 섞고 인벤토리에 있던 농부의 물뿌리개를 꺼냈다.

“이게 과연 물 저장용량이 얼마나 되려나.”

농부의 물뿌리개 정보를 확인해 보는 진성이었다.

[초급 농부의 물뿌리개 Lv.1

10t의 물이 저장되어 있다.

(10t의 물을 다 써도 10분 뒤, 자동 충전이 된다.)

특징:물뿌리개에서 나온 물을 먹은 작물은 성장 속도가 5배 증가한다.]

“헐……. 10t의 물이랑 성장 속도 5배 증가라니! 미쳤다. 진짜.”

이미 물뿌리개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물뿌리개 주제에 레벨이 있다고? 10t의 물을 담을 수 있다고? 거기에 10t의 물을 다 써도 10분 후면 자동 충전이라니 이런 개사기 물뿌리개를 봤나?

이 물뿌리개만 비정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인벤토리에 있던 기본 장비템들을 모두 살펴보니 모두 다 물뿌리개처럼 비정상이었다.

“이건 대놓고 농부 하라는 거 아닌가……. 망할 시스템.”

10t의 물이 저장된 물뿌리개를 가지고 진성은 1천 평의 땅에 골고루 뿌렸다. 물 작업까지 하고 나니 딱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반대편 밭에서 작업을 끝내고 쉬고 있던 부모님이 자신을 보고 손짓을 하였다. 와서 먹고 하라는 것이었다.

“네네, 갑니다.”

오늘 점심은 엄마가 김밥을 준비하셨다.

“역시 꿀맛.”

오늘도 엄지척을 날린 진성이었지만 아버지가 또 뒤통수를 때렸다.

“이놈아, 조용히 먹어라.”

“아니……. 왜 자꾸 뒤통수를 때려요!”

아버지랑 티격태격하자 엄마는 조용히 웃으셨다.

이제 점심까지 먹었겠다. 저녁 전까지 씨앗을 심고 말 테다!

다시 자신의 밭으로 돌아온 진성은 아주 흐뭇하게 땅을 보고 있었다.

“내가 작업했지만 정말 잘됐군. 흐흐흐.”

이제 정체불명의 씨앗을 심어 볼까, 하고는 진성은 인벤토리에 손을 넣어서 씨앗들을 꺼내었다.

“과연 뭐가 자랄까.”

적당히 간격을 띄워서 열 개의 씨앗을 모두 심자 알림이 떴다.

띠링.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을 수령하세요.)

“퀘스트라고? 퀘스트 창이 어디 있더라.”

내가 퀘스트를 받았었다고? 어제 받은 건 저 보상뿐이었는데.

다시 상태창을 펼치고 구석에 깜빡이는 창을 열어 보니 진짜 리얼 농부에 관한 퀘스트가 가득 보였다.

진행 중 또는 완료된 퀘스트가 보였는데 씨앗 심는 작업만으로 체력을 30이나 준 것이다.

“미친……. 개사기 맞네. 이렇게 능력치 올리기가 쉽다고?”

보통 체력 30 정도를 올리려면 레벨을 2 또는 3 정도 올려야 가능하다. 근데 나는 아직 레벨 1인데??

“내가 사기인 건가? 아니면 시스템이 줬다가 뺏으려고 하는 건가? 알 수가 없네. 각성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퍼줘?”

혹시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하지만 시스템이 준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씨앗을 심은 곳의 정보창을 열어 보니.

[????의 씨앗 Lv.1

특징:농부의 물뿌리개 효과 덕분에 성장 속도 5배 증가.

황금손 스킬에 의해 성장 속도 10배 증가.

(남은 시간:3시간)]

“대체 뭐가 나오려나…….”

아무리 성장 속도가 15배 빠르다고 하지만 보통 씨앗의 경우 그래도 몇 개월은 걸릴 텐데, 특이한 씨앗이라 그런가,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씨앗 열 개 심은 곳을 한동안 넋 놓으면서 바라보다가 성장하기까지 3시간이나 걸리니 집에 가서 쉬다가 와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고 아버지 찬성은 진성에게 말을 걸었다.

“진성아, 거기에 뭘 심은 거냐.”

“그냥 퀘스트에서 받은 씨앗 심었어요.”

“무슨 씨앗인데?”

“정보가 정확히 안 나오던데요?”

“이상한 거는 아니겠지.”

“에이, 이상한 거를 주겠어요? 시스템이…….”

“뭐, 아무튼 잘 관리해라. 진성아.”

“네, 아버지.”

아버지와의 대화가 끝난 진성은 3시간 후를 기대하며 방 안으로 들어와 쉬고 있었다.

멍하니 누워 있다가 폰으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다가 대략 3시간이 넘자 진성은 한번 확인하러 가봐야겠다며 집에서 나와 자신의 밭으로 향했다.

밭에 도착해 보니 씨앗을 심은 자리에 상상을 초월한 작물이 자라나 있었다. 신화 속에서 나올 법한 황금 사과나무를 본 것이었다.

“진짜냐?”

내가 잘못 본 게 아닐까? 하고는 눈을 비벼봐도 황금 사과나무였다. 정보창을 열어 보니.

[황금 사과나무 Lv.1

등급:하급

특징:매달 세 개의 황금 사과가 열린다.

노화 방지, 작은 병 등을 낫게 한다.]

“아니……. 이거 에반데…….”

터무니없는 것이 내 밭에 열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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