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2. 002화
“안 되겠다. 진성아! 일단 나랑 저녁에 주민센터 좀 들르자.”
“주민센터는 왜요?”
“왜긴 왜야! 헌터 테스트해 봐야지.”
아버지는 나를 어떻게든 주민센터로 데려가려고 하는 듯 보였다.
그나저나 아버지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시다니. 내가 그동안 오해하고 있었나?
“아들~ 헌터가 된 거면 좋겠구나.”
크윽.
엄마가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헌터 테스트 받았는데 헌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실망하시지 않을까? 설마 내가 헌터가 됐을까? 헌터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안 됐는데. 갑자기 이렇게 된다고?
진성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부모님과 집으로 돌아간 진성은 방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켜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일단 헌터 커뮤니티 한울이라는 곳에 들어가 각성 후의 후기를 보고 있었다. 대부분 비슷했다. 갑자기 몸이 가벼워졌다거나 대충 그런 내용 말이다.
“이거 진짜……. 각성인가.”
만약 진짜라면 대박인데, 내가 꿈에 그리던 헌터가 될까?
주민센터에 갈 때를 기다리는 진성이었다.
몇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아버지와 함께 주민센터에 방문하였다.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2층이 헌터 부서가 있는 곳이었다.
주민센터 2층에 도착한 나는 긴장하여 침을 꿀꺽 삼키고는 주변을 조심스레 둘러보았다.
아버지는 일단 헌터 테스트 접수를 신청 중이셨고, 나는 긴장해서 빳빳하게 서 있었다. 그런 내가 웃겼는지 헌터로 보이는 자들이 피식피식 웃으며 지나갔다.
접수를 끝내고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온 아버지가 말했다.
“긴장했냐? 진성아.”
“아, 아니요.”
“흐음……. 딱 봐도 긴장했구만.”
“…….”
두 부자는 접수처 앞 대기실에서 말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얼른 차례가 오길 말이다.
기다린 지 10분 만에 헌터 부서 직원이 우리를 찾아와 간단한 설명을 하였다.
“아드님이 헌터 테스트받으시는 건가요?”
직원의 말에 아버지 강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네네, 맞습니다.”
“저기, 아드님분? 손을 저기 보이는 수정구에 올려 보세요.”
“네.”
진성이 검은색 수정구에 손을 올리자 수정구에서 환한 빛이 나오더니 수정구와 연결된 노트북에서 각성하였음을 알리는 정보가 나왔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1
랭크:E
직업:초급 농부
능력치:힘 10 민첩 10 마력 200 체력 100
고유 스킬:없음]
“축하합니다. 각성하셨네요.”
직원이 우리에게 그 정보를 건네며 축하한다는 말을 남겼다. 강찬성은 ‘E랭크라니!’라며 놀라는 눈치였다.
E랭크가 좋은 건가?
눈치 빠른 직원이 대신 설명을 해 주었다.
“처음부터 E랭크로 각성하시다니 운이 좋네요! 대부분 F랭크부터 시작하거든요. 일부만 빼고요.”
그 말에 나는 놀랐다. ‘보통 대부분 F에서 시작한다는 건데 나는 E랭크부터 시작하는 거구나.’ 하면서도 직업을 보며 ‘초급 농부……. 아니, 성기사나 전사가 아니라니!’ 절망적이었다.
확정적 농부라니!! 게다가 이제 와서 각성한다고? 각성하려면 군대에 있을 때 하든가. 절망이란 절망은 다 주고, 전역하고 나서야 각성하네.
“헌터 강진성 님이 E랭크가 나온 이유는 마력 때문입니다. 보통 마력이 100인데 마력이 200이나 나오는 건 제가 여기서 일하면서 두 번째로 보네요.”
“두 번째라면.”
“네, 첫 번째는 당연히 A랭크 헌터 이계인 님이거든요.”
“아.”
찬성은 들어본 적이 있다. 어부이자 A랭크 헌터인 이계인을 말이다. 그는 꽤 유명했다.
“아, 그리고 30분 뒤에 E랭크 라이센스 나오니까 꼭 받아 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직원의 설명이 끝나자 나는 긴장이 풀려 털썩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진성아! 각성 축하한다.”
“네……. 좀 얼떨떨하네요.”
근데 하필 왜 농부란 말인가. 자신도 다른 이들처럼 헌터가 되어 활약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앞으로 농부로 살아가야 한다니. 이제야 각성한 내 운명도 참으로 웃기다.
진성과 아버지는 30분을 기다려 헌터 라이센스 증을 발급받고는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내 소식에 엄마도 기뻐했다. 그날 밤에는 부모님 두 분 모두 기뻐하시면서 잘 안 드시던 술을 꺼내 드시면서 나를 격려하셨다.
가족 간의 술자리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진성은 침대에 누워 생각하였다.
각성하기 전에는 나 자신을 저주하며 미워했는데 전역한 지 며칠 안 돼서 각성해 버렸다.
근데 알림은 왜 안 뜬 거지?
아까 주민센터에서 들은 기초 설명을 더듬어 마음속으로 상태창을 외치자 내 눈앞에 상태창이 떴다.
우측 하단에 보니까 각성했다는 알림이 있었다. 시간대를 보니 내가 곯아떨어진 그 새벽 시간대였다.
“아, 그때까지 조금만 버틸걸.”
참 아쉬웠다. 하지만 그땐 정말 너무 피곤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진성은 이제라도 각성을 했으니 즐거운 마음이 들었고 어차피 직업이 농부로 정해진 이상 이 길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 * *
한편, 문산 주민센터에는 E랭크 헌터가 나왔다는 소문이 슬며시 퍼지고 있었다.
헌터 부서 중에 수다를 좋아하는 어떤 직원이 서류 정리하다가 강진성의 정보를 발견하여 주변 지인들에게 말했고 그게 소문이 퍼진 것이다.
그 소문은 파주시 지역 기자들에게까지 퍼졌고 일부 기자들은 문산 주민센터까지 찾아와 직원들에게 물어보거나 근처 주민에게 물어보는 등, E랭크 헌터의 정보를 캐내기 바빴다.
그중 한 신참 기자는 이 주민센터의 지인에게 슬며시 선물을 찔러 주면서 E랭크 헌터인 진성의 정보를 캐내고 있었다.
그리고 정보를 알아낸 신참 기자 한수성은 씩 웃으면서 주민센터를 나왔고 주변에 선배 기자들이 보이자 다시 무표정을 지었다.
주변 선배 기자들은 아무 정보도 건지지 못한 듯, ‘대체 누구인 거지?’ 하는 그런 얘기들뿐이었다.
즉 자신만이 이 정보를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좋아. 지금 찾아가기에는 좀 그러니까 내일 아침에 찾아가야지.”
신참 기자 한수성은 이 특종을 제대로 잡아서 보너스 받을 생각에 히죽히죽 웃었다.
진성은 지금 자느라 자신의 정보를 알아낸 기자가 아침에 자신을 찾아올 줄 꿈에도 모를 것이다.
신참 기자인 그를 제외하고 허탕을 친 다른 기자들은 여전히 주민센터에 죽치고 있었다.
E랭크 각성자 소문 때문에 기자들에게 시달림을 받은 주민센터 직원들은 그 소문의 원인인 직원을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서로 의심 중이었다.
시끌시끌한 그날이 지나고.
다음 날.
외부인이 아침 일찍 임진리 마을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 외부인은 신참 기자인 한수성이었다.
“흐흐, 선배들은 허탕을 치고 있겠지! 어디 보자, 저기 파란색 지붕인가. 흠…….”
한수성은 차를 마을 회관 주변 주차장에 주차하고 마을 구석 파란색 지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밭일을 나가려는 몇몇 주민이 그를 발견하였고, 누군가의 친척이겠거니 생각했는데, 행동이 수상해 보이자 진성의 맞은편 집에 사는 철물점 사장이 지나가는 수성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 찾는 사람 있습니까.”
그 말에 수성은 ‘아, 혹시 이 동네에 강진성이라는 사람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진성이는 왜 찾으십니까.”
“아! 다름이 아니라 인터뷰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흠……. 인터뷰라…….”
철물점 사장은 인터뷰를 위해 진성을 찾는 기자가 있다는 것에 의심을 하고 있었는데, 눈치가 빠른 수성이 바로 기자 신분증을 보여주자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구석에 있는 파란색 지붕이 맞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외에 마을에서 소란 피우면 각오하시오.”
“하하하.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수성은 발 빠르게 진성의 집을 찾아왔다.
집 앞에 서서 뭐라 말하며 들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집에서 누군가가 나오고 있었다.
집주인으로 보이는 꽤 나이가 되는 부부가 나오자 직감으로 ‘아, 이 사람들이 E랭크 헌터 강진성의 부모님이군!’ 하고는 바로 접근하였다.
진성의 부모님은 웬 낯선 남자가 접근하자 조금 경계했지만, 그 남자가 바로 기자 신분증을 내밀며 말을 걸자 경계보단 의문이 들었다.
“혹시 강진성 씨의 부모님 되십니까?”
“네. 그런데 기자이신 분이 무슨 일로 우리 집에 찾아오셨습니까?”
“아! 요번에 E랭크 헌터가 된 강진성 씨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기자인 그의 말에 조금은 경계심이 들었지만 찬성은 그에게 말했다.
“지금은 진성이가 자는 중이니 이따가 점심쯤에 한 번 더 찾아오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수성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서 차로 돌아갔다.
“아, 역시……. 너무 일찍 왔네.”
‘그냥 차에서 죽치고 있어야겠네!’라며 폰을 꺼내 들고 게임이나 하고 있었다.
진성의 부모님은 일단 밭으로 가서 마무리 작업 후에 진성에게 알려줘야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집에서 부모님 인기척이 없어진 지 좀 되자 진성도 잠에서 깼다.
“오늘도 정신상태랑 몸 상태 말짱하네.”
대충 씻고 밥을 먹으려고 준비하려던 찰나, 갑자기 자신의 눈앞에 알림이 떴다.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동기화? 뭔 소리지.”
갑자기 난데없는 동기화 알림이었다. 그리고 상태창이 오픈이 되었다. 상태창을 본 진성은 ‘헐?’이라는 소리를 냈다.
[이름:강진성
나이:25
레벨:1
랭크:D
직업:초급 농부
능력치:힘 20 민첩 20 마력 200 체력 150
고유 스킬:황금손(작물의 성장을 ???배 빠르게 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상태창을 자세히 보니 마력을 제외한 능력치들이 두 배로 올랐고 거기에 랭크가 한 단계 상승했다.
그리고 고유 스킬까지??
“아니……. 이거 꿈인 건가.”
진성은 혹시나 해서 볼을 손으로 강하게 꼬집어 봤고, 아픔이 몰려왔다.
“나 설마, 성장형 먼치킨.”
그렇게 중얼거리는 진성이었다.
상태창을 보면서 밥을 먹는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 * *
진성이 멍하니 능력치들을 보고 있을 때쯤……. 임진리 마을 입구에서는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자신의 차에서 열심히 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던 수성은 갑자기 들리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시 게임을 끄고 밖을 보는 순간, 썩은 표정이 되었다.
“아……. 선배들이다.”
어디선가 냄새를 맡은 건지 아니면 정보를 얻은 건지 주민센터에서 죽치고 있어야 할 선배 기자들이 보인 것이다.
“아……. 어떻게 하지? 저 선배들을 어떻게 따돌려야 하나.”
입구에서 차량 몇 대가 들어와 주민들의 길을 방해하자 화가 난 일부 주민들이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신고하겠다 했다.
그러자 일부 기자들은 물러섰고 또 일부 기자들은 배를 째라는 식으로 못 비킨다며 버티고 있었다.
주민 중 한 명이 경찰에 신고하였고 얼마 안 돼서 순찰차 두 대가 마을에 들어와 교통정리를 시작하였다.
경찰들은 기자들에게 소란죄 등등 죄를 물겠다고 하자 기자들은 ‘일단 포기하고 다시 오자.’라며 순순히 물러갔다.
“휴……. 갔네, 다행이다. 내 특종 뺏기는 줄 알았네.”
수성은 안심했다. 이 특종은 절대로 놓칠 수 없었기에.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점심시간이네. 이따가 움직여야지.”
라며 수성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