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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화 (1/209)

제1화

1. 001화

2030년.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는 유성이 잘게 부서져 전국 곳곳에 떨어졌다.

평범한 유성인 줄 알았으나, 그곳에서 나온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부 동식물 등이 괴물들로 진화하기 시작했고 던전이라는 곳도 생기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바이러스에 전혀 감염되지 않았다.

그 괴물들 탓에 세계인구의 20%가 사망했고 사람들은 맞서 싸우기 시작하였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각성자들이 생겨났고, 그중 전투에 특화된 이들은 헌터로 불렸다.

헌터의 시대가 온 것이다. 전 세계인구 중 무려 60%가 각성하였다. 2030년이 지나 어느덧 5년이 흘러 2035년이 되었다.

* * *

2035년 7월 4일.

“충성! 신고합니다. 병장 강진성 외 4명은, 2035년 7월 4일부로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입대한 지 2년이 넘었고 전역하는 날이 되었다.

군 생활 동안 나는 각성을 하지 못했다. 보통 열 명 중 네 명이 각성을 못 한다고 하지만 그 네 명 중의 한 명이 나일 줄이야.

전역 날까지 각성하지 못한 나는 평범하게 전역하였다. 대부분 다른 이들은 각성하고 잘나갈 때, 나는 각성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었다.

나도 헌터가 되고 싶었지만 되질 못했다.

군부대 안에서도 무려 절반 이상이 헌터였고, 비각성, 즉 일반 군인들은 잡다 업무와 심부름만 할 뿐이었다.

각성 군인들은 전투부대였지만 많은 포상 휴가와 진급시험을 치르지도 않고 패스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맞후임이 1개월 일찍 일병을 달았을 정도였다.

나는 그들이 헌터들이 매우 부러웠다.

“아……. 드디어 전역이구나.”

‘어차피 집에 가도 할 일이 없을 텐데.’라고 속으로 말하며, 큰 한숨만 내쉬었다. 부대 동기들은 대부분 헌터로 활동하는데 왜 나는 각성하지 못한 걸까?

부대를 나와 시내로 들어선 진성은 터미널에서 집으로 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에는 헌터로 보이는 이들만 바글바글했다. 화려한 장비를 착용한 이들만 많이 보였던 것이다.

그들과 나를 비교해 보니 참, 답이 없었다.

“겁나 부럽네. 나도 헌터가 되고 싶었는데.”

지나가는 헌터들을 바라보며 부러움과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자신이 그저 평범한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저주하고 있었다.

“후……. 집에나 가자.”

터미널에서 30분간 기다렸고 드디어 집에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집에 가는 버스에 탑승하고 약 2시간여를 달려 문산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후, 터미널에서 나와 터미널 근처 택시 승차장에서 택시를 탄 후 약 20분을 달려 임진리 마을에 도착하였다.

“손님. 4,200원입니다.”

“네! 여기요.”

진성은 PX에서 산 싸구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택시비를 결제하였다.

“캬……. 오랜만이네, 우리 집.”

비각성 시절에는 포상 휴가를 받아 보지 못하였고, 그저 정기휴가에만 집에 왔기에 뭔가 더 그리운 느낌이 든다.

임진리 마을은 인구가 겨우 200명인 작은 마을이었다. 과거에는 1,000명이 넘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수도권으로 떠났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에 10~30대는 13명뿐이고, 나머지는 40대 이상이었다.

진성은 마을로 진입하였다. 시간이 시간대라 그런가? 주민분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밭에 가셨거나 공장에 일을 다니시기 때문이었다.

우리 집은 이 마을에서도 가장 구석에 있었다. 구석에 있지만, 부모님께서 주변 땅을 대부분 사두셔서 마을에서도 땅 부자였다. 무려 5천 평이니까 말이다.

“드디어…… 집이네.”

진성은 파란 지붕으로 된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 저 왔어요.”

진성이 두리번거리며 들어왔는데 역시나 두 분 모두 집에 안 계셨다. 밭에 나가셨나 보다.

“하. 집에 있기도 뭐하고……. 밭일이나 도와 드려야겠다.”

‘진짜 부모님의 뒤를 이어서 농부의 길로 가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방에 들어가 대충 간편한 복장으로 빠른 환복 후, 집에서 조금 떨어진 밭으로 향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조금 농사지식을 배우며, 실전으로 경험까지 해 본 진성이었기에 아마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날이 깜깜했다. 나도 멋지게 살고 싶은데…….

“일단 가자. 에휴…….”

부모님께서 일하고 계신 밭으로 걸음을 옮긴 진성은 오자마자,

“저 왔어요.”

밭에서 열심히 잡초를 제거 중이신 부모님을 발견하였다.

내 말 한마디에 아버지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그래 왔냐?’라고 하고 엄마는 나를 쳐다보며 ‘수고했다.’고 하시며 ‘이따가 저녁에 맛있는 거 해 줄게.’라고 하셨다.

“오늘 잡초만 뽑으면 되는 거예요?”

아버지는 대답을 잘 안 하니 엄마한테 물어보았다. 엄마는 진성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였다.

“그럼 아들~ 저기 잡초 뽑는 거 도와줄래?”

“네, 엄마.”

나는 묵묵히 목장갑을 끼고 부모님의 반대편에 있는 풀이 무성한 밭에 가서 열심히 잡초를 제거해 나갔다.

“어우야……. 잡초 엄청나네.”

잡초가 나에게 안 뽑히려는 것처럼 뿌리가 단단히 땅속에 박혀있었던 것이다.

“으랴.”

나는 하체에 힘을 빡 주고 잡초를 뽑아내었다. 내가 열심히 작업하고 있자 부모님은 잠시 나를 쳐다보셨다.

‘또 저런 표정이시네…….’

부모님은 농부 계열의 헌터였다. 자식이 각성을 못 한 것이 부모님은 굉장히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뭐, 이렇게 된 이상 악착같이 살아남아 주겠어.

“그나저나 잡초 언제 다 뽑냐…….”

밭에는 잡초들이 무성했다.

부모님께서 대충 1,000평은 하신 거 같은데, 4,000평이나 남았잖아?

“미치겠네.”

이 밭을 나에게 물려주신다고 했지만 혼자서 1,000평을 관리하는 게 가능할까? 겨우 500평 가지고도 쩔쩔매는데 말이다. 입대 전에도 부모님의 밭일은 종종 도와 드렸지만…….

앞으로도 이걸 해야 하다니 눈앞이 깜깜하였다. 농사지식은 진짜 기본도 안 돼 있는데…….

“잡초 놈들, 더럽게 안 뽑히네.”

열심히 잡초를 뽑던 진성은 손목시계를 확인해 벌써 5시간이나 지난 것을 확인했다.

진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헐, 아직도 엄청 남았네.”

절망적이었다.

반대편에서 작업하고 있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 그만하고 집에 들어가자.”

“네.”

힘차게 대답한 진성은 하아……. 한숨만 내쉬며 하던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은 엄마가 만들어 준 꽁치찌개였다.

역시 엄마가 손수 만들어 준 밥은 최고군!

저녁을 대충 먹고 방으로 돌아온 진성은 앞으로 밭에 뭘 심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5,000평 중 1,000평가량은 분명 아버지가 관리해 보라고 할 텐데 뭘 심느냐가 문제였다.

“어디 보자, 내가 저번에도 했던 거로 해야 하나.”

농사를 처음 배울 때 시작한 건 루콜라였다. 루콜라만 미친 듯이 키웠던 진성은 루콜라 농사는 거의 마스터한 상태다.

“아니면 다른 작물을 도전해 볼까.”

진성은 큰 고민에 빠졌고, 방에 있던 노트북을 켜고 검색해 보았다. 초보자가 농사짓기 쉬운 작물에 대해 말이다.

“으아, 머리야.”

머릿속만 복잡하게 된 진성은 ‘에라, 모르겠다. 내일 생각하자.’ 하면서 대충 씻고 잠이 들었다. 오랜만의 밭일이 피곤했던지 코를 신나게 골면서 자는 진성이었다.

깊이 잠든 진성은 자신에게 알림이 뜬 걸 알지 못하였다.

띠링!

-각성하였습니다.

-동기화가 진행 중입니다.

다음 날, 아침.

진성은 어제 잘 때는 몸이 좀 욱신거렸는데 일어나보니 몸이 아주 상쾌하였다.

“어라? 어제 무리하고 잤는데 왜 이리 개운하지.”

아침 기상 후,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봐도 아주 가벼운 상태였다.

각성한 지 아직 모르는 진성은 기분 탓인가, 아니면 군대에 있을 때 운동한 탓인가, 하고는 방을 나왔다.

집 안이 조용한 걸로 봐선 부모님 두 분 다 아침 일찍 잡초를 정리하러 나가신 거 같았다.

“아……. 나도 얼른 밥 먹고 나가서 도와 드려야지.”

진성은 냉장고에서 반찬거리들을 꺼낸 후, 밥을 전투적으로 먹었다.

그리고 청바지에 반팔 티를 입고 마당에 있던 삽과 곡괭이를 챙겨서 바로 밭으로 향했다.

밭으로 와보니 역시나 부모님 두 분은 이른 새벽부터 작업 중이었다.

“아들~ 좀 더 자지 그랬어.”

“아뇨. 괜찮아요. 아직 힘도 남아돌아요.”

어제 곯아떨어진 진성의 모습이 생각난 그녀는 아들이 괜히 괜찮다고 허세를 부리는 거로 생각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 몸 상태를 걱정하셨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며 도와 드리겠다고 하였다.

“어제 했던 곳부터 다시 할게요, 그럼.”

“그러렴.”

아버지는 여전히 말이 없으시고 여전히 무뚝뚝하시네. 휴우……. 오늘도 해 보자. 잡초 놈들아!

진성은 전투 모드로 변했고 악귀 같은 얼굴로 잡초들을 학살했다. 미친 듯이 무아지경으로 뽑았는데 오늘은 힘을 조금만 줘도 잘 뽑혔다. 어제는 힘을 꽤 들였는데 말이다.

“하하하, 어떠냐. 잡초들아.”

1시간도 안 돼서 주변 잡초들을 죄다 뽑았다. 그런 잡초들을 보며 나는 승리의 웃음을 지었다.

그런 진성을 멀리서 바라본 아버지는,

“저 녀석, 군대 갔다 온 이후로 더 이상해진 거 같군.”

라고 말하며 쯧쯧거렸다.

반대편에 있던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아, 벌써 시간이 점심이 되었나?’ 하면서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갔다.

“점심 먹고 빨리 끝내야지.”

진성은 부모님이 계신 쪽으로 넘어왔는데 아버지가 대뜸 진성에게 물었다.

“진성아……. 1,000평 잡초 뽑아보니 어떠냐.”

“어제는 힘들긴 했는데 오늘은 몸이 가벼워서 미친 듯이 뽑았죠! 왜요?”

“그러냐? 이따가 확인해 봐야겠군.”

“뭐, 그러시던가요.”

진성의 아버지 강찬성은 속으로 ‘이 녀석, 몸이 아픈데 거짓말하는 거 아닌가?’ 허세를 부리는 거 같아 좀 걱정이 든 그였다.

“아무튼 아들~ 수고했어.”

“네.”

어머니가 손수 만든 도시락을 자리에 펼쳤다.

“크으! 이 맛이지.”

진성은 ‘역시 엄마는 최고야!’라는 생각을 하며 엄지척을 날렸다.

강찬성은 철없는 아들의 뒤통수를 냅다 갈겼다.

“크헉.”

“여보! 진성이한테 그러지 마요.”

“크흠.”

뒤통수를 갑자기 습격받은 진성은 먹던 샌드위치를 뱉을 뻔했다.

대충 점심을 먹은 후, 부모님께서는 내가 잡초를 얼마나 잘 뽑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반대편 밭으로 같이 갔는데 부모님은 진성이 한 작업을 보고 놀랐다.

그 짧은 시간 안에 1,000평의 잡초가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놀란 찬성은 진성에게 말했다,

“진성아! 너 각성했냐.”

“에?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진성은 아버지의 말을 바로 이해 못 했지만, 아버지가 손으로 내가 작업해 놓은 땅을 가리키자 나도 그제야 전체가 보였다.

“어.”

그 1,000평 땅의 잡초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진성아…….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넓은 땅의 잡초 뽑기는 힘들다. 그것도 손으로 말이다.”

어라? 내가 이렇게나 많이 했다고? 진짜 나 각성한 건가? 설마……. 그럴 리가 없어. 헌터의 꿈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인제 와서 내가 각성한다고? 그래! 기분 탓이겠지.

내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멍하니 서 있자 옆에 있던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괜찮니? 아들?”

“괜찮아요.”

“진성아! 솔직히 말해라. 너 정말 각성한 거냐.”

아버지의 거듭 말에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내가 작업하는 동안 각성했다는 알림이 뜨지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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