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199화 (199/200)

199화 성공가도

시즌2 계약 체결 확률은 이미 100%를 달성했다.

그 시점에 나는 다음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가 혼란스러워졌다.

티저, 방영까지 모두 통틀어서 시즌2 계약 체결을 향하고 있었는데, 1화 시사 시점에 이미 이뤄 버렸으니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100%]

그 와중에도 티저1, 티저2의 편집 완성도까지 모두 100%를 달성하고, 방영까지 끝마쳤다.

『‘이스케이프’ 한국 예능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인가』

『전 세계 80여 개국 동시 방영 ‘이스케이프’!』

『오픈일을 기다릴 수 없다! ‘이스케이프’ 티저 대화제!』

반응은 훌륭했다.

우리가 돌린 보도자료 이외에도 다수의 기사가 포털을 수놓았고, 각종 덧글, 커뮤니티 글들이 호평을 이어주었다.

『―좀비 예능이라더닣ㄷㄷㄷㄷ그냥 영화 아니냨ㅋㅋㅋ

―촬영감독 이름 봄? 무려 금완승 감독임ㄷㄷㄷ

―금완승 데려다놓고 지금 예능 찍은 거임?ㅋㅋㅋㅋㅋ

└근데 그 예능이 좀비물임ㅋㅋㅋㅋㅋㅋ

└이게 인력낭비라는 그거냐?ㅋ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좀비 예능이라니 미친 거 같다ㅋㅋㅋㅋ

―티저 존나 잘빠짐

―이 와중에 류준혁 박지운 백종현 얼굴이 빛이 난다 빛이나』

확실히, 좀비 콘텐츠에 대한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소화력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일부러 티저를 영화 예고편처럼 뽑은 효과도 있어서, 시청자들의 흥미도는 급상승했다.

이 부분은 금완승 감독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영화 스타일 편집을 가르쳐 준 것이 그이니까.

방수정 PD와는 또 다른 의미로 나에게는 스승이라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티저가 방영된 시점에, 라이언 킴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선 영어 자막 처리는 전부 끝났습니다. 서버 등록까지 완료했고, 오픈일 세팅도 전부 끝났어요.”

“그럼 드디어…….”

“예, 이제 오픈만 기다리면 되는 거죠.”

심장이 두근거리는 말이었다.

“더 필요한 거 없으십니까? 아무것도 없이 오픈만 기다리는 건 못 할 것 같습니다만.”

“하하. 걱정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일거리 드리려고요. 지금 반응이 심상치 않아서, 티저 이외 메이킹 영상을 좀 편집해서…….”

『‘이스케이프’ 출연진 인터뷰 공개』

『방영 전 스토리·설정 전격 해설! ‘이스케이프’ 캐릭터 티저 공개!』

이후, 특별판 형식으로 나갈 준비를 하던 메이킹 필름까지 탈탈 털어서 추가 프로모션 영상도 내보냈다.

『―좀비에 방탈출이라니 존나 내 취향ㅠㅠㅠㅠ

―아 언제 기다리냐 못 기다리겠다 그냥 내일 하면 안 됨?』

그때마다 차곡차곡 반응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니, AGD 앱으로 프로모션 방향을 결정하지 않아도 엘도라도의 기획력은 충분히 훌륭했다.

그냥 이 라인을 따라서 움직이면 통용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저쪽도 가만히 있진 않네.”

서인하 선배가 지나가면서 알려준 기사는, <당잠사>에 관한 것이었다.

선배가 공식적으로 신호현 이사와의 만남을 거절한 뒤.

NBS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왕이범 이사가 가끔 연락이 와서 <이스케이프> 언제 나오냐고 묻는 정도.

서인하 선배도 장난스레 그 갈굼을 받아 주는 중에, 드디어 <당잠사> 관련 기사가 뜬 것이다.

『‘당잠사:the tripmaker’ 출연진 공개』

티저는 얼마 전에 공개되었었는데, 이번에는 출연진 얼굴까지 정확히 나온 티저들이 공개된 것이다.

『―헉 이번 당잠사도 출연진 괜찮네?

―저 엠씨 야외예능 안 찍기로 유명한데 어디서 데려왔대ㅎㄷㄷㄷ

―돈 좀 엄청 쥐어줬나 보네ㅎㅎㅎㅎ

―나를 돈으로 살 셈인가!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였다....』

<당잠사>의 시작은, 예능 정규 출연이 없던 류준혁이라는 배우를 예능으로 끌어들이면서 시작했다.

그것 자체가 큰 화제가 되었고, 10시즌이 될 때까지 준혁이 형님의 대표 예능이 되었다.

이번 <당잠사:the tripmaker>도 그와 같은 화제성을 얻기 위해서 출연진 캐스팅에 공을 들였는데, 그중 하나가 야외 예능 안 찍기로 유명한 탑MC였다.

나와는 NBS 시절에 방송국에서 몇 번 지나쳐 본 것이 다인 MC인데, MC로는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거물이었다.

그런 사람을 데리고 와서, 나머지는 나름 신선한 얼굴의 배우, 개그맨 등으로 채운 출연진이었다.

『‘당잠사:the tripmaker’ 방영일 확정!』

『캐스트플러스의 빛이 될 것인가! ‘당잠사:the tripmaker’ ‘이스케이프’와 정면 승부!』

출연진 소식과 함께 <당잠사:the tripmaker> 또한 화제성을 띠고 포털에 오르내렸다.

실질적으로 오픈 성적은 엘도라도에 뒤처진 캐스트플러스이기에 <당잠사:the tripmaker>를 통해서 역전수를 노리는 것이다.

『―플랫폼끼리 싸우니까 행복하네ㅋㅋㅋㅋ

―누가 더 인기있나 내기할 사람?

―이스케이프를 어떻게 이기냨ㅋㅋㅋ

└좀비 예능을 어르신들이 어떻게 보냐 당잠사는 연령층이 넓잖아

―당잠사 이름빨 무시함?ㅋㅋㅋ

└몇 년 전 당잠사냐ㅋㅋㅋ여행게임예능 안 지겨움?』

이쯤 되자 두 프로그램은 포맷도, 성격도 전혀 다르지만 각 플랫폼의 대표작이 되어서 라이벌화되기 시작했다.

엘도라도―캐스트플러스의 구도가 그대로 방송으로 넘어온 것이다.

거기다, 우리 아이윌이 NBS에서 넘어온 PD들이 주축이다 보니 더욱 그랬다.

『아이윌, 친정 NBS를 뛰어넘을 것인가』

『강대한 사단, 친정 NBS에 도전장을 던지다!』

방송업계 전체가 그렇게 우리의 싸움을 부추기듯이 여론을 만들기 시작했다.

방송사들 체면이 있어서 대놓고 이야기하진 못해도, 커뮤니티나 기사 덧글, SNS 등에서 이러한 구도는 널리널리 퍼져 나갔다.

그쯤 되자, 저절로 긴장이 되었다.

“내일 우리…… 런칭이지?”

민희와 함께 퇴근을 하는 날.

조수석에 그녀를 태우고 같이 집으로 가는 시간은 이미 9시를 지났다.

좀 전까지 엘도라도와 화상 미팅으로 마지막까지 체크를 끝내고 나온 참.

꼼꼼히 확인할 건 다 했다고 확신하면서도, 마음이 완전히 놓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런칭 시각이 몇 시였지?”

“오후 5시.”

“금요일 5시라……. 10화 전체가 한꺼번에 올라가는 거니까…… 정말 되돌릴 수가 없네.”

TV 쪽의 방송이라면 매주 방영이라 편집이든 뭐든 좀 더 만회할 타임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10화 한 번에 공개라서, 만약 수정이 필요하면 어찌 됐든 전부 늦는다.

자신은 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 또 기사 떴나 봐.”

옆에서 민희가 스마트폰을 조작해 보여주었다.

『‘이스케이프’의 아쉬움, 티저에서 보이지 않는 최효명의 존재』

직접적인 이름이 언급되어 있는 제목의 기사를 민희가 읽어 주었다.

류준혁, 박지운 등 일명 강대한 사단의 인물들이 몰려나오는 <이스케이프>에 최효명의 이름이 빠져 있고, 티저에도 보이지 않아 아쉽다는 내용이었다.

“말은 아쉽다인데, 어조는 비웃는 거에 가까운데?”

“작가의 눈이야?”

“너무 투명해서 뻔하게 보이는걸. 덧글에도 그런데 효명이가 없어서 아쉽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출연진 명단에도 없고, 티저에도 없는데,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가 들릴 것은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곽 본 쪽이 좋아하겠네. 조금이라도 흠이 잡혀야 할 테니까.”

민희가 조소를 머금고 하는 말에, 나도 덩달아 웃었다.

어쩌다 라이벌화된 프로그램이니, 우리 쪽의 부정적 여론은 곽성찬 본부장 쪽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뭐, 100% 우리가 이길 테니까.”

나는 앞만 바라보고 그렇게 단언했다.

프로그램 가지고 이긴다 진다 하고 싶진 않지만, 이번만은 곽성찬 본부장 쪽을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미 어느 프로그램이 더욱 화제를 얻고, 시청자수를 확보할 것인지 확률을 확인한 다음이었다.

“당당하네.”

신호로 차가 멈춘 동안 민희가 나를 바라보았다.

“전부터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말이야.”

“뭔데?”

“묘하게 정확한 확률로 이야기한다는 거 알아?”

나는 뜨끔해서 그녀를 보았다. 웃지도, 그렇다고 굳어 있지도 않은 얼굴로 민희가 조용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단순히 촉새다 뭐다 하면서 넘어가긴 하는데, 가끔 그렇게 넘어가기엔 너무 신기한 경우가 많단 말이야. 그건 너도 인정하지?”

“……어, 음.”

이걸 부정도 못 하겠고, 긍정은 더더욱 못 하겠고.

내가 대답을 못 하고 있자 민희가 이윽고 피식 웃더니 고개를 돌렸다.

“뭐, 취조하자거나 하는 거 아니니까 너무 그렇게 쫄지 말고. 그냥 좀 신기한 일이 많으니까, 매번 신기하니까 그런 거야.”

“신기할 게 있나. 그냥…… 감이 좋아진 거지.”

“그래, 그렇게 넘어가자고.”

민희가 말했다.

“언젠가는 사실을 말해 줘.”

“……그래.”

나는 신호를 받아 차를 출발시켰다.

그래, 민희와는 <이스케이프>를 두고 이미 약속한 바가 있었다.

막내 PD 시절부터 내 옆에서 나를 가장 잘 지켜봐 준 존재.

그런 그녀에게 설명을 해야 할 날이 어쩌면 눈앞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이스케이프’ 오픈!』

금요일 오후 5시.

정확한 시각에, 엘도라도 홈페이지 첫 화면에 배너가 떠올랐다.

준혁이 형님이 분하는 캐릭터 ‘류준혁’이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쫓아오는 좀비들을 등진 채 격정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배너.

『좀비로 뒤덮인 세상,

수수께끼를 풀어 탈출하라!

좀비+방탈출+미스터리 예능

이스케이프!』

편차는 좀 있지만 1시간 10분 내외의 내용으로 알차게 엮은 10화짜리 예능 <이스케이프>가 드디어 오픈했다.

그로부터 1시간 후.

캐스트플러스 홈페이지에도 배너가 오픈됐다.

『당신이 잠들어 있을 때도,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레전드 여행 예능 ‘당잠사’ 캐스트플러스 독점판!

당신이 잠든 사이에:the tripmaker』

금요일 6시, 정각에 <당잠사:the tripmaker>도 방영을 시작했다.

좀비 예능과 여행 예능.

극과 극의 포맷이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통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시점.

우리는 아이윌 사무실에 모여서 모니터링을 돌렸다.

“SNS에 이제 보기 시작했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이 커뮤니티에도 올라오기 시작했네요.”

“중계방도 생겼어요.”

직원들이 체크해 주는 화면들이 스크린에 떠서 모두에게 공유되었다.

『―연출 개쩐다ㄷㄷㄷㄷ

―우와 이거 진짜 대본 없이 찍은 거임? 저걸 푼다고?

―좀비 개리얼한데ㅋㅋㅋㅋㅋㅋㅋ이거 공포물임?ㅋㅋㅋㅋㅋ

―류준혁이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인 게 떡밥 냄새 풀풀 난다

―배우 가수 이렇게 나오는 게 아니구나 다들 저 회사 직원이라는 설정?』

우려했던 것은, 출연진이 회사 직원, 빌딩 직원 같은 캐릭터 설정을 연기한다는 것이 잘 받아들여질까 하는 점이었다.

다행히 1화 시청이 끝나갈 즈음인 오픈 1시간 반쯤 되었을 때, 스토리가 이해 가지 않는다는 평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스케이프]예능인지 드라만지 영화인지 모르겠다 이거ㅋㅋㅋㅋ

―방금 1편 다 봄

관찰식인데 연출 개쩔고 음악 개쩔고 연기 개쩖

예능에 연기라고 하는 것도 웃긴데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긴 한데 딱히 대본은 없는 듯

방탈출 수수께끼 푸느라 빌딩 밖으로 해 지는 게 다 보임

마지막에 빌딩 밖으로 한번 점프하는 게 나오는가 본데 저거 진짜로 찍는 걸까?

일단 2화 보러 감 저녁약속 있는데 못 참겠다ㅎㅎㅎ

―나도 지금 달리는 중 덬아 한 시간 뒤에 봐

―아놔 야근이고 나발이고 봐야겠다』

그런 호평 중, 직원 하나가 보여준 덧글이 있었다.

『―여기 최효명이 없다는 게 진짜 너무 아쉽다....

―우리 명리더.....ㅠ 월드투어가 먼저이긴 하지만 그래도ㅠㅠㅠ』

“최효명 이야기가 확실히 많네요.”

“대한이 방송이라면 효명이를 빠뜨릴 수 없으니까.”

박주영 선배가 나를 보면서 찡긋해 보여서, 나는 우웩 하는 제스처를 취해 주고선 시계를 확인했다.

“대충 자정 지나고선…… 반응 나오겠네요.”

그 부분도 어차피 오랫동안 깔아 둔 떡밥이 돌아오는 시기만 기다리면 되었다.

1시간 10분씩이라고 치고, 6화 분량이 지나갔을 즈음.

자정이 지난 시점에, 관련 SNS, 커뮤니티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스케이프]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최효명 나왔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보>이스케이프에 명리더 떴다ㅏㅏㅏㅏㅏ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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