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188화 (188/200)

188화 내한

『엘도라도―아이윌 제작 투자 결정, 독점작 제작 기획 돌입……』

『OTT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인가―엘도라도와 아이윌의 협업 결과 예측』

『엘도라도, 듀플릭스의 견제구가 될 것인가?』

월요일부터 포털을 수놓는 기사들에 여론이 들썩였다.

『―이 기사 전에도 뜨지 않았나?

―그땐 계약 전이고 지금은 완전 계약 성사라고 뜬 거ㅇㅇ

―아이윌이면 역시 강피디가 만들겠지?

―강피디는 브이아이피 만들지 않나? 동시진행?

└그건 딴 피디가 만들면 되지

└강피디 아니면 믿기 힘든데......

└거기 이번에 나온 웹드도 잘나왔으니까 뭐ㅎㅎ 다른 피디가 만들어도 강피디가 총괄은 하겠지

―존나 다 모르겠고 빨리 나와라

―엘도라도 그래서 언제 오픈임?』

기사의 여론은 자연스레 아이윌―강대한에서 엘도라도 오픈 시기로 넘어갔다.

애초에 연초부터 뿌려댄 기사에는 가을께 오픈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미 가을 초입.

그래서 정확한 기사는 없지만 초겨울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많았다.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예가, 얼마 전부터 엘도라도에서 독점으로 서비스하는 해외 콘텐츠들이 다수 심의 과정으로 돌입했고, 또 유명한 방송 번역가들이 거대 업체의 작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SNS 등에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방해로 인해 멈춰져 있던 엘도라도 오픈이 드디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뭐, 그래요. 여론이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그동안 힘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원님.”

전화를 끊은 신호현 이사가 피곤한 듯 미간을 주무르고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곽성찬 본부장을 보았다.

“이제 엘도라도 오픈까지는 더 막을 수 없을 거야. 우리는 얼마만큼 준비가 되어 있지?”

“서버는 이미 준비 완료된 상태고, 사이트 개발도 막바지라서 마지막 조율만 들어가면 됩니다. 근데…….”

“그런데?”

“콘텐츠가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능인가, 드라마인가.”

“둘 다요.”

신호현 이사는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이다가, 다시 내선 전화를 잡았다.

“그래, 이 국장. 전에 이야기한 리스트 있지? 그래, 그거. 일단 거기 제작사들 접촉해서 가능한 리스트 알아봐. 당연히 가능한 빨리지. 그래.”

드라마국 쪽은 이미 신호현이 꽉 잡고 있었다. 그는 전화를 끊고서 무표정하게 곽성찬을 보았다.

“드라마는 두세 개 정도 더 돌릴 수 있을 거야. 수입작들도 그 정도는 더 추가될 거고. 이제 예능이 문제군. 왕 이사는 뭐라고 하나?”

“예능국을 움직여 주고 있습니다. 팀장들이 좀 예전만큼 이야기를 들어먹진 않는 것 같지만, 오더 내리면 어차피 따라오겠죠.”

곽성찬은 태연한 어조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어느 정도 맘을 졸이고 있었다.

최근 굵직한 주말 예능 <달리는 도시인>을 맡아 주고 있던 박주영 PD의 퇴사가 결정되고, 그게 도화선이 된 듯 PD들의 반발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곽성찬은 왕이범 이사 뒤에 숨어서 그 포화를 피하고 있는 실정인데, 조금씩 그것도 어려워지고 있었다.

얼마 전 <당잠사> PD인 권민헌이 직접 전략기획실로 올라와서 표인배 실장이랑 한바탕했고, 그 이야기가 예능국으로 퍼져서 대놓고 직접 항의하러 오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왕이범 이사도 어느 정도 그것을 손 놓고 있는 듯한 눈치고.

그러다 보니 전략기획실 분위기도 다소 흉흉했다.

신호현도 그 사정을 모르진 않겠지만, 그는 자기 소관 아니라는 듯이 무표정함만 유지한 채 말했다.

“우리 상황, 그렇게 좋지만은 않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 사람이 따라오겠죠, 같은 맘 편한 소리만 하고 있는 건가?”

“…….”

신호현의 말투가 날카로워졌다. 곽성찬이 그를 바라보았다.

“오픈을 최대한 막아 주겠다고 하신 건 신 이사님 아니십니까.”

“난 약속을 지켰어. 최대한 막았고. 그럼 내가 아예 오픈을 못 하게 했어야 한단 말인가? 미국에서 건너오는 저 공룡을?”

애초에 그 공룡을 상대로 싸움을 걸자고 한 것은 신호현인데, 지금은 일절 그런 말이 없었다.

곽성찬은 입맛이 썼지만, 어차피 몰랐던 것도 아니다.

저런 스타일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손을 잡은 것이니까.

거기다, 아직 끝난 것도 아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오픈이 정해졌다 뿐이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해외 플랫폼이 한국 시장에 그렇게 쉽게 정착할 리 없고, 그 면에선 우리 캐스트플러스가 훨씬 유리합니다.”

“그러길 바라야지. 그러기 위해선, 방금 한 이야기지만 콘텐츠가 또 중요할 것이고.”

여러 방송사에게서 독점 콘텐츠를 공급받기로 계약은 했다.

그렇지만 아직 부족했고, 거기에 대한 방법도 떠올려 두었다.

“<당잠사>를 캐스트플러스 독점으로 돌리려고 합니다.”

“<당잠사>를? 그, PD는? 이름이 뭐였지?”

“권민헌 팀장이요. 그는 할 몫을 다 했다고, 메인 자리는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새 시즌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큰 역할을 맡기진 않을 겁니다.”

“아하. 그래서 왕 이사가 이사회의에서 <당잠사> 마지막 시즌 어쩌고 한 거군…….”

“얼마 전 권 팀장과 미팅했을 때 단서는 달았습니다. NBS에서 더 이상 <당잠사>는 만들지 않겠다고요.”

곽성찬의 말뜻이 무엇인지 신호현은 곧장 이해했다.

“NBS에서만 안 하면 되겠군.”

“뭐, 캐스트플러스에서 만들어 놓고 나중에 방영해도 되고요.”

태평하기까지 한 어조에 신호현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당잠사>는 이전에도 제작진이 물갈이되었고, 이번에도 그렇게 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출연진이 가장 중요할 거야. 설마 출연진도 전부 갈아치울 생각인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건 아직 몇 명 모르는 이야기인데…….”

곽성찬이 슬그머니 말소리를 낮춰 신호현의 주목을 유도했다.

“엑시트가 당분간 귀국한다고 합니다.”

“뭐? 그래?”

“최대한 조용히 입국해서 다음 공연까지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하는데, 들어오자마자 일단 접촉해서 최효명만 잡아내면…… 나머지 출연진이야 뭐, 대충 꾸며 넣어도 시청률은 나올 겁니다.”

캐스트플러스는 시청률보단 재생수겠지만, 하는 단서를 붙이는 곽성찬이 씨익 웃었다.

신호현은 같이 웃지 않았다.

“하지만 최효명은 강대한 PD 라인인데. 접촉한다고 해도 아이윌이 먼저 하지 않을까? 거기서 지금 무슨 방송을 만들려고 하는지는 몰라도 말이야.”

“이 정보는 정말 극비 정보를 알아낸 거라서, 아이윌도 모를 가능성이 큽니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출연료로 좀 바르면 되고. 그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곽성찬은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강대한 라인이다 뭐다 해도, 최효명도 <당잠사>의 멤버 중 한 명이고, 전 시즌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 지점을 파고들고, 또 돈으로 회사를 흔들면, 캐스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

“그래…… 일단 접촉해 봐. 잡는다면 우리한텐 큰 도움이지.”

“걱정 마시지요.”

곽성찬은 자신만만하게 일어나 신호현 이사실을 나왔다.

본부장실로 돌아오자 표인배 실장이 따라 들어왔다. 자리를 비운 사이 올라온 PD들의 항의를 간단히 흘려듣고서 곽성찬이 말했다.

“엑시트 스태프한테 물어봐. 엑시트 언제 들어오는지 확인해서, 들어오는 대로 미팅 잡아.”

“알겠습니다. 플래티넘에도 연락 미리 넣어 두겠습니다.”

표인배는 깍듯이 묵례하고 나갔다.

곽성찬은 결재 올라온 서류들을 간단히 훑은 다음 바쁜 것부터 확인해서 사인을 해 나갔다.

“<골목대장>은 영 틀렸으니 신동욱한테는 <당잠사>나 맡겨야겠어. 신 이사도 좋아하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골목대장> 제작비에 대한 결재에 사인을 하는 등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데,

똑똑.

소리가 나더니 표인배가 허락도 구하지 않고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본부장님. 큰일입니다.”

“뭐야, 왜?”

기분 탓인지, 표인배의 낯빛이 파리했다.

“엑시트…… 아니, 최효명은 벌써 입국해 있다고 합니다.”

* * *

“회사 좋네요.”

몇 달 만에 보는 효명이가 신기하다는 시선을 여기저기로 던져댔다.

반년 넘게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성공적인 해외 투어를 이어가고 있는, 이젠 입국이 아니라 내한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월드 스타가 되어버린 녀석치고는 참으로 변함없는, 소탈한 태도였다.

앞에 놓여 있는 것도 내가 마시려고 사 온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라서, 더욱 태도가 돋보였다.

어젯밤에 돌연 효명이의 연락을 받아서, 나는 매우 놀랐다.

허소윤 CP와 <V.I.P> 시즌2 관련으로 미팅하던 중에 걸려온 전화에 놀랐고, 알게 모르게 입국해서 지금 서울로 향하고 있다고 해서 두 배로 놀랐다.

그러고 나서는 오늘 회사로 놀러 오겠다고 해서, 부랴부랴 회사에 이 소식을 알렸다.

그때 여직원들의 비명 소리란.

“형이 여기서 역할이 뭐라고요? CP?”

폭풍 같았던 한나절을 떠올리는 중에, 그 사태를 만들어낸 효명이가 태연한 어조로 물어왔다.

“그래, 그거. 근데 그냥 대표 아래로는 동일하게 취급하자는 주의라서, 역할만 그렇다뿐이지 딱히 더 높다거나 한 건 아니야.”

“에이, CP라면 팀장 역할인데 결국 더 위인 거죠. 그걸 저기, 방 PD님이 들으면 웃지 않으실까요?”

방수정 PD도 만나고 싶어 했지만, 하필 지방 촬영을 가 있었다.

여행 프로그램이다 보니 지방이나 해외다 촬영이 잦아, 이번에는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았다.

“그러게 미리 연락을 하라니까.”

“미리 연락했잖아요. 어제.”

“너한테는 그게 미리냐. 아이고, 어휴…….”

내가 원망하며 쳐다보자, 효명이는 낄낄 웃으면서 커피를 홀짝였다.

그래도 참, 그 모습을 보니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사실 친한 동생이라고 해도 이제는 너무 크고 유명한 존재가 되어버려서 심리적 거리감이 조금 있었는데.

효명이는 그런 것까지 개의치 않고, 나와 약속을 지키겠다고 몰래 입국하자마자 나를 찾아온 것이다.

엑시트의 공식 귀국일은 사실 내일이었다. 그런데 효명이만 이틀 빨리 먼저 귀국한 것인데, 그게 나 때문이라는 것이 감동스러웠다.

“휴가라고는 해도 사실 녹음이다, 마스터링이다 뭐다 해서 스케줄은 짜여 있거든요. 여유는 있겠지만 그전에 형 얼굴 제대로 보고 싶었어요. 갑작스럽게, 미안해요.”

비 맞은 강아지처럼 쳐다보는 효명이에게, 나는 한숨을 내쉬어 주었다.

“내가 진짜……. 그렇게 사과하면 내가 뭐가 되냐. 월드 스타 동생이 이렇게 찾아와 줬는데 구박만 하니, 나만 나쁜 놈 같잖아.”

“그럼 구박 안 하면 되죠.”

바로 표정을 바꾸는 효명이. 나도 결국 같이 웃고 말았다.

분위기가 풀리고, 나는 준비해 둔 A4 용지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게 뭐예요?”

“회사 구경 값. 너 오면 사인 좀 받아 달라고 직원들이 성화라서 말이야.”

내가 슬쩍 회의실 밖을 가리키자 효명이가 그쪽을 휙 쳐다보았다.

아닌 척 이쪽을 주목하고 있던 직원들이 후다닥 고개를 돌리는 모습들이 보였다.

효명이가 피식 웃으면서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사인을 하더니,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이왕이면 얼굴 보고 사인 주면 더 좋겠죠?”

“팬서비스에 적극적이네. 역시 월드 스타셔.”

“한 명의 팬도 소중한 법이죠.”

능청맞게 이야기한 효명이에게 이끌려 나는 밖으로 나가 사인을 요청한 직원들을 불렀다.

한동안 회의실에 팬 사인회가 열리고, 사인과 악수를 받은 직원들은 자리로 돌아가 모두 머리를 박고 전사했다.

“너 때문에 우리 회사 오늘 일 다 했다.”

“핫핫핫. 그럼 형도 쉬어요?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그렇게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때마침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말이 그렇지 사실 몰래 입국한 효명이를 데리고 식당에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배달 시켜 줘요, 배달. 김치찌개 사 준다면서요.”

효명이의 요청에 결국, 맘이 아프지만 배달을 시켜 회의실에 판을 벌렸다.

그때쯤 미팅을 나간 서인하 선배도 들어와 효명이와 인사를 하고, 같이 앉아서 밥을 먹는데.

“그런데 형.”

효명이가 밥을 한 숟갈 퍼 올린 채 말했다.

“왜 나한테 출연해 달라고 이야기 안 해요?”

“엉?”

나는 눈을 끔뻑이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효명이는 참 가벼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V.I.P> 시즌2도 만들고, 엘도라도라는 데랑 독점작 계약도 했다면서요. 사람 안 필요해요?”

“……엉?”

이 녀석, 해외 돌아다니면서 우리 기사를 다 확인하고 있었나?

나는 뭐라고 참 말하기가 어려워서 한참 밥만 뒤적이다가 말했다.

“너 바쁘잖아. 휴가 중에도 스케줄은 있다며. 쉬려고 들어온 애를 붙잡고 촬영해 달라고 할 순 없지.”

“거 참. 이 형이 답답한 소리 하기는.”

효명이가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다른 멤버들이랑 같이 들어와도 되는데, 내가 괜히 며칠 일찍 들어왔겠어요? 기사 뜬 거 보고 나름 설레서, 미리 시간 내서 온 사람 보고 너무하네 정말.”

나는 눈을 끔뻑였다.

“그래서 들어온 거라고?”

“그래요. 일현이 형한테는 슬쩍 흘려놓고 왔구만.”

나는 서인하 선배와 눈을 마주쳤다.

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지금,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엑시트의 최효명이 몰래 입국해서 찾아온 거라고?

“그러니까 형, 다시 묻죠.”

효명이가 씨익 웃었다.

“형이 만들 엘도라도 독점작에 출연할 연예인 하나, 안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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