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182화 (182/200)

182화 간과한 점

『방수정 PD의 마술이 통했다! ‘미션 트립’ 4화 연속 시청률 상승!』

『‘미션 트립’ 4화 통합 시청률, 4% 돌파!』

“여기 기사에 나왔다시피 <미션 트립> 시청률이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 정도면 레귤러도 욕심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현재는 파일럿 형태라서, 여차하면 시즌1 형태로 마무리 지을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렇지만 한 달 만에 시청률 4%까지 올랐다. 1화에 비교하여 4배. <미션 트립>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었다.

“4화 후반부터는 5화로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아마 무난히 다음 화도 4%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화 편집도 오늘 중에 끝날 거고, 6화 촬영도 본 촬영만 들어가면 돼요.”

방수정 PD가 나의 보고에 맞춰서 부연 설명을 하고, 서인하 선배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 방 PD, KSB 쪽이랑 자리 한번 만들자. 레귤러 푸시 한번 해 봐도 될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쪽 국장도 보자고 하니까 자리 한번 만들게요.”

그렇게 <미션 트립> 건이 지나가고, 다음은 <나인틴스 미스터리> 차례.

모두의 시선이 모이자, 우철민 PD가 흠칫 놀랐다가 자료로 고개를 내렸다.

“어…… 지금 2화까지 편집은 끝났고…… 업로드해서 오픈 예약까지 걸어 둔 상태입니다.”

“몇 개 채널에서 공개하지?”

“일단 미튜브랑 메이버TV 쪽입니다. 매주 월, 금 2화씩 공개할 예정인데…….”

“촬영 분량은 충분하니까, 그건 가능하다면 한 편 더 늘렸으면 좋겠어요.”

내가 말을 끊으면서 끼어들자 우철민 PD가 헉하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의 옆자리에 있던 민희도 놀라서 나를 봤지만, 서인하 선배나 방수정 PD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아마 깨달은 바가 있을 것이다.

“현재 티저 반응도 괜찮고, 엘도라도 측에서도 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주욱 달렸으면 좋겠어요.”

“어…… 그래도 그게…… 대본도 있고…….”

“민희야, 대본은 가능하지?”

민희가 눈을 깜빡이다가,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를 벅벅 긁은 뒤 나를 노려보았다.

“가능하게 만들란 소리지?”

“역시 말이 통한다니까.”

“어휴, 저걸 진짜. 때릴 수도 없고.”

“언젠 안 때렸다고.”

민희가 정말로 주먹을 들자 서인하 선배가 웃음을 터뜨리며 중재했다.

“사랑싸움은 회의실 나가서 하시고. 우 PD, 부담 주고 일 시켜 먹겠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야. 티저 조회수를 봐도, 채널 구독자수만 봐도 화제가 되는 건 알고 있잖아?”

<나인틴스 미스터리>를 시작으로, 드라마나 예능 등 꾸준한 웹용 콘텐츠를 제작하자고 얼마 전 회의에서 결정되었다.

아이윌 공식 채널과는 다른 채널을 개설하여 <나인틴스 미스터리>는 그 채널에서 오픈될 예정인데, 티저 공개 이후로 벌써 20만 구독자수를 돌파했다.

“실버 버튼 온다고 주소 확인하더라고요.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드라마니까, 저희도 그만큼 보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웃으면서 상냥하게 말해 주자, 우철민 PD가 갑자기 배를 부여잡고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아…… 위가…… 갑자기…….”

“괜찮으세요, 우 PD님?”

옆에서 민희가 그를 챙기는 모습을 딱하다는 듯 보는 나와 서인하 선배, 방수정 PD.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결국 우철민 PD는 엄살이 아니라는 듯 배를 부여잡고 회의실을 나갔다.

그 뒤를 따라 민희가 나에게 나중에 보자는 식으로 손가락질을 하고는 따라 나갔다.

“점심 좀 따로 먹고 오겠습니다.”

“그래. 가서 잘 빌어 봐.”

“우리 이 작가, 남친을 아주 휘어잡고 사는구나.”

서인하 선배와 방수정 PD가 건조하게 한마디씩 거드는 것을 한숨과 함께 흘리고는 물었다.

“부탁드린 건 혹시 알아보셨을까요, 두 분.”

“음…… 알아보긴 했는데.”

그들이 시원하지 못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오려고 하는 사람이 없나 보네요.”

우리 회사는 지금 인력난이다.

회사를 연 지 아직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몇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했고, 개중에는 세계급의 큰 건도 있다.

그것을 위해서는 업무 분담이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로선 메인급 PD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애초에 그런 이유로 방수정 PD를 모셔온 건데, 몇 달 사이에 똑같은 상황이 되었다.

이 사태를 보강하기 위해 나는 두 사람에게 PD 채용을 부탁드렸고, 그들은 주변을 수소문했다.

“하긴…… 그렇죠, 쉽게 구할 순 없겠죠. 여기저기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스타트업인 회사고…….”

“아니, 그 반대야.”

내 말을 자르고 서인하 선배가 상석에서 이야기했다.

“너무 많아. 수정아, 너도 그렇지?”

“예. 사실 그래요.”

“네? 정말요?”

나보다는 확실히 인맥이 넓은 분들이니 기대는 하긴 했는데, 그럼 왜 이렇게 울상들이지?

“많으면 뭐 하냐. 쓸 만하다 아니다가 문제지.”

“경력 충분한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너무 많이 아니까. 믿고 맡길 만하다, 는 측면에서 보자면…… 영 인재가 없네.”

나는 하늘같은 두 선배를 양쪽으로 번갈아 보았다.

“두 분께서 너무 눈이 높으신 거 아닙니까.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저희 지금 최소 PD 한 명이 당장 필요한데요.”

나는 엘도라도 독점작, 좀비 예능을 만들어야 한다.

채널T에서 오더를 받은 <V.I.P> 시즌2를 진행할 사람이 필요했다.

엘도라도 건을 슬쩍 전하고 <V.I.P> 진행을 다른 사람이 하게 될 거라고 허소윤 CP에게 전했을 때, 그녀는 참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채널T 입장상, 나의 제작을 고집할 수도 없음을 금방 눈치챘다.

“제가 메인을 잡지 않아도 컨트롤은 할 겁니다. 걱정 마세요.”

그렇게 안심을 시킨 나에게, 허소윤 CP는 묘하게 쓸쓸한 눈으로 말했다.

“강 PD는 이제 정말…… CP 업무가 주가 되겠네요.”

그런가.

메인으로서 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직 더 재밌지만, 당장 내 후임을 찾아야 한다는 회사적인 마인드가 있다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지금도 그래서 선배 두 명을 들들 볶고 있는 거니까.

“당장 필요한 건 한 명이라고 해도…… 앞으로도 꾸준히 PD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넓게 보시죠, 넓게. 아니면…….”

“아니면?”

“일단 당장 급한 한 명 뽑고, 채용 공고 올리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우리는 회사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신입 PD 채용 공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회사가 크려면 새싹이 있어야 한다. 차라리 좋은 타이밍이었다.

“신입을 뽑자고?”

“예. 어차피 주변 뒤져도 맘에 드는 사람이 없다면 새로 뽑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웹콘텐츠 PD는 젊은 감각도 필요하고, 자금 잘 굴러가는 지금 투자를 해 두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CP 역할이 주가 된다는 허소윤 CP의 말이 다시 뇌리를 스쳤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선배.”

“음…… 나도 그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닌데……. 신입을 뽑는다고 해도, 누가 가르쳐?”

“그건 일단…… 저도 가르치고, 발안자이신 여기 대한이도 돕겠죠. 자기가 한 말, 반드시 책임지는 PD니까요. 그치?”

두 쌍의 눈동자가 나를 압박했다. 뱉은 말이 있어서, 차마 거기서 ‘저는 못 합니다’라고 할 수 없었다.

아, 방송도 잘 만들고, 애도 잘 가르치는 PD가 한 명 들어와 주면 딱일…… 응?

“아.”

“응? 왜? 싫다 이거야?”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어 생각을 털어냈다. 한 명의 얼굴이 떠올랐으나, 안 될 말이지. NBS에서 주말 예능 잘하고 있는 사람한테…….

“물론 저도 신입 키워야죠. 안 해 본 것도 아니고. 조금 힘들어진다 해도 제가 할 일입니다.”

“그래…… 둘의 의지가 그렇다면, 그래. 올리자.”

서인하 선배가 대표로서 결정을 내리자, 일은 빨랐다.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지원팀에 이야기해 구직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고, 동시에 서인하 선배와 방수정 PD는 주변 인물 중에 리스트화하여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

우리 아이윌의 콘텐츠들과 함께, 아이윌도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 * *

시간은 다시 바쁘게 지나갔다.

허소윤 CP와 <V.I.P> 시즌2 기획을 고민하고, 방수정 PD의 <미션 트립> 촬영을 돕고, <나인틴스 미스터리>의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체크하고.

그 와중에 엘도라도와 정식 계약을 위한 세밀한 조항도 주고받아야 했고, 서인하 선배를 도와서 연말까지의 회사 운영 계획도 점검해야 했다.

그런데 거기다가, 공고를 올린 PD 모집에 의외로 많은 이력서가 들어왔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PD 지망이 많았는지 놀랄 만큼, 그동안 내가 봤던 지망생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지원이 들어왔다.

이력서를 들여다보고, 장래성을 기준으로 AGD 앱을 풀로 활용하여 사람을 골라내고, 1, 2차 면접까지 모두 진행하는 동안 정말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아. 죽겠다.”

방에 드러누워서 그런 말을 하고 있자, 부엌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던 민희가 슬쩍 고개를 들이밀었다.

“정말 그러다 죽지 말고, 좀 쉬어. 제발.”

“아니, 나도 쉬고야 싶지……. 근데 당장 눈앞에 할 일이 쌓여 있으니까 그럴 수가 없잖아. 내가 아니면 누가 해.”

“네가 안 해도 할 사람 많아. 대표님도 있고, 방 PD님도 있고.”

민희의 투덜거림에는 진지한 걱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녀도 <나인틴스 미스터리>나 또 다른 일로 바쁠 텐데, 그럼에도 남자 친구라고 내 걱정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미안해. 요즘 데이트도 못 하고.”

“그런 건 괜찮아. 매일 회사에서 얼굴 보고, 주말에는 이렇게 같이 밥이라도 먹을 수 있으니까. 밥 차렸어, 와서 먹어.”

그동안 서로 바빠 못 한 데이트를, 오늘은 그녀가 밥을 차려 주겠다고 집에 온 참이었다.

그 와중에 나는 바닥에 눌어붙어 있었으니, 참 못난 남자친구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민희는 자취를 한 적이 없는데도 나보다 훨씬 요리를 잘했다. 맛 나는 김치찌개가 상 위에 올라 있고, 우리 집 냉장고에 들어 있을 리가 없는 반찬들도 올라와 있었다.

찌개를 한 숟갈, 반찬을 한 점.

그렇게 집어 먹고, 그 맛에 감탄한 뒤, 나는 맞은편에서 만족스럽게 웃어 보이는 민희를 보았다.

“민희야.”

“응.”

“우리 같이 살래?”

“…….”

그녀가 밥을 뜨려던 숟가락을 뚝 멈췄다가, 시선을 들었다.

“이 타이밍에 그런 이야기를?”

“정식 프러포즈는 꼭 제대로 할게. 지금 정말 그런 마음이라서, 그래서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이렇게 말해도, 사실 생각은 오래 했다.

그녀가 나를 믿고 우리 회사로 왔을 때부터 줄곧.

나를 지지해 주고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지금 이 순간 새삼 감사했을 뿐이다.

결코 충동적인 말이 아니었다.

테이블 위로 잠시 둘의 시선이 오갔다.

침묵이 길어지자 괜히 말을 꺼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덧붙였다.

“당장은 물론 힘들 거야. 아직 더 자리를 잡아야 하니까. 하지만…… 그래, 이번 엘도라도 독점작이 제대로 되면…… 그거 성공하면 더 당당하게 이야기할게. 그때까지 생각해 봐도…….”

“그때, 똑바로 해야 해.”

“응?”

“프러포즈. 이래 봬도 내가 프러포즈에는 로망이 있는 여자거든.”

다시 눈이 마주치자, 민희가 빙그레 웃었다.

“그러니까, 성공할 거라는 그 말, 틀리면 죽을 줄 알아. 알았어?”

“당연하지.”

내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민희가 숟가락을 재차 움직였다.

그것이 그녀의 대답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

나는 서둘러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한 그릇을 더 퍼 와서 찌개의 바닥까지 긁어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내려 소파에 나란히 앉은 시점에 민희가 물어왔다.

“그런데 아직 계약서 확정도 안 났잖아. 엘도라도랑 완전히 틀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녀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걱정이었다.

좀비 예능이라니, 그걸 엘도라도라는 거대 플랫폼에서 투자를 받아 진행하겠다니.

처음 들었을 때부터 믿기 힘들어했다. 하지만 난 고개를 저어 보이며, 소파 테이블에 던져 둔 노트북을 열어 기획안과 계약서를 보여 주었다.

“이거 봐 봐. 엘도라도에서도, 라이언도 아이디어를 더해 주고 있고, 계약 체결도 이제 눈앞이야. 지금 틀어질 리는…….”

말하다 보니, 간과한 부분이 떠올랐다.

이 좀비 예능의 성공률을 보고, 매튜 본드 GP의 마음을 사로잡을 확률을 봤지만, 이 계약 체결 확률은 보지 않았다.

내가 지금 무슨 확률을 보고 있더라.

폰을 열어서 AGD 앱의 로그를 뒤졌다.

[‘<나인틴스 미스터리> 9화 편집본 완성도’의 확률을 사용 중입니다.]

[89%]

음…… 그래, 거의 완성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여기서 취소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나는 확률 보기 사용을 취소하고, 곧장 노트북 화면의 계약서를 쳐다보았다.

엘도라도 독점작 제공 계약 체결 확률은 지금 단계에선 얼마나 될까. 80%? 90%?

[41%]

숨 쉬는 것조차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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