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145화 (145/200)

145화 찾으셨습니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거짓말하는 걸로 보이나?」

박지운과 백종현.

두 사람이 무대 위에 있었다.

핀포인트로 둘 위로 떨어지는 조명이 표정부터 몸짓 하나까지 관객에 전달했다.

「그 말을 믿으라고? 이 모든 것을 네가 계획했다는 것을 나한테 믿으라고!」

「믿지 못한다 해도, 이미 일어난 진실이 거짓이 되진 않아. 눈을 똑바로 뜨고 현실을 봐.」

백종현의 비릿한 미소를 본 박지운의 표정이 굳는다. 그것을 확인한 백종현이 천천히 뒤로 돌아서면서 무대의 조명이 모두 꺼진다. 암막.

조명이 사라지는 틈을 타 박지운과 백종현이 빠르게 무대 뒤로 사라지고, 동휘준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공연장에 도착하여 진행한 리허설대로, 배우들은 한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고 진행되었다.

“오케이. 액션.”

짧은 무전기 지시와 함께 조명이 다시 들어왔다.

「그날,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졌다. 다시 만난 것은…… 그래, 20년쯤 후였던가.」

「다시 만났을 때도 결국 똑같았다더군. 우리 아버지들은.」

「한 명은 배신했고, 한 명은 배신당했어. 친우였던 두 사람이 찢어진 거야. 그게 20년 뒤라고 달랐을까.」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들의 몰입도가 높아졌다.

2만 명에 달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무대 촬영에 참가한 관객 300명.

거기에 계단에까지 들어차서 총 350명의 인원이 한 명도 탈락 없이 극에 집중하고 있었다.

“관객들 한번 훑어 주세요.”

“세 번째 줄 안쪽에…… 네, 거기. 좀 더 줌인…… 오케이.”

조정실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쉴 새 없이 지시하는 와중에도, 무대 쪽에선 배우들이 숨 가쁘게 극을 이어간다.

이 무대는 금완승 감독의 친한 각본가가 제공해 준 대본을 바탕으로 공연 중이었다.

경제 성장기, 한 회사의 성장을 이끈 두 사람과, 그들의 자식 간의 이야기였다.

두 사람의 아버지를 박지운―백종현이 담당했고, 다른 배우들도 아들과 동료 등의 역할을 맡았다.

역 배분을 위해서 경쟁을 하는 과정도 촬영을 마쳤고, 7~8화에 걸쳐서 실릴 예정이었다.

“강 PD, 밖에서도 사람들이 안 떠나.”

바깥 상황을 확인하러 잠깐 자리를 떠났던 우철민 PD가 감탄하면서 돌아왔다.

대학로에서 그래도 규모가 좀 있는 극장이라, 바깥 로비에는 연극 무대를 그대로 비추고 있는 모니터가 있었다.

관객으로 선정되지 않았음에도 현장까지 기꺼이 쫓아온 팬들이, 로비에서 그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나.

“지극정성이야……. 앞에 화환 줄 늘어선 거 봤어? 배우들 각자 다 팬클럽이 생긴 것 같아.”

“봤습니다. 너 나 할 거 없이 팬카페가 만들어졌다던데요.”

“하나하나 정말 이름을 알리고 있어서 기쁘네.”

우철민 PD가 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눈이 모니터를 향했다. 이제 종반으로 달려가는 무대 위에 긴장감이 흐르고, 동시에 우리도 풀리려는 긴장의 끈을 휘어잡았다.

「가자…… 우리는 반복하면 안 되니까.」

「그래. 성공이라는 삶에…… 잡아먹힐 순 없어.」

마지막 대사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며 극이 마무리되었다.

출연 배우들 10명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커튼콜을 마무리하고 사라진 뒤, 밝은 무대 위에 준혁이 형님이 올랐다.

“공연 잘 보셨나요?”

“예~!”

관객들의 큰 함성과 함께 준혁이 형님이 마무리 인사를 하고, 다시 한번 방송 방식을 설명했다.

“……그럼 나눠 드린 설문지에 오늘 감상을 작성하시고, 인터뷰도 응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이렇게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더 라이벌’의 트레이너, 류준혁이었습니다.”

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이어지고, 모든 촬영이 종료되었다.

관객들이 인터뷰까지 마치고, 극장이 빌 때까지는 족히 1시간이 넘게 걸렸다.

1회성 공연이지만 극 자체의 평도 괜찮았고, 각 배우의 연기도 괜찮았다는 평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설문지 빠뜨리지 말고 다 챙기고. 오늘 고생 많이 했습니다. 오늘 정리하려면 내일도 빨리 와야 할 테니까, 얼른 다들 들어갑시다.”

결국 제작진이 뒷정리를 하는 것도 심야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나는 그럼 회식 합류하고 갈게.”

“네. 고생하세요.”

준혁이 형님은 배우들 회식에 참여하러 먼저 떠나고, 나는 우철민 PD를 태우고 일산으로 향했다.

“오늘 촬영분, 방송 나가면 재밌을 것 같아.”

“그래요?”

“그동안 사실 지운이나 종현이한테 다른 배우들이 좀 묻혀 있던 감이 없잖아 있었잖아. 근데 오늘은 정말 다들 잘했어.”

나는 운전을 하면 고개를 끄덕였다.

캐스팅 초기 때부터 우리는 박지운과 백종현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을 했다.

방송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본 방송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공정성을 따져 가며 골고루 방송을 태웠다.

편집점에서 가장 신경을 쓴 건 어디까지나 공정성.

그 효과가 오늘의 팬들, 그리고 무대 위의 연기이리라.

“다들 연기에 몰입하더군요. 관객을 의식하면서 긴장하거나 하지 않고요. 많이 성장했습니다.”

“……류 배우님이 한 말이지?”

“아, 들켰습니까?”

내가 머쓱하게 웃는 동안 우철민 PD도 낄낄 웃음소리를 내더니.

“아. 연극 후기 퍼지고 있는 모양이야.”

그가 단톡방에 올라온 주소를 하나 클릭해서 나에게 보여 주었다.

『더라이벌 연극 보고 옴ㅇㅇ(스포ㄴㄴ)

―오프더레코드 걸려 있어서 많이는 이야기 못하는 거 양해 바람ㅇㅇ

일단 좋았음

사실 뮤지컬은 좋아해도 연극을 잘 안 봐서 조금 걱정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바로 몰입되더라

이번 연극을 위해서 만들어진 창작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런지 배우들 캐릭터에도 비슷하게 잘 맞는 역으로 배분되어 있고

주연은 있는데 그렇다고 조연들이 배분이 적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쩌리 역할 없이 각자 몫도 확실히 있고ㅇㅇ

방송 나가는 거 기대됨ㅇㅇ

덤으로 오늘 최애 생길 뻔ㅋㅋㅋ 동휘준 귀엽더라

PS 나 오늘 얼굴 완전 구렸는데 방송 나가면 어쩌지?ㅋㅋㅋㅋ』

신호 기다리는 시간 동안 훑어보고서 폰을 넘겨주었다.

“다른 게시물들도 평이 좋아. 방송에서 본 것보다 배우들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도 나오고.”

준혁이 형님이 말하긴 했었다. 무대 연기와 카메라 연기는 다르다고.

그렇지만 연기력의 기반이 잡히면 어느 쪽이든 적용할 수 있다고.

무대 연기가 호평을 받았으니, 마지막 단막극 연기도 기대할 만했다.

“이거, 편집 정말 잘해야겠네. 지금 각 배우들 응원 글들이 엄청 올라오고 있나 봐.”

“전부 똑같이요?”

“뭐, 백종현이나 박지운이 여전히 가장 많긴 한데, 그래도 다른 배우들도 전보다 훨씬 늘었네. 정말 팬카페들이 움직이고 있나 본데.”

요즘은 젊은 배우들도 아이돌 같은 팬덤이 움직인다고 하던데, 10명의 배우가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좋은 반응이었다.

이 반응이 10화까지만 이어진다면, 마지막 단막극에서 확실하게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청률 6% 한번 노려 봅시다.”

“첫 화 시청률의 2배? 가능할까? ……라고 묻고 싶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할 것 같은걸.”

우철민 PD와 그렇게 웃으면서 밤의 강변북로를 달려 나가는데.

지잉―

지잉―

우리 둘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울렸다. 내 것은 거치대에 있었고, 우철민 PD는 주머니에서 다시 꺼냈다.

“……잠깐, 강 PD.”

곁눈질로 보아도, 그의 얼굴이 굳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거…… 강 PD가 확인해야 할 것 같아. 갓길에 잠깐 좀 세워 봐.”

무슨 일입니까, 라고 다시 묻지 않고 나는 곧장 갓길에 차를 세웠다.

거치대에서 스마트폰을 빼내서 단톡방에 올라온 기사 링크를 눌렀다.

『<단독> 인기 예능 출연 중인 신인 배우, B씨와 P씨. 강남 술집에서 주먹질 난투……』

찌라시였다.

하지만 기사 안으로 들어가자, 찌라시라고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내용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B씨는 이 고급 술집의 단골이었으며, 올 때마다 매번 수백만 원의 돈을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행패를 부리고, 종업원을 폭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날은 P씨랑 같이 왔는데, 술에 취해서 둘이서 욕하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것이 최근 예능 방송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인 배우 B씨와 P씨의 본모습이다.』

기사에는 B씨, P씨라고 가명으로 불리고 있지만, 묘사하는 특징을 읽어보니 결국 누군지는 뻔히 보였다.

“지운이와 종현이입니까.”

“그런 것 같아. 어떡하지? 일단 대응해?”

“……잠시만요.”

나는 기사 링크를 따서 정민우 팀장에게 보냈다.

잠시 후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일단 법무팀 통해서 찾아볼게. 단속만 잘하고 있어.”

어차피 이런 찌라시에는 이골이 난 업계다. 그렇기에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매뉴얼에 따른 지시가 내려왔다.

알겠다고 전화를 끊은 다음 우철민 PD에게 제작진 단속을 지시하고, 곧장 준혁이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형님. 그 기사 때문입니다.”

“이거…… 다 헛소리잖아.”

“예, 알고 있습니다. 본인들이 상처받을까 봐 그러죠. 관리 좀 해 주세요.”

“괜찮을 거니까 걱정 마. 다들 튼튼한 애들이니까.”

준혁이 형님의 단단한 대답을 듣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팀원들도 일단 돌아가자마자 반박 기사 준비한대.”

“일단 준비만 해 두라고 해 주세요. 우리 쪽에서 먼저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누굴 지칭하는지는 노골적이지만, 찌라시상에 언급된 건 어쨌든 이니셜뿐이다. 우리가 누군지 특정하게 만들면 안 된다.

무슨 의도로 이런 찌라시 기사를 양산해 냈는지는 뻔한데, 우리가 결정적인 계기를 줄 필요는 없었다.

일단 사무실로 복귀한 나와 우철민 PD는, 두 사람 있는 사무실에서 철야를 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기사는 새벽녘부터 무섭게 퍼져 나갔다.

심야에 올라온 기사라서 분명 주춤했었는데, 출근 시간에 맞물려서 그 속도가 번창하는 흐름이 희한했다.

그것들을 체크하면서 모니터링을 하던 중, 마찬가지로 잠 못 이루고 있던 김지연 작가가 링크 하나를 보내왔다.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을 마치고. 술이 땡기지만 내일도 촬영이 있으니 참아야지. 내일도 파이팅.

#야경 #신인배우 #평생연기자 #클럽안감 #주먹질은영화에서만 #부끄럽지도않을까』

SNS에 새벽녘에 올라온 글이었다. 누구인지 프로필을 누르자, 이름과 사진이 떴다.

『배우 안주환』

저격 의도가 찌라시만큼이나 노골적이었다.

너무 노골적이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의도적인 것 같습니다.”

“의도적? 이 SNS 글이?”

“기사 퍼지는 것에 맞춰서 올라온 것을 보면, 예. 아마도요.”

“누가…… 설마?”

일출과 함께 다크서클이 깔렸던 우철민 PD의 얼굴이 더욱 퀭해졌다.

“바람처럼에서? 설마?”

“다른 이가 떠오르지는 않네요.”

나는 확신을 갖고 말했다. 우철민 PD가 허어 하고 세 잔째의 커피를 마시더니, 문득 내 얼굴을 다시 보았다.

“그런데 강 PD…… 는 어째 딱히 당황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제가요?”

“그래. 밤부터 지금까지, 오히려 태연한 것 같아. 이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

나는 똑같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셔주고, 크흠 하고 헛기침을 내뱉었다.

“이럴 줄 알았다…… 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만,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추경락 기자를 만났을 때부터.”

“뭐?”

그때는 저쪽에서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었고, 우리 일만 정확히 해내면 괜찮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혹시나 했던, 우려를 했던 일이 이렇게 벌어졌다.

이렇게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이 아침부터? 어딜? 나랑 같이 가.”

내 행동을 뭔가 다른 의미로 이해했는지 우철민 PD가 벌떡 일어났다.

나는 그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카페에서 진한 커피 좀 사 오려고요. 팀원들도 다 철야하고 올 텐데, 이런 거라도 챙겨 줘야죠.”

“내가 갈게, 그럼.”

고집을 부리는 그에게 두 배의 고집을 부려서 앉혀 둔 뒤, 나는 사무실을 나섰다.

말과는 다르게 사무실 건물과 먼 카페로 온 나는, 카페 안을 둘러보다가 목적으로 하던 사람을 발견하고 그 앞에 앉았다.

“이른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기자님.”

민준기 기자는 나와 비슷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새벽녘에 자지도 않고 내 연락을 받고, 이 아침에 여기까지 찾아와 준 것이다.

“그 기사는 추경락 기자가 올린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주간 연예’라고만 붙어 있더군요.”

“보통 뒤가 구린 기사일 때는 기자명을 안 붙이죠. 나중에 외주였다는 식으로 발뺌해야 하니까.”

새벽 동안 확인해 준 그 사실은, 나에게는 매우 당연한 진실이었다. 어차피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당연한 사실을 재확인하려고 그를 만난 것이 아니다.

“찾으셨습니까?”

목적어를 생략하고 물었지만, 그는 곧장 이해하고선 어두운 얼굴로 가방을 열었다.

그가 태블릿에서 PDF 하나를 열어 보여주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찾아보니, 정말이더군요. 강 PD님의 말대로. 이 자료대로라면…… 정말 ‘무비 메이커’와 영화가 스톱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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