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140화 (140/200)

140화 시청률 냄새

[배우류준혁: 잘 봉합했으니까 걱정마]

[배우류준혁: (브이)]

“이 형님이 잘 안 쓰는 이모티콘까지 붙이는 거 보니, 잘 해결되었나 봅니다.”

“봉합이라고 하니까 좀 불안하긴 한데.”

“에이, 설마요.”

그렇게 대꾸하면서도, 나도 메시지를 보냈다.

[화해했다는 얘기죠?]

[배우류준혁: ㅇㅇ]

[배우류준혁: 기념으로 술 좀 마시고 잘 들여보낼게]

그제야 완전히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당잠사> 촬영 끝내고 김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상암으로 달려간 걸 텐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술이라니.

강철 체력인 건지, 책임감이 많은 건지.

[감사합니다 형님]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조심히 돌아가세요]

나는 그렇게 응원의 메시지만 남겨 놓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잘 풀려서 다행이야. 잘못되면 어쩌나 했어.”

회의실에서 함께 자리를 지켜 주고 있던 우민철 PD가 안도의 한숨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저는 잘못될 거라고 생각지는 않았습니다.”

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같이 남아 있던 조정아 메인 작가가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어제 연락드렸을 때 별로 놀라거나 하진 않으셨죠. 이런 일이 생길 줄 아셨던 건가요?”

“알았으면 대비를 했겠죠. 싸울 줄 알았다는 건 아니고…… 음, 무슨 일이 생겨도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는 말입니다.”

어젯밤 소식을 듣기 직전, 나는 선공개 영상 편집을 마치고 AGD 앱으로 확률을 확인했다.

[85%]

선공개 영상을 완성했음에도,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않은 확률.

당시에는 왜 확률이 그대로인지 몰랐지만, 백종현과 박지운이 싸웠단 소식을 전해 들은 후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선공개 영상으로 올라간 확률이, 백종현과 박지운 간의 불화로 인해 그만큼 낮아졌던 것이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안타깝기는 했지만, 거꾸로 이야기하면 그렇게 큰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낙관적 판단이지만, 나는 내 스스로의 판단을 믿기로 했다.

그 판단은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그래도 분명 악영향은 있을 테니, 얼른 좋은 건으로 덮어야죠. 선공개 영상 풀고, 보도자료 돌립시다.”

“예.”

“그래.”

심야의 회의실.

나와 우민철 PD, 조정아 작가와 배두언 조연출까지 남아 있었다.

선공개 영상을 띄우는 날인데 어젯밤 SNS 소동이 일어났으니, 이 일이 해결될 때까지는 남아 있겠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다 있을 필요는 없으니, 배두언 조연출 아래로는 전부 퇴근을 시켰고.

“1, 2번 동영상 공개했습니다.”

“보도자료 전부 송신했어요.”

“협조 공문도 전부 보냈어.”

금요일의 심야까지 수고해 준 팀원들을 둘러보고서 나는 화이트보드를 쳐다보았다.

[85%]

변함없는 확률. 승부는 어차피 지금부터다.

* * *

『‘더 라이벌’ 선공개 영상 기습 공개!』

『NBS 배우 오디션 예능 ‘더 라이벌’ 출연 배우 2인 공개?!』

금요일 늦은 밤부터 기사들이 속속 뜨기 시작했다.

『……공개된 배우는 총 2명. 영상의 내용은 카메라 테스트 장면과, 금완승 감독과 류준혁 배우의 코멘트로 이루어져 있다.

.

.

이 내용은 이전 바이럴 영상으로 네티즌을 흥분시켰던 카메라 테스트 영상과 같은 세트로 밝혀져, 네티즌들의 흥미를 다시 사고 있다.

.

.』

사용된 영상은 기사에도 나왔듯 카메라 테스트 때의 촬영본이다.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멀쩡한 편집으로 만들어져 있고, 코멘트와 배우 인터뷰로 짤막하게 엮여 있다.

어디까지나 선공개 영상이지만 정식 방송본에는 어차피 실리지 않을 것이기에, 마케팅 측면으로만 충분히 기능할 것을 전제로 만든 영상이었다.

그 효과는 우리의 예상대로 충분해 보였다.

『―더라이벌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이런 식의 예고는 처음 보는데, 흔한 거임?

―배우 오디션이니까 단순한 오디션 영상치고는 이런 식으로 하는 홍보도 재밌네

―처음 보는 배우들인데 연기 잘하는 거 같음ㅇㅇ

―출연작이 하나도 안 나오는 거 보니 진짜 생짜 신인인 듯ㅎㄷㄷ

―얼굴은 제대로 알리겠다ㅋㅋ』

하지만, 역시 직전에 터진 백종현―박지운의 싸움 건이 영향을 주긴 했다.

『―여기에 박지운인가 백종현인가 나오지 아늠?

―지난달인가 뜬 기사로는 확실함ㅇㅇ

―강남에서 치고받은 애들 아님? 이 프로 찍다가 싸운 건가?

└뇌피셜ㄴㄴ 치고받진 않음 그냥 말싸움

└그것도 금방 정리되었다 함ㅇㅇ

―ㅎㅎㅎ방송에는 안 싸운 척 나오겠짛ㅎㅎ』

아닌데. 내보낼 건데.

어제 자리가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서 백종현의 SNS 계정에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준혁인 형님, 박지운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셋 다 적당히 취한 얼굴이었는데, 거기에 붙은 해시태그가 인상 깊었다.

『#우리형 #우리형2 #애들은싸우면서크는거지 #감사합니다 #배우는평생배운다』

이건 뭐, 싸운 걸 감추려고 했어도 백종현 때문에 글렀겠네.

셋은 술 마시면서 어느새 형 동생 사이가 된 모양이었다.

내참. 덕분에 준혁이 형님은 주말 동안 다른 출연 배우들과도 약속을 잡았다.

사건이 있었다 해도, 다른 배우들과는 하지 않은 자리를 한 것이니,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였다.

다음 주에 만나면…… 간 영양제라도 하나 드려야 할 것 같다.

아무튼.

본인들도 안고 가기를 결심한 마당에, 방송을 만드는 입장인 우리가 그것을 숨길 순 없었다.

영상을 찍은 건 없어도, 나눈 대화록을 토대로 짧게라도 언급하자고 이미 회의는 마쳐 둔 상태였다.

그렇게 주말 동안, 10명의 배우를 소개하는 선공개 영상이 모두 등록되었다.

그러자,

[조정아작가: 우와 조회수가 마구마구 올라가고 있어요!]

[우철민PD: 백종현 거 벌써 10만 돌파!]

[우철민PD: (캡처사진)]

[박지운 것도 넘었습니다]

[(캡처사진)]

[김지연작가: 채널 구독자수 10만 넘었어요!]

가벼운 노이즈마케팅과 함께, 일요일 저녁에 백종현-박지운 영상이 공개됨과 동시에 화제성이 폭발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12시가 넘어가기 전부터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더 라이벌>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1위 더라이벌

2위 더라이벌 방송시간

.

5위 백종현

6위 박지운

.

.

10위 강대한』

월요일 오전에는 뜬금없이 내 이름까지 노출되기 시작했다.

“야, 대한이 네가 왜 거기에 있냐.”

월요일에 함께 힙플로 출근한 준혁이 형님이 뚱한 얼굴로 한마디 해서 나는 볼 면목이 없었다.

『11위 류준혁』

준혁이 형님은 내 바로 아래였다.

나는 준비해 온 밀크시슬 영양제만 그에게 조심히 내밀었다.

준혁이 형님은 결국 웃음을 터뜨려 주었다.

“우리 스튜디오도 덩달아 이름이 퍼졌나 봐. 여기저기서 하청 의뢰 전화가 온다고 하네.”

“그래요?”

우철민 PD의 즐거운 말에 대꾸를 해 주는데, 때마침 국성재 사장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어…… 강 PD. 우 실장 좀 데리고 가도 될……까?”

지난번 일 이후로, 국성재 사장을 내 눈치를 참 많이 보고 있었다.

마주칠 때마다 종종 먼저 눈인사를 건네오는 게 참 미안할 정도라서, 최근에는 그냥 내가 먼저 친근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예, 회의 막 끝났으니 괜찮습니다. 좀 이따 같이 나가야 해서 그것만 좀 배려해 주십시오.”

“걱정 마! 금방 끝나는 이야기니!”

우철민 PD가 국성재 사장의 태도에 짐짓 웃음을 참는 얼굴을 하고는 따라나섰다.

“아마 다음 외주 건 때문일 거야. 금방 나올게.”

“천천히 하세요.”

그가 일어나는 것을 계기로, 나는 회의를 끝마쳤다.

다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는 중에, 나는 화이트보드를 바라보았다.

[90%]

선공개 영상의 반응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순기능이었다. 시청률 3% 확률은 더욱 100%에 가까워졌다.

* *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거짓말하는 걸로 보이나?」

「그 말을 믿으라고? 이 모든 것을 네가 계획했다는 것을 나한테 믿으라고!」

「믿지 못한다 해도, 이미 일어난 진실이 거짓이 되진 않아. 눈을 똑바로 뜨고 현실을 봐.」

간이로 만들어진 무대.

그 위에서 배우들이 연습하고 있었다.

두 명의 배우가 서로를 향해서 끊임없이 격정적인 대사를 쏟아붓고, 우리는 무대 아래에서 그 장면을 빈틈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저 둘, 호흡이 잘 맞네요.”

무대 위에 있는 것은 백종현과 박지운이었다.

대기업 내에서 친한 동료였던 두 사람이, 한 명의 배신으로 한 명이 좌천의 위기에 빠진 상황을 연기하고 있었다.

슈트를 차려입고, 외워온 대사를 내뱉는 그 모습은 결코 신인 같지 않았다.

“둘 사이에 교감이 생겼나 보더라고. 여전히 스타일은 다르지만, 서로 의식하는 게 보여.”

준혁이 형님이 내 말에 대꾸하면서 손짓을 하자, 두 명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나는…… 난 처음부터 네놈이 싫었어.」

「그럼 같이 진행해 온 그 많은 프로젝트는? 두바이에서 같이 누볐던 건 뭐야!」

「그사이에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난 것은 끝까지 모르더군, 넌. 그게 너의 한계야.」

배신하는 것은 백종현이었다.

그의 얼굴에, 여우와는 전혀 다른 미소가 떠오르자 금방 이미지가 바뀐다.

그에 비해 박지운은 믿었던 친구의 배신을 믿지 못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노려보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둘의 관계성이 바로 보이는, 매우 좋은 연기였다.

금완승 감독이 허 하고 숨을 터뜨렸다.

“둘 다 왜 이리 컸어?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여?”

“감독님, 인터넷 하나도 안 보셨습니까.”

“응……? 무슨 일인데?”

지난주 나랑 술 한잔 나눈 이후로 갑자기 삘받았다며 대본 쓰느라 두문불출했다고 하더니, 빈말이 아니었나 보다.

오늘 아침에 촬영장에서 만났을 때 뭔가 퀭해 보여서 불안했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 일찍 퇴근하셔도 아무 말 안 하겠습니다.”

“무슨 그런 섭한 말을. 한잔해야지, 한잔.”

“안 합니다.”

그가 떼를 쓰는 중에 백종현과 박지운의 연기가 끝났다.

준혁이 형님이 일어나서 스피커에 연결된 마이크를 잡았다.

“두 사람 수고했어. 가끔 발성이 끊기고 대사 뭉개는 부분이 있는데, 그 외에는 아주 좋았어. 다음 주가 기대되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그들은,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역시나. 이전까지는 촬영 중에도 별로 대화를 안 하던 이들인데. 확실히 관계가 변하긴 했다.

PD로서의 나의 감성이 그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우 PD님. 저 둘을 이용하자고 하면, 저를 경멸하실 겁니까.”

“찬성입니다, 메인 PD님.”

우철민 PD와 의기투합하여 우리는 5, 6화 정도쯤 들어갈 이 연습 풍경에 대한 스크립트를 즉석에서 작성했다.

“좋네요.”

“시청률 냄새가 나네.”

크크큭 하고 웃고 있는 우리를, 옆자리의 준혁이 형님이 안쓰럽게 보는 것을 눈치챈 다음에야 우리는 입을 다물었다.

“다음 주 대학로 촬영 점검만 하고 오늘은 퇴근합시다. 내일도 일찍 준비해야 하니까, 다들 오늘 관리 잊지 마시고요.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무튼 이날의 무대 연기 연습은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제작진은 무대를 정리하고, 준혁이 형님과 금완승 감독은 배우들을 이끌고 오늘 촬영의 인터뷰를 하러 간 사이.

김지연 작가가 쪼르르 달려와 보고했다.

“내일 호텔에 몇 시 도착이라고 알릴까요?”

나는 시간을 확인한 다음 이야기했다.

“3시부터니까 늦어도 1시까지는 간다고 알려 주세요.”

“예!”

김지연 작가가 사라진 다음에는, 무대 감독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하고, 우철민 PD가 진행하고 있는 인터뷰 촬영에 합류하러 세트장을 나섰다.

내일은 제작발표회.

즉.

바로 1화 방영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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