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138화 (138/200)

138화 액션 스쿨

『NBS 기대 예능 ‘더 라이벌’ 방송 초읽기, 기대감 업!

―NBS의 라이징스타라고 불리는 예능 PD 강대한의 새 프로그램 ‘더 라이벌’이 방영 일정을 확정했다.

기존 9시 밤 시간대는 드라마 ‘강철 사제’가 방영되고 있다. ‘강철 사제’는 현재 최종화를 앞두고 있으며, 원래는 이후 새로운 드라마가 편성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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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간대 이동이라는 실험 이후 다시금 안정적인 전략 카드를 꺼낸 NBS의 판단이 옳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프로그램 자체의 화제성에 힘입어 성공을 점쳐 보기엔 충분하다. 방송계의 시선을 주목한 ‘더 라이벌’은 ‘강철 사제’ 후속으로, 1월 말 금요일 저녁 9시부터 방영된다.』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기분 좋은 기사가 떴다.

“보도자료 안 돌렸습니다.”

“나도 안 돌렸거든. 여론이 그래도 괜찮아졌다는 증거겠지.”

정민우 팀장의 싱긋 웃는 모습에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그동안엔 워낙에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에 좋지 않은 여론이었는데, 해가 지나면서 그것도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납작 엎드려서 조심한 보람이 있었다.

“그쪽은 어때?”

“‘무비 메이커’요? 저도 기사밖에 못 봤지만, 뭐…… 촬영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각종 기사에서 라이벌 프로인 것처럼 비춰진 <무비 메이커>도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이고, 조만간 편성이 확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이건 나보다는 우민철 PD가 물어온 소식인데, 2월 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쪽은 영화 제작과 함께 흘러가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영화 개봉 시기도 고려해야 하고, 그래서 여러모로 시원하게 확정은 안 되는가 봅니다.”

“채널T였지? 한번 알아봐야겠네.”

이 바닥도 넓진 않아서, 경쟁 방송사 정보도 어느 정도 넘어온다.

나 같은 일개 PD보다야 짬 되는 두 분의 정보력이 월등히 좋을 건 당연한 사실.

“뭐…… 어느 시간대가 되든 크게 걱정은 안 됩니다.”

“자신 있나 보네. 방송 잘 나왔어?”

“방송에 대한 자신감도 있고…… 뭐 여러 가지로요.”

AGD 앱이 알려준, 나만이 알고 있는 확률.

방송 중이든 전이든, 어쨌든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타이밍은 알지 못한다 해도 AGD 앱의 판단은 믿을 만한 것이다.

“그래도 방심하지 말고. 이번 주에 액션스쿨 가지?”

“예. 금요일에 선공개 영상도 나갈 겁니다.”

“중요한 주네. 힘내고, 좋은 결과 가져와.”

“옙.”

정민우 팀장에게 하는 보고가 예전처럼 힘들지 않았다.

서인하 국장과의 대화도 마찬가지. 두 분의 이야기가 즉각적으로 이해가 되는 느낌이랄까, 반대로 내게 크게 설명을 바라지도 않는다.

믿고 맡겨 준다는 감각과는 또 다른…… 묘한 감각.

정민우 팀장에게 인사를 하고, 영수증 정리만 해 놓고 곧장 방송국을 나왔다.

공식 촬영일은 목요일.

하여 액션스쿨 촬영도 목요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때까지 아무 촬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캠 몇 개를 챙겨서 우이독경 사무실로 가, 금완승 감독과 미팅을 가졌다.

거기서 액션 스쿨 커리큘럼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다음 날에는 금완승 감독과 같이 액션 스쿨로 가서 커리큘럼을 확인했다.

액션 스쿨의 사장인 홍근표 감독도 만났다.

우리나라 굴지의 무술 감독답게,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액션 영화 중에 그의 액션 스쿨과 관련이 없는 영화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미 여러 차례 금완승 감독과 합을 맞춘 전적도 있었다.

홍근표 감독과의 대화는…… 뭐랄까, 대화라기보단 가르침에 가까웠다. 이전까지 어깨너머로 알고 있던 지식들을 홍근표 감독을 통해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까지 깨우쳤다.

“그럼,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예. 잘 부탁해요.”

홍근표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금완승 감독과 함께 액션 스쿨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금완승 감독이 넌지시 미소를 지어 왔다.

“오늘 바빠?”

손으로 술잔을 마시는 제스처를 취해 보인다.

“술 고프십니까?”

“아니 뭐 그렇다기보다, 저녁 먹을 시간이니까 미팅 겸 가뿐한 담소 어떤가 하고.”

왜 이렇게 은근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거지, 하고 내가 물어보려 하다가 아 하고 깨달았다.

“그러시죠.”

금완승 감독은 일산에 잘 아는 중국요리 집이 있다고, 나를 거기로 안내했다.

일반 중국집이 아니라 개인실도 있고, 고급 요리도 주문 가능한 곳이었다.

거기서 요리 몇 개를 시켜 두고, 촬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넌지시 말했다.

“강 PD가 준 대본 말이야. 다 읽어 봤어. 내가 너무 늦었지.”

“아닙니다. 바쁘신 거 어차피 다 아는데요.”

역시 그 이야기일 거라 생각하고, 나는 즉각 그의 빈잔에 술을 따랐다.

“프로가 보시기엔 어떠셨습니까.”

“음.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어설픈 데는 있어. 있는데…….”

“예.”

“좀만 더 다듬으면 확실히 쓸 만해 보여.”

나는 기쁜 마음을 감추면서 다행입니다, 하고만 대답했다.

며칠 전.

나는 금완승 감독에게 짧은 대본 하나를 보여 주었다. 프로의 눈으로 검토해 달라는 전언과 함께.

그는 흔쾌히 내 부탁을 들어주었고, 오늘 그의 어조를 보아 그 이야기가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언제 대답이 돌아올까 하고 솔직히 걱정하고 있었는데, 긍정적인 대답이라 정말로 다행이었다.

“저도 보고 괜찮아 보여서, 이번 저희 단막극 촬영 때 쓰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보여 드린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어떠실까요?”

“분량도 좋고, 이야기도 괜찮고. 딱 좋을 것 같군. 물론 대사들이나 시추에이션을 몇 군데 고치고는 싶어. 그건 내가 고쳐도 되나?”

“본인에겐 말해 두겠습니다. 어딜 어떻게 고치는지만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그 이후로도 한동안 금완승 감독은 내가 넘긴 대본 이야기를 계속했다.

극으로 찍으면 10분 안팎이 될까 말까 한 내용인데, 장편으로 늘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나는 여전히 기쁨의 표정을 감추면서 묵묵히 그와 술잔을 나누었다.

“누구야? 누군지도 안 가르쳐 줬잖아. 키우는 신인인가?”

술이 조금 오른 그가 은근히 물어왔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신인인데 누굴 키우겠습니까. 좀 아는 작가 지망생이 있었는데, 이번에 저희가 단막극 대본이 몇 개 필요한 참에 보여 주더라고요.“

“전혀 데뷔는 한 적 없고?”

“네. 뭐, 다른 곳에서 글 쓰고 있습니다.”

“싹수가 보이던데. 언제 한번 소개나 시켜 줘. 내가 도와줄 수 있을지 어찌 알아.”

“한번 의사를 물어보겠습니다.”

“참 신기한 사람이야, 강 PD는.”

“네?”

갑자기 이야기가 다른 데로 튀어서, 나는 무심결에 되물었다.

금완승 감독은 평소의 장난기 있던 눈이 아닌, 한층 더 진지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뭐랄까, 주변에 재능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달까. 아, 물론 이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내 눈에는 강 PD도 대단한 재능이 있어. 근데 그 주변 사람들도 하나같이 대단한 사람들이어서 하는 말이야.”

“…….”

뭐랄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물론…… 그렇게 보실 수도 있지만, 그 사람들은 원래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인연이 닿은 거죠.”

“그 우연한 기회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게 아니지. 거기다 최효명? 그 친구는 강 PD가 발굴한 것과 다름이 없다며. 류 배우한테 들었어.”

이 형님은 뭘 또 그런 이야기까지 하셨대.

나는 큼큼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제가 아니었더라도 효명이는 언젠가 잘되었을 겁니다. 능력이 충분한 친구니까요.”

“그 능력을 먼저 알아본 것도 재능이지. 그런 재능이 강 PD한테 있는 것 같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고.”

그는 여전히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 능력 있는 자들이 주변에 모이고, 주변에 계속 둘 수 있는 능력. 운이든 뭐든, 그런 사람은 흔치 않지.”

“……음, 너무 대놓고 그렇게 칭찬 안 해 주셔도, 오늘 저녁은 제가 사겠습니다.”

“그래, 내가 이래서 강 PD를 좋아해.”

그는 낄낄 웃고서는, 예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도 덩달아 쑥스러움을 지우고 피식 웃으며 그와 잔을 마주쳤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난 이번 프로그램 제대로 성공했으면 좋겠어.”

“그래야죠. 감독님 영화로도 영향이 이어질 텐데, 저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이 프로그램이 성공해서, 제작 기간 동안의 경험과 더불어 그 효과를 강 PD가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

그건 무슨 말이지. 나는 정확히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에 금완승 감독이 다시 피식 웃었다.

“뭐, 방송 다 끝나고 또 이야기하자고. 그땐 무슨 말인지 알 테니.”

“어, 예…….”

좋았던 기분이 다시 아리송해지면서, 저녁 자리는 끝이 났다.

* * *

액션 스쿨 커리큘럼의 촬영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홍근표 감독의 지도대로, 개인 기술부터 합 맞추기까지.

열 명의 배우가 모두 참가하는 대규모 군중 액션 연습은 물론, 일대일의 액션 씬 연습도 미팅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액션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배우들 간의 호흡이에요. 때리고 막고 피하고. 그 동작들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서로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금 감독, 이번 영화에도 액션이 많지?”

“그렇지. 지금만 해도 액션 시퀀스만 대충 스무 신이 넘을걸?”

본 촬영이 들어가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영화 <더 라이벌>은 첩보물의 형식을 띠고 있어, 또 다른 액션 연기를 요한다.

홍근표 감독에게는 미리 그 점도 정했고, 그는 기본기가 지난 다음에는 첩보물 특유의 짧고 끊는 액션 연기를 위주로 지도했다.

“음, 그건 그렇게 찍는 거군요.”

나도 새로운 분야라서 참 공부가 되었다.

금완승 감독이 데리고 온 감독들과, 액션 스쿨 소속의 무술 감독들이 만들어 내는 데모 영상들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기법들이었다.

예능에서는 주로 다루지 않는 것들이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경험치가 쑥쑥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강 PD 여길 봐. 지운이와 종현이가 이제 합을 맞출 건데, 카메라 각도에 따라서 어떻게 보이는지 직접 봐.”

촬영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금완승 감독이 확성기를 가져갔다.

“자, 준비됐지? 액션!”

박지운과 백종현이 손을 풀면서 서로를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둘이서 달려들었다.

좀 전까지 배운 합을, 두 사람을 착착 겨루어 나갔다.

주먹을 휘두르면 허리를 숙여 피하고, 몸을 돌리자마자 팔꿈치를 날리고. 그것을 막자마자 파고들어 무릎을 날리고.

눈앞에서 휙휙 액션 영화 같은 장면이 지나갔다.

그러다 한순간.

“어어어! 컷!”

박지운의 발길질이 그대로 백종현의 어깨로 틀어박혔다.

스태프들이 헉 하는 소리를 내는 것도 막을 수 없는, 한순간에 벌어진 일.

“괜찮나, 종현 씨?”

옆으로 잠깐 휘청댔던 백종현이 억지로 웃어 보이여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한 장본인인 박지운이 굳은 얼굴로 쳐다보는 사이, 액션 스쿨 소속의 보건의가 달려가서 상태를 살폈다.

“괜찮습니다. 크게 다친 건 아니에요.”

보건의가 손을 흔들어 보여 준 다음에야 우리는 모두 안심할 수 있었다.

“……거참, 이런 걸 보여 주려던 게 아닌데.”

“방금 거 지운이가 실수한 겁니까?”

“응? 아니야. 실수는 백종현이 했지.”

금완승 감독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백종현을 쳐다보았다.

“종현아, 너 방금 한 호흡 느리게 몸을 틀었어. 그래서 킥을 제대로 못 피한 거야.”

“예,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한테 죄송할 건 없고, 너 다치면 큰일이니까. 연습 더 하면 돼.”

“예.”

“그리고 지운이는.”

충격을 아직 지우지 못한 박지운이 멀뚱히 서 있다가, 금완승 감독의 호명에 흠칫 놀라 이쪽을 보았다.

“호흡에 맞춰서 잘했다. 좀 더 실력을 쌓으면 상대의 수준도 맞춰 가면서 할 수 있겠지만, 지금 그걸 바라진 않아. 네 잘못 아니니까 빨리 털어내.”

“예…….”

박지운이 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종현처럼 개인 스태프도 따로 없는 박지운은 한쪽에 앉은 채 한동안 침묵했다.

“지운아, 기운 내라. 감독님 말씀처럼 네 잘못 아니야.”

“예…… 알겠습니다.”

메인 PD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했지만, 역시 대번에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런 때 멘탈 관리를 해 줄 준혁이 형님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의 부재가 이렇게 아쉬워질 줄은 몰랐다.

그래도 다행히, 더 이상의 사건사고 없이 액션 스쿨에서의 촬영은 종료되었다.

“경험 없는 것치곤 다들 잘했어. 이 정도 사건이야 큰일도 아니니 강 PD는 편집만 잘하면 될 거야.”

전문가인 홍근표 감독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나도 겨우 멘털을 회복할 수 있었다.

[배우류준혁: 그래… 별일 없다니 다행이다]

[배우류준혁: 올라가면 내가 좀 이야기해 볼게]

[네 감사합니다 형님 조심히 올라오세요]

촬영 종료 후, 내일 돌아오는 형님에게 그렇게 보고를 하고 나서, 나는 선공개 영상 편집에 집중했다.

선공개 영상은 내일 금요일 오전 중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여기 뒷부분 조금 더 화질 개선 좀 하죠.”

“이건…… 소리 좀 더 보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지시에 맞춰서 우철민 PD도 몇 개의 의견을 붙여서, 우리는 공식 채널용 선공개 영상들을 최종 확정했다.

“오케이. 주말까지 차근차근 공개되게 세팅도 끝냈어.”

“고생하셨습니다.”

즐겁게 웃으면서 편집실을 나온 나는 회의실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선공개 영상의 효과가 얼마나 될지 알고 싶었다. 얼마 전 확인한 시청률에 대한 확률은 85%였다.

완성된 선공개 영상들로 최소한 2% 정도는…….

[85%]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왜 그대로지? 선공개 영상이 하나도 효과가 없다는 건가?

꽤 자신 있는 마케팅 방법이라고 여겼는데. 괜한 고생이었나?

복잡해지는 머릿속을 겨우겨우 달래던 참이었다.

“강 PD. 단톡방 좀 봐.”

퇴근할 준비를 하던 우철민 PD가 회의실로 뛰어 들어왔다.

난 불길한 기분을 느끼고 서둘러 폰을 열었다.

[조정아작가: 좀 전에 SNS에 올라온 영상이에요]

[조정아작가: 박지운이랑 백종현이 강남에서 싸운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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