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132화 (132/200)

132화 선순환

바이럴 영상을 만들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역시나 백종현의 얼굴 노출이었다.

누군지 당장에 들켜 버리면, 효과는 거기서 끝이다.

바이럴은, 보는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아야만 효과가 있는 것.

그렇기에 연기를 보여 주면서도 얼굴은 철저하게 영상 각도로 가렸다.

동시에,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장면 한 군데만 스치듯 집어넣었다.

이 작업을 하느라 지환이가 좀 고생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이번 마케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지환이 옆에서 지시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했다.

얼굴을 이만큼 노력하여 감추면서, 네티즌이 찾아낼 단서는 배치해야 했던 거니까.

이게 말이 쉽지, 직접 하는 지환이도 지시하는 나도 영 불안한 일이었다.

행복 회로를 돌린다면야 다 잘되겠지만, 막상 발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잠들기 전까지 일말의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그래서였다.

그리고 새벽녘에 일어나 확인한 SNS를 보고 나는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카메라테스트 영상 속에 안 보이던 얼굴 찾았다!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지 하면서도 일단 팠음ㅇㅇ

영상 자체가 화질구지여서 얼굴 알아볼 데가 거의 없었는데

프레임 단위로 돌리고 있다 보니까

절묘하게 얼굴 비추는 각도가 하나 있더라

그걸 몇 시간을 들여서 화질 보정함

<사진>

이거 백종현이지?』

그 아래로 댓글들이 춤을 추었다.

『―백수냐ㅋㅋㅋㅋ 뭔 짓을 한겨ㅋㅋㅋㅋㅋ

―헐 진짜 백종현이네?

―백종현이라고? 러브트러블 나온 그 여우남?

―백종현이 누구냐 하고 찾아봤더니 개잘생겼네ㅎㄷㄷㄷ

―백종현이 살인마역으로 영화 찍는다는 건가?

└카메라테스트니까 역은 바뀔 수도 있음ㅇㅇ

└근데 존나 잘 어울리긴 할 듯』

SNS에서 연결된 게시판 글을 훑고, 그 이후로 올라온 글들도 확인했다.

그러다가 완전 잠이 깨서 침대에서 나와 책상에 앉았다.

우리 바이럴 영상에 관한 분석 글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 올라온 거 목소리도 찾음

―맨엠블럼 박지운 아님?

보정해서 둘러보니까 옛날에 방송 나온 거랑 목소리 비슷하던데?

―헉 박지운이라고?

―맨엠블럼이 뭐냐 그런 듣보잡도 있었냐

└사장이 돈 들고 튀어서 망한 비운의 그룹 있음ㅇㅇ

└아... 듣보잡이라고 해서 죄송함다...

―그 멤버가 연기를 한다고?

―백종현과 같은 영화인가? 액션연기 하던데

―아이돌 출신 배우면 별로인데...』

마지막 댓글은 슬쩍 무시하고.

게시판의 대다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백종현이나 박지운이나, 둘 다 네티즌들이 파헤쳐서 찾아낸 보람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만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백종현이야 최근 이름값이 뜨고 있으니 그렇고, 박지운은 아픈 과거가 있다 보니 그 앞에서 대놓고 욕은 하기 힘든 상황.

가장 심한 악플이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준이었으니 말 다 했다.

아니나 다를까. 포털 검색어 사이트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8위 백종현

9위 카메라테스트

10위 박지운』

검색어 순위에 이번에는 배우 이름 자체가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AGD 앱을 열었다.

[100%]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네티즌이 백종현의 얼굴을 발견한 시점에, 드디어 100%가 달성되었다.

포인트가 적립된 것까지 확인한 다음,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를 칠 것 같은 기분이 됐다.

어쩐지 계속 웃음이 나왔다.

* * *

주말 내내, 바이럴 영상의 효과는 계속되었다.

『백종현 과거 방송 출연 영상 모음』

『맨엠블럼 무대 모음-박지운 직캠 위주』

백종현과 그동안 조연, 단역으로 출연했던 드라마들과, <러브트러블>, <당잠사> 같은 예능 영상들이 새로이 발굴되었고.

박지운은 아이돌 시절 노래와 무대들, 출연 방송들이 교차 편집돼 올라왔다.

어느 쪽이든 바이럴 영상에서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것들이어서, 주말 내내 네티즌들은 설왕설래를 이어 나갔다.

『―진짜 이미지가 너무 다른데 진짜 백종현이랑 박지운 맞음?

―백종현은 몰라도 박지운은 춤추던 짬이 있어서 액션도 잘하긴 할 듯

―백종현이 그 이미지 때문에 그렇지 연기 못한단 소리를 한 번도 안 들었어

―지운오빠ㅠㅠㅠ 이제 빛을 보내ㅠㅠㅠㅠ

└헐 한 줌도 안 된다던 미천한 맨엠블럼 팬이 이 귀한 데를 다...

―당잠사 다음엔 드디어 영화판으로 잘 꽂히는구나 우리 종현이ㅠㅠㅠㅠ

―아니 그니까 진짜 둘 맞냐고』

아무도 답을 주지 않는 상황.

그런 흐름이 주말 동안 계속 이어지니, 한번 불이 붙은 네티즌의 열기가 식지 않았다.

주말을 지나 출근길.

나는 메시지를 받았다.

[민준기기자: 기사 등록했습니다ㅎㅎ]

[민준기기자: 10분 뒤에 뜰 거예요]

이 떡밥을 미리 찔러 둔 민준기 기자의 의기양양한 표정이 메신저 너머로도 보이는 것 같았다.

기분 좋게 대답한 뒤 출근했다.

내 자리에 앉자마자 포털로 들어갔다.

『NBS 신 배우 오디션 예능 <더 라이벌> 10명의 출연진 공개! <당잠사> 백종현―아이돌 출신 박지운 포함』

다시 인터넷이 발칵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 * *

『……바이럴 영상의 내용이 카메라 테스트였다는 것을 근거로, 많은 네티즌이 새 영화 마케팅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다.

.

.

바이럴 영상의 효과로 이미 네티즌 사이에 <더 라이벌>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제 백종현―박지운을 비롯하여 출연진까지 확정 지은 <더 라이벌>의 방송은 내년 상반기로 점쳐지고 있다.』

태블릿에서 시선을 뗀 서인하는 다시 몇 개의 추가 기사를 왕이범 이사에게 보여 주었다.

왕이범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눈으로 기사들을 훑어내린 뒤 태블릿을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제법이야.”

무거운 입이 떨어지고, 첫마디에서 서인하는 어떤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강 PD 아이디어야?”

“정식 티저 이전에 바이럴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이미 어느 정도 머릿속에 있더군요. 본인도 고민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음.”

왕이범은 다시 한 번 표정을 바꾸더니, 곧 빙긋이 웃었다.

“요물이라는 타이틀이 맘에 든 모양이지? 하는 짓마다 어찌 이렇게…….”

그가 뒷말을 삼켰지만, 이어질 말이 무엇이었는지 서인하는 짐작하고 있었다.

“<당잠사> 팀의 오지환 PD도 한몫 도왔습니다. 나중에 한번 격려 좀 해 주시죠.”

“<당잠사> 팀? 청출어람이라더니, 그 <당잠사> 팀이라 소질 있는 친구가 또 있었나 보군.”

“<언더커버 싱어> 때 강 PD랑 같이 일했었습니다. 그때부터 클립이나 인터넷용 콘텐츠는 편집을 했었고요. 그래서 강 PD가 도움을 요청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물 PD는 이제 인선도 할 줄 안다 이건가? 이제 4년차 아닌가?”

“예. 이제 막 4년차입니다.”

“다른 회사라면 이제 겨우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할까 말까 할 친구가…….”

다시 말을 삼키는 왕이범의 얼굴이 복잡해 보였다.

그동안 왕이범은 <더 라이벌> 진행에 대해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후배인 서인하가 밀어붙이고, 신호현 이사가 눈독을 들이고. 그런 복합적인 역학 관계 속에서 일단 진행은 하고 있었던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바이럴 마케팅을 계기로 왕이범은 강대한을 새로이 보았다.

“어떻습니까, 이사님. 이 정도 화제성을 잡아냈으면 충분한 무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서인하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왕이범은 대번에 이해했다.

현재 신호현과 대립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예능국 차원의 한 방.

예능 총괄이란 입장에서의 힘이란, 결국에는 프로그램이다.

얼마나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휘하에 두고 있는가에 따라 영향력은 달라진다.

괜찮을까.

그런 의문 이전에, 이미 왕이범은 확신을 내리고 있었다.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강 PD한테 곧 편성 확정될 거라고 일러놔.”

“옙. 바로 가실 겁니까?”

“그래, 고 사장 만나러 가야지.”

이사실을 먼저 빠져나가는 왕이범의 뒤로 서인하가 깊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 *

힙플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이 하나같이 감탄하고 있었다.

“벌써 몇 시간째 실검에서 내려갈 생각을 안 하네요.”

『3위 더라이벌

4위 백종현

.

.

7위 박지운

.

.

10위 강대한』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이외에도, 동영상 플랫폼 인기 동영상 순위도 <더 라이벌> 관련 동영상들이 수놓았다.

『2위 박지운 무대

3위 맨엠블럼 직캠

.

.

6위 더라이벌 바이럴

.

.

9위 백종현 예능 활약 모음

10위 더라이벌 선공개』

확실히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이 이점으로 작용하여, 동영상 플랫폼들 쪽에서는 박지운 관련 검색어가 더 강했다.

물론 거기에 지지 않을 만큼 백종현 관련 영상들도 계속해서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렇게 화제를 독식하다시피 하니, 공개된 다른 출연진에게도 관심이 뻗어 나가고.

그로 인해 다시 검색 순위들이 바뀌고. 벌써부터 선순환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연예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 웹진 등등 스크린에 계속해서 쏘아지는 사이트들을 팀원들이 모두 뿌듯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너 촉새라더라.”

갑자기 준혁이 형님이 툭 내뱉어서, 나는 굳은 얼굴로 옆을 쳐다보았다.

“그건 누구한테 들으셨습니까?”

“응? 효명이한테.”

“효명이는 또 누구한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용의자 후보들이 떠올라서 관뒀다.

뻔하지, 민희나 박주영 선배겠지.

“촉새가 뭐야?”

우철민 PD가 궁금증을 표해 오는 것을 보고 내가 손을 내저으려는데,

“대한이 별명이야. 강대한 촉 좋은 새…….”

“아, 형님…….”

내가 말렸지만, 이미 ‘새’를 발음할 때 된소리처럼 발음한 터라 그게 새끼임을 못 알아들은 팀원은 없었다.

아, 진짜 이놈의 성역 없는 별명 세상이라니. 성역 없는 공간 같은 게 왜 이런 애먼 곳에 생기나. 여의도 나리들 계신 곳에나 생겼어야지.

나는 뭐라 할 말이 없는 참담한 기분이 되어 테이블에 얼굴을 박았다.

“별명다운 일을 또 한 건 하신 거네. 대단해, 정말. 이 바이럴이 정말 이렇게 제대로 통할 줄은 몰랐는데.”

우철민 PD가 감탄을 해 주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물론 나도 제대로 통할 줄은 몰랐다.

AGD 앱이 아니었다면 진짜 시도도 못 했을 테지.

어쨌거나 잘 통했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결국 앞으로 어떻게 만들지 부담이 더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마른세수를 하고 정신을 차린 뒤, 손짓해 스크린을 끄게 했다.

“<더 라이벌> 이름은 확실하게 알렸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기대가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더 잘해야 해요. 알고 계시죠?”

“그럼.”

“알고 있습니다.”

돌아온 팀원들의 눈빛이 형형한 것이, 이번 바이럴이 또 어떠한 계기가 되어준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래, 부담은 부담이고, 이런 의욕과 긴장감은 항상 좋게 작용하기 마련.

그것을 믿고 촬영 회의를 시작하려는데, 스마트폰이 진동을 했다.

정민우 팀장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정민우 팀장의 말은 길지 않았고 우리의 통화는 금방 끝났다.

나는 전화를 끊고서 다시 회의실에 들어서서 선고를 내리는 판사의 마음으로 말했다.

“우리 더 바빠지겠네요.”

“설마?”

준혁이 형님이 돌아보는 것을 보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편성 잡혔습니다. 1월 말, 금요일 오후 9시. 드라마 <강철 사제> 후속입니다.”

“오, 오오……!”

“와! 드디어!”

팀원들이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울렸다.

그동안 촬영을 진행하긴 했지만, 편성 없는 촬영은 항상 일말의 불안을 안고 가기 마련이다.

그것이 확정되었으니 이젠 정말 제작에 박차를 가할 일만 남았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제 실질적인 시간은 5~6주 정도밖에 없어요. 그사이에 사전 촬영과 편집 계획까지 세워야 합니다. 많이 힘든 과정이 되겠지만, 분명 우리는 잘 이겨낼 겁니다. 여러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더 라이벌> 팀이 시작된 이후 가장 의욕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배우들과 감독, 트레이너 등 전체 출연진이 모이는 단체 미팅 촬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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