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102화 (102/200)

102화 주말 예능

“뭐?”

박주영 선배가 헉 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다른 기획에 들어가게 되어서요. 아마…… 방송 시기도 겹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를 두고 어제부터 줄곧 고민했었다.

그런데 이런 자리가 만들어져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 둘에게 가장 먼저 전해야 할 일이니까. 특히 권민헌 선배에게.

“야, 네가 이러면 안 되지. 그래도 시즌6까지는 같이해야 하는 거 아냐? 무슨 기획인지 몰라도 그렇게 바빠?”

박주영 선배가 오히려 흥분하여 쏘아붙여 왔다.

난 그래도 표정을 바꾸지 않고 대꾸했다.

“바쁘다면 바쁜 기획이죠. <당잠사> 때문에 오히려 미뤄 놨던 거라서요. 약속한 사람들도 있고.”

“기획안은 나왔어?”

잠자코 있던 권민헌 선배가 물었다.

“초안은요. 좀 더 다듬은 다음에 보고 올릴 예정입니다.”

“그래.”

내가 담담한 만큼, 권민헌 선배도 별 반응이 없었다.

마치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선배, 얘가 같이 안 하겠다는데 괜찮으세요?”

“어쩔 수 없잖아. 달리 만들고 싶은 방송이 있다는 건데.”

그 반응에 더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선배, 혹시 예상하고 있으셨나요?”

“그래. 그저께 메시지 받았을 때부터. 아니지, 그전부터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박주영 선배가 굳은 얼굴로 권민헌 선배와 나를 번갈아 보고 있는 동안, 권 선배는 나보다 더 담담하게 대꾸했다.

“<당잠사> 시즌5가 방송되고, 시청률이 뜨기 시작하고, 내 인터뷰가 뜨고. 그 이전과 그 이후까지 전부 너는 네 이름이 전면으로 나오는 걸 꺼려 했어. 처음엔 왜 그런가 했는데, 아마도 온전히 그 공이 나한테 돌아가길 바랐던 걸 거야. 맞지?”

“……네.”

“그래서 토요일에도 수차례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던 거고. 어차피 네가 벌인 일도 아니고, 나한테 미안해할 것도 분명 없는데 말이야.”

할 말이 없다. 나는 머쓱하고 또 부끄러워서 고개를 떨구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 진심은 그랬습니다. 자꾸 제가 선배의 공로를 잡아먹는 것 같아서, 그게 차라리 제 의도대로 되는 거면 나으련만, 자꾸 상황이 의도치 않게 꼬여 가는 것 같아서, 그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래. 그래서 시즌6도 안 한다고 하는 거겠지.”

“아니에요. 정말로 그건 시기가 너무 겹쳐서, 애초에 안 될 것 같아서 먼저 말씀드리는 겁니다.”

나는 철판을 깔고 이야기했다.

“욕심 같아서야 시즌6도 계속하고 싶습니다만…… 주영 선배도 그렇고, 민희도 하고 싶어 하고, 그러니 저도 거절할 이유는 없죠. 하지만 이 기획은 이제 더는 뒤로 미룰 수가 없어서요.”

“무슨 기획이길래 그래.”

박주영 선배도 이제 흥분을 좀 가라앉혔는지 어조가 돌아와 있었다.

나는 생각하듯 잠깐 눈을 굴렸다가 대답했다.

“그건 일단 보고를 한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아쉽게 됐네.”

권민헌 선배는 피식 웃었다. 어두운 표정은 아니었다.

“같이하고 싶었는데 그런 사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 좋은 서브 하나 놓쳤어.”

그때까지 잠자코 지켜보던 박주영 선배가 끼어들었다.

“선배,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섭하죠. 저도 서브 잘할 수 있다니까요?”

분위기 전환을 하려는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 주영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도 안 한다고 했으면 서브 구할 생각에 또 아찔했을 거야.”

여유가 묻어나는 얼굴로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보며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착잡했다.

하지만 권민헌 선배가 쿨하게 받아 줘서 다행이라는 것과, 내 생각을 온전히 전달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가게를 나와 권민헌 선배가 승진 턱이라고 커피를 쏘겠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따라갔다.

그사이에도 박주영 선배는 배신자, 배신자 운운하며 농담처럼 투덜댔다.

“아, 대한아. 민희도 하고 싶어 한다고?”

주문한 커피를 받으며 권민헌 선배가 물었다.

“어…… 네.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럼 민희까지는 내가 데려가도 되지?”

그러시죠, 라고 대답할 뻔하다가 얼른 고쳤다.

“그건 민희가 선택할 일이니까, 민희에게 말해 보세요.”

“그래, 그래야지.”

이윽고 우리는 각자의 테이크아웃 잔을 챙겨서 카페를 나섰다.

권민헌 선배가 먼저 올라가 본다며 방송국으로 향했는데, 나는 박주영 선배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다른 기획을 하고 있었으면서 나한테 이야기도 안 꺼낸 거야? 민희한테는 벌써 했지? 그래서 민희한테 물어보라고 떠민 거지?”

“아니거든요. 민희랑 금요일에 봤는데, <언더커버 싱어> 언제 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당잠사>랑 둘 다 겹치면 어쩌냐고 그래서, 잘 선택하라고만 이야기했습니다.”

“한다던 게 <언더커버 싱어>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언더커버 싱어>는 방식을 좀 더 바꾸고 싶은데 아직 마땅히 안 떠올라서요, 하려던 건…… 아까도 말했지만 일단 보고부터 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뭘 얼마나 대단한 거 하길래 이렇게 숨기는 건데.”

박주영 선배는 투덜투덜대다가, 커피를 한번 쪽 빨고 나를 노려보았다.

“최대한 <당잠사>랑 피해서 해. 너랑 비슷한 시간대에 붙는 거 부담스러워.”

“벌써부터 자기 프로그램 챙기는 겁니까?”

“젠장, 후배한테 이런 소리나 듣고 앉았고 말이야. 드러워서 나도 빨리 입봉이나 해야지.”

“응원해 드리겠습니다.”

“네 응원 필요없어.”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우리는 방송사로 돌아왔다.

* * *

복귀한 며칠간은 평화로웠다.

평화롭다고 해서 바쁘지 않다는 건 아니라서, 1팀으로 지원을 간 형태였다 보니 몇 달 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5팀의 업무들이 있었다.

바쁠 때는 다른 프로그램 지원도 가고, 자잘한 영수증 처리들을 하고.

오랜만에 5팀 사무실에서 일을 했더니 새삼 신기한 기분이긴 했다. 오히려 내 짬에 이런 일이 더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실없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났는데, 사내에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야, 너 그 소문 들었냐.”

구내식당에서 박주영 선배가 목소리를 낮추어서,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야기 말이죠? 국장님이 본부장 자리 거절했다는 거.”

“그래, 그거. 진짜일까? 넌 뭐 들은 거 없어?”

“글쎄요.”

본인만 오케이하면 확정되었을 본부장 자리를 서인하 국장이 거절했다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미 이사진에서 다른 국장들을 대상으로 본부장 인선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늘 그렇듯, 이런 소문은 그냥 소문으로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왜 거절하셨을까. 본부장 자리 받아들이고 나면 정말 이사까지 한 큐일 텐데.”

“본부장 자리를 왕 이사님이 밀어주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거절하셨다는 건…… 뭔가 뜻이 있으시다는 거겠죠.”

“뜻이라.”

숟가락을 들고 까딱거리던 박주영 선배가 재차 주변 눈치를 본 다음 말했다.

“그만두시려는 거라거나.”

“예? 에이, 설마요.”

“방 PD님이 입국했었잖아. 그게 뭔가의 복선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어, 지금.”

얼레,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나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때 유수현 작가님도 권 선배한테 그랬다잖아. 방수정 PD님은 해외에서 공부 끝나려면 꽤 걸릴 거라고. 그런 방수정 PD가 아무 언질도 없이 귀국했었고, 그간 국장님이랑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도 나왔지. 국장님이 본부장 자리를 거절한 건 그 직후잖아. 그래서 그런 소문이 퍼진 거야. 둘 사이에 뭔가 이야기가 된 거 아니냐, 그런 흐름이지.”

“그런데 회식 때도 그 이후에도 아무런 이야기는 없으셨잖습니까. 특히 회식 때는 정말 잘 놀고만 가셨고요.”

“그렇지. 잔소리도 하시고. 그런데…… 뒷이야기야 또 모르는 거잖아.”

그래. 사람 일이 모르는 거라지만…… 이건 뭐, 저번 스캔들 찌라시처럼 거의 근거 없는 말처럼 들리는데.

“하지만 뭐, 정말로 뜬소문이나 헛소리일 수도 있지.”

박주영 선배도 그렇게 가볍게 말하고 화제를 돌렸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쩐지 그 이야기가 꽤 오래 뇌리에 남았다.

구내식당에서 올라가는 길에 박주영 선배와는 담배를 피우러 간다며 헤어졌다. 그러면서 커피 한 잔을 사 달라 했다.

난 그 부탁대로 1층 카페에 들렀다가 카페에서 서인하 국장과 정민우 팀장하고 마주쳤다.

“그래, 그럼 일단 그렇게 공유하도록 하고…… 어, 강 PD? 커피 사러 왔어?”

“안녕하십니까.”

서인하 국장은 선선히 손을 들어 인사를 했고, 정민우 팀장은 그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서인하 국장에게 말했다.

“국장님, 저는 이 녀석 커피 좀 사주고 올라가겠습니다.”

“그럴래? 내 카드 줄까?”

“제 카드도 아직 잔고 많이 남았습니다.”

괜한 고집을 부리는 서인하 국장을 밀어내고, 정민우 팀장은 나를 붙잡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커피는 제가 그냥 사 마시겠습니다. 주영 선배 것도 사야 해서요.”

“그것도 내가 사 주면 되지.”

“겁나게 왜 이러십니까. 제가 뭐 잘못했습니까?”

왜 이러시지, 이분이. 왠지 이유 없이 잘해 주시는 게 오늘따라 불안했다.

“티 나?”

“티 많이 납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말해 주시면 고치겠습니다.”

그는 내 반응이 재밌는지 낄낄대고는 빨리 커피나 주문하라고 다그쳤다. 나는 두 사람 몫의 커피를 주문하고, 그가 계산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잘못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물어보려 했지. 왜 <당잠사> 거절했는지.”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며 앉은 자리에서 그렇게 물어 와서, 나는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들으셨습니까?”

“들었지. <당잠사> 팀이 왕 이사님 지시로 만든 팀이잖아. 또 팀 지원 보내려면 미리 협의해야 할 것 같아서 확인했는데, 주영이만 한다더라고. 서 국장님은 강 PD가 무슨 의중이 있을 거라고 하던 참인데, 이렇게 만난 김에 물어보는 거야.”

“의중까진 아니고…….”

잠깐 말을 골랐다가 다시 말했다.

“하고 싶은 기획이 있습니다. 지금 다듬고 있는 중인데, 어쨌든 제작 시기가 <당잠사>랑 겹칠 것 같아서요. 그래서 나중에 시끄러워지기 전에 먼저 제가 안 하겠다고 한 겁니다. 저 없이도 잘 돌아갈 프로그램이지 않습니까.”

“아하. 메인도 서 봤는데, 서브 또 하기 싫다 이거야?”

“그런 것도 있습니다.”

장난스럽게 물어 와서 나도 장난스럽게 대답해 주었다. 둘이서 잠깐 낄낄댔다가, 커피가 나와서 들고 카페를 나왔다.

“그래, 하고 싶은 기획이라. 어차피 입봉도 훌륭히 했겠다, 능력도 증명했겠다, 무슨 기획을 가져오더라도 통과 못 시켜 줄 건 없지. 언제 가져올 건데?”

“아직 다듬고 있습니다. 음, 이게 뭐라고 해야 할까.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서요.”

“강 PD 기획인데 강 PD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뭐야, 외부와 연결이야?”

예능 기획 중에는 그런 게 있다. 내부 인력이나 기획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외부의 기획사, 협력사와 함께 돌아가는 예능.

정민우 팀장이 말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비슷합니다.”

“허…… 이 요물이 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래.”

정민우 팀장이 나를 노려보듯 훑어보더니, 다시 피식 웃었다.

“괜찮겠어? 미리 결재 받을 거 많을 텐데.”

“그래서 다듬고 있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어느 정도 각이 나오면 보고 올리겠습니다.”

“뭐…… 그래. 프로그램 하나가 아까운 시기이긴 해도, 걱정 말고 잘 다듬어서 보여 줘.”

“알겠습니다.”

감사하다는 표시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가, 어라 하고 다시 그를 보았다.

“프로그램 하나가 아까운 시기라고요? 벌써 파일럿 몇 개가 돌아가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오리지널 프로그램의 비중을 늘리자는 계획이 차곡차곡 진행 중이어서, 사내와 외부 제작사 할 것 없이 많은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프로그램 하나가 아깝다니.

어쩐지 단순한 의미가 아닐 것 같아서 다시 물은 것이다.

“파일럿이야 지금도 제작 진행 중이지. 엎어지기도 하고. 믿을 수 있는 방송이 그만큼 없다는 의미야. 강 PD 때문에.”

“제가 뭘…….”

“강 PD가 안 한다니까 권 PD…… 권 팀장도 제작 신중하게 가고 싶다고 하는 거잖아. 제작진부터 확실하게 짜고 싶다고.”

“헐.”

진짜 헐이다. 나 때문에 제작 자체를 미뤘다고?

“뭐 강 PD 하나 때문만은 아니겠지. 지난 시즌이야 방송사의 결정으로 만들게 된 거고, 그게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고, 사측에서도 기대가 크니 다음 시즌에 대해 부담도 생겼을 거야. 어쨌든 중요한 건 킬러 타이틀 하나가 당분간 없다는 거지.”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때마침 비어 있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그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갔다.

“좀 전에 그래서 서 국장님이랑 그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어. 메울 기획 없냐고. 아마 조만간 팀장회의 소집도 될 것 같고.”

“어…….”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이 일이 꼭 나로 인해 벌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선택을 잘못 한 건가?

내가 혼란스러움에 아무런 말도 못하자, 나를 슬쩍 본 정민우 팀장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야, 강 PD. 다시 말하지만 너 하나 때문만은 아니라고. 이건 그 이전에 회사 사정의 문제야. 워낙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잖아. 어느 방송사나 겪는 일이니 강 PD가 책임을 느끼면 그거야말로 주제 넘는 일이야. 알았어?”

그의 말투가 짐짓 엄해졌다. 잔소리를 할 때의 그의 말투였다.

나도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의 말대로 주제 넘는 후회일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래. 정 그렇게 미안하면 <언더커버 싱어> 시즌2 기획이나 가지고 오든가.”

또 장난스럽게 덧붙이는 정민우 팀장 앞에서 나는 그냥 머리만 긁적이고 말았다.

며칠 뒤.

정민우 팀장의 말대로 정말로 팀장 회의가 소집되었다.

국장 체제, 팀별 체제가 되면서 종종 팀장 회의가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마라톤 회의인 적은 없었다.

오전부터 시작된 회의는 점심시간을 거르고 오후까지 이어졌다.

오랜 시간 뒤에 정민우 팀장이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고 나서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주영아, 잠깐 좀 보자.”

“네? 저요?”

“그래, 너요. 우리 팀에 너 말고 주영이가 있냐.”

정민우 팀장이 푹 찌르고 먼저 나가자, 박주영 선배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래요?’

‘난들 아냐.’

그런 눈빛을 주고받고 나간 지 약 30분 뒤.

정민우 팀장은 돌아오지 않고, 박주영 선배만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물었지만 그는 심각하게 고개를 젓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영 집중 못 하듯 몇 번이나 일어나서 담배를 피우러 사라지더니, 퇴근 시간이 다 되어 메시지가 날아왔다.

[박주영선배: 저녁에 시간 있냐]

[그럴 줄 알고 비워뒀습니다]

[박주영선배: 기특한 놈]

퇴근 후 민희와도 갔었던 육회집에서 마주 앉은 그가, 깊은 한숨이 섞인 말투로 이야기했다.

“……주말 예능, 맡아 보겠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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