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92화 (92/200)

92화 넘쳐흐르는 게 뭐가 문제겠어

『‘언더커버 싱어’ 우승자 아온 데뷔 앨범, 선공개 곡 각종 음원 차트 1위!』

『아온x최효명(엑시트) 태그의 선공개 곡 ‘블루스카이’ 돌풍!』

아침부터 포털 사이트가 시끌시끌했다.

효명이가 곡을 제공하고 프로듀싱까지 한, 아온의 데뷔 앨범 수록곡인 ‘블루스카이’가 어젯밤 자정을 기해 음원 차트에 풀렸기 때문이었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갔음에도 1시간 뒤부터 실시간 순위 1위에 딱 박히더니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1위 아온

2위 블루스카이

3위 아온 최효명

.

.

6위 겨울비

.

8위 언더커버 싱어』

실시간 검색어 순위도 아온과 효명이 관련으로 뒤덮였다.

효과는 대단해서 <언더커버 싱어> VOD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횟수가 훌쩍 뛰었고, 공식 채널들의 클립 영상 조회수도 시간마다 쑥쑥 늘어났다.

난 이미 먼저 이 곡을 들어본 입장에서, 이렇게 잘될 줄 알고 있었다.

굳이 확률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좋은 곡이었다.

<언더커버 싱어> 최종 무대에서의 ‘겨울비’가 다소 쓸쓸하지만 격정적인 락 발라드였다면, 이번에는 템포가 빠른 활기찬 분위기의 곡이었다.

허스키한 아온의 보컬에도 딱 맞아서, 효명이의 곡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들어보니 아온이 타이틀로 하자고 고집을 부렸다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선공개 곡으로 턴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았다.

―명리더가 또 한 건 했다

―작곡 잘하는 건 알았지만 이제 프로듀싱도 하네

―아온은 처음 들어봤는데 신인 가수답지 않게 엄청 잘하네?

―└님 언더커버 싱어도 안봄? 빨리 보고 와라

―└겨울비는 꼭 봐라 두 번 봐라 핵좋음

―└ㅇㅋ보고 온다

―└보고 왔다 와 미쳤네 생방으로 못 본 나새끼 뭐한 거...

기사마다 그런 호평의 연속이라서, 그들을 알고 있는 내가 다 뿌듯할 지경이었다.

“제 기사 보고 계시네요?”

훌쩍 들어오는 목소리에 나는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어서 오세요, 민 기자님.”

“죄송합니다. 훔쳐보려던 건 아닌데, 낯익은 헤드라인이 보여서.”

맞은편에 앉는 사람은 바로 민준기 기자였다.

“인터뷰 기사도 봤는데, 제가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했네요. 늦었지만, 잘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저야 제 할 일 한 건데요 뭐.”

그가 인터뷰를 참 정리를 잘 해 줘서 언젠가 인사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이런 형태가 될 줄은 몰랐지만.

잠시 후, 화장실로 잠깐 자리를 비웠던 주인공이 돌아왔다.

민준기 기자가 와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다가온 그가 내 옆에 앉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권민헌입니다.”

“오. 안녕하세요. 말로만 듣던 ‘방수정 PD의 후계자’시군요. 서 국장님 통해서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하하…… 부끄럽습니다. 제 욕을 많이 하셨겠죠.”

“그럴 리가요. 칭찬밖에 안 하셨습니다.”

권민헌 선배와 민준기 기자는 명함을 꺼내 서로 교환을 하고, 간단히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타이밍을 보고, 나는 둘에게 양해를 구하고 옆자리로 이동했다.

나와 교대하듯 대기하고 있던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권민헌에게 향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내가 떠올린 방안은 이것이었다.

현재 우리 팀에 닥친 위기는, 이전보다 프로필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찾아다니면서 새 얼굴을 발굴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캐스팅으로 한 달을 보낸 이상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원론적으로, 기획사들에게서 더 많은 프로필이 들어오게 만들어야 했다.

거기서 나는 민준기 기자를 떠올렸다.

작년부터 나는 인터뷰의 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인지도가 늘고, 그만큼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늘었다.

귀찮은 일도 생겼지만 기본적으론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당잠사>에 드리워져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 내기 위해 권민헌 선배가 인터뷰를 받게 했다.

그리고 그 인터뷰에 적격으로 보이는 사람이 바로 민준기 기자였다.

지난번 만남 때, 그는 헤어지면서 나에게 호의적이라는 표현을 해 주었다.

그것을 믿고 일단 일을 추진했는데, 민준기 기자는 내 제안을 듣고서 대번에 오케이를 해 주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인터뷰 자리였다.

“방수정 PD의 후계자라는 별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죠?”

“과분한 별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배울 게 많은 몸인데……. 한편으론, 다 기대를 해 주시기에 붙은 별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그 별명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잠사>를 부활시키는 것도 그 노력 중 일환일까요?”

“그렇습니다. 방 PD님은 안 계시지만 <당잠사>를 잘 만들어 내면 조금이라도 그분에게 다가간 것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당잠사> 말인데요. 지난 시즌이 좀…… 많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점도 의식하고 있으시겠죠?”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죠. 하지만, 저희가 현재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예전 시청자분들이 좋아하셨던 <당잠사>입니다. 원점으로의 회귀랄까요. 지난 시즌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일환으로서 의식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권민헌 선배는 유창한 말솜씨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항상 조용조용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솔직히 감탄했다.

이렇게까지 인터뷰를 통해서 전하려고 하는 바를 솔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줄이야.

이것도 배워야겠다.

한참 뭐라고 인터뷰를 하던 두 사람의 시선이 갑자기 나를 보았다.

“강대한 PD님과는 <당잠사> 시즌3 이후로 다시 일하시는데요. 그사이 강 PD님은 입봉을 하고 히트작도 만드셨는데, 이번 시즌에선 서브를 맡으셨다더라고요? 두 분 호흡은 어떤가요?”

얼레, 이건 예정에 없던 질문인데.

“하하하. 아주 좋습니다. 언제나 도움받고 있습니다. 저보다 후배지만 입봉을 먼저 하기도 했고, 배울 게 많은 친구입니다.”

권 선배가 나를 보면서 흡족해하는 미소를 지어서, 머쓱하게 고개를 돌려 커피나 빨았다.

중간중간 그렇게 나를 소재로 분위기를 환기하면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마무리됐을 때는 대강 1시간 정도 지나서였다. 예상보다 더 길어진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같이 사진 찍으시죠.”

“저도 같이요?”

“<당잠사> 제작진이시지 않습니까. 그럼 찍으셔야죠.”

얼떨결에 그렇게 설득당해 나도 한 컷 촬영을 당했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민준기 기자와 악수를 했다.

“오늘 무리한 부탁을 잘 받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어휴, 별말씀을요. 저야 <당잠사> 메인 PD와 단독 인터뷰를 딸 기회인데, 당연히 잡아야죠. 이런 무리한 부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렇게 공적으로 말해 놓고, 그가 슬쩍 다가와 낮게 말했다.

“그리고 <당잠사>는 저희 와이프랑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거든요.”

공사의 완전한 조화인가.

그는 기분 좋게 웃으며, 권민헌 선배와도 인사하고선 말했다.

“오늘 밤새 편집한 뒤 내일 오전에 기사 띄우겠습니다. <당잠사> 새 시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진기자와 함께 떠나는 그를 배웅한 뒤, 권민헌 선배가 긴장했던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게 한 건가 모르겠네.”

“당연히 괜찮았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저도.”

“그럼 다행이고. 우리 생각대로 잘됐으면 좋겠다.”

나는 확신을 담아 말해 주었다.

“잘될 겁니다.”

* * *

『<단독 인터뷰> ‘당잠사’ 부활을 꿈꾸다 : ‘방수정 PD의 후계자’ 권민헌 NBS 예능 PD

―민준기 기자』

약속한 대로 다음 날 오전, 포털 사이트마다 최상단에 인터뷰 기사가 떴다.

『“……‘당잠사’는 유산으로 묻혀 있을 프로그램이 아니다. 한번 무너졌다고 끝은 아니다. 처음부터 다시 쌓아 올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만들면 된다라.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이라는 뜻인지?

“아니다. 우리가 잡은 목표는 한 가지다. 원점으로의 회귀.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었고 여전히 바라고 있을 ‘당잠사’의 본래 재미를 다시 선보이기 위한 의미이다.”』

권민헌 선배는 낯뜨겁다면서 기사를 읽지 못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가 모니터 앞에 들러붙어 기사를 마지막까지 찬찬히 읽어내렸다.

『……다소 늦은 입봉을, 스승의 프로그램으로 시작하게 된 권민헌 PD. 부담감도 크겠지만, ‘당잠사’ 부활이라는 NBS 초유의 프로젝트가 그의 두 손에 걸려 있다..

한 명의 시청자이자 팬으로서 기대를 해 본다.』

댓글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기자야 그래서 언제 한다고?

―당잠사면 닥치고 본다능

―└시즌4 시즌4 시즌4?

―└갖다 붙일 걸 붙여야지. 그때 PD 아니라잖아.

―인터뷰를 보니까 믿을 만한 것 같은데. 방PD 밑에서 몇 년이나 같이 했고

―지난 시즌들 스태프롤 보니까 시즌3까지 전부 있음ㅇㅇ

―그래서 대체 시즌5 언제 한다고?

“……이쯤 되면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 중 가장 글에 밝은 민희가 그렇게 평을 내렸다. 권민헌 PD가 애써 딴 곳을 보고 있던 시선을 돌렸다.

“괜찮은 것 같아?”

“예. 민 기자님이 기사도 잘 써 주셨네요. 저희가 전하려던 바를 아주 잘 잡아 주셨어요.”

“그러게…… 뭣도 모르고 봐도, 이런 인터뷰면 한 번 협조해 주고 싶지 않을까?”

박주영 선배까지 조심히 평을 하는 그사이, 이중 유일하게 나만이 이 인터뷰의 효과를 확신했다.

[90%]

요지부동이던 확률 수치가 변동했다.

대번에 90%대를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우리가 선택한 방향이 맞다는 뜻이었다.

“너무 넘겨짚진 말고, 일단 우리 할 일 하자. 앞으로 프로필 더 들어오는지 좀 더 확실히 체크하고.”

권민헌 PD가 애써 우리를 진정시키면서 시선을 돌리게 했다.

그리고.

효과가 나타난 것은 기사 뜬 지 정확히 한 시간이 지나서였다.

“여보세요. 아, 예. 실장님. 오랜만입니다. 네? 캐스팅이요?”

권민헌 PD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어, 주 팀장. 그래, 나야. 어? 프로필?”

박주영 선배 전화도,

“예, 물론이죠. 얼마든지 보내 주세요.”

민희의 전화도 끊임없이 울렸다.

나도, 구은경, 도채린 작가도, 수없이 울려대는 전화에 한동안 모든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나에게 전화가 온 매니저 하나는, 이런 사과까지 했다.

“저희가 오해를 했습니다.”

“오해요?”

“예……. 부끄러운 말이지만, 회사에서는 <당잠사>가 다시 만들어진다 해도 멀쩡하게 돌아갈 리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제가 설득하기에는 시즌4 때 일이 너무 커서…….”

“그건 저희가 부끄러워할 일이죠.”

“하지만 오늘 인터뷰를 보고, 다시 깨달았습니다. 예전 제작진이 다시 만든다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는 거듭 사과를 하고선, 언제든 연락 달라며 프로필들을 보내 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무실에 손수 방문해 직접 프로필을 주고 간 회사도 있었다.

인터뷰 기사가 뜬 단 몇 시간 만에, 며칠 동안 받은 프로필의 십수 배가 모였다.

“우와…… 프로필이 이렇게 몰릴 수도 있는 거군요.”

“그러게 말이야. 종류도 다양해. 배우들에 모델에, 아이돌에. 아역도 있네?”

박주영 선배가 감탄하는 사이, 가장 감탄하고 있는 것은 권민헌 선배였다.

그는 책상에 쌓인 실물 프로필들과, 메일함에 쌓여 있는 프로필들을 번갈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선배, 정신 차리세요.”

보다 못한 박주영 선배가 그에게 가 어깨를 흔들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권 선배가 몇 번 고개를 흔들더니 나를 보았다.

“대한아. 요물이다 뭐다 하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너 정말 요물이구나.”

“제가 뭘요, 다 선배가 인터뷰를 잘하신 덕입니다.”

“인터뷰를 이용할 생각은 나로선 절대 못했을 거야. 이건 정말…… 고맙다, 정말.”

너무 이렇게 대놓고 칭찬을 하니 괜히 낯이 부끄러웠다. 나는 괜히 헛기침을 크게 하고는, 책상 위 프로필을 들어 올렸다.

“이러지 마시고, 빨리 분류 작업부터 하는 건 어떨까요. 저희는 한시가 바쁘니까요.”

“그래. 하자. 없는 게 문제지, 넘쳐흐르는 게 뭐가 문제겠어.”

권민헌 선배도 분연히 일어나고, 작가들이 메일함으로 들어온 프로필을 분류하여 서버에 등록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AGD 앱을 다시 일깨웠다.

권민헌 선배의 말대로, 프로필이 부족한 게 문제지 넘쳐흐르는 게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모든 이름을 대입하여 확률 변동을 확인하면 된다.

수십 명을 넘는 노가다가 되겠지만, 그런 노가다야 얼마든지 기쁘게 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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