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소신
“김새네.”
“뭐, 인마?”
“고작 그런 이유로 입대를 반대한다는 거예요?”
“그런 이유라니, 인마. 네가 가면 얼마나 내가 쓸쓸하겠어?”
그 우스갯소리에 효명이는 살피듯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리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말했다.
“이 나이 되면 친구도 줄고, 술 편하게 마실 사람 하나가 소중하고 그래. 어디 가지 말고 그냥 나랑 놀아.”
효명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힐끔 봤다가, 짐짓 인상을 찌푸리고 마주 봤다.
“그 표정은 뭐야. 감히 외삼촌을 그런 고얀 표정으로 본다 이거지?”
“……풉. 결국 외삼촌 인정인가요, 이거?”
효명이는 결국 피식 웃더니 어조를 바꿨다.
“뭐, 감사한 거죠. 형이 절 필요로 하신다니.”
낄낄대는 효명이의 얼굴은 분명 조금 전보다 나아 보였다.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겠지만, 조금이라도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런 녀석한테 괜한 짐을 씌우는 건 안 좋지.
나도 사실 민희 이야기 말고, 원래 오늘 만나면 물어보려던 게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선 딱히 꺼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도 살짝 가라앉으려던 감정을 되돌리고, 잔을 내밀었다.
“어느 쪽으로 결정을 내리든 응원할 테니까 알려만 줘.”
“알았어요. 고마워요.”
잔을 부딪치면서 이제 고민 같은 건 말하지 말고 시간을 즐기자고 서로 약속했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우린 가게를 빠져나왔다. 이후 각자 택시를 타고 헤어졌다.
얼큰하게 취한 채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쳐다보고 있는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꺼내 보자, 효명이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엑시트최효명: 뭔가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안 하는 거 다 티났어요. 혹시 민희 누나 얘기였나?]
[넌 언제고 고 입 때문에 큰일 치를 듯]
[엑시트최효명: 입 아니고 손인데요(만세)]
[엑시트최효명: 암튼 민희 누나 일은 아닌 것 알고요]
[엑시트최효명: 오늘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웠으니까. 그 답례로 다음엔 내가 형 고민 들어줄게요.]
[엑시트최효명: 그땐 오늘처럼 삼키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기? 콜?]
[엑시트최효명: (OK)]
예상치 못한 군대 이야기에 말을 망설이는 티가 좀 났나 보다.
정확히는 내 입장이라며 의견을 물어보려 했는데, 차마 물어볼 엄두가 안 났다.
내 의견을 제시하면 효명이는 거절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 이유로 군대를 미룬다면, 정말 효명이에게 못할 짓을 하는 거다.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다. 친한 형으로서, 앞날을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그래서는 안 되었다.
“말 안 하는 게 맞아.”
어차피 어찌 될지 모르는 일.
효명이가 돕다면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지만…… 순서는 지켜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집으로 향했다.
* * *
휴가 마지막 날은 집에서 보냈다.
주말도 없이 한참 일하다가 사흘이나 놀았더니, 마지막 날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를 것 같았다.
더욱이 민희를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뭘 할 의욕도 들지 않았다.
결국 집에서 밀린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출근 준비도 하면서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동안에도 민희가 정말 날 좋아하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떠다녔다.
괜히 휴가 첫날 본가에 갔다가 어머니한테 한 소리 들은 것 때문에 유독 더 그렇게 생각하나 싶기도 했다.
어쨌든 간에 중요한 건 내 생각이었다.
나는 어떻지? 나는 민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그간 박주영 선배를 비롯한 동료들이 사귀냐며 놀릴 땐 숨도 안 쉬고 부정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오 PD가 민희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과연 민희의 마음을 알게 된 지금도 그럴진 모르겠다.
나도 민희를 좋아하는 걸까? 이성으로 보고 있는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망했다. 이대로는 잠을 잘 수가 없다.
가뜩이나 내일은 달리 서인하 국장의 뜻을 거절하고 부딪쳐야 할 일도 있는데…….
결국 냉장고 안의 맥주를 3캔째 비우고서야 간신히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뒤숭숭한 마음 탓인지 억지로 맥주를 마시고 잠에 들었음에도 이른 아침에 눈이 뜨였다.
하지만, 모처럼 휴가 복귀하는 날인 데다 결착을 내는 날인데, 각오를 세우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그런 생각으로 출근길에 올랐는데, 방송국 정문 앞에서 박주영 선배를 만났다.
“여어, 강 PD. 휴가는 잘 지내셨나.”
“예, 덕분에요. 선배는 좀 쉬셨어요?”
“나야 뭐,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보냈지. 누구와는 다르게 딱히 공연 같이 보러 갈 사람도 없거든, 나는.”
그 말은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그 이야기는 또 어디서?”
“엉? 네가 휴가 가기 전에 말했잖아.”
아, 그랬나. 괜히 제 발이 저렸다.
“뭐야, 뭔 일 있었냐? 무슨 일을 숨기는 거지?”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이거, 꼬라지가 아무 일도 없던 게 아닌데. 뭔데. 뭐야.”
박주영 선배가 쫓아오면서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필사적으로 귀를 닫고 도망쳤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정민우 팀장을 만나지 않았으면 정말 사무실 올라갈 때까지 시달렸을 것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
“그래. 휴가 다녀오니 둘 다 신수가 훤하구만?”
우리 두 사람을 훑어보고서 그가 씨익 웃었다. 며칠 만에 다시 보는 얼굴이지만 그도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뮤직스케치> 기사 봤습니다. 시청률 올라서 특집 방송 또 편성되었다고요. 축하드립니다.”
“어휴, 그게 축하할 일인지 모르겠다. 애들이 다 죽으려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싱글벙글하고 있으신대요, 지금.
정민우 팀장은 그걸론 부족했는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까지 투덜대는 건지 자랑하는 건지 모를 말을 늘어놓았다.
“아, 팀장님. 그 소문 사실입니까?”
우리밖에 없는 엘리베이터지만 박주영 선배가 정민우 팀장에게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무슨 소문?”
“국장님이 본부장 자리를 제안받았다는 소문요.”
“그건 또 어디서 들었냐?”
“그냥 좀, 여기저기서.”
선배는 방송사 내외의 소문에 밝다. 어디서 들었는지 신기한 소식을 곧잘 알아오는데, 이번 소문도 또 충격적이었다.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본부장이라니, 저희 본부장 공석 아니었습니까?”
입사한 이후로 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서인하 국장이 본부장 자리로 간다고?
“왕 이사님이 힘 좀 쓰셨나 봅니다.”
박주영 선배가 넘겨짚자, 정민우 팀장이 손가락을 입에 댔다.
“쉿. 그런 민감한 이야기는 하는 거 아냐.”
“어차피 여긴 저희밖에 없잖아요. 진짜입니까?”
“휴우. 그래, 진짜야.”
정민우 팀장도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했다.
“그래도 아직 확정은 아니니, 소문 퍼뜨리지 말고 그냥 알고만 있어.”
“에이, 이미 소문은 다 퍼졌으니까 제가 알았죠.”
“아무래도 거절 못 하시게끔 왕 이사가 일부러 소문을 퍼뜨린 것 같아.”
“어라, 거절하신대요?”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민우 팀장은 잠깐 주변을 살피듯 하더니 목소리를 더 낮췄다.
“아직 고민 중이셔. 나도 자세한 건 못 들었으니까 너희도 그냥 입 다물고 있어.”
정민우 팀장은 엄할 땐 매우 엄하다. 지금도 딱 그럴 때다. 분위기를 읽고 나와 박주영 선배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난 국장실 다녀올 테니까, 대한이 넌 대기하고 있어.”
“예.”
정민우 팀장은 자리로 가서 서류 몇 개를 챙겨 국장실 문을 두들겼다.
나는 박주영 선배와 오랜만에 5팀 사무실 자리에 앉았다.
“뭐 잘못했냐?”
자리에 앉자마자 선배가 물어왔지만, 난 말을 아꼈다.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뭐야, 뭘 또 숨기고 있는 거야?”
“그건 아니고…….”
“아, 안녕하세요!”
말을 할까 하던 찰나에 오지환이 나타났다. 그의 답지 않은 큰 인사 소리에 놀란 직원들이 쳐다보자, 놀라서 목을 움츠리면서 서둘러 자리에 앉는다.
“휴가 때 잘 쉬었나 보네? 목소리가 쌩쌩해?”
“그,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냐. 간만에 담배나 한 대 피울까?”
오지환은 결국 박주영 선배의 손에 질질 끌려 담배를 피우러 갔다.
덕분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정민우 팀장은 국장실에서 제법 오래 있었다. 나는 업무 준비를 하면서 틈틈이 국장실 쪽을 확인했는데, 네 번째인가 확인했을 때, 때마침 문을 열고 나온 정민우 팀장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먼 거리에서 손짓을 했다.
나는 스마트폰만 챙겨서 국장실로 들어갔다.
“그래, 강 PD. 잘 쉬고 왔어?”
서인하 국장은 고민하는 기색은 전혀 없이 밝게 인사해 주었다.
아까는 옆에 박주영 선배가 있어서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그의 고민에는 나도 어느 정도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소파에 앉아 잠깐 휴가 동안의 이야기를 나눈 뒤, 나는 눈치를 보고 물었다.
“저한테 하신 제안도…… 본부장 제안 받으신 것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음, 뭐. 관련이 있다고 해야지. 본부장직을 제안한 사람도, 강 PD한테 그걸 맡기자고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니까.”
“그럼 제가 거절하느냐,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국장님의 결정도 달라지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냐.”
서인하 국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과 이건 다른 문제야. 같은 사람이 제안한 거니 관련이 없지야 않겠지만, 그건 구별해야지. 내 일이고, 강 PD 일이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하긴, 주제넘은 생각이었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덕분에 마음도 홀가분해졌고.
“그래, 휴가 동안 고민하느라 제대로 못 쉰 건 아닌 것 같고.”
“예.”
“그렇다는 건 일찌감치 결정은 했다는 말 같은데.”
그것도 맞았다. 서인하 국장은 정민우 팀장을 한번 쳐다보고는, 나를 다시 보았다.
“그래서 주말 레귤러 예능, 어떻게 할 거야?”
NBS 주말 레귤러 예능의 방송 시간은 오후 6시~9시 사이.
우리 방송사는 주말 9시부터 주력으로 삼는 드라마를 방송하기 때문에, 그 이전 시간에는 단란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예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개국 이후로 좀처럼 주말 레귤러 예능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사실상 지상파와 겨루기 위해 주말 레귤러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한 건데, 그 상징성에 걸맞은 프로그램이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당잠사> 같은 시즌제 예능이 초창기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쯤 NBS는 예능 사업을 철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상 그렇다 보니 NBS로서는 주말 레귤러 예능을 성공시키기 위해 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고민에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몇 년 전, 지상파에서 스카웃해 온 PD가 주말 예능을 맡으면서였다.
바로 현재 예능 2팀장인 서이경 PD였는데, 그는 이적하자마자 왕이범 이사의 전권 위임에 힘입어 주말 레귤러 예능을 맡았다.
그것도 토요일, 일요일 양일을 도맡았다. 꽤 어려운 일이었음에도 그는 일요일 예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정규 편성 예능의 경우, 단숨에 성공하는 것보다 시청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어려운 일이다. 그가 맡은 일요일 예능은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지속력을 가질 수 있었고, 해마다 시청률 추이가 달라진다지만 그걸 감안해도 여전히 꾸준했다.
문제는 토요일이었다.
토요일 예능만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즐거운 토요일>이라는 프로그램을 1, 2부 구성으로 나누고 몇 번이고 포맷을 바꿔 가면서 안착시키려 했지만, 그럼에도 초반만 반짝할 뿐이었다. 토요일 예능의 유일한 성과는 프로그램명이나마 유지해 왔다는 것이었다.
결국 저번 부서 개편을 통해 서이경 PD는 일요일 예능에 집중하기로 했고, 토요일은 다른 PD가 맡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4팀장인 문규락 PD.
정민우 팀장보다 1년 선배인 그는 <즐거운 토요일>의 2부만 책임졌고, 1부는 4팀의 팀원이 맡기로 했다.
2부 예능인 <달리는 도시인>은 패널들이 국내 유명 랜드마크를 찾아가 갖가지 미션으로 구성된 게임을 진행하는 버라이어티였다.
8명 출연진의 케미가 좋아서 호평을 받았고, 방송사 내외적으로도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방송 특성상 매주 녹화, 매주 편집이라는 빡빡한 일정이 돌아가게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소위 말하는 일베 논란이었다. 일베 회원이 합성한 자료 화면을 제대로 체크를 하지 못한 채 방송에 내보냈고,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그것도 하필이면 전 대통령의 모욕 자료였다.
회사 입장에서 그냥 넘길 수준이 아니었다. 해당 편집을 한 PD야 사실 정황이 드러나자 곧장 해고를 당했지만, 문규락 팀장 또한 책임 소재를 피할 수 없었다.
NBS의 경영진은 <달리는 도시인>의 메인 PD 교체라는, 파격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그리고 휴가 전. 서인하 국장은 내게 제안했다.
<달리는 도시인>의 2대 메인 PD 자리를.
내가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말문이 막혀 있는 사이, 대답은 휴가 지나고 듣겠다고 통보했었다.
그리고 결국 오늘에 이르렀다.
“훌륭하게 입봉도 한 마당에 네 짬밥에 주말 레귤러를 맡는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거야. 어차피 회사에서는 몇 개월 뒤에 문규락 PD를 복귀시킬 계획이야. 다음 기획 짤 시간까지 몇 개월 대타를 뛴다고 생각해. 차라리 이 참에 주말 예능 경험도 쌓아 보는 셈치고. 어때, 딱 좋은 기회 아냐?”
그 이야기는 휴가 전에도 들었다. 그 자리에도 정민우 팀장은 있었고.
“그래, 강 PD. 이사진에서도 너의 이번 성과를 높게 평가하니까 한번 맡겨 보자고 하는 거야. 다른 인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너라면 충분히 되살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
이 두 분도 그렇고, 높이 계시는 이사진마저 그렇게 평가해 준다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나는…… 결심한 바가 있었다.
내 의중을 먼저 눈치챈 것은 정민우 팀장이었다.
“야, 설마. 아니지?”
“아뇨…… 맞습니다. 과분한 제안인 것도 알고 있어서, 주말 예능 자리는 거절하고 싶습니다.”
서인하 국장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야, 강대한. 내가 잘못 봤나? 실력만큼 야망도 있는 놈으로 알고 있었는데? 잘만 하면 주말 예능을 네가 끌고 나갈 기회야. 이걸 거절해?”
야망이 높게 보였나. 난 그냥 그때그때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움직였을 뿐인데.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내가 그동안 저질러 온 일을 생각하면.
그건 다 AGD 앱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른 선택을 하려고 하는 것이고.
“사실……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프로그램? 벌써 다음 기획 잡았어?”
“종방 회식 때부터 왠지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어서요. 두 분의 허락을 구하고 싶습니다.”
내 말투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두 사람도 눈치챈 듯했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한 시선을 굽히지 않으며, 소신을 담아 굳게 말했다.
“저는 <당잠사>를 부활시켜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