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75화 (75/200)

75화 악연의 끝

박주영 선배를 도와 편집본을 확정하고, 편성에 데이터를 넘긴 다음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퇴근을 하고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에 쉬이 잠을 들 수 없었다.

틈틈이 AGD 앱을 확인했음에도 확률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일이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결착이 나야 우리 방송이 올곧게 나아갈 텐데.

더욱이 더는 현준영이 업계를 더럽히지 못하게 막을 텐데.

그러나 기우였던 것일까.

자고 일어났을 때, 그러니까 <언더커버 싱어> 6화가 방영될 목요일 오전.

무언가 일이 벌어져 있었다.

* * *

현준영은 아침 출근길에 생각지도 못한 연락을 받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문을 열려는데, 일전에 알고 지냈던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던 것이다.

“어, 한 기자. 오랜만이야. 요새 연락이 없어서 서운했어.”

“저도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현 PD님. 그런데 그것보다, 기사 보셨습니까?”

“기사?”

“안 보셨으면 빨리 포털 들어가 보세요. 난리예요, 지금. 보시고 연락 주십시오.”

저 할 말만 던지고선 통화를 끝내자 현준영은 인상을 썼다.

“이 기생충 같은 놈이 감히 어따 대고 이따위로 전화를 받아?”

혼잣말을 내뱉은 현준영이 부글대는 기분을 억누르며 스마트폰으로 포털에 접속했다.

그리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도 아니건만, 그 표정이 다시금 변화하는 데는 고작 2초도 필요치 않았다.

스크롤 되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만 봐도 아찔했던 것이다.

『1위 투표 조작

2위 스타 프로듀스 K

.

.

5위 스프K

.

.

8위 스프K 투표 조작』

실시간 검색어 절반 가까이가 <스타 프로듀스 K> 투표 조작 관련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연예 탭을 터치하고 나니, 더 아찔했다.

메인 화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스타 프로듀스 K’ 투표 조작, 정말인가?』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스프K’ 투표 조작 파문』

『오디션 프로그램의 레전드, 제 손으로 공든 탑을 허물다?!』

너무 놀라 숨 쉬는 것마저 잊을 뻔했다. 뒤늦게 숨을 토해 낸 현준영은 차를 벗어나지도 못했다.

<스타 프로듀스 K>는 그가 숱한 고생을 해 가면서 만들어 낸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기획사마다 찾아가 미팅을 하고, 괜찮은 연습생을 공급받기 위해서 딜을 걸고…… 그렇게 고생하여 성공시킨 방송이다.

그 와중에 갑질도 했고, 조작도 좀 했다.

그게 다 프로그램을 위해서, 참가해 준 기획사를 위해서 한 일이었기에 현준영은 떳떳했다.

당시 의혹을 제기한 이들도 있었지만, 기자들과 방송계의 선배들을 움직여서 무마했다. 별일 없이 넘어갔다.

그런데, 왜 그때 일이 지금 와서 갑자기 터진단 말인가.

현준영은 최초 보도로 보이는 기사를 찾아 눌렀다.

『……제보자에 따르면, ‘스프K’ 시즌1 당시, 최종 시청자 투표에서 집계되어 발표된 결과는 거짓이며, 제작진 내에서 한차례 투표수를 조작하여 방송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렀으나 제보자는 이에 대한 증거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를 명명백백히 공개할 것이란 의사를 밝혔고…….』

“증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그 당시 집계를 한 업체는 이미 도산 처리되었으며, 지금은 다른 회사가 되어 있다.

데이터도 전부 날려 버렸다. 이렇다 할 증거가 남아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이 증거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아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차를 열고 나가려는데 앞을 사람들이 지나갔다.

현준영은 괜한 눈치가 보여 문을 다시 닫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전부 지나가고, 입구까지 가는 길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겨우 차에서 나왔다.

“젠장, 내가 왜 이런 짓을…….”

불평을 해 봤자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현준영은 당장 그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일과 관련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신 이사뿐이었다.

최대한 사람을 피해 이사실이 있는 층까지 올라가서 비서를 만났다.

“신 이사님, 나오셨습니까?”

“어, 아뇨……. 오늘은 아마 오후에 출근하실 겁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쪽 사람들이랑 점심 약속 있으시다고…….”

하마터면 소리치며 욕을 할 뻔했지만 애써 참았다.

“제가 왔었다고, 오시면 전달해 주십시오.”

그래 놓고 현준영은 일단 사무실로 내려갈까 하다가, 건물 10층에 있는 흡연구역으로 향했다.

옥상공원처럼 꾸며진 10층의 공원에는 아침부터 몇 명의 사람들이 담배와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현준영과 시선을 마주친 몇몇이 동료를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현준영은 눈치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 행동들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다만 애써 모른 척했다.

“어, 한 기자. 나야.”

현준영은 한 가닥 희망을 품고 한 기자에게 다시 연락했다.

“확인하셨습니까?”

“그래, 봤어.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겠습니까. 그때 그 투표 조작 의혹이 다시 떠오른 거지.”

“아니, 대체 이 타이밍에 왜? 아니지, 그때 의혹은 완전히 벗은 거 아니었나? 증거도 없잖아?”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한 기자는 그때 기자들을 이끌고 기사를 덮어 준 장본인이었다.

지금은 한 신문사의 팀장까지 달고 있는데, 현준영이 방송계 쪽 소스를 잡아서 많이 던져 준 덕이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증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 데이터 다 지운 거 아니었습니까?”

“다 지웠지. 다 지워서 복구도 못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잠깐, 그럼 증거 자체는 아직 공개를 안 한 건가?”

“알아보니까, 일단 메일로 제보를 받은 거고, 정확한 증거는 만나서 공개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내일 특집 기사로 꾸며질 거라는 정황까지는 확인했어요.”

현준영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트리고는 다시 말했다.

“한 기자, 부탁 좀 하자. 터트린 기자가 누구인지, 제보자가 누구인지 좀 알아봐 줄 수 없어? 내가 나중에 크게 보상할게.”

“나도 지금 골치 아파요. 아시잖습니까? 이게 터지면 나도 곤란하다고요. 일단 알아보겠습니다. 털어 보면 뭐라도 나오겠죠.”

“그래, 부탁할게.”

한배를 타면 이럴 때 편리하다. 바라지 않아도 이미 움직이고 있으니까.

현준영은 전화를 끊고, 다시 한 번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젠장, 대체 누구야. 어떤 놈이 또 내 앞길을 막으려고……!”

<스타 프로듀스 K>를 만들고, 여러 기획사에 이빨이 먹혀들고, 그러면서 신호현 이사를 만나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팀장 자리 확정에, 국장까지 몇 년 안에 넘볼 수 있게 되었다.

신호현 이사와는 이야기도 잘 통했다. 이곳 NBS에서 장래를 보장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당잠사>에 이어 프로그램 하나가 실패한 데다, <언더커버 싱어> 건까지 속을 썩이는 상황에서 몇 년 전에 묻은 과거의 일이 이 타이밍에 들고 일어서다니.

인생의 좋은 타이밍에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현준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냐, 아직, 아직이야. 아직 기회는 있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현준영은 오래된 속담에 구명줄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점이 있었다.

바로, 10층의 쉼터에서 현준영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그 시간에, 경연 준비가 한창인 <언더커버 싱어> 팀에서 그 누구도 그를 찾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 * *

잠들기 전까지 계속 불안해했던 탓인지 잠을 설치고 말았다.

잠이 오지 않아 스마트폰을 살피다 <스프K> 관련 기사로 포털 연예 탭이 난리가 난 걸 보고서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그때 포털이 켜져 있던 액정 위로 SNS 푸시가 떴다.

[서인하국장: https://vo.la/nDrt]

[서인하국장: 확인해 봐라]

[서인하국장: 출근하면 정 팀장이랑 내 방으로 오고]

서인하 국장이 보내 준 링크는 ‘단독보도’라는 이름이 붙은 <스프K> 관련 기사였다.

내용은 익명의 ‘제보자’가 <스프K>의 투표 조작에 관한 증거를 실제로 가지고 있으며, 시기를 조율해 증거를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제보자’라고 불리는 것이 주진혜인 듯했다.

연예 탭이 시끄러워졌던 것이 서인하 국장과 정민우 팀장의 작품이었던 건가.

덕분에 잠들기 전의 걱정을 싹 떨칠 수 있게 됐다.

잠을 설쳤는데도 기분이 개운했다.

확률을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싶어 AGD 앱을 실행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깜짝 놀랐다.

[75%]

고작 ‘10%’에 지나지 않았던 확률이 무려 65%나 상승해 있었다.

이젠 기분이 개운하다 못해 붕 뜨는 것 같았다.

그럼 발걸음도 가볍게…… 출근을 해 볼까.

잠시 후, 회사에 출근해서 예능국 사무실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정민우 팀장과 마주쳤다.

돌아보는 그의 눈이 퀭했다.

“밤샘하셨습니까?”

“그래, 누구 땜에. 너는 쌩쌩하구나. 국장실 가지?”

“예. 호출받았습니다.”

“그래, 나도야. 가자.”

국장실에서 만난 서인하 국장도 얼굴이 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크서클이 보이는 얼굴로, 그런데도 뭔가 시원해하는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주진혜 씨가 증거를 진짜 가지고 있었어.”

어젯밤.

몇 번 연락이 안 되었다가 겨우 통화가 성공하여, 둘은 늦은 밤임에도 주진혜를 만나러 갔다고 한다.

자신이 증거를 가지고 있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면서도, 주진혜는 이미 공개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고 한다.

서인하 국장이 왜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공개하려고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녀는 숨도 안 쉬고 대답했다.

“그 방송에 현준영 팀장이 관여한다고 들었어요. 아온이에게.”

자신의 회사 소속 아티스트, 그보다는 친언니 대하듯 자신을 따르는 아온이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더는 침묵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 의혹이 터지면서 데이터 백업, 삭제를 지시받았던 주진혜는 조작 데이터를 발견하고 큰 충격을 먹었고 언제고 진실을 밝혀야 할 때를 위해 백업을 해 둔 채 보관해 왔다는데. 몇 년 동안 현준영 팀장이 잠잠했고 방송도 아무 의혹 없이 지나갔기에 그녀 또한 잊고 있었는데, 그 잊었던 존재가 <언더커버 싱어>로 인해 되새겨졌던 것이다.

“세상 참 좁지. 방송업계는 더 좁고 말이야.”

“그러게요…… 그때 경리 직원이 슈프림 엔터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주진혜는 서인하 국장의 부탁을 매우 선뜻 받아들였다고 한다.

어차피 공개하기로 마음먹은 증거였기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나.

“원래는 그때 해야 했던 일인데, 제가 용기가 없어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을 고생시켰네요……. 지금이라도 바르게 되돌릴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진혜는 그렇게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질 것 같았다.

“오늘 중에 기자 만나서 증거는 넘어갈 거고, 오후 늦게 아니면 내일은 추가 기사가 나갈 거야. 그럼 더 대책 없이 퍼지겠지.”

“괜찮으시겠습니까, 국장님?”

“뭘?”

“그렇게 일이 커지면…… 예능국만이 아니라 우리 회사 전체가 시끄러워질 텐데요…….”

내 걱정에 서인하 국장은 소파에 등을 묻으면서 피식 웃었다.

“그런 걱정 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어? 애초에 이 소스를 가지고 온 게 누군데. 강 PD 아냐?”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할 말 없게 만드시네.

피곤이 묻은 얼굴로, 미간을 잠깐 주무르던 서인하 국장이 나를 다시 쳐다보았다.

“방송도 방송이지만, 나도 사실 쌓인 게 많아서 말이야. <당잠사>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무슨 말인지 보고 있으니, 옆에서 정민우 팀장이 픽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뒤늦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 같았다.

<당잠사> 때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현준영 팀장으로 인해 서인하 국장이 고생한 부분이야 내가 모르는 게 더 많을 터.

그게 쌓이고 쌓여서 터진 거라면, 나는 계기가 되었을 뿐일 걸지도 모른다.

내 변명일 수도 있으나, 서인하 국장은 되레 한결 편해진 얼굴로 손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아직 끝이 아니지. 중요한 건 지금부터야.”

그가 가리키는 것은 위층.

정민우 팀장과 함께 천장을 올려다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가실 겁니까.”

“그래. 가서 담판 지어야지. 회사 흔들리는 건 내 알 바 아니고, 난 내 새끼들 챙겨야 하니까.”

그가 일어섰다.

“현준영 팀장은 아직 안 나온 것 같던데. 나오든 말든 그냥 있어. 안 나오면 무단결근이나 하나 더 먹일 테니.”

서인하 국장은 낄낄 웃으면서 사무실로 나갔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 같은 모습에 정민우 팀장과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굳이 참지 않았다.

* * *

“젠장……!”

현준영은 차로 돌아와 있었다.

방송국 내에서는 어디로 가나 모두가 자신을 보고 수군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에 처박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이 딱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한 기자를 비롯하여 알고 있는 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이미 언론계에도 이야기가 돌 만큼 돌아서인지 다들 전화를 두세 번은 해야 통화를 할까 말까였다.

그동안 그렇게 술 사다 먹이고 소스 가져다주면서 키워 놨더니, 정작 필요할 때 등을 돌리다니.

“한 기자 이 자식도…… 왜 이리 연락이 없어?”

기사를 막을 수 있을지 알아본다더니 몇 시간이 지나도록 답이 없었다.

불길한 낌새가 느껴졌다.

같은 목적이 있을 때나 잘 뭉치는 법.

자신은 빠져나갈 방법을 찾았다면 연락이 없는 것도 이해는 된다.

생각이 단숨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뻗어 나갔다.

“나를 배신해……? 배신했다고?”

차 안에서 현준영은 발광했다. 좀처럼 본색은 잘 내비치지 않는 그가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그만큼 구석에 몰렸다는 의미였다.

더 참을 수 없어 현준영은 신호현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몇 번을 걸어도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몇 번 반복해 들어 지겨워진 응답에 현준영은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집어 던졌다.

쿠당탕!

조수석 바닥으로 떨어진 스마트폰이 액정이 깨져 나갔다. 그러나 현준영으로서는 그딴 건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누굴까. 대체 누가 자신에게 이런 함정을 판 걸까.

그렇게 오래된 증거를 가진 건 누구고, 또 이 타이밍에 그것을 공개하게 만든 건 누구란 말인가…….

“설마…… 강 PD 그놈?”

그렇다. 그놈밖에 없었다.

현준영이 강대한을 만난 것이 바로 어젯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현준영은 강대한에게 과거 투표 조작을 했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그 직후에 이런 기사가 터진 것이 우연일까?

현준영은 몹시 흥분한 상태였고, 그렇다 보니 강대한이 제보자를 알 리가 없다는 원론적 문제라거나, 기자를 동원할 힘이 없다는 것은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편협한 생각에 잠긴 현준영에게 당장 보이는 건 없었다.

그는 차 문을 벌컥 열고 내려, 당장에 사무실로 뛰어 올라갔다.

<언더커버 싱어> 팀 사무실 문을 벌컥 열자 강대한의 얼굴이 보였다.

현준영은 다짜고짜 강대한의 멱살을 낚아챘다.

“이 새끼야! 너지? 너 맞지?”

“아니, 이거 왜 이러십니까……!”

“꺄악! 혀, 현 팀장님!”

사무실에는 강대한 말고 다른 팀원들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밖에 없어. 네가 감히 해묵은 과를 들춰내? 남의 앞길을 막아도 유분수지!”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침부터 보이지도 않아 놓고, 또 이상한 말씀을……!”

“너밖에 없다고, 이 새끼야!”

현준영은 정상이 아니었다. 옆에서 상황을 보던 박주영이 말리려 들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현 팀장님, 대체 왜 이러십니까? 드디어 미쳤습니까?”

“뭐? 드디어 미쳐? 박주영, 네놈이 돌았지? 까마득한 후배 뒤나 닦아 줄 때부터 내가 알아봤어. 너 이 머저리 새끼, 너도 한패지?”

현준영이 박주영에게도 욕설을 퍼부을 때였다.

“뭐야, 왜 이리 시끄러워?”

사무실에 서인하 국장이 나타났다. 그 뒤로 정민우 팀장과, 지나가던 직원들도 멈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현준영의 얼굴에서 핏기가 쑤욱 빠져나갔다. 뒤늦게야 너무 흥분해서 생각 없이 저질렀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는 저도 모르게 강대한의 멱살을 쥔 손에 힘을 풀었고, 강대한은 그제야 그의 손아귀에서 풀려났다.

“현준영 팀장, 이게 무슨 행패야!”

“구, 국장님. 그게 아니라…….”

“됐어. 이야기는 필요 없고. 이렇게 모였으니 지금 말하면 되겠군.”

서인하 국장이 더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기사 봤나? 오늘부터 <언더커버 싱어> 지원에서 빠지고, 정리될 때까지 집에서 쉬어. 언제든 연락할 수 있게 대기하고 있고.”

“……! 뭐, 뭐라고요?”

“못 들었어?”

짓이기듯이 서인하 국장은 다시 말했다.

“집에서 쉬시라고, 현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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