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66화 (66/200)

66화 오늘의 꿀팁

사실 우리의 목표 시청률은 3%였다.

그것만 해도 NBS-M에서는 매우 준수한 시청률이었다.

“우리 강 PD의 이름값이 있으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서인하 국장과 정민우 팀장이 입을 모아 그렇게 부담을 줘서, 나는 반항도 못 하고 시청률 목표치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니 첫방이 될 때까지, 열심히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걱정이 안 될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내 불안을 날려 버리는 결과가 나왔다.

『NBS-M <언더커버 싱어> 첫 방송! 시청률 5.6%의 신기록!』

시청률 5.6%. 이것은 NBS-M 채널이 개국한 이래의 신기록이었다.

『‘언더커버 싱어’ 첫 화 시청률 5.6%! 순간 최고 시청률 6.7% 기록!

―NBS-M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음악 경연 프로그램 ‘언더커버 싱어’의 첫 막이 올랐다.

방영 전부터 출연진인 BJ들의 개인 채널에서 올려진 브이로그, 그리고 감각적으로 편집된 공식 티저 등이 화제가 되어, 단숨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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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 시청률은 5.6%. 이는 NBS-M 개국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바로 전 프로그램인 현준영 PD의 음악 여행 예능 ‘송 더 웨이’가 최종 시청률 1.4%로 시즌을 마감한 것과는 대조적인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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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이 보여 주듯 이제 TV 예능이 인터넷 방송과 동떨어져 생존할 수 있는 시대는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첫발을 내디딘 이 새로운 경연 예능의 끝은 어디쯤일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다. ‘언더커버 싱어’는 매주 목요일 저녁 11시에 방영된다.』

첫방임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끝없이 재생산되고 쏟아졌다.

『‘언더커버 싱어’ NBS-M의 간판이 될까?』

『1인 미디어 시대와 전통 예능의 조화, ‘언더커버 싱어’』

많은 기사가 커버계 BJ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비판조로 작성된 기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들이 보여 준 실력에 호평을 보냈다.

블라하이는 말할 것도 없고, 아온은 연습생 시절의 영상까지 발굴되어 화제가 되었다.

하듀오나 다른 BJ들도 데뷔 가수들 못지않은 실력을 지녔다고 칭찬의 기사와 댓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저, 강 PD님.”

“왜요, 지환 씨.”

“BJ들 중에, 기획사에서 연락을 받았다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출연진 모두가 기획사에 소속된 상태는 아니었다. 하듀오 같은 경우엔 아직 보컬 학원을 다니는 수강생이기도 했다.

“우리가 매니지먼트는 아니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지. 그래도 이왕이면 방송 끝날 때까지는 계약을 미뤄 달라고 해 줘.”

한마디를 덧붙였다.

“결정을 대신해 줄 순 없지만, 같이 고민은 해 줄 수 있다고도 전달해 주고.”

“예.”

크리에이터로 소소하게 활동하는 BJ들을 꾀어 방송에 내보낸 것은 우리, 아니 내 책임이다. 그렇기에 가능하다면 능력껏 케어해 주고 싶었다.

오지환이 전화를 하러 나간 사이, 교대라도 하듯 박주영 선배가 자리로 돌아왔다.

“이야, 아침부터 전화기가 불이 났네, 불이 났어. 배터리가 벌써 절반이 나갔다니까.”

그는 보도자료부터 기사 체크까지, 기자들 상대를 하고 있었다.

“기자들 반응은 어떤데요?”

“다음 주에 당장 인터뷰 따자고 하는 거 일단 미루자고 해 놨어. 딴짓할 시간 없다고.”

그가 자리에 풀썩 앉아서 투덜댔다.

“BJ들이 다행히 류 배우한테 안 묻힌 건 다행인데, 덕분에 더 피곤해진 것 같지 않냐?”

“그게 다 잘되고 있다는 증거죠.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말이야 좋은 거지.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둘밖에 없는 사무실에서 그렇게 소리친 박주영 선배가 책상에 엎드리는 사이, 문이 열리고 민희가 들어왔다.

“밖에서 다 들려요, 이 아저씨야.”

<당잠사> 때보다 더 붙어 있다 보니 민희와 선배의 대화는 더더욱 과격해졌다.

“다른 팀한테 부끄럽지도 않나요?”

“나 박주영, 내뱉은 말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어.”

“어휴, 그 입 자체가 부끄러운 건 모르고 살아왔나 보네.”

둘이서 티격태격대는 것이 보기 좋아 흐뭇하게 보고 있자, 민희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를 보았다.

“어디서 웃고만 있어. 메인이 제일 빠져가지고. 일 안 하지?”

“아니야. 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오늘 사무실에서 한 걸음도 안 나가지 않았나?”

“……21세기에는 스마트폰 하나로도 일할 수 있는데?”

실제로 아침부터 온갖 곳과 통화하느라 박주영 선배 못지않게 스마트폰을 붙들고 살았다.

생각 난 김에 내 자리로 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67%]

이 확률은 2화의 편집본의 완성도였다. 조건은 1화 시청률을 넘을 확률.

1차 경연 녹화는 이미 지난 화요일에 끝났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편집을 시작했는데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선배, 편집은 언제부터 가능합니까?”

“지환이 오면 바로 가야지. 너도 볼래?”

“예. 같이 가죠.”

박주영 선배는 편집실 하나를 전세 내듯 작업하고 있는데, 요즘은 오지환도 같이 참여하고 있었다.

AGD 앱이 말해 주지 않은 오지환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편집이었다.

그것도 요즘 같은 인터넷 미디어 시대에 잘 맞는 편집.

오지환은 전직의 영향도 있는지, 젊고도 탁월한 센스로 편집점을 잘 캐치하고 있었다.

“기술적으로 좀만 더 키우면, 편집으로는 대한이 너보다 잘할걸.”

박주영 선배는 놀리듯 이야기했지만, 나는 순순히 인정했다. 나야 확률을 통해 편집안을 짜는 사람이니, 그 센스에 비할 바가 안 된다. 실제로 내가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기도 했고.

“같이 좀 배우겠습니다.”

“메인이 서브한테 편집도 다 배우고. 캬아, 세상 참 좋아졌어. 그치?”

선배는 낄낄대면서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때마침 사무실로 돌아오던 오지환의 목을 장난스레 조이며 끌고 가는 그를 따라 나도 편집실로 향했다.

“힘내.”

민희가 뒤에서 뜨뜻미지근한 인사를 해 주었다.

* * *

『‘언더커버 싱어’ 2화 시청률 6.0%! 동시간대 1위 기록!』

『<시청률it> ‘언더커버 싱어’ 3화 자체 최고 시청률 갱신! 통합 시청률 6.3%!』

그렇게 노력에 노력을 기울이며 3화까지 방송에 내보냈다. 금요일 오전, 확정 시청률과 관련 기사들에 우리는 피로마저 잊고 사무실에서 춤을 추었다.

[BJ아온: 우리 이러다 10% 넘는 거 아니에요? 꺄호!]

[BJ블라하이: 드디어 본방 제대로 봤는데 객관적으로 봐도 재밌던데요]

[BJ하듀오-하: 전 방송은 도저히 못 보겠던데ㅠ]

[BJ하듀오-듀: 오글오글... 진짜 오글오글...]

출연진과 함께 쓰는 단톡방도 시끌시끌했다. 이번 주 2차 경연을 촬영하여 분명 점수대로 순위가 달라졌음에도, 그런 경연은 신경 쓰지 않는 반응들이었다.

[연습들은 잘 되고 계십니까.]

[BJ아온: 아오! 강 피디님은 맨날 그 소리야!]

[BJ아온: 우리도 좀 즐기면 안 돼요? (격분)(땅탕탕)]

[BJ보우건: 가사 짜러 가겠습니다......]

“야, 그걸 또 거기서 찬물을 붓냐.”

함께 단톡방을 보고 있던 민희가 그렇게 핀잔을 주어서 괜히 머쓱해졌다.

“아니, 난 그냥…… 경연 끝난 지 며칠 안 됐으니까 다들 연습은 잘 되나 해서…….”

“으이그, 알아서들 준비하겠지. 영상도 잘 보내오는데.”

<언더커버 싱어>는 경연 때마다 10팀이 무대를 올리고, 그 무대를 관객들이 평가를 하고, 그 점수들이 최종 4차 경연까지 쌓이면서 최종 순위가 나오는 형식이다.

매주 탈락자가 생기거나 하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점수가 쌓이는 만큼 무대 하나하나가 중요하기도 했다.

BJ들은 다행스럽게도 그 시스템을 잘 이해한 데다 적응하며 따라 주고 있었고, 방송에 쓸 연습 영상도 함께 매주 촬영해서 보내 주었다.

민희 말대로 그 영상만 확인하더라도 그들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뺨은 애먼 데 때려 놓고 사과는 왜 여기다 해? 똑바로 단톡방에서 사과해.”

“넵…….”

결국 괜한 말을 한 대역죄인이 되어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구은경 작가와 도채린 작가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자리에 그나마 박주영 선배와 오지환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들은 현재 4화 편집을 진행 중이다. 3화 역시 반응이 폭발적이자,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간 박주영 선배는 오지환을 전보다 강하게 훈련시키고 있었다.

편집도 하고, 후배도 키우고. 다시 생각해도 박주영 선배를 서브로 들인 것은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100%]

때마침 또 하나의 확률이 100%를 기록했다.

워낙 자잘하게 확률 보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보니, 지금 내가 뭘 보고 있었던 건지 헷갈렸다. 뭐였더라 하고 중얼대며 로그를 뒤졌다.

[‘<언더커버 싱어> 최종 무대의 오리지널 곡 제공 작곡가 선정 확률’의 100%를 달성하였습니다.]

[변수 적용이 평가됩니다.]

[432P가 적립됩니다]

“엇.”

이거 좋은데?

서둘러 메일함을 열고 때마침 도착한 메일을 확인한 뒤에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섰다.

“작곡가들 오케이 받았어!”

“진짜?”

최종 무대는 오리지널 곡으로만 꾸미기로 이미 협의한 상태였다.

그렇다 보니 작곡가, 프로듀서들과의 교섭도 계속 진행하고 있었지만, 사실 잘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중 가장 까다롭다고 소문이 난 ‘방태성’ 작곡가가 애를 먹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방태성 작곡가도 최종적으로 오케이를 한 것이다.

10팀의 출연진, 10명의 작곡진.

이것으로 최종 무대를 위한 세팅이 완료되었다.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네. 이야, 오늘 회식 각?”

민희가 씨익 웃으며 이야기하자, 구은경, 도채린 작가들도 눈을 빛냈다. 보통 여성들은 회식을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우리 팀은 왜 이리 다들 회식을 좋아하는 걸까.

하긴 뭐…… 메뉴 선정의 권한이 자기들 건데.

“좋아, 까짓것 하지 뭐.”

어차피 금요일. 3차 경연 준비도 다음 주부터 하면 될 테니, 오늘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았다.

“카감님한테 연락 돌릴게.”

“그럼 전 음감님한테.”

“조명팀은 제가 맡을게요.”

이런 때만은 더 죽이 잘 맞는 작가진들에게 회식 준비를 떠넘기고서 나는 박주영 선배에게 연락을 하려고 폰을 들었다.

앱을 끄려 하는데,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로그가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총 적립 포인트 10,000P를 달성하였습니다.]

[새로운 아이템 구입이 가능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상점’에서 확인해 주세요.]

눈을 크게 떴다.

정신없이 지나간 2차 경연 준비 중의 로그였다.

누적 적립 포인트가 10,000P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왠지 느낌이 좋다. 그간에도 추가로 해제한 아이템들이 도움이 되곤 했다. 10,000P에서 해금되는 아이템은 더 쓸 만할 것이 분명했다.

난 어쩐지 주변 눈치가 보이는 기분이었기에 괜히 화장실로 가서 빈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AGD 앱에서 ‘상점’을 터치했다.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자 아이템 하나가 잠금 해제된 게 보였다.

[오늘의 꿀팁 : 확률 상승에 필요한 정확한 팁을 제공한다]

이거, 설명만 봐도 활용도가 꽤 좋을 것 같은데?

상세 설명을 훑어봤다.

[부족 확률의 원인 변수를 파악하여, 확률 상승을 위한 보다 명확한 방법을 제공한다.

단, 아이템 사용 시, 확률 보기 10회 후 사용 가능.]

[필요 포인트 : 2,000P]

매우 훌륭한 아이템이긴 한데, 동시에 제한 사항이 명확한 아이템이었다.

한번 사용하면, 확률 보기 10회라는 쿨타임이 있는 거다.

필요 포인트가 2,000P이면 ‘Lv2’ 아이템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금 포인트가 얼마나 모였지…….”

한동안 확인하지 못한 적립 포인트를 확인했다.

[현재 적립 포인트/사용 가능 포인트]

[10,717P/1,375P]

그동안 꾸준히 모으긴 했는데, 아직 2,000P는 멀고도 험했다.

“더 모아야겠네…….”

그래도 꾸준히 100% 달성을 하고 있다는 데 위안을 삼자.

그렇게 결심하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박주영 선배에게 회식 이야기를 전하고, 정민우 팀장에게 허락을 받은 후 나는 술이 됐다.

그렇게 주말에는 빈 술병처럼 나뒹굴어야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좁은 편집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나 말고도 우리 팀 전체가 주말도 반납하고 편집 작업을 해야 했다.

하지만 다들 즐거워했다. 프로그램이 성공하다 보니 다들 시키지 않아도 의욕적이었다.

기사나 동영상, 클립 등이 꾸준히 재생산되면서 화제도 죽는 법이 없었다.

우리 방송은 매우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렇지만, 위기는 항상 그 순간에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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