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45화 (45/200)

45화 서프라이즈

―아니,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엑시트? 엑시트가 복면 뒤집어쓴 거야?

―내가 뭐라고 했냐! 저거 창호 맞다니까!

―우리 창보컬이 떴드아아아!

SNS부터 들썩이기 시작했다.

본방을 본 시청자 중 눈썰미 좋은 몇몇이 화면을 캡처해서 SNS에 올리자, 그게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기대한 대로였다. 방송분에서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것보다 시청자들이 직접 찾아내게끔 만들고, 우리가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계속 언급되고 재생산되게끔 하는 것. 그게 우리 목표였다.

그 결과, 제대로 입질이 왔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 속에 일주일이 흘렀다.

* * *

[‘<드림 어게인> 5화 방영 대박’의 확률의 100%를 달성하였습니다.]

지난주 나간 예고편, 클립 영상을 토대로, 이미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하늘까지 올라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서인하 부장과 나는, 케이 록페스 무대를 포함하여 준비 과정까지 몰래 촬영한 데이터를 전부 공유했다.

부산 호텔에서 있었던 케이 록페스 논의 장면부터, 버스킹 연습에 병행하여 멤버들이 몰래 촬영한 케이 록페스 무대 연습 영상까지.

하지만, 정작 케이 록페스 무대가 메인인데, 우리 촬영분이 다소 부족했다. 아무래도 그 부분만 외주 촬영이었던 데다 눈에 안 띄게끔 촬영을 한 거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림이 빈약해 보였다. 또 케이 록페스의 현장 전체가 담긴 샷이 없었다. 그래서 김유미 팀장의 협력을 얻어서, 케이 록페스 운영진 자체 촬영 분량을 구매했다.

데이터를 몽땅 넘기고 나서 선배 PD에게 역시나 욕을 처먹긴 했지만, 그 옆에 같이 붙어서 토요일 오늘까지 편집을 간신히 마쳤다.

“대한아.”

“네, 선배.”

“다음부턴, 이런 일 있으면, 꼭 미리 말하고 해라. 알겠냐.”

“……옙.”

선배 PD가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는 숙직실로 향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의 등 뒤에서 인사하고서 나는 서인하 부장에게 연락해 상황을 보고했다.

“부장님, 서버 업로드 완료했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체크한 건 전부 넣었지?”

“예. 자막 하나까지 빠짐없이 실었습니다.”

“알았어. 난 편성부랑 이야기하고 갈 테니까, 넌 빨리 스튜디오로 가.”

“네.”

현재 시각 8시.

한참 <뮤직스케치> 라이브 무대가 준비되고 있었다.

우리 팀 업무는 끝이었지만 아직 <뮤직스케치>와의 콜라보가 남아 있기에 공개 녹화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일단 사무실로 내려갔다.

“어, 끝났어?”

사무실은 민희 혼자 지키고 있었다.

“겨우겨우 시간은 맞췄어. 나머지는 서 부장님이 싸워 주시겠지. 가자.”

우리 팀에서의 참석자는 나와 민희, 서인하 부장, 세 명. 민희와 내가 먼저 현장으로 가는 것이다.

“엑시트 멤버들은 도착했대?”

“지금 오는 중이라던데. 회사 앞에도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나가기 힘들었다나 봐.”

“하긴. 아까부터 계속 사진 올라오더라.”

이번 기획으로 우리 방송국도, 엑시트도, 플래티넘도 수혜를 입었다.

플래티넘 앞에는 기자뿐만이 아니라 팬들도 몰려와 있었고, 그들이 찍어 올리는 사진들로 인터넷이 들썩였다.

민희가 SNS를 보여 주면서 말했다.

“이번 일로 엑시트는 정말, 명실상부 국내 1티어가 된 것 같아. 그런 결정적인 무대를 나도 봤어야 하는데!”

그녀가 돌연 내 옆구리를 푹 찔렀다.

“컥! 왜 이래.”

“새삼 열 받잖아. 록페스 아이디어 준 건 난데, 날 쏙 빼놓고 몰래 진행을 해? 내가 이 일을 그냥 넘길 것 같아?”

“알았어, 알았어. 보상할게. 나중에.”

“아주 크게 보상해야 할 거야.”

민희가 훗 하고 웃음을 지으면서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 굳었다.

“우와…… 사람들 봐.”

우리가 있는 곳이 본관. <뮤직스케치> 촬영은 별관 A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A스튜디오는 NBS에서 가장 큰 무대용 스튜디오인데, 거기서부터 본관 앞을 지나서까지 줄이 늘어져 있었다.

“<뮤직스케치> 촬영에 이렇게 사람 많은 건 처음 아닌가…….”

혀를 내두르며 별관으로 들어가자 <뮤직스케치> 스태프가 우리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들어가시면 정 PD님 계실 거예요. 자리는 그쪽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스태프는 간단히 안내하고 어딘가로 뛰어갔다.

스튜디오로 들어가자 준비가 거의 끝난 무대가 보였다.

그 앞에 관객석 중앙에 정민우 PD가 마이크를 써 가며 최종 조율 중이었다.

“고생하십니다, 정 PD님.”

다가가서 인사를 하자, 정민우 PD가 눈을 부라리듯 나를 돌아보았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이 고생 하게 만든 강 PD 아냐!”

칭찬인지 비꼬는 건지 뭔지 모를 인사를 던지면서 정민우 PD가 악수를 해 왔다. 내 손이 마구 흔들리는 모습을 민희가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자자, 주목! 전부 스톱!”

마이크를 다시 켠 정민우 PD가 스튜디오 내 모든 스태프의 시선을 모았다. 그러더니,

“이분이 바로! 그 유명한! 강대한 PD다! 오늘 일 많아서 짜증 나면 나중에 이 친구 SNS 가서 풀어!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곳곳에서 스태프들이 응답하는 소리가 들려와, 나는 얼굴을 쥐어짜며 좌절하고 말았다.

민희의 웃음은 아주 폭소로 바뀌었고, 정민우 PD도 같이 웃으면서 우리의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관계자 지정석에 앉으려는데, 효명이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엑시트최효명: 저희 대기실 도착! 들어오다가 죽는 줄 알았네 정말 (식은땀)]

“왔대?”

민희가 훅 고개를 내밀어 내 스마트폰의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어허, 남의 폰을 그렇게 보고 그러는 거 아니야.”

“뭐야, 인정하는 건가. 둘이 사귀는 사이라서 못 보여 준다고?”

잊을 만하면 또 그 소리지.

나는 대꾸할 힘도 없어서 화면을 가리지 않고 보여 줬다.

[우린 관객석에 앉음. 곧 리허설 하겠네?]

[엑시트최효명: 설명 듣고요. 아직 관객들 안 들어왔죠?]

[너희 리허설 끝나면 들어올 것 같은데.]

이번 복면 밴드로의 화제로 인해, 엑시트의 순서가 마지막으로 배치되었다.

거기다 각종 스케줄이 폭증해서 관객 입장 직전에 리허설이 이루어지는 환경이 되었다.

스태프들이 분주히 뛰어다니는 와중에 잠자코 앉아 있자니, 내 짬에 이렇게 앉아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안절부절못하게 됐다.

엉덩이를 자리에서 떼야 할까 하는 고민이 깊어질 즈음, 곧 무대가 더욱 어수선해졌다.

“안녕하세요!”

5명이 무대에 올랐다. 메이크업과 의상까지 전부 완성되어 있었다.

“엑시트입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효명이의 말과 함께 멤버 전원이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돌리고, 리허설이 시작됐다.

시간상 모든 노래를 확인할 순 없어서, 정민우 PD가 지휘하면서 각 곡의 동선과 음정만 조금 확인했다. 상황이 정리된 후, 정민우 PD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메이크업 잘됐네. 복면들도 다 가지고 왔지?”

“네. 메이크업도 안 지워지게, 쓰기 전에 한번 수정하고 할 겁니다.”

“그래. 오늘 무대, 잘 부탁해.”

들어 보니 정민우 PD와 엑시트는 초면이 아니라는 모양이다. 하긴, 이적하기 전에 타사에서 음악 방송을 하던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인사를 한 뒤 엑시트는 무대를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 오른쪽의 입구가 벌컥 열리더니 효명이가 쏙 고개를 내밀었다.

“형! 아, 민희 누나도 와 있었네요!”

그가 스태프들의 양해를 구해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나중에 서프라이즈가 좀 있을 건데, 놀라지 말고 즐기세요.”

“응? 서프라이즈?”

씨익 웃는 효명이의 얼굴에, 왠지 모를 불길함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관객들이 입장이 시작되고, 금세 자리가 찼다. 10시가 좀 넘은 시점에 서인하 부장도 와서 내 옆자리를 채웠다.

“방송 시작했지?”

“예. 체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5화가 현재 방송 중이다.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는 팀원들이 반응을 체크하여 단톡방에 올려 주고 있고, 나도 민희와 함께 인터넷을 체크하고 있었다.

“어때?”

“아주 좋아요. 다들 버스킹도 그렇고, 케이 록페스의 뒷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네요.”

요즘 인터넷 시대에는 SNS와 더불어, 각종 커뮤니티에서 실시간으로 온에어 방송을 같이 즐기며 글을 올리는 문화도 있다.

민희는 게시판을 새로고침 하면서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아, 이제 한강공원 도착한 신 나오나 봐요. 버스에서 멤버들이 갑자기 노래 부른 신은 반응이 좋네요.”

“그래. 계속 체크해 줘.”

“시청률은 어때요, 부장님?”

민희가 묻자 서인하 부장이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시청률 집계 업체에서 실시간 자료를 공유해 주고 있었다.

“이야. 지금 7%가 넘었네.”

“헉. 7% 넘으면…… 저희 보너스 나오지 않아요?”

“보너스랑 휴가지.”

서인하 부장이 상사로서 좋은 점은, 팀원들을 위한 딜을 서슴지 않고 해 준다는 것이다.

능력도 있고 센스도 있으니 그 밑으로 좋은 사람들이 따르는 것이다.

우리 방송은 최종 시청률이 7%가 넘으면 보너스와 휴가를 지급하기로 사전에 합의해 두었다.

그래도 7%는 힘들지 않을까 했었는데, 방송 시작부터 청색 신호가 켜진 것이다.

“넘어라…… 제발 넘어라…….”

민희가 옆에서 손을 모아 가며 기도했다.

“왜 이리 간절해?”

“EDM페스 예매해 뒀단 말이야. 평일에도 가려면 휴가가 있어야 해.”

난 휴가 계획 같은 걸 세워 두지도 못했는데, 민희는 그런 면에서는 참으로 발 빠르다.

내가 혀를 내두르는 사이, 공연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방송도 <드림 어게인>은 끝났고, 엑시트의 <뮤직스케치> 무대 예고까지 나간 상황.

인터넷은 들썩이고, 이 스튜디오에 있는 관객들도 들썩거렸다.

“오늘 공연에 와 주신 관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 순서는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고, 그전에는 저희가 준비한 수준 높은 밴드들의 공연이 있습니다. 부디 함께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뮤직스케치>의 MC 추희열이 자신의 장기대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자, 관객들이 박수로서 화답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쯤부터 우리도 진심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이미 방송은 전부 다 나갔고, 나머지는 결과를 기다리는 일뿐이었으니까.

이렇게 현장에서 공연을 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확실히 스트리밍으로 듣는 거나 영상으로 공연을 보는 것과는 수준적인 차이가 있었다.

오죽하면 첫 무대 때만 해도 주변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걸 낯뜨겁게 생각했는데, 서너 번째 무대쯤 되니 나도 모르게 일어서서 날뛰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기다리던 순서가 됐다.

추희열이 깔끔한 멘트로 마지막 무대를 소개하고 박수 속에 퇴장했다.

이윽고 텅 빈 무대 뒤쪽의 스크린에 글자가 떴다.

『지금! 더 마스크의 무대가 시작됩니다!』

우와아아아―!

관객들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이 시간을 기다려 왔다는 흥분감이 스튜디오 전체를 뒤흔들었다.

우리가 제공한 케이 록페스 무대의 영상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다시금 무대가 어두워지는 순간,

포인트 조명이 무대 위로 떨어졌다.

그곳에 인형탈을 쓴 5명이 서 있었다.

아, 저 탈은 역시……. 나는 볼 때마다 웃겨 죽을 것 같다.

저 센스는 도대체 누구한테서 나온 건지. 나중에 송일현 매니저에게 물어봐야겠다.

잠시간의 정적 후, 맨 앞에 선 남자가 복면에 손을 댔다.

오오오오―!

관객들이 호응한다. 손을 슬쩍 대자 아아…… 탄식을 하고, 다시 올리자 다시 오오오―! 소리가 올라갔다.

몇 번의 밀당 끝에, 그가 인형탈을 벗었다.

그것을 신호로, 밴드 멤버들이 한 명씩 얼굴을 드러냈다.

이윽고 전원이 인형탈을 벗었을 때 무대 전체에 조명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엑시트입니다!”

꺄아아아아아―!

특히 여성팬들의 비명 소리가 스튜디오를 가득 메웠다.

그 비명 같은 환호 속에서 멤버들이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이윽고 효명이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소리쳤다.

“그럼 첫 곡! 시작합니다!”

더 마스크, 아니 엑시트의 컴백 무대가 환호성과 함께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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