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44화 (44/200)

44화 기분 좋은 해프닝

『“저번 주 화제는 뭐니 뭐니 해도 케이 록페스죠! 제가 그 현장에 있었다 이거 아닙니까. 이게 처음에는 케이팝 어쩌고 하는 걸로 엮어서 한다고 해서 안 좋은 평도 많았는데, 뚜껑을 열었더니 웬걸! 지금도 엄청 화제잖아요?”』

미튜브에서 활동하는 BJ 중, 음악과 케이팝 쪽으로 유명한 BJ의 영상이 스크린에 쏘아졌다.

찾아낸 것은 민희였다. 나도 이미 영상을 확인해서, 기록해 둔 시간으로 이동했다.

『“인형탈이 애들한테만 인기 있는 게 아니란 걸 증명해 준 인형탈 밴드, 더 마스크! 막 비가 오는데, 사각형 인형탈을 쓰고 나올 때만 해도 미친, 저게 뭐야? 했는데요. 막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데! 이야, 정말이지…… 제가 그 현장에서 진짜 딱 표정이 이랬어요. 딱.”』

BJ가 카메라 위 허공을 보면서 입을 쩌억 벌렸다. 눈이 커지고 콧구멍도 커지면서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더 마스크. 진짜 대충 지은 이름이지 않아요? 이러니까 절대 신인 아니라는 소리가 나오지! 솔직히, 무대 영상도 벌써 많이 돌아다니고 있잖아요. 다들 보셨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게 진짜 신인으로 보여요? 주최 측 농간으로 보이지 않아요?”』

BJ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곧장 리액션 동영상으로 전환했다. 그 뒤 내용도 ‘더 마스크’에 대한 찬양 일색에 가까운 영상이라서, 나는 곧장 화면을 정지하고 아래쪽 댓글을 훑었다.

“댓글 반응도 좋습니다.”

몇 개 댓글을 클로즈업 했다.

―복면 뒤집어쓰고 비도 오는데, 보컬이 막 빗소리 뚫고 튀어나오는 거 봐라. 저게 가수다. 저게 밴드지 ㅅㅂ

―존나 허접한 아이돌 애들 세울 줄 알았는데, 케이 록페스 존나 쩔었다! 한국의 실력 있는 밴드는 다 튀어나왔더라!

―저 밴드 대체 그래서 누구냐? 아는 사람 있음?

―마스크싱어 제작진은 뭐하냐 쟤들 캐스팅 좀 해봐라

―ㄴ그랬다간 10주 우승 ㅅㄱ

―ㄴ10주가 누구 애 이름이냐

―ㄴ우리 윗집 애 이름 십주임 ㅅㄱ

“밴드의 정체에 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합니다. 케이 록페스 운영진 측에서도 정체를 밝힐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하네요.”

내 보고가 끝나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당연하다.

원래라면 3화가 방영된 뒤, 방송과 엑시트의 이름이 사이트를 도배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겨우 이틀.

‘더 마스크’의 케이 록페스 무대가 있은 후, 음악 관련 사이트는 물론 언론사, 동영상 사이트 등.

인터넷이 ‘더 마스크’의 정체를 두고 들썩거렸다.

첫 계기는 각종 SNS에 올라온 감상 후기와 영상이었다.

그중 ‘더 마스크’의 무대를 핸드폰으로 직촬한 영상들이 미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 업로드되었고, 그때부터 각종 리액션 동영상이 쏟아져 나왔다.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검색어에 ‘더 마스크’가 올라가고, 화요일이 되자 <드림 어게인> 방송은 어디서건 아주 쏙 사라졌다.

허망할 정도로 빠르게.

그래서 수요일 오늘 이렇게, 긴급 팀 회의가 소집된 것이다.

“하필이면 다른 밴드가 이렇게 화제가 되어서…… 좀 큰일입니다, 부장님.”

한 선배가 그렇게 운을 뗐다.

“큰일?”

“네. 보아하니 쉽게 수그러들 화제는 아닌 것 같은데……. 저희 4화 편집 거의 끝마쳤는데,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뭐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게…….”

저 화제성을 이길 만한 다른 그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지만, 막상 그로서도 명확한 대안은 없는 듯했다. 선배는 결국 웅얼대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서인하 부장이 피식 웃더니 일어섰다.

“그러니까, 너희들 말은, 이 ‘더 마스크’라는 밴드의 화제에 눌려서, 엑시트나 <드림 어게인>이 제대로 화제가 안 될 수도 있다, 이거지?”

“아무래도…… 엑시트는 아이돌 밴드고요, 버스킹을 하고 <뮤직스케치>에 나간다 하더라도…… 저런 록페스에 출연하는 것과는 역시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지 않을까요…….”

민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임윤주 작가는 조용한 얼굴로 듣고 있었다.

서인하 부장도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강 PD. 강 PD는 어떻게 생각하지?”

나는 스크린을 한번 보고, 그를 다시 보았다.

“상관없지 않을까요. 우리 방송이 탄력을 받고 도움을 받으면 받았지, 피해를 입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

우려를 표한 선배 PD와 민희가 나를 이상하다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때 임윤주 작가가 ‘에휴, 남자들이란.’하고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부장님, 이제 그만하시죠.”

“크큭. 알았어. 얘들 표정이 너무 재미있잖아.”

“뭐…… 지난주만 해도 제가 저랬었는데, 전 하나도 재미없었거든요.”

나와 서인하 부장, 임윤주 작가를 제외한 팀원 전부가 ‘이 사람들이 왜 이러지? 미친 건가?’ 하는 표정이 되었다.

서인하 부장은 그 표정을 보고 한 번 더 소리 내어 웃더니, 스크린을 가리켰다.

“더 마스크, 걔네 엑시트야.”

“예?!”

“뭐라고요?”

민희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스크린을 보고 서인하 부장을 보고, 급기야 나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강 PD, 네가 설명해. 이 일 네가 저지른 거니까.”

그것을 본 서인하 부장이 나에게 바통을 넘겼다. 난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일단 사과부터 했다.

“먼저 말씀드리지 못한 것, 죄송합니다. 하지만…… 비밀에 부치신 건 부장님이세요.”

나도 일단 나 살 길은 뚫어 둬야지…….

“헐.”

서인하 부장은 그런 소리를 내면서도 뭐라 하지 않았다.

나는 준비해 둔 기획안 자료를 팀원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지난 과정을 간략하게 전달했다.

엑시트를 설득하고, 서인하 부장을 설득하고, 김유미 팀장을 설득하고, 싸운 엑시트를 화해시키고.

그 와중에, 민희의 표정이 버라이어티하게 변했다.

“임 작가님도 이걸 알고 계셨어요?”

“나도 케이 록페스 직전에 알았어. 그러니까 화내려면 날 빼고 저 두 사람한테 내.”

임윤주 작가의 대답을 들은 민희가 나와 서인하 부장을 다시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다른 팀원들이라고 해서 별다를 건 없었다.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건 미안해. 하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큰 기획이었어. 그때를 대비해서 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았던 거라, 전부 밝히지 못했을 뿐이야.”

서인하 부장은 서브 PD에게도 어깨를 두들기면서 재차 미안하다고 일렀다.

“아무튼 우려와는 달리, 기대했던 대로 케이 록페스는 성공했어.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나올 줄은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무대는 성공했다. 비가 오고,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확률은 ‘100%’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성공했다고 할 수 있었다.

“뭐, 우리 방송에는 더욱 잘된 일이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4화, 5화 내용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

“네?!”

비명을 지른 것은 줄곧 편집을 담당해 온 서브 PD 선배였다.

서인하 부장이 1화 가편집을 나에게 시키긴 했지만, 그것을 다듬어서 방영본으로 만들어 낸 것은 선배 PD였다.

“부, 부장님. 지금 4화 내용을 바꾸면…….”

“아니, 전부 다 바꾸자는 건 아니고. 끝에 이것만 추가하자고. 5화는 이제 하면 되는 거고 말이야.”

서인하 부장은 임윤주 작가와 정리한 4화 수정 스크립트와 5화 스크립트를 넘겼다.

선배 PD의 낯빛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아, 이 정도라면…….”

“그래. 그렇게 고쳐서 일단 넘겨. 이야기는 해 둘 테니까.”

“저, 그럼. 부장님.”

편집에 관한 이야기가 일단락되자 민희가 손을 들었다.

“<뮤직스케치>는…… 정민우 PD님은 알고 계신가요?”

“정 PD? 뭐, 이제 이야기해야지.”

<뮤직스케치> 무대에서 엑시트가 신곡으로 컴백한다. 그것이 <드림 어게인>의 대미였다.

중간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 골인을 함께할 정민우 PD에게도 분명 이 소식을 전해야 했다.

“아니, 잠깐. 뭐라고요?”

서인하 부장과 함께 부장실로 올라갔다. 정민우 PD는 이미 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본론을 꺼낸 우리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이거 읽어 봐.”

케이 록페스 무대 기획안.

그것을 훑어본 정민우 PD는 더욱 놀라워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밴드 찾고 있었습니다!”

“어, 그래?”

“그럼요! 다른 방송사에서도 보통 난리가 아니에요! 케이 록페스 운영자들하고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면 다들 연락 돌리고 있다고요!”

<뮤직스케치> 팀에서는 현재 각종 채널을 풀가동해서 수소문하고 있었다고 한다.

단 한 번의 무대로 이만큼의 화제를 일으킨 밴드는 근래에 없기도 했고, 때마침 밴드 라이브를 콘셉트로 무대를 짰으니 정확히 시기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거, 누구더라. 김유미 팀장? 케이 록페스의 섭외 담당자요. 그 김 팀장한테 전화했을 때도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던데.”

“그래,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했거든. 김 팀장 일 잘하네.”

서인하 부장이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 와중에, 정민우 PD가 그의 손을 벌컥 쥐어 잡았다.

“부장님, 아니, 형님! 얘들, 우리 무대 세웁시다.”

“이 사람아. 안 그래도 세우기로 했잖아.”

“아, 그랬죠, 참. 그럼 오프닝 말고, 마지막으로 돌립시다! 그래도 되죠?”

현역 PD답게, 그에게서 이것저것 아이디어가 샘솟기 시작했다.

나는 라이브 음악 방송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지원으로도 경험이 잘 없어서, 그가 쏟아내는 아이디어들을 다 따라가긴 힘들었다.

다행히도 그것을 받아치는 것은 서인하 부장. 새삼 그의 경력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 그거 좋네. <드림 어게인> 5화에 그걸 암시하는 장면 넣어야겠어. 강 PD, 적고 있지?”

“아, 그. 네.”

두 사람이 미팅을 시작해서 어쨌든 대화를 기록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10분 정도의 열띤 토론 다음, 정민우 PD가 벌떡 일어났다.

“그럼 전 이 기쁜 소식을 저희 팀에게 알려 주러 가겠습니다!”

“그래. 말 제대로 안 하고 진행해서 내가 미안해한다고 전해 줘.”

“미안하긴요. 우리 프로그램에도 좋은 기회인데요.”

그는 문을 뚫을 기세로 나가려다가, 갑자기 돌아와 나를 덥석 안았다.

“아이고, 강대한! 장하다, 장해! 앞으로 그렇게만 해!”

비꼬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기뻐서 하는 말임을 나도 알 수 있었다.

얼떨떨하게 정민우 PD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그가 밖으로 사라지자마자 서인하 부장이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튼…… 쟤도 성격이 들불 같은 녀석이야. 그래도 강 PD 너를 좋게 봤나 보다.”

이제 PD로 일한 지 2년차.

알아갈 것이 많은 시기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인정해 주고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드림 어게인> 4화 최종 방영본이 확정되었다.

편집 막바지에 한 장면이 끼어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건 이미 케이 록페스 무대가 끝난 뒤 찍어 둔 장면이었다.

“오케이. 이렇게 넘겨.”

서인하 부장의 컨펌이 나고, 4화 방영본이 편성부로 넘어갔다.

그리고 다가온 토요일 10시.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SNS 반응을 확인했다.

부산에서의 두 번째 버스킹, 홍대에서의 버스킹을 포함하여 1시간 분량의 이야기가 지나간 뒤, 마지막 화 예고가 시작됐다.

여의도 한강공원 버스킹을 준비하는 예고의 끝에 잠시 암전.

그리고 다시 화면이 밝아질 때 아주 잠깐 실루엣이 나왔다.

예의 그…… 사각형 얼굴 인형탈이.

물론 눈 깜빡할 새에 지나가게 했지만, 그 의도는 정확히 먹혀들었다.

―으아아아! 님들아 이거 좀 봐! 더 마스크 복면이다! (사진)

온라인이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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