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36화 (36/200)

36화 드림 어게인

첫 촬영을 마치고 허전함의 원인을 찾아보고자 밤새 고민했지만,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날밤을 새우다시피 하고서 아침이 되어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런데 잠깐 일하다 보니 서인하 부장에게서 부장실로 올라오라는 호출이 왔다.

잠을 못 자 아무런 생각도 없이 부장실로 들어섰는데…… 무심코 문을 열었을 때, 정민우 PD가 나를 반겨 줬다.

피곤한 와중이라 그런지, 왠지 피곤한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촉이 왔다.

내가 부장실에 들어갔을 땐 이미 두 사람이 이야기를 마친 뒤였는지 실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게 없던 직감도 생겨나게 했다.

이분들, 무슨 작당이라도 하신 건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폭탄이 맞았다.

서인하 부장이 말하길, 5월 말 토요일 <뮤직스케치> 방송에서 엑시트의 순서를 오프닝으로 돌린다는 게 아닌가.

가까스로 소리를 빽 지를 뻔한 걸 참고서 물었다.

와, 이거 피곤이 싹 가시네.

“퍼플레인 밴드가 오프닝이지 않았습니까?”

원래 엑시트의 무대 순서는 퍼플레인 밴드와 다른 발라드 가수 2명의 무대 뒤인 네 번째였다.

“그 왜, 퍼플레인 보컬 박윤아. 임신했대. 아직 기사화되진 않은 모양이지만.”

“네? 정말입니까?”

“그래서 당분간은 무대에 못 선다네.”

퍼플레인 밴드는 20년 이상 된 베테랑 밴드. 여성 보컬의 몽환적인 음색을 무기로 꽤 대중적인 팬덤을 가지고 있다.

임신이라면 당연히 축하해야 할 일이긴 한데…… 왜 우리한테 불똥이 튀는 거지.

아니, 잠깐만?

“퍼플레인이 장식할 예정이던 오프닝 무대를 엑시트한테 맡기겠다는 건가요?”

그랬다. 이게 무슨 도박도 아니고…….

“아무래도 5월이다 보니 한 달 내내 오프닝을 발라드나 포크로 구성해 둔 상태야. 마지막 주까지 발라드로 무대를 시작하는 건 좀 그렇고…… 중견 밴드를 섭외 중이긴 한데, 이미 이름값 있는 밴드는 이달부터 쭉 섭외되어 있단 말이지.”

하기야…… 매주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겪어 본 적이 없어서 와 닿지 않았는데, 매주 방송하는 만큼 가수 섭외가 힘들 터였다. 출연 텀도 고려해야 할 테고.

“내가 차라리 그럴 바에야 엑시트를 오프닝에 두는 구성으로 바꾸자고 했다.”

서인하 부장이 말했다.

아, 이게 부장님 아이디어였습니까…….

“방송 시작하자마자 첫 무대에 서는 거니까, 너희 막방이 정말 잘 찍혀야 한단 소리지. 그 친구들한테 잘 부탁한다고 전해 줘.”

정민우 PD는 그렇게 말하며 친근하게 씨익 웃어 보였다. 물론 나는 차마 따라서 웃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90%]

그 사항이 최종 결정되자 확률은 기다렸다는 듯 상승했다.

드디어 90%대로 돌입했으니 그만큼 엑시트에, 리얼리티에 좋은 영향을 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사실을 엑시트에게 알리자 대번에 우는 소리가 날아왔다.

“연습 더 빡세게 해야겠네요.”

“아이고, 내 손목 남아나질 않겠네.”

그래도 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귀여운 투정과 함께 연습에 더 매진하는 엑시트 멤버들이었다.

나는 통화를 종료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엑시트가 부담감이 짓눌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웬걸. 더 의욕적이다.

출연진이 이렇게 기운을 내는데, 나도 의욕 좀 내야지.

하지만 내 결심은 1시간도 안 돼서 무너지고 말았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임윤주 작가가, 이럴 바에야 버스킹 말고 무대를 한번 경험하게 하자고 아이디어를 내었던 것이다.

덕분에 전날의 고민 같은 건 다시 떠올릴 엄두도 못 내게 되고야 말았다.

“뭐 보고 있어요?”

다음 날까지도 나는 모니터에 들어갈 기세로 사이트를 뒤지고 있었다.

돌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더니 이민희였다.

자료를 들고 있던 그녀는 내가 보고 있던 인터넷 사이트를 슬쩍 쳐다보면서 물었다.

“대한 씨도…… 인디 라이브 클럽 찾아요?”

“네. 임 작가님이 찾아보라고 하셔서요.”

“아하…… 우리 대빵, 나한테도 이 자료 준비하라셨는데. 공유 좀 할래요?”

이민희가 들고 있던 자료를 내게 보여 주었다. 홍대나 이태원 등의 라이브 클럽 리스트였다.

아마 내가 조사하는 것과 같다면, 라이브 클럽 중에 이달 내 무대 섭외가 가능한 곳만 추린 리스트일 거다.

“록페스면 몰라도, 난 인디 라이브 클럽 쪽은 잘 몰라서요. 괜찮은 데 있어요?”

“록페스요?”

“록 페스티벌요. 요새 꽤 많이 하는데, 몰라요?”

이 사람, 아이돌만 파는 게 아니었나?

“에이, 작가 생활하려면 이것저것 알아야죠.”

취미 목적이 더 큰 것 같았지만, 굳이 말로 꺼내진 않았다.

“아무튼 괜찮은 데 찾았으면 공유 좀 해 줘요.”

“몇 군데 꼽아 보긴 했어요. 여기랑, 여기랑…….”

이민희와 함께 서로 찾은 라이브 클럽을 비교하며 리스트를 추렸다.

리스트를 가지고 임윤주 작가에게 가지고 갔다. 곧장 서인하 부장까지 합세하여 최종적인 리스트가 나왔다.

“일단 여기랑 여길 우선순위로 잡고, 부산 내려가기 전에 최대한 확정해 둬. 베스트는 5월 중순이야.”

“네.”

버스킹 지역이 모두 확정된 건 아니었지만, 첫 번째 버스킹 지역만은 이미 섭외했다.

여름의 성지라 할 수 있을 부산 광안리. 3일 뒤, 엑시트는 그곳에서 생애 첫 버스킹 공연을 펼친다.

부산 촬영을 위해서 준비할 것도 많았지만, 이 고생들이 영 보람 없진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당장은 모르겠지만.

그리고 어떻게 보면 차라리 고생하는 것이 나로서는 나았다.

첫 촬영 이후로 느껴지는 뭔지 모를 허전함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

* * *

엑시트 멤버들은 버스킹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직접 운전하는 미니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진짜 저 미니버스를 탈 줄이야…….”

이민희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는데, 그 이유는 버스 바깥에 대놓고 ‘BUS-king’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서였다.

멤버 중 아론은 유학파임에도 이런 아재스러운 개그를 좋아했다. 저 글자도 직접 스프레이를 뿌려 새긴 것이었다.

이민희는 웬만하면 버스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농담을 입 밖으로 낸 자신의 입을 저주했다.

“멤버들이 좋아하니까 된 거 아닐까요.”

“아아…… 아아…….”

내 위로도 그다지 먹히진 못했다.

제작진이 탄 버스는 엑시트의 미니버스, 버스-킹보다 한발 앞서 부산에 도착했다.

광안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관리소로 달려서 인사를 드렸고, 촬영 시작을 알린 뒤 각지 협조 요청을 뛰어다녔다.

다른 PD, 작가들이 움직이는 사이 해변가에 서인하 부장의 중형 세단과 미니버스가 도착했다.

촬영 준비는 이미 완료되어 있었고, 도착하자마자 엑시트 멤버들은 자신들의 악기와 앰프, 스피커를 들고 해변 앞에 배치했다.

버스킹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모든 준비와 철수는 멤버들이 직접 했다. 그 과정을 귀찮게 생각할 법도 한데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참 착한 애들이야.

방해되지 않는 거리를 두고, 흐뭇하게 보는 것도 잠시.

“어! 엑시트다!”

“뭐지? 버스킹 하는 거야?”

“쟤네 댄스그룹 아냐?”

마스크를 끼고 있는 그들을 알아본 시민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제작진은 본격적으로 뒤로 빠졌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곧 준비 끝납니다!”

효명이가 궁금증을 가득 안고서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 다른 멤버들이 척척 악기, 스피커, 마이크 세팅까지 끝냈다.

몇몇 멤버가 밴드 경험이 있어서인지 세팅에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아. 아아. 마이크 테스트. 잘 들리시나요?”

5명의 가운데에 앉은 효명이가 마이크를 톡톡 두들기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것으로 본격적인 오늘의 버스킹이 시작되었다.

“광안리라 그런가. 사람이 예상보다 많이 모였네.”

“엑시트 때문일 수도 있죠. 요새 핫하니까.”

효명이를 클로즈업 하는 카메라의 모니터를 체크하면서 서인하 부장이 손짓을 했다.

다른 카메라가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한차례 훑었다.

“200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저쪽에도 아직 더 오네요.”

“뒤쪽에서 보고 적당히 통제해. 너무 시끄러우면 소리 잘 못 건져.”

“네.”

무전으로 내려지는 지시를 듣고, 나를 비롯한 PD들과 작가들이 사람들 뒤에 자리 잡았다.

버스킹이라곤 해도 이것은 방송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현장 통제는 방송인 이상 필요했다.

“오늘 저희가 처음으로 밴드로서 여러분 앞에 섰는데요. 저희 연주와 노래, 잘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 곡은 저희 데뷔곡이에요. 어쿠스틱으로 어레인지했는데, 맘에 드신다면 좋겠습니다.”

효명이가 첫 곡을 소개하고, 드럼 담당 아론의 연주와 함께 노래가 시작되었다.

“마이크 소리 좀 더 올려. 잡음은 나중에 잡고.”

“6번 카메라 너무 멀어. 줌 인 해서 얼굴 잡아.”

“3번. 창호 손에 줌 인. 그래, 딱 그 정도로 담아.”

무전기를 통해 서인하 부장의 지시가 탁탁탁탁 날아든다. 거기에 따라 카메라 감독들과 음향 감독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저 모습 하나하나에 참으로 배울 점이 많았다. 한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음에도 노장은 죽지 않았음을 증명한달까.

그러는 사이 효명이의 보컬이 시작됐다.

버스킹 곡으로 선정된 곡들을 급히 편곡하다 보니 효명이가 도맡다시피 했고, 그렇다 보니 곡의 성향이 효명이 취향대로 바뀐 게 많았다. 자연히 메인보컬인 창호보다 효명이가 클라이맥스를 담당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나왔을 때 창호는 시크하게 그러든가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어쨌든 우리나 플래티넘 쪽에서도 현재 효명이의 인지도가 높으니 그게 낫겠다는 판단이 서서 그렇게 밀어붙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다행히 멤버들도 잘 따라와 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다섯이서 파트를 나눠 부르던 노래를 둘이서 멋들어지게 소화해 냈다.

“좋다…….”

“명 리더가 이런 노래도 잘 부르는구나.”

“음색 진짜 좋다. 또 분위기가 확 다른 것 같아.”

솔로 싱글 활동을 마친 지도 몇 개월 되지 않아서, 그 판단은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이윽고 잔잔한 기타 소리와 함께 마무리.

시간도 붉은 석양이 하늘에 깔린 즈음이었다.

노래와 음색, 분위기가 정확히 맞아떨어져 아주 예쁜 그림이 카메라에 담겼다.

“와아아아!”

노래가 끝나자마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바다 앞에서 이렇게 노래 부른 건 처음인데, 맘에 드셨어요?”

“네~!”

관객들의 열띤 대답. 그 외침을 들으며 멤버들은 익숙한 듯 침착함을 가장한 얼굴을 하고 다음 곡으로 가기 위한 정비를 이어갔다.

그렇게 두 번째 곡. 또 세 번째 곡.

“순조롭네요.”

옆으로 이민희가 슬쩍 다가왔다.

“좋은 노래도 이렇게 듣고, 관객 반응도 좋고. 오늘도 잘 끝나겠어요.”

“그럼 좋겠네요.”

“어라? 내가 생각한 반응이 아닌데?”

“네?”

“이번에야말로 울 줄 알았거든요.”

또 놀리나 싶어 나는 입술을 비죽였다.

“무슨…….”

“농담이구, 뭔가 맘에 안 찬다는 눈치여서요.”

내 반응에 이민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왔다.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괜한 헛기침이 터뜨리고서,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왠지 모르게, 뭔가가 계속 허전합니다. 첫 촬영 때부터요.”

촬영이 계속될수록 나는 여전히 그러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늘 내 곁에 있었다.

[91%]

확률은 좋은 편이다. 오늘 촬영이 끝나면 또 오를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허전할까. 왜 부족해 보이는 걸까.

이민희는 갸웃거렸다.

“너무 쉽게 쉽게 돼서 그런가?”

“네?”

“스콜로 촬영이 엎어질 뻔했던 날이라거나, 출연진 중 하나가 사고 쳐서 급히 바꿔치기한다든가, 그런 위기가 없었잖아요?”

둘 다 우리가 당한 일들이었다. 난 피식 웃었다.

“그런 건 이제 사절입니다. 그냥 좀…… 뭔가가 부족해 보여서요. 이게…… 뭔가 더 해야만 할 것 같고, 더 채워야만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기획안의 확률은 지금도 [91%]의 확률로 이 방송이 화제성을 잡아낼 것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확률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게, 계속해서 내 뇌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딱히 근거랄 것도 없는, 그저 감.

AGD 앱을 만난 이후로…… 거기에 익숙해지면서 가지게 된 마음이었다.

“더 나아가야 한다라…….”

이민희가 같이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가, 들고 있던 파일을 뒤적여 나에게 보여 주었다.

“정식 무대에 서게도 할 거잖아요. 이렇게.”

부산으로 내려오기 전 연락을 돌린 라이브클럽 무대들의 리스트. 아직 확정은 못했지만, 세 군데 중 한 곳이 될 가능성은 컸다.

“이걸로도 부족해요?”

“……글쎄요.”

내가 뭐라고 다시 말을 하기 전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가던 길을 멈추고 음악을 듣던 사람들이 박수와 함성을 엑시트에게 보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수가 계속 이어지자, 효명이를 비롯한 멤버들이 일어나서 충실하게 인사를 해 보였다.

“그럼 이제…… 오늘 마지막 곡만 남았네요. 부르기 전에 혹시 저희에게 궁금하신 점 같은 거 있으실까요?”

“저요, 저요!”

“네!”

효명이의 질문과 함께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효명이가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여성을 지목하여 마이크를 건넸다.

“밴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신 것 같은데 맞나요? 앞으로도 이런 연주를 또 볼 수 있을지 궁금해요.”

“네, 감사합니다. 저희가 그동안 줄곧 댄스곡으로만 활동을 해 왔어서 잘 모르시는데, 저희 사실 맨 처음엔 밴드로 데뷔하려고 했었어요.”

자리로 돌아가 앉은 효명이의 대답에 관객들이 호오~? 하는 소리를 냈다.

“근데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최종적으로 댄스 콘셉트로 데뷔했는데, 사실 밴드에 대한 갈망은 계속 있었어요. 그러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겨서 그동안 저희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보여 드릴 수 있게 되었어요.”

효명이가 멤버들을 한차례 돌아보았다. 그 얼굴에 하나같이 즐거운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저희로서는 꿈이 이뤄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밴드로서는 아직 미숙한 점도 많지만,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음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께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하고 효명이가 다시 인사했다. 멤버들도 뒤따라 인사를 한다.

관객들이 다시 큰 박수로 화답한 다음, 다시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꿈이 이루어진 거라……. 제목으로 좋을 것 같은데.”

무전기에서 서인하 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민희와 눈을 마주치자, 그녀가 펜으로 종이에 뭐라고 끄적이더니 나에게 보여 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인하 부장에게 무전을 보냈다.

“<드림 어게인>으로 하는 건 어떠십니까?”

“괜찮네. 다른 의견 없다면 그걸로 가자.”

다른 PD들도 오케이 사인을 보내왔다.

엑시트의 버스킹 리얼리티 <드림 어게인>. 제목은 그렇게 단숨에 최종 결정됐다.

“로고 뽑아 봐야겠네요.”

옆에서 이민희가 말할 때, 난 문득 효명이의 말을 곱씹어보고 있었다.

꿈이 이루어졌다는 그의 말.

하고 싶었던 밴드를 이렇게 버스킹으로서 실현하게 된 엑시트.

컴백 싱글 타이틀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담을 이 리얼리티, 그리고 밴드 콘셉트의 컴백만으로 정말로 그들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세션을 좀 더 챙기는 방향으로 편곡한 ‘브레이브’로 마지막 곡을 시작한 엑시트를 보면서, 이민희에게 물었다.

“록페스…… 잘 아신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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