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솔로 싱글
효명이가 메시지로 보낸 주소는 홍대 근처였다.
홍대는 오랜만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코트를 걸쳐 입고 지하철을 탔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홍대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효명이가 메시지에 남겨 준 위치는 사람 많은 주차장 골목과는 정반대로 한적한 곳이었다.
나는 인적이 드문 주택가 사이를 한참 파고 들어가다 멈춰 섰다. 알려 준 곳에 도착하고서야 효명이가 어디로 부른 건지 알 수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 두터운 문을 열자, 소파에 늘어진 자세로 있던 효명이가 일어났다.
“형! 왔어요?”
“여긴 뭐야? 개인 스튜디오?”
그곳은 녹음실이었다.
가끔 뮤지션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봤던 풍경 그대로의 녹음실.
신시사이저 같은 녹음 기기부터 이름 모를 장비들과, 방음실.
10평 좀 넘는 소박한 환경에 갖가지 물건이 들어차 있었다.
“아는 형 녹음실이에요. 예전에 밴드할 때 자주 신세졌었죠.”
효명이는 나를 소파에 앉히고, 구석의 작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주었다.
“한잔하자길래 술집인 줄 알았지, 이런 데에서 만나자고 할 줄은 몰랐네. 준혁이 형은?”
“형님은 좀 걸릴 것 같아요.”
“응. 근데 작업하고 있었어?”
말하다 보니 어라 싶었다.
곡 작업을 직접 한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플래티넘이 아무리 중소 회사라고 해도 사옥이 있는 회산데, 왜 여기서 곡 작업을 하지? 사옥에는 따로 스튜디오가 없나?
“음, 곡이 잘 안 풀려서요. 사실 이번에 솔로 싱글 내기로 했거든요.”
맥주를 마시다 말고 컥 하고 내뱉을 뻔했다.
“솔로 데뷔?”
“하하하. 네. 내년 1분기 목표로요.”
엑시트의 새 싱글 활동은 성황리에 끝났다.
음원 사이트 줄 세우기는 물론, 공중파 1위까지 해냈다.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인 데다 최효명의 주가가 상한가여서인지, 여기저기 기사가 뜨고 부르는 방송도 많았다.
내가 그 사실을 잘 아는 이유는, 나한테도 청탁 비슷한 게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싱글이 대박을 터트리자, 플래티넘은 은근한 신비주의 전략으로 엑시트를 쉽게 소비하지 않았다.
그 방식이 어쨌든 괜찮은 효과를 발휘한 덕에 엑시트의 몸값이 올랐지만, 핫한 인재에 목말라 하는 방송계에선 난리가 났다.
그렇다 보니 내가 효명이와 친하다는 사실을 아는 다른 팀 선배들이 청탁 아닌 청탁을 해 왔던 것이다.
물론 송일현 매니저가 부탁을 해서 다 거절했다.
어쩌면 그런 일 때문에 강주제, 강범람 이미지가 더 커진 걸지도 모른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햇병아리가 선배들 부탁을 거절한다고.
어쨌든 그런 식으로 효명이와는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었는데 솔로 싱글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들었다.
“축하해.”
건배를 권하자, 쑥스러워하면서 효명이가 캔을 부딪쳐 왔다.
“뭐, 일단 곡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잘 안 풀려서요.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 하는 생각에 여기를 찾아온 거예요.”
“아, 너 옛날에 홍대에서 밴드도 했다고 했지?”
“아주 잠깐이지만요.”
고등학교 시절, 효명이는 홍대 밴드신을 기웃거렸다 했다. 저번 술자리에서 지금 멤버들 중에 그때 만났던 이들도 있다 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녹음실을 다시 둘러보게 되었다.
여기가 최효명이 처음으로 음악을 시작했던 곳이라 이건가.
좋은 기운 좀 얻을 셈으로 여기서 하루 정도 자 볼까…….
“나중에 돈 벌면 이런 녹음실 하나 만들어야지 했던 기억이 났어요.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젠 정말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 넌 할 수 있을 거야. 충분히.”
아이돌 트렌드 순위 1위를 찍고, 음원 사이트 줄 세우기를 하는 아이돌이 어디 흔한가.
친분을 차치하고서라도, 효명이는 재능으로 빛나는 존재였다.
한 번 더 쑥스러운 듯 웃은 효명이가 짐짓 표정을 바꾸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형. 형의 도움을 좀 받고 싶어요.”
“내 도움?”
여기 녹음실에서 내가 도울 게 뭐가 있지?
효명이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소파에서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몇 번 마우스로 모르는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것 같더니, 의자를 빙글 돌려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옛날에 형이 제 노래 듣고 대박 날 거라고 해 줬잖아요. 인연이요.”
“그거야…… 그냥 감상이었지. 음악에 문외한이 한 감상.”
사실은 AGD의 확률대로 이야기한 거지만.
“그때 사실 곡에 자신이 없었어요. 좀 급하게 만든 거기도 하고. 그래도 형이 그렇게 말해 준 덕에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형의 도움을 좀 받아 보려고요.”
웃음기를 머금었지만 그래도 진지한 부탁이었다.
굳이 녹음실로 부른 이유가 있었구나.
난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내 의견이라도 괜찮다면야. 어떻게 도와줄까?”
“몇 곡 노래 들려드릴게요. 거기서 형이 괜찮다고 생각되는 걸 골라 주세요.”
“그걸로 타이틀 정할 건 아니지?”
“에이, 설마요. 제가 그렇게 생각이 없을 것 같으세요?”
“…….”
“농담이에요, 농담. 어쨌든 회사 의견도 들을 거예요. 부담 갖지 마시고, 맘 가는 대로 이야기해 주세요.”
그렇게 이야기해도 말이지.
톱급 아이돌의 싱글 데뷔 타이틀을 가장 먼저 듣는 건데, 긴장하지 않을 수가 있나.
난 슬그머니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럼 첫 번째 곡.”
효명이가 마우스를 조작하자, 5.1채널은 충분히 넘어 보이는 음악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곡은 댄스곡이었다. 느릿한 비트에, 발라드에 가까울 정도의 정적인 곡. 그래도 효명이의 젠틀한 이미지와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 누구지? 느린 곡으로 발라드 부르면서 춤추는 가수들 있잖아. 그런 분위기 같네.”
“정확해요. 섹시하고, 어른스러운 댄스곡을 이미지했어요.”
느린 와중에도 정확한 비트가 스피커에서 울려와서 묘하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다음은…… 진짜 발라드예요.”
인연과 비슷한 풍의 정통 발라드였다.
“연종신의 발라드곡 같네. 얼마 전 엄청 히트한 거 있잖아.”
“오, 또 맞혔어요. 우리 사장님이 그런 곡 한번 만들어 보라고 해서 만든 곡이에요.”
“이거엔 춤은 못 추겠다.”
대신 효명이의 가창력은 확실히 보였다. 가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가이드보컬 자체는 아무 말이나 흥얼거리는 듯한데, 그래도 효명이 음색과 잘 맞았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 곡이에요.”
반대로, 세 번째 곡은 정말 활기찬 분위기의 댄스곡이었다. 아이돌이라는 이미지에 맞는, 힘차고 밝은 댄스곡이라 어느 분위기에나 잘 맞을 듯했다.
모든 곡을 다 듣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여.
전부 방송용에 잘 맞는 것 같았다. 한편으론 예능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도 적절히 배치될 수 있을 듯한 대중성이 보였다.
이렇게 판단하는 건 내가 그래도 예능 쪽 PD여서겠지? 이거, 직업병인가.
“어때요?”
다시 의자를 빙글 돌려 나를 보면서, 진지한 얼굴을 하는 효명이.
나는 대신 손에 든 스마트폰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현재 ‘최효명 솔로 싱글 데뷔에 가장 어울리는 타이틀곡 선택’의 확률 보기를 사용 중입니다.]
미안, 효명아. 치트 좀 썼어.
곡이 바뀔 때마다, 모니터 앞에 떠올라 있는 숫자가 변동했다.
느린 댄스곡, 정통 발라드곡, 아이돌 댄스곡.
“싱글에 실릴 곡은 이 세 개가 다야?”
“곡 작업은 아직 더 하고 있어요. 일단 이 세 곡은 타이틀이 안 되더라도 싱글에는 실릴 것 같아요.”
“미니 앨범 수준인가 보네.”
단순한 디지털 싱글 같은 게 아니라, 6곡 이상을 담은 미니 앨범이 계획인 모양이다.
그럼 여기에 세 곡 정도를 더 추가해서 발매한다는 걸 텐데…….
“별로예요?”
내가 쉬이 대답을 내놓지 않자 효명이도 불안해진 모양이다. 소파 가까운 자리로 와서 맥주를 한 모금을 들이켜는 걸 보니 맞는 것 같았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러는 편이 전 더 좋아요.”
난 한 번 더 화면을 힐끔 봤다.
[74%]
마지막 아이돌 댄스곡이 이 정도였고, 나머지 두 개는 사실 이보다 수치가 더 낮았다.
[70%]
[62%]
발라드곡은 차라리 안 내는 게 나아 보였고, 느린 댄스곡은 그래도 ‘70%’에 턱걸이했다.
확률이 없다 한들, 청자로서의 감상도 뭔가 좀 애매했다. 좋은 가사가 붙는다면 확률이 더 달라질 순 있겠지만…….
“음, 솔직히 기억에 남을 것 같진 않아.”
“세 곡 다요?”
나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러면서 괜히 의기소침해할까 싶어 효명이의 눈치를 살폈는데.
내 우려와는 달리 효명이의 표정은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역시…….”
“역시?”
“형을 속일 의도는 아니었는데요, 회사나 멤버들도 비슷한 반응이었어요.”
곡은 좋다. 그런데 아주 좋진 않다.
회사 수석 작곡가는 아주 뼈 때리는 소리도 했다 한다.
“이 정도는 작곡 1, 2년 배운 사람이면 다 쓸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작곡가 성격에 그 정도 평이면 욕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 돌겠네, 정말.”
효명이가 소파에 등을 묻으며 한탄을 늘어놓았다. 곡 만드느라고 거진 일주일을 제대로 못 잤다, 그런데도 사실 맘에는 안 든다, 딱히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도 않는다 등등.
발을 동동 구르며 이야기하는데…… 가관이다.
그런 말투나 행동, 형 앞에서 할 건 아니지 않냐.
“그래서 형하고 이야기 좀 하면 풀릴까 싶어서, 사실 그래서 부른 거예요.”
“영광이네. 톱 아이돌 고민 상담도 해 보고.”
“어휴, 그런 단어 쓰지 마세요. 부담스러워요. 아니지, 날 이렇게 만들어 준 게 형이니까 그래도 되나.”
농담하는 걸 보니 그래도 아직 기운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보니, 효명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음악은 모르지만,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은 주고 싶었다.
그래, 뭐. 이럴 땐 AGD 앱 좀 요긴하게 활용해도 좋지 않을까.
[현재 적립 포인트/사용 가능 포인트]
[4,643P/2,143P]
포인트는 충분했다. 효명이가 프로그램을 끈다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지는 사이에 나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사용할 아이템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이템 ‘너 자신을 알라’를 사용하였습니다.]
[사용 포인트: 1,000P]
[현재 사용 중인 ‘최효명 솔로 싱글 데뷔에 가장 어울리는 타이틀곡 선택’의 부족 확률의 원인 변수를 표시합니다.]
[확률 구성 중 가장 비중이 큰 중요 변수만을 표시합니다.]
효명이가 등을 돌리기 직전, 분석이 끝남과 동시에 가장 큰 변수가 표시되었다.
[중요 변수: 변화]
변화?
“에휴, 형. 술이나 마시죠. 형은 내일도 휴가죠? 오늘은 우리 먹고 죽읍시다. 곧 있으면 준혁이 형님도 온대요.”
류준혁도 스케줄을 마치면 여기로 합류하기로 되어 있다.
효명이는 아주 단단히 각오한 얼굴로 새 맥주캔을 꺼냈다.
난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다가 효명이를 다시 보았다.
“방금 그 세 곡, 다 엑시트에서 한 번씩 해 봤던 장르야?”
“뭐, 그렇죠? 저희가 그동안 싱글만 다섯 개를 냈는데…… 아, ‘인연’까지 합치면 여섯 개네요. 이것저것 다 해 보긴 했어요.”
“그럼 그 싱글 중에서 안 해 본 장르 같은 건 없어?”
“안 해 본 장르요?”
효명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갸웃했다.
“힙합풍은 안 했…… 죠? 제가 잘 알지도 못하고, 우리 회사 스타일도 아니어서요.”
힙합풍 노래를 하는 아이돌은 많다. 잘은 모르지만, 그런 비트가 전세계에서 먹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유행이어도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다.
힙합풍으로 건들거리며 춤추고 노래 부르는 효명이라니.
이민희도 못 받아 줄 것 같은데.
“아니면…… 밴드?”
문득 효명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기재들 너머에는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녹음실이 있었다.
내가 앉은 위치에서도 조금만 고개를 내밀면 내부가 보였다.
기타, 드럼, 마이크. 있을 건 다 있다.
“밴드?”
변화. AGD 앱이 알려 준 그 변수는, 어쩌면 색다른 음악을 하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밴드란 말에 입질이 왔다. 확신이 들었다.
“너 밴드 했댔잖아. 원래 밴드 음악 하고 싶었던 거 아냐?”
“그렇긴 한데…….”
효명이가 잘 아는 장르임에도, 지금껏 제대로 해 보지 못한 장르.
“너, 그냥 하고 싶었던 밴드 음악으로 해 보는 건 어때? 첫 솔로잖아. 어차피 엑시트의 기존 곡이랑 맞출 필요도 없을 것 같고.”
그룹으로서의 정체성과, 솔로의 정체성이 구분되어도 얼마든지 괜찮은 게 요즘 아이돌이다.
도리어 그룹일 때의 팬덤이 있기에 변화에 대한 위험성도 적은 편이다.
“회사에서 반대하려나?”
“아니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요.”
“음…….”
어떤 식으로 권유해야 가장 자연스러울까.
내가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효명이가 나와 녹음실 쪽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표정이 바뀌었다. 늘어졌던 얼굴에 긴장감이 맺히더니 모니터를 다시 켜고, 기재들을 다시 켰다.
“형, 혹시 그럼…… 이 노래 한번 들어 보실래요?”
컴퓨터를 켜서 한참을 뒤적거리던 효명이는, 곧 노래를 한 곡 켰다.
강렬한 일렉 기타 소리와 함께 인트로가 시작되었다.
맥주로 목을 축이다가 그 소리에 놀라 나도 모르게 스피커를 쳐다봤을 정도였다.
강렬한 인트로를 지나 1절이 진행된다.
이미 가사까지 실려 있었다.
“제목은 ‘브레이브’예요. 고딩 때 만든 곡이라서 여기저기 손볼 데는 많은데…….”
제목과 어울리게, 가사도 자신에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부여하는 곡이었다.
일렉 기타의 비프음이 엄청 강했는데, 그 사이를 효명이의 목소리가 가르고 있었다. 지금도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자랑하는 효명이지만, 역시 젊음과 패기는 고딩 때에 비할 게 아닌 모양이다.
고음도 더 시원했고, 지금보다 여린 목소리가 좀 더 곡에 쾌감을 얹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85%]
확률이 단숨에 솟구쳤다. 세 곡보다 훨씬 더 높았다.
사실 확률은 안 봐도 뻔하지 않았을까.
4분 동안 나는 곡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을 놓기 힘들어서, 곡이 끝나고 나서야 겨우 숨을 몰아쉬었을 정도였다.
“회사에는 들려줬어?”
“아뇨, 이건 아예 후보에도 없었던 곡이라…….”
“효명아. 정말 좋은데, 이 곡.”
“그래요?”
효명이가 짐짓 눈을 가늘게 만들며 뭔가 생각을 하더니, 자세를 잡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뭔가, 영감이 떠오른 자세였다.
단숨에 작업에 몰두하는 그 모습에, 나는 슬그머니 존재감을 숨기며 소파에 등을 댔다.
[아이템 ‘너 자신을 알라’의 사용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적립 포인트/사용 가능 포인트]
[4,643P/1,143P]
1,000포인트를 모으는 게 쉽진 않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도리어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함과 느껴졌다.
그렇게 술 먹자던 모임이 작곡회로 변질되었다.
몇 번이나 효명이는 나에게 곡을 들려주며 수정을 진행했다.
그때마다 AGD 앱의 도움을 받아가며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해 주었다.
1시간 정도가 지난 후.
“뭐야, 뭐가 이리 진지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준혁이 형이 스케줄을 마치고 녹음실에 나타났다.
다소 추워 보이기까지 하는 가벼운 정장 차림으로 들어선 그는, 익숙한 듯 재킷을 옷걸이에 걸고 내 옆에 앉았다.
“기껏 사람 불러놓고 곡 작업 중이야?”
“아! 형님, 딱 좋을 때 오셨어요.”
효명이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1시간여의 작업 동안 줄곧 저 흥분한 얼굴이었다.
내게 맥주캔 하나를 건네받은 준혁이 형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날 쳐다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 주었다.
“이거 들어 보시고,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해 주세요.”
그렇게 제 할 말만 하고서는 효명이가 노래를 켰다.
1시간 내내 저랬다. 쟤가 아직 아이돌의 길을 걷고 있어서 다행이지, 작곡가로 자리잡았으면 지금쯤 악명 높았을 거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좀 전까지 작업하고 있던 ‘브레이브’.
처음 들었을 때와는 구성도 편곡도 달라졌으나, AGD 앱의 확률은 나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93%]
끝까지 들은 류준혁은 말했다.
“야…… 엄청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