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24화 (24/200)

24화 편집의 방향

<당잠사> 시즌3의 첫 화 시청률은 대박이 터졌다.

『<당잠사> 시즌3 첫 화, 시작부터 시즌2 뛰어넘었다!』

『<당잠사> 시즌3 첫 화 14.9% 시청률 기록』

『케이블 예능의 새로운 전설을 쓰다! <당잠사> 시즌3 시청률 14.9%]

시즌2의 최고 시청률이 14.7%였다. 시즌3은 첫 화부터 그 시청률을 뛰어넘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기대가 모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미묘하네…….”

난 다소 실망했다.

확률 보기로 도달한 ‘100%’에 대한 내 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확실히 시즌2의 시청률을 뛰어넘긴 했다. 하지만, 고작 ‘0.2%’ 차이라니.

무려 ‘1,000P’까지 쓴 결과라고 생각하면, 피눈물이 났다.

기대와는 조금 다른 결과였다.

“이게 확률 보기의 빈틈인가…….”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앱임에 틀림없지만, 결국 확률이라 함은 수치일 뿐.

어떠한 변수가 있고, 막상 그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렵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러한 덕분에 의존도가 늘지 않을 것 같다.

확률 보기에만 의존하는 멍청이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 * *

<당잠사> 시즌3는 한 편, 한 편 방송될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방송 평가는 좋은 편이었다.

사실 방수정 사단의 여행 예능이 다소 천편일률적이라는 소리도 나오던 시점이었다.

뭐, 포맷이 비슷하긴 하다 보니, 그간 그런 부분에 대한 비판도 있긴 했다.

그런 상황에서 메인 PD가 현준영으로 교체된 것이다.

자연히 스타일이 변했고, 그걸 좋게 평가하는 매체가 늘었다.

『특집: <당잠사>, 여행 게임 예능으로의 진화?

―We’z 서진명 기자

여행 예능의 마술사, 방수정 PD가 그간 제작한 여행 예능에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바로 편안함과 관찰, 리얼함.

낯선 이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놓인 출연진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카메라에 담아내고, 가끔 조미료 수준의 미션을 첨가하는 것이 바로 그의 제작방식이었다.

<당잠사> 시즌2는 시즌1의 연장선상임과 동시에 불미스러운 출연진 교체로 홍역을 앓았던 작품이었다. 그렇게 의도치 않은 화제성 앞에서, 방수정 PD는 특유의 장기를 제대로 발휘했다. 그렇게 <당잠사> 시즌2는 역대급 시청률을 달성했고, 그런 만큼 시즌3에 모인 기대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시즌3에 대해 걱정이나 의문도 따랐다. 당장 시즌3가 올해 안에 방영된다는 점에 대한 걱정이었고, 이미 방수정 PD의 스타일을 겪을 만큼 겪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새로움을 보여 줄 수 있느냐는 데 대한 의문이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뚜껑을 까 본 <당잠사> 시즌3는 다른 스타일로 무장해 있었다.

시즌2와 같은 컨셉, 같은 출연진임에도 보는 맛이 확 바뀌었다. 마치 같은 재료라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이.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이번 시즌부터 메인으로 합류한 현준영 PD가 있다.

그의 장기는 ‘악마의 편집’. 리얼함을 추구하는 방수정 PD와는 정반대다.

방송가에 악마의 편집이라는 용어를 정착시킨 장본인답게, 그는 <당잠사> 시즌3에서도 유감없이 편집을 통해 촬영분을 재조립하고 가공해, 날것 그대로를 선사했던 전 시즌들과는 분명히 다른 자극적인 맛을 보여 주는 것이다……』

문화비평 웹진으로서 유명한 ‘위즈(We’z)’에서 3화 만에 발표한 특집 칼럼도 그 점을 높이 사고 있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 내용에 동의했다.

―미션이 짤막짤막해진 듯

―게임 예능 보는 줄 알았다ㅎㅎ

―당황하는 모습이 재밌긴 하던데

―그 오디션 프로 때도 막 게임 퀘스트처럼 주지 않았나? 딱 그거였음ㅇㅇ

반면 반대하는 평가도 분명했다.

-아니, 내가 여행예능 볼라고 이거 보지, 미션 푸는 거 보려고 이거 보는 줄 아나;;

-제작진 초심 어따 팔아먹음...

-여행 예능이 여행엔 관심도 없다니. 이게 나라냐?

이전까지의 시즌이 편안하게 출연진들의 여행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시즌의 주요 관전 요소는 여행을 하는 출연진들이었다.

그렇다 보니, 여행 예능으로서의 가치가 없지 않느냐는 식의 평이 있었던 것이다.

평가는 반반. 마치 그 상황을 나타내듯, 시청률은 미묘한 수치를 기록 중이었다.

13.6%.

14.2%.

1화에 비해 2화는 떨어졌고, 3화는 조금 회복했다.

물론 케이블 예능이 시작부터 10%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전대미문이나 마찬가지.

망했다고 할 수치는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시청률을 보며 또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좀 더 방송을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좋은 평이 많이 나오는 쪽으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욕심이에요, 욕심.”

편집회의에 들어와 상석에 앉은 현준영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이 말을 내뱉었다.

“3화에 14%를 회복했으니 방향성이 틀린 건 아니에요. 우린 잘 가고 있어요. 그렇다고 생각 안 해요?”

회의 전에 현준영은 위에 불려갔다 왔다.

막내인 나도 왜 불려 갔는진 짐작할 수 있다. 격려라는 이름의 경고를 할 겸 부른 것일 테지. 시청률이 좋긴 해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정작 불려 갔던 현준영은 별달리 잘못된 거라고 생각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저 배짱만은 확실하게 배워야겠다.

1화 방영 후 시청률이 말 그대로 폭발하고서부터 현준영의 발언권은 더 세졌다.

그 결과가 바로 2화는 시청률 하락, 3화는 시청률 회복.

회복했으니 된 거 아니냐. 현준영의 말은 그런 의미였다.

“한소리 들으셨습니까?”

권민헌 PD가 그렇게 묻자, 현준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듣기야 했지만, 뭐 어쩔 거예요. 자를 거야? 케이블에서 10% 이상 찍는 예능이 우리 말고 어디 있다고. 우리는 하던 대로 하면 돼요.”

대장이 그렇게 말하니 부하들이 따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게 편집회의가 진행되고 4화가 방영되었다.

시청률은 14.3%.

아주 미묘한 상승.

그냥 오차 범위 안이라고 생각해야 할 수준이었다.

월요일이 되자마자 현준영은 다시 위를 다녀왔지만,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항상 좋을 순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의 태도에 팀원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물론 특별히 뭐라고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모두가 그랬다.

제작발표회 이후부터 다들 현준영 PD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씩 상실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런 위화감은 나로서도 충분할 만큼 느끼고 있었다.

정작 그 대상인 현준영은 쾌활하기까지 한 어조로 스크린을 가리켰다.

“그보다, 5화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문제의 날인데.”

그 말을 시작으로 어느 정도 자막까지 입힌 가편집본 5화를 상영했다.

1시간 20분가량의 가편집본을 다 보고 난 뒤의 대략적인 분위기는 대동소이했다.

무언가 부족하지 않나?

“어…… 출연진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은 더 안 살리시는 건가요?”

유수현 작가가 그렇게 물꼬를 텄다. 현준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중요할까요? 어차피 중요한 건 미션 과정인데.”

뭐, 일리 있는 말이다.

러닝타임의 90%가 거의 미션으로 채워져 있었으니까.

비 오는 중에 미션을 한답시고 고생한 출연진들이 노고가 절로 전해질 정도였다.

가편집본임에도 공이 꽤 들어간 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이게 맞는 건진 모르겠다.

“그렇긴 한데…… 미션 대부분이 급조한 거다 보니, 완성도가 많이 낮아 보여서요. 사실 저 미션들이 상정된 것도 당일 아침이었는데, 돌발상황이라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 좀 더 전달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티저로도 뻔히 보여 줬고. 앞부분에도 깔았잖아요?”

아, 정말 남의 의견은 들은 체도 안 하는 게 갑갑할 정도다.

그래, 그 말대로 깔긴 했다. 앞에 2~3분 정도?

카메라가 설치되거나 출연진들이 모이는 과정을 빨리 감기로 보여 주고, 출연진들에게 비가 와서 원래 미션을 못하겠다고 알리는 과정이 짤막하게 드러난 뒤에, 짜잔. 새로운 미션을 같이 정했습니다! 하는 식의 흐름.

그게 3분 정도였다. 철저하게 출연진만 보이고, 함께 찍혔던 제작진은 보이지도 않는.

대책 정할 때까지 1시간은 넘게 걸린 거 같은데, 그날 아침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느꼈던 급박함과 다급함은 일절 담겨 있지 않은 모양새였다.

요즘은 컵라면도 4분은 익혀 먹는데 말이지.

“리얼함을 살려 가자고 나온 안이었는데…….”

“미션은 꽤 리얼하잖아요?”

유수현 작가의 말에 현준영은 대번에 반박했지만 나는 찬성했다.

AGD가 알려준, 부족 확률의 가장 큰 변수가 바로 리얼함이었다.

분명 그 촬영의 목적은 날것의 리얼함을 보여 주자는 의도였는데 이게 뭔가.

“너무 리얼하지 않아 보입니다.”

권민헌 PD의 말대로였다.

저 상황 자체가 매우 꾸며진 것처럼 보였다.

마치 처음부터 돌발상황을 상정하고 출연진들과 돌발미션처럼 보이게끔 하자는 식으로 연출한 것 같은.

“당신들 프로 아닙니까? 시청자들이 돌발상황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천만에요. 그냥 재미있으면 그만이에요. 잘 꾸며진 편집이든, 촬영분을 통째로 갖다쓰든 재미만 있으면 장땡이라고요. 뭐로 가든 재미만 있으면 되고, 시청률만 나오면 됐지. 뭐, 지금 졸업 작품이라도 연출합니까? 당신들 영혼이라도 바칠 생각이에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보면 볼수록 제작진의 노고 따윈 신경 쓰지 않는 태도다.

왜 노력을 폄하하려고 할까.

난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 스크린을 노려보았다.

애매한 평가와 시청률을 받는 건 4화까지로 충분하지 않을까.

재미만 있으면 장땡이라고? 그렇다면 5화를 저대로 내보낸들 시청률이 상승할까?

내게는 그 결과를 확인할 방법이 있다.

[51%]

절반의 확률.

나만 볼 수 있는 그 수치를 보자 불쑥 갑갑함이 느껴졌다.

사실 다른 팀원들도 수치만 못 봤다 뿐이지 다들 갑갑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고민이 없는 건 현준영뿐이었다.

나는 나와 선배들이 애착을 가진 우리 프로그램이 저평가되는 게 싫다.

최소한 이렇게 시청률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시즌2보다 뒤처지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최소한 방수정 PD에 대한 죄책감은 안 생길 것 같았다.

나는 용기를 냈다.

“PD님.”

모든 이의 시선이 모였다.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의외로 현준영은 기다렸다는 듯 ‘그러세요’ 하고 담백하게 대꾸했다.

“말씀하신 대로 시청률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지만, 한 가지 간과하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간과하는 점이라고요?”

“네, 시청자 반응입니다. 사실, 인터넷 댓글들이나 시청자 게시판을 살펴보면 평이 반반으로 갈리고 있습니다. 전 시즌의 느낌을 바라는 시청자들도 많고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권민헌 PD가 슬쩍 노트북을 조작해 스크린에 몇 가지 사진을 띄웠다.

―아니;; 무슨 편집을 퀵실버가 했나. 편집하다 똥마려웠음? 왜케 속도가 빠르지 ㄷㄷ

―전 시즌들은 밥먹으면서 보기 좋았는데

―ㄴ ㅇㄱㄹㅇㅂㅂㅂㄱ

모니터링한 기사 댓글들과 시청자 의견이었는데, 부정적인 것들만 모여 있었다.

전에 내가 캡처해서 단톡방에 올렸던 것들이다.

하지만 내가 겪은 현준영은 고집이 대단해서 설득하기가 여간 쉽지 않은 사람이다.

자기보다 윗사람이거나 유명세가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결코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니 저런 댓글에도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크린을 보는 현준영의 표정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설득하려고 했다.

“사실 그날 무엇보다 PD님이 고생하신 부분도 많은데, 그걸 방송에서 보여 주지 않는다는 게 아깝습니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선배들 표정이 ‘저게 뭘 잘못 먹었나’ 하는 듯했다.

몇몇 눈치 좋은 선배들은 왜 현준영을 띄워 주는지 알아챈 것도 같았다.

“게임 예능적인 재미는 충분히 보여 주었으니, 이쯤에서 여행 예능으로서의 본질을 보여 줘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PD님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도 훨씬 좋아질 것 같고요.”

그동안 현준영을 따라다니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더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러니까 유명한 사람이나 윗사람이 다가오면 태도가 변하는 거다.

자신을 알아준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니까.

내가 노골적인 단어까지 선택해 이야기하자,

“아니, 뭘 또 그렇게까지. 난 시청자들 평에 그다지 신경 안 쓰는 사람이에요.”

아닌 척 이야기하면서도, 스크린을 한 번 더 힐끔 쳐다본다.

권민헌 PD와 유수현 작가가 나를 보며 눈짓을 했다. 좀 더 하라는 듯한 시선으로.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잠사> 시즌3부터 PD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청자들도 있는데, 이참에 그 점을 어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현준영이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는 버릇처럼 볼펜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들겼다. 그 소리가 무슨 메트로놈 켜둔 것처럼 일정해서 절로 조급함을 자극했다.

몇 분 동안 스크린을 노려보던 그가 고개를 돌려서 권민헌 PD를 보았다.

“여유는 좀 있죠?”

“……예. 데이터 넘길 시간은 아직 있습니다.”

“그래요…….”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은 의견이에요? 우리 부족함을 좀 더 드러내는 쪽으로 가자?”

그날 대비하지 못한 것은 현준영의 판단 미스 때문이었다. 그걸 ‘우리 부족함’으로 절묘하게 바꿔치기하고 있음에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예.”

“그편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소리를 높여 주자 현준영이 그제야 대답했다.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가야지 어쩌겠어요. 내가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불만 가득한 말투로 내뱉은 뒤, 현준영이 나를 보았다.

“대신, 달리 편집한 걸 나한테 가져오세요.”

“네?”

무슨 말인지 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멍하니 있자, 현준영은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띤 채 한 글자씩 끊는 듯이 말했다.

“자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 거 아닌가요? 생각하는 편집 방향도 있는 것 같아 보이고요. 시간 여유가 아직 있다는 말 들었죠? 그러니까, 직접 원하는 방향대로 편집해서 가지고 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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