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성공할 확률 100%-23화 (23/200)

23화 제작발표회

“마지막 티저 떴습니다.”

“반응 어때?”

선배의 물음에 나는 말없이 내 모니터를 슬쩍 돌려서 보여 주었다.

『<당잠사> 시즌3 필리핀 편, 그리울 새도 없이 돌아온 레전드 여행 예능!

미디어일보│10분 전

지난 봄여름 우리의 마음을 뛰게 해 준 여행 예능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새로운 시즌이 돌아왔다.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모인 제작진, 출연진은 새로운 여행지 ‘필리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준비가 완료된 듯하다.

1차 티저를 비롯하여 선공개될 때마다 화제를 일으킨 <당잠사> 시즌3는 오늘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첫 방송에 앞서 공개된 마지막 티저에서는 첫 화로 이어지는 새로운 수수께끼를 던지면서……

.

.

……이렇듯 방영 전부터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당잠사> 시즌3 필리핀 편은 매주 일요일 저녁 9시에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검색하는 기사마다 호평 일색.

그것만이 아니었다.

“우리 실검 1위 했어요!”

이민희가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들어와서는 소리쳤다.

그녀가 보여 준 것은 네이버의 메인 화면이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맨 윗자리에 당당히 <당잠사>가 올라 있었다.

『1위 당잠사

2위 당신이 잠든 사이에

.

.

5위 당잠사 시즌3』

더욱이.

『9위 류준혁

13위 최효명』

검색어에는 류준혁과 최효명도 올라 있었다.

비록 효명이는 다음 페이지였지만 그걸로도 화제성은 충분히 증명되고 있었다.

“더 오를 거예요. 30위권 밖에 있다가 올라온 거니까.”

이민희는 흥분한 얼굴이었다.

“우리가 만든 티저 자체의 반응도 괜찮으니까, 이번 시즌 시청률도 좀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요?”

인터넷 상에서는 이미 지난 시즌과 이런저런 비교를 하고 있었다.

아직 방영하기도 전인데 커뮤니티 여기저기에서 내기도 벌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화제가 되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제작 발표회 10분 남았다.”

“방금 입장한다고 메시지 왔었어요.”

이민희의 말에 퍼뜩 떠올랐다. 아, 내 스마트폰 어디 뒀더라?

좀 전까지 편집실에 있다 와서…….

그때.

지잉―

책상 구석에 아무렇게나 놔뒀던 스마트폰을 발견하고, AGD 앱을 실행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 시즌3가 시즌2만큼의 시청률을 기록할 확률’의 100%를 달성하였습니다.]

[수많은 변수의 적용과 적절한 아이템 사용이 평가됩니다.]

[1,000P가 적립됩니다.]

[현재 적립 포인트/사용 가능 포인트]

[3,643P/1,143P]

헐.

입으로 소리를 낼 뻔했다.

무지막지한 포인트에 입이 떡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AGD를 사용해 오면서, 한 번의 [100%] 달성으로 1,000포인트가 적립된 경우는 처음이었다.

마치 보너스를 듬뿍 얹은 듯 딱 떨어지는 숫자.

1,000포인트면 웬만한 아이템도 살 수 있다.

이렇게 AGD 앱에 대해 하나를 더 알았다.

변수가 많고 확률 변동이 심한 상황에서 100%를 달성할수록 포인트 지급량이 훨씬 늘어난다는 것.

말 그대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설마하니 확률 보기에서도 그 법칙이 통용될 줄이야.

그럴 돈도 없지만, 새 가슴이라 주식은 꿈도 못 꿔 봤는데.

이렇게 되니 확률 보기의 무서움이 새삼 와 닿았다.

[적립 포인트가 3,000P를 넘었습니다.]

[새로운 아이템 구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상점’에서 확인해 주세요.]

새로운 푸시도 도착했다.

[상점] 카테고리에는 내가 아직 정보를 볼 수 없는 아이템들이 있었다.

[적립 포인트 부족으로 정보 열람이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3,000P’ 적립을 초과하면서 여태 비공개 상태였던 아이템 정보가 해제된 모양이었다.

당장 ‘상점’ 카테고리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방해 받았다.

“안 가?”

박주영 선배가 나를 부른 것이다.

고개를 쳐들자, 나 말고 모든 사무실 인원이 서 있었다.

“제작발표회 곧 시작한대요. 회의실로 모이세요.”

회의실에 미리 프로젝션 연결을 하러 간 선배가 그렇게 알려 왔다.

시계는 정확히 3시 5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쉽지만 일단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일어섰다.

우리 팀 전원이 제작발표회에 참가하지는 않았다.

제작발표회의 참가 인원은 부장인 서인하, 연출책임인 현준영, 조연출인 권민헌, 메인 작가인 유수현까지 딱 4명이었다.

거기에 출연진 중 스케줄이 맞지 않았던 1명을 제외한 7명.

나머지 제작진은 사무실에서 대기였고, 지금 전부 회의실에 모였다.

큰 스크린에서 제작발표회가 중계되고 있었다.

제작발표회는 보통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중계되다 보니, 지금도 발표회 화면 우측으로 인터넷 채팅창이 보였다.

선배 중 1명이 금세 노트북을 조작해서 화면만 전체화면으로 바꾸었다.

어차피 채팅이나 커뮤니티 반응은 각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체크할 테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부터 ‘당신이 잠든 사이에3 필리핀 편’의 제작발표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사회를 맡게 된 개그맨이 그렇게 인사를 했다.

최근에 무슨 유행어 하나가 히트쳤던 개그맨인가 한데, 개그 프로그램은 잘 안 봐서 모르겠다.

“오늘 제작발표회가 시작되기 직전에, <당잠사> 시즌3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현준영 PD님?”

“하하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현준영 PD님께서는 시즌1, 2의 방수정 PD를 대신해 <당잠사>를 맡게 되셨는데, 느낌이 어떠셨습니까?”

사회자가 자연스레 현준영에게 질문을 하며 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냈다.

사실 사전에 준비된 대본대로의 진행이었다.

“채팅 체크하고 있지?”

“예. 기사 댓글도 체크하고 있습니다.”

제작발표회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각자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반응을 체크했다.

대본을 벗어난 질문이 오가는 일은 없었다.

지금 단계에서는 호의적인 채팅과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방수정 PD님이 없다는 사실에 좀 불만이 있는 정도네요.”

“그런 불만도 일단은 티저 때문에 많이 누그러진 것 같습니다.”

방수정 PD가 없다는 사실은 우리 팀원들도 여전히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방송 자체는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지난 시즌2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그렇게 생각하는 건 제작진만이 아니라 출연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출연진을 대표해서 류준혁 배우님께서, 촬영 중에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재밌는 에피소드요? 하하, 제가 그런 이야기는 말주변이 없어서……. 아, 그런 건 효명이가 잘합니다. 한마디 해 봐.”

“예? 저요?”

가만히 있던 효명이가 당황하면서 제작발표회 자리에 웃음이 번져 나갔다.

류준혁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이밍이 좋은 애드리브였다.

효명이는 일순 당황했다가도 능숙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또 그렇게 제작발표회에 한 번 더 웃음꽃이 피었다.

―류최 주식 삽니다!

―주식 떡상 가즈아아아!

―아직 주식 안 산 흑우 없제?

채팅창이 금방 두 사람의 커플링으로 번잡해졌다.

그 반응에 지켜보던 우리 회의실에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거참 매우 곤란한 일이었겠네요. 그럼 현준영 PD님, 제작진에서는 혹시 이야기할 만한 에피소드가 없었나요? 힘들었다거나, 재미있었다거나 하는 에피소드요.”

대본 준비하면서 들은 질문이었다.

저 대답은 현준영이 준비한다고 해서 특별히 팀원들이 관여할 일은 없었지만,

“역시 관광섬 미션날 비 내린 게 제일 힘들었지.”

“그날 정말 잘 풀려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어휴.”

팀원들이 고개를 젓는 사이에, 다들 같은 대답이 나올 것을 기대하며 스크린 속 현준영을 보았다.

현준영은 동글동글한 턱살을 쓰다듬다가 마이크를 올렸다.

“힘든 건 아무래도 기존에 있던 팀원들 사이에 섞이는 일이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제작 직전에 합류했던지라……. 그래서 촬영 사이사이에 식사라거나 술자리를 좀 많이 가지려 했죠.”

“그렇군요. 다른 방송사에 계셨으니 아무래도 시스템도 좀 달랐을 테고요.”

“그 부분은 뭐, 적응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죠.”

“그 적응의 결과가 이번 <당잠사> 시즌3에 그대로 녹아 있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예, 그럼요. 잠도 줄여 가면서 준비했습니다.”

현준영이 웃으면서 마이크를 내리자, 사회자가 이번에는 서인하 부장에게 질문을 돌렸다.

그렇게 몇 번 질문이 오가고, 그러면서 프로그램의 진행에 대한 질답도 오갔다.

어느 흔한 제작발표회다운 모습.

발언에 따라 검색어 순위가 들쑥날쑥하고, 현준영의 이름이나 류준혁의 이름도 순위에 올랐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제작발표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제작진도 출연진도 사실 이러한 행사에는 베테랑이었다. 물 흐르듯 대답이 이어졌다.

간혹 방수정 PD의 하차와 관련해 민감한 질문을 해 오는 기자도 있었지만, 그 부분은 사회자가 커트하거나 서인하 부장이 대표로 대답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첫 계획보다 다소 시간은 지체되었지만, 제작발표회는 별다른 일 없이 마무리되었다.

“그럼, 기자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 <당신이 잠든 사이에> 시즌3 필리핀 편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밤 9시, 다들 잊지 마세요!”

사회자의 인사와 함께 출연진, 제작진이 일어나 인사를 하고, 그러면서 인터넷 중계도 종료되었다.

종료된 이후에도 채팅창에 접속한 유저들은 떠날 줄 모르고 왁자지껄 떠들어 댔다.

욕은 적당히 거르며 체크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선배 PD가 툭 내뱉었다.

“어째 좀 섭하네. 제작발표회에 우리 이야기는 일절 없잖아?”

권민헌 PD 바로 아래 기수여서, 지금 이 자리에선 가장 짬이 높은 선배였다.

“관광섬 미션 날도 막내 놈 덕분에 그 방향으로 간 건데 말이지. 리얼함을 표하는 게 좋은 홍보가 될 거라고, 제작발표회에서 한마디 하겠다더니, 정작 일언반구도 없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그랬다.

현준영은 본인이 우리 팀에 스며들어 이끌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을지언정, 제작진 모두가 열심히 해 줬다는 식의 겉치레 한번 하질 않았다.

“뭐, 생색내는 건 아닌데, 치하 좀 해 주면 덧나나.”

“그러게요. 뭐, 자기만 고생했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속이 좁다고도 할지 모르겠으나, 제작진 입장에서 불만이 터질 법도 했다. 안 그래도 무리한 일정으로 대장까지 바뀐 입장. 가뜩이나 손발도 안 맞아서 지난 시즌보다 힘들었다고 말하는 선배들이 많았다.

나야 지난 시즌엔 현지 로케에 참여하질 못했으니 비교할 수는 없겠다만, 촬영분에서 봤던 걸 놓고 비교해 보면 확실히 현장 분위기가 달랐다.

인사치레인들 제작진들 공을 좀 치하해 준다고 나쁠 것도 없지 않나. 그만큼 사기도 오를 텐데.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 알면서도 안 하는 걸까?

“현준영 PD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긴 한가 봐요.”

“무슨 소문?”

“데리고 있는 팀의 성과를 쏙쏙 빼먹는단 소문이 있었어요. 정말 자기 능력으로 터진 건 그 아이돌 오디션 정도라나?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제작진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더라고요.”

방송계만큼 바닥이 좁은 데도 없을 거다. 더욱이 타 방송사라 해도 과 동기, 선후배 사이가 워낙 많아서 소문이 퍼질 곳은 워낙 많다.

“어쩌겠어. 지금은 우리 대장인데.”

“그건 그렇지만요…….”

“적어도 두 달은 더 그렇겠죠.”

PD, 작가를 불문하고 팀원들의 어깨가 푹 내려갔다.

현준영에 대한 불만이 더없이 쌓이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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