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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53화 (253/260)

# 253

253화.

[그만, 그만둬라. 그만!]

헤데아가 겁에 질려 외쳤다. 정시우는 듣지 않았다. 다른 방향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찾은 지배는, 레벨 8로 성장한 지금 이전보다 확실하게 헤데아를 구성하는 신들을 그녀로부터 잘근잘근 끊어 내고 있었다.

“아우 마시쩡.”

[그마아아아아안!]

그의 압도적인 마력으로 발동된 드레인은 그것을 파편 하나 놓치지 않고 잡아챘으며, 잡은 순간 모두가 정시우의 입속으로 직행했다. 그러나 이내 정시우는 굳이 손으로 붙잡아 입으로만 먹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아, 지금부터는 나만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해야겠어.”

[네놈, 네, 놈, 네, 노, 옴, …….]

헤데아의 목소리에 공포 영화처럼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지만 이미 산전수전공중전공동묘지전까지 헤쳐 나온 정시우에게는 즐거운 식사의 BGM이 되어 줄 뿐이다.

그는 전신으로 드레인을 발동하며, 고유능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하여 지금 이 순간도 그의 전신에 달라붙어 몸부림치고 있는 헤데아를 철저하게 분해했다.

그 결과 무슨 일이 생기는가 하면, 집단 헤데아로부터 떨어져 나온 신들의 파편이 눈 깜짝할 사이 드레인으로 인해 정시우의 피부로 흡수된다! 헤데아에게 그것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안 돼, 이대론 정말……!]

집단이기에 유지될 수 있었던 헤데아의 자아가 무너지고 만다! 필멸자를 상대로 공포에 질린 헤데아는 지금 당장 그에게서 벗어나고자 했으나 애석하게도 정시우는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들어오는 것은 마음대로여도 나갈 때는 아닌 것이다.

마스터 수준의 드레인을 무시하고 그에게서 벗어나기엔, 애석하게도 벌써 헤데아의 격은 상당히 영락한 후였다.

[큭, 이, 대체 무슨!]

“드레인이라는 스킬이야. 이것도 뭐 결국 지배에서 파생된 스킬이기는 한데.”

그렇기에 지배와의 궁합이 좋은 것이다. 정시우의 입가에 어린 미소가 점점 짙어져만 갔다. 반대로 헤데아는 점차로 공포에 질려 갔다. 물론 그녀의 형체는 이미 진즉 무너져 내렸기에 표정을 확인할 길 따위는 없었지만 말이다.

“뿌이이이이이!”

“그래, 우리 뿌이 고생했다.”

정시우의 승리를 확신한 세이락시아가 그제야 안도하며 그에게 다가왔다. 정시우는 헤데아를 집어삼키며 실시간으로 그녀의 힘을 세이락시아에게 나누어 주었다.

어차피 정시우는 헤데아의 힘을 깊게 탐구할 생각이 없다. 처음부터 생각했던 대로 헤데아의 힘 절반은 세이락시아의 것이었다. 녀석이라면 정시우보다 이 힘을 훨씬 잘 다룰 수 있을 터였다. 굳이 모든 힘을 하나로 모을 필요가 없으니, 그는 이제 굳이 모든 힘을 자신이 쓰려고 하지 않았다.

[감당, 할…… 수, 없을 것이다……! 한낱, 괴물 따위가!]

“괜찮아. 내가 괜찮게 할 거거든.”

“뿌우이이이이이!”

세이락시아가 환호의 울음을 내질렀다. 당연하게도 헤데아의 힘은 녀석과 궁합이 무척 좋았다. 헤데아의 목소리는 점차로 약해져 갔지만 세이락시아의 힘은 계속 증폭되어 갔다.

정시우는 지배와 드레인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그 힘을 세이락시아에게 나누어 주기까지 하려니 살짝 골이 아팠지만, 이것도 수련이라 생각하며 참기로 했다. 역시 예사 변태가 아니었다.

“애초에 너희는 힘을 모두 감당할 수 없어서 분열한 게 아니라, 혼자로는 다른 신들을 상대할 자신이 없어 하나가 되기를 선택했을 뿐이지? 물이란 그래. 한없이 쉽게 뭉칠 수 있지만 동시에 한없이 쉽게 나누어지지. 난 그것을 다시 다른 곳에서 뭉칠 뿐이야.”

[그, 아학…… 예, 언이……!]

끝내 헤데아가 목소리를 잃었다. 신이 자아의 분열을 일으킨다는 것도 이상한 말이었으나, 어쨌든 집단으로서의 헤데아는 확실하게 끝장이 났다. 설혹 이 자리에 남은 물 속성의 신들이 다시 집합을 이룬다 해도 헤데아가 귀환할 수는 없을 터였다.

“후우우우, 끈질겼다.”

“뿌우.”

그러니까 이 시점에서 정시우는 헤데아에게 승리한 셈이 되었다. 물론 아직 남은 신들이 있었으므로 그의 드레인은 끝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뿌이, 가능하겠지?”

“뿌이이이이이이!”

믿음직한 대답이다. 정시우는 이제는 자신을 공격하지도, 그렇다고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지도 못하는 물의 신의 흐트러진 집합을 깔끔하게 전신으로 빨아들였다. 그리고 그것을 세이락시아에게 전달했다.

그렇게 영원과도 같은 순간의 포식이 끝난 후, 그 자리에는 그들 둘만 남아 있게 되었다.

[레벨이 37 올랐습니다.]

[마력이 509 영구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역시 어마어마한 녀석이네. 성장은 거의 다 끝났을 줄 알았는데 레벨뿐만이 아니라 마력까지 더 증가하다니.”

마력이 10이던 상태에서 최대치 1이 증가하는 것과, 1,000이던 상태에서 최대치 1이 증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수치로 표현하기에 1을 더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실은 곱에 가까운 터이다.

이미 지난 1년이 넘는 세월 신과 화신을 폭식해 온 정시우의 마력이 509나 더 올랐다는 것이 헤데아가 품고 있던 마력의 질과 양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셈이었다. 그리고 물론,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룬 것은 세이락시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뿌우이이이이이이이이!”

어디까지나 정시우에게 종속되어 있는 만큼 세이락시아가 홀로 초월자의 위에 오를 수는 없다. 따라서 녀석의 겉모습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몸에 지닌 능력을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것인가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신의 되지 못한 정시우가 신들을 농락할 수 있는 것처럼, 세이락시아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뿌우우우!]

“오, 왕성하네.”

세이락시아는 자신의 본질적인 변화를 인지한 순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물로 가득한 헤데아의 세상을 곧장 제 것으로 접수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의 움직임은 무수한 물의 신의 집단이었던 헤데아보다 훨씬 빠르고 즉각적이었다. 보다 자연스러웠으며, 보다 저돌적이었다!

[큭, 이건 또 뭣…… 커헉!]

[이럴 수가, 리우도가 사라졌어!?]

[이, 이 힘은…… 헤데아?]

[아냐, 헤데아가 아냐. 보다 작지만 보다 은밀해…… 설마, 설마 헤데아를!]

당장 에리우가 세웠던 철의 장벽 너머가 난리가 났다. 세이락시아의 신고식이 제법 거했던 모양이다. 정시우는 히죽 웃으며 물속을 유영하여, 자신과 일행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그것만으로 벽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그 너머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던 일행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라, 생각보다 잘 버텼네?”

“그 말씀…… 형님한테 들으니 엄청 분통 터집니다만!”

장비하고 있는 (그들과 함께 마신화된)물품이며 얼굴이며 도저히 멀쩡한 몰골이라고는 할 수 없는 채로 용세하가 외쳤다. 그 짧은 사이 격전을 치르며 제법 성장한 모양이었다. 성장하지 못했으면 죽었을 테니까 당연한 일이다.

“다들 고생했어. 이제 다 끝났으니까 안심해.”

[내 생각보다도 빨리 끝내고 돌아왔군.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주인님?]

“비밀이지롱.”

“슈! 나는 처음부터 믿고 있었다!”

“오빠……!”

그들을 믿는다며 가볍게 말하고 헤데아를 상대하러 나서긴 했지만 정시우도 내심 일행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십이 넘어가는 숫자의 신을 상대로 이렇게 멀쩡하게 버티다니! 심지어 몇몇의 신을 잡아 해치우기까지 한 모양이었다.

“이거, 군단의 신 뒤세느의 이름이 우는구만.”

[너…….]

뒤세느는 그제야 정시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종잡을 수 없는 그의 고유능력이 대충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도, 그제야 얼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용이 아니구나! 너는 용을 버렸구나! 그리고 나와 같은……!]

“아, 용을 버린 건 맞지만 그래도 너랑 같진 않아. 너보단 내가 좀 급이 높지.”

[큭……!]

언제 어딜 가나 누구를 상대로도 지지 않는 거만함! 뒤세느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단시간에 헤데아를 해체하고 흡수할 정도라면 그의 말이 맞다고 봐야 했다.

[대체 어떻게, 이 군단의 신 뒤세느를 따돌리고 어떻게!]

“유언은 그걸로 끝이지? 그러면 시작해 볼까.”

[뿌이이이이이.]

등장과 동시에 곧장 신 하나를 잡아먹은 세이락시아가 금세 또 모습을 감추고는 뒤세느 무리를 감싸고 휘돌았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헤데아를 빼앗긴 것만 해도 최악인데 설마 그 힘을 고스란히 이용할 수 있을 줄이야!

시작은 에리우였다. 그녀가 신을 뛰어넘는 힘으로 물속에 장벽을 만들어 내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세이락시아가 없었더라면, 비록 헤데아는 정시우에게 먹혔을지언정 물의 세상에서 이렇게 불리한 환경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시우 본인은커녕 정시우의 권속에 불과한 이 둘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비참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너는 그것들을 이끌고…… 정말로 신도 세상도 초월하겠다는 것인가.]

“뭐야, 어느 쪽이 유언이야?”

[…….]

뒤세느는 금세 판단을 내렸다. 실로 분하고 원통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으나 이곳에서는 퇴각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가 신치고는 상당히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곧장 세상에서 빠져나가려던 그때, 늦지 않게 낌새를 읽은 정시우가 히죽 웃으며 한 손에 만상만화경을 꺼내어 쥐었다. 그것이 비추는 것은 바로 이 세상 헤데아의 둥지였다.

“누가 보내 준대?”

드레인이 발동했다. 단지 그뿐,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을 허장성세라고 판단한 뒤세느가 다른 신들에게 빠르게 신호를 하고, 세이락시아에게 바칠 제물을 한 명 내던지고, 그리고 권능을 발동하여 세상을 빠져나가려던 그때.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여도 빠져나갈 땐 아니라고 말했잖아? 아, 너희한테는 아직이었구나.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 알아 둬라.”

실로 터무니없는 폭거! 수아린이 사랑해 마지않는 모습이었다. 뒤세느는 애써 코웃음을 치며 재차 탈주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것이 드레인이 발동된 만상만화경 때문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빤했다.

[네놈…… 이미, 초월을!]

“신이고 세상이고, 내가 뭘 어떻게 초월하는지 판단하지 말아 줄래?”

정시우는 여전히 한 손에는 만상만화경을 쥔 채, 다른 한 손에는 마신의 징벌을 들었다. 용세하와 케이나는 방금 고생했으니 쉬도록 놔두기로 했다. 수아린이 기꺼이 그에게 축복을 걸어 주었다.

[공격력이 20% 증가합니다. 치명타를 입지 않게 됩니다.]

대체 그녀의 신성력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은 정시우의 레벨이 700을 돌파하고, 마력이 5천을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의 능력을 제법 유효하게 불려 주었으니 실로 신기한 일이었다. 지금 상태의 그의 공격력을 20% 증가시켜 주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필멸자니 초월자니, 그런 건 그냥 너희가 붙인 이름이잖아. 난 그냥 내 마음대로 할 거야.”

그 쉬운 결론을 내리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정시우는 씩, 자조하듯 웃고는……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있는 뒤세느를 향해 있는 힘껏 돌진했다.

주인을 잃은 세상은 그 주인과 가장 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는 정시우를 최대한 서포트해 주어, 신들조차 감지하지 못할 속도의 돌진을 이루도록 했다.

[카학!]

“아, 그리고 이거.”

정시우가 내지른 망치가 뒤세느의 가슴팍에 꽂혔다. 망치에 잔뜩 집중된 파괴의 파동이 그녀의 전신으로 퍼져 나가, 그녀의 마력과 혼과 육신을 동시에 비틀리게 해, 파괴했다. 그 경천동지의 돌격에 뒤세느를 비롯한 그 누구도 반응하지 못했다.

“스테이지로 따지면 30 정도구만 무슨 라스트야, 라스트는.”

정시우의 뒤끝이 작렬하는 순간 뒤세느가 소멸했다.

그녀를 따르던 신들은 차마 저항할 틈도 없이 그와 세이락시아에 의해 차례로 참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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