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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48화 (248/260)

# 248

248화.

[네놈이더냐? 필멸자의 나약한 육신으로 이곳을 어지럽히고 다니는 것이.]

[애석하구나, 너는 분명 강한 자이나 한 가지 정보가 부족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신들이 서로의 손을 잡을 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을 재개하는 신들에게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전장의 물을 흐리고 있는 정시우를 처단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암묵적인 협의 하에 가장 먼저 정시우를 소멸시킬 것을 합의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서로를 완전히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혹여나 정시우에게 상처를 입었을 때 동맹이라 생각했던 신에게 뒤통수를 맞을 확률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들이 택한 방법은 바로 이전 전쟁에서 구성된 동맹원들과 서로 협력하는 것!

“열심히 잘 찾아왔네. 애들 특훈시키느라 제법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정시우는 수아린에게 일행이 모두 회복된 상태인지 눈으로 물어보며 자신들의 앞을 막아서는 다섯의 화신을 향해 대꾸했다. 수아린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화신들이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너는 아직 헤데아의 화신을 만나 본 적이 없겠지. 우리는 그녀와 함께 미래를 추구하는 자들, 그리고 너같이 불온한 싹을 미리 밟아 없애는 자들이다.]

[헤데아가 걱정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제 알겠군. 그녀는 바로 너와 같은…… 주제 모르는, 필멸자들이 혹여 덜컥 신의 위에 오르지나 않을까 걱정했던 거야. 헤데아는 인류를 과대평가하고 있었구나. 이런 나약해 빠진 것을 걱정하다니!]

헤데아의 쫄따구라는 얘기를 엄청나게 길게 늘여 하고 있는 화신들을 상대로, 정시우는 으으음, 하고 목소리를 내며 우선 해머를 쥐었다. 다른 어떤 세상보다도 마나의 밀도가 높은 이곳에서 화신들을 상대하며 숙련한 마나의 길 스킬을 활용해 적의 특성을 차례차례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그들에게 자신의 의도가 들키기 전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신들은 종족 특성으로 수다, 혹은 거만을 장착하고 나오는 것인지 정시우를 앞에 두고도 다짜고짜 공격하기보다는 말로 기를 죽여 놓으려 하고 있었기에, 정시우가 여러 가지 스킬을 발동하며 해머를 들어 올리든 말든 눈치를 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애들이 상대하기에 어려운 녀석들은…… 맨 오른쪽이려나.”

[호오, 나를 알고 있는가? 그림자의 신이자 세상 모든 것의 이면을 다스리는 나 셰아다를! 나를 가장 먼저 지목하다니 필멸자 주제에 그래도 제법 보는 눈은 있구나!]

“응, 그러니까 너를 먼저 정리해 두자.”

정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있는 힘껏 해머를 내던졌다. 그의 부메랑 스킬은 이미 마스터 직전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고, 해머에는 이젠 거의 패시브처럼 발동되는 거신의 분노에 이어 바람의 질주, 카오스 크루얼 차지 스킬까지 적용된 상태.

[잠깐, 저……!?]

그 결과, 라이아가 내쏘는 번개보다도 빠르게 쇄도한 해머는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화신들이 미처 반응하기 전 정확히 셰아다라는 자의 뒤통수를 짓뭉개 버리는 데에 성공했다.

[카학!?]

그림자의 신이라는 것이 거짓이 아닌지라 셰아다는 실체도 명확하지 않았을뿐더러 물리 데미지를 제로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까지도 갖추고 있었지만 해머에 적용된 드레인 스킬은 그것을 완벽한 무효로 만들어 버렸다.

[레벨이 1 올랐습니다.]

[마력이 영구적으로 49 상승합니다.]

[부메랑 스킬이 Lv99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정통으로 해머에 얻어맞은 셰아다의 화신이 허무하게 소멸했다. 그로써 그 자리에 화신은 오직 넷만 남게 되었다.

명색이 신을 칭하는 만큼 움직임이며 반응속도가 인지를 초월한 영역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들이 눈을 깜박이는 동안 셰아다의 화신이 소멸한 것이다. 정시우가 마신을 완벽히 다루고 있다는 증거였다.

[……음!?]

[잠깐만, 방금 저 풍선 거인이 던진 해머에 셰아다가……?]

[말도 안 돼,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심지어 해머가 화신의 유해를 흡수하고 있잖아……!?]

신들은 단 한 방에 화신이 소멸되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지 못했다. 물론 셰아다는 허상의 힘을 다루는 만큼 화신이든 본신이든 내구력 자체는 다른 신들에 비할 바가 못 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어엿한 신이었다!

그런데 신의 의지가 직접 깃든 화신의 육신이 필멸자의 기술 한 방에 무너져 내리다니!

“야, 내가 이 사냥터에서 구른 것만 반년이 넘어가는데 설마 저 약한 놈을 한 방에 못 치우겠냐?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러나 정시우는 오히려 신들의 반응에 어이없어하며 대꾸했다. 그야 물론 처음엔 라이아의 화신과 붙으면서도 온갖 씨름을 해야 했지만 그것도 벌써 반년 전 얘기가 아니던가!

온라인 게임에서 반년 동안 같은 사냥터에서 사냥하면서도 실력이 늘지 않으면 욕을 먹어도 싼 것이다. 정시우는 이것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했다.

“화신의 전장을 게임 사냥터에 비유하시다니…….”

“저 성장욕의 화신 같으니…… 오빠는 아마 등산은 해도 하산은 안 할 거야. 아마 드립 커피도 안 마실 거야. 항상 아래로 떨어지기만 하니까.”

물론 정시우 일행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화신들에 이르러선 저 자식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듣지도 못했다. 실로 다행하게도, 정시우는 그들의 이해를 바라지도 기다리지도 않았다.

“그러면…… 너희가 왼쪽 두 놈 맡아라. 그게 나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가장 왼쪽을 맡지.]

“곧장 돌격하겠다!”

“뿌우이이이이!”

그 직후 이어지는 풍경도 신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정시우가 나름 쫄따구를 대동하고 다닌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으나, 설마 그 쫄따구들이 직접 신의 화신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쫄따구들이 전부 힘을 합쳐 달려드는 것도 아니고, 둘씩 짝을 지어 한 명씩 두 명의 신을 상대하려 들고 있었다!

[용세하, 죽지 마라!]

“이젠 슬슬 그 대사 듣는 것도 지친다!”

[하, 눈을 두고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것들이…….]

[신의 힘, 그 나약하고 어리석은 육신에 새겨 주는 수밖에.]

각각 용세하와 케이나의 돌진 대상이 된 얼음의 신 이에사와 금속의 신 리느에는 당황하면서도 감히 주제를 모르고 덤비는 필멸자들을 짓밟아 한 줌 핏물로 만들기 위해 저마다 제 능력을 구사했다.

그러나 그들은 불과 조금 전 자신들이 정시우의 무력을 오판했었다는 사실을 새카맣게 잊어 먹고 있었던 것일까? 전력을 다해 일행을 막아 내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벌레를 눌러 죽이는 것처럼 가볍게 능력을 발현한 것은 필시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되리라.

[음!?]

[뭐……!?]

그들이 발현한 힘이 소멸되었다. 어떻게든 다른 힘과 상쇄되어 소멸했다는 것까지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이 전투에 다른 신들이 관여했단 말인가?

그럴 리가, 혹여나 뒤통수를 맞을 것이 걱정되어 다른 화신들의 위치를 샅샅이 파악하고 이 전투에 임한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어떻게?

“뿌이이이.”

“이쪽도 제대로 붙어 볼까.”

물론 물어볼 것도 없다. 각각 세이락시아와 에리우의 고유능력으로 막아 낸 것. 화신들은 필멸자의 능력으로 그들의 힘을 막아 낼 수 있다는 가정조차 하지 못했고, 그것이 그들에게 더욱 큰 틈을 만들어 냈다.

정시우 일행이 지금까지 이 화신의 전장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너무나 오랜 세월 신을 제외한 다른 것들을 멸시해 온 탓에 아무리 눈앞에 진실을 들이대도 깨닫지 못하는 오만과 착각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학!?]

[이것이 바로 드래곤 주인님을 잃은 드래곤 나이트의 전력이다!]

“너 엄청 여유롭구나!?”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용세하 역시 정시우의 혹독한 감독 아래 단련한 오감을 완벽하게 활용하여 적을 밀어붙였다. 곧 뒤에서 지구의 기적 에리우와 세이락시아가 달려와 줄 것을 믿으며!

[네, 놈…….]

[우리를 능멸하고도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인간……?]

그리고 정시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일행이 돌격하는 것보다 조금 더 먼저 빠르게 돌진하여 두 명의 화신을 상대로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들이 일행에게 눈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도록!

[네, 작고 좁아터진 육신 안에 온갖 기적이 들어차 있는 것이 보이는구나……!]

[네놈이, 설마 헥토가 이르던……!]

“아니.”

헥토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시우는 망치를 있는 힘껏 내려쳐 화신의 정강이를 부수었다. 그것이 바로 화신을 이루는 핵심이 되는 부분이었다.

지극히 간단히 화신을 소멸시킨 정시우는 거기서 뽑아낸 마나를 그대로 해머에 두르며 나머지 한 손으로는 살아남은 화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반년 전의 그도 충분히 강했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 이 감각이다. 끊임없이, 누구보다 빠르게, 다른 어떤 이도 감히 넘보지 못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시우가 추구하던 극한의 강함이 아니던가!

“그 누구도 나를 예측하지 못하고, 재단하지도 못해. 그러니 다른 누군가에게 들은 말로 판단하지 말고 너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

[큭……!]

정시우는 해머를 내질렀다. 화신이 미처 그에게 반응하기 전 해머가 놈의 몸뚱이를 산산이 부수어 소멸시켜 버렸다.

“후.”

분열의 신 페세트. 그는 마치 아메바처럼 자신의 육신, 물론 화신까지도 여럿으로 나누는 재주를 지니고 있었지만 상대가 안 좋았다.

정시우는 먼저 소멸시킨 화신에게서 걷어 낸 마나를 바탕으로 드레인을 펼쳐 분열의 신의 육체가 분열되지 못하고 자연스러운 소멸을 맞이하도록 유도하여, 신들 가운데에서도 상대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페세트의 화신을 실로 간단하게 끝장낸 것이다.

[레벨이 2 올랐습니다.]

[마신 스킬이 Lv86이 되었습니다.]

[드레인 스킬이 Lv92가 되었습니다.]

[헤비 웨폰 배틀 스킬이 Lv99가 되었습니다.]

[괴력 스킬이 Lv94가 되었습니다.]

“좋았어.”

용과 관련된 부분을 덜어 내고 남은 자신의 핵심이 되어 주는 스킬들이 순조로이 성장하여, 이젠 그중 일부는 마스터의 경지를 바라볼 정도에 이르러 있었다. 마신 스킬은 아직 조금 더 남았지만…… 한 번에 셋, 넷씩 화신을 상대하게 된다면 분명 성과가 있을 터였다.

‘이 신이란 놈들은 하도 오랫동안 제 몸을 안 굴려서 그런지 배틀 센스가 바닥을 기고 있어. 기껏 여럿이 뭉쳤는데도 불구하고 협조 정신도 꽝일뿐더러…… 오직 권능을 발현하는 데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그리고 그것은 실로 정시우에게 좋은 일이다. 놈들을 상대하기 위한 필요 최저한의 마력이 받쳐 주는 이상 정시우는 몸을 놀리는 전투에서 지고 싶어도 도저히 질 수가 없었으니까.

굳이 거대한 마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무수한 존재의 힘을 빌릴 필요는 없다. 필요한 만큼의 마력을 지배하며, 순수한 본신의 기량을 성장시키는 것이야말로 승리를 향한 지름길이 될 터!

‘물론 광룡이라는 놈은 그렇게 해서 패배한 모양이지만…….’

정시우의 눈빛이 깊게 침잠했다. 그는 자신감이 넘치는 수준을 넘어 오만할 정도로 스스로를 믿었지만, 그래도 과거의 선배님이 실패했다는 역사까지 잊지는 않았다.

그는 한 손을 들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반년 전 시도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찬란한 빛이 일며 끔찍한 양의 마나가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해야 할 것은 단 하나.’

더욱 빨리, 더욱 강해지는 것. 그것도 광룡이 쌓은 세월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에, 광룡보다도 더욱 강해져야만 했다. 조만간 더욱 거대한 전쟁이 터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유가 얼마 남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더더욱 많은 화신들이 몰려들겠지. 잘된 일이야. 그들을 모두 해치우고 집어삼킨다. [절대적인 나]를 구축한다.’

정시우는 자신의 수하들이 필사적으로 화신들과 맞붙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들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 실시간으로 보다 많은 마나가 몰려들어 그의 몸집을 불려 나갔다. 그 무엇보다도 단순하고 강인한 의지, 그것을 현실로 이루어 내는 고유능력 지배가 조화되어 가능한 일!

그렇게 필멸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과거 어떤 초월자도 걷지 못했던 길을 걸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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