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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47화 (247/260)

# 247

247화.

비록 본격적인 전쟁이 재개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화신의 전장에는 다양한 신의 화신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중 정시우의 수하들과 맞붙기 제일 까다로운 자들은 허기의 신, 그림자의 신, 거울의 신과 같은 허상을 다루는 자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신들 중에서는 약체 취급당하는 그들이지만 아직 벽을 넘지 못한 필멸자들을 상대로는 그들의 거짓이 무엇보다도 무거운 진실로 다가오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시우에게는 그따위 것은 통하지 않았다. 그는 일단 적절한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그들의 전투에 있어 변수가 될 만한 것들을 정리하고, 마침 시기적절하게 나타난 바람의 신 프루타의 화신을 붙잡았다.

[음!? 네놈은……! 확실히 이전 나의 권속들을!]

“여기선 처음 만났지? 안녕!”

바람의 신 프루타. 무려 사대속성 중 하나를 관장하는 강력한 신이면서 천변만화하는 본질을 지니고 있었으니 시험 과제로는 어렵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것저것 다 어렵다고 쳐 내면 시험이 되질 않는다.

정시우는 그를 발견하자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워하는 프루타를 삽시간에 붙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일행을 불렀다.

“그러면 지금부터 시작해!”

[어째서 길을 잘못 들었는가, 필멸자? 비록 그 몸을 부풀리는 능력만은 칭찬해 줘야겠지만 고작 그것만 가지고 나를 상대할 수는…….]

그러나 프루타는 잘못 짚고 있었다. 놈의 상대는 정시우가 아니었으니까! 혹여 프루타가 도망칠 상황을 대비해 마력을 자아내면서도 일단 본인은 뒤로 물러나고 수하들을 앞으로 내보내는 정시우의 모습에 프루타는 벙 찌고 말았다.

[뭐……?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정시우 본인이 덤벼들어도 우스운 일이거늘, 설마 그가 부리고 있는 미천한 것들을 대신 내보낼 줄이야. 프루타는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것은 화신들 간의 전투에, 그들의 축복을 일부 흡수하는 데 성공했을 뿐인 권속들이 끼어드는 일과 다름이 없었다. 심지어 저들은 신의 힘을 지니고 있지도 않지 않은가!

“제, 젠장…… 어째서 내가 선두지?”

[그것은 네가 탱커이기 때문이다.]

“케이나 너도 굳이 따지자면 탱커잖아!”

“슈가 보고 있다. 계속 구시렁거리지 말고 돌격해라, 총알받이.”

“방금 총알받이라고 했겠다!?”

“뿌이.”

더욱이 그 수하들에 이르면, 자신의 힘을 듬뿍 담아낸 화신을 앞에 두고도 농담을 주고받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 당사자인 용세하는 죽을 맛이었지만 그것까지는 프루타가 알 수 없었다.

“씁, 어쩔 수 없지…….”

정말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어쨌든 용세하가 선두에 섰다. 그는 랜스와 방패를 고쳐 쥐고 두 눈을 부릅뜨며 프루타의 화신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돌격을 개시했다!

“어머니 아버지, 곧 만나러 갑니다……!”

[내 마음까지 찢어지는 돌격 대사로군.]

[주제도 모르는 미천한 것들이…… 바로 찢어발겨 주마!]

일대에 광풍이 몰아쳤다. 바람의 주인인 프루타의 이름에 어울리는 어마어마한 세기의 바람이! 오감을 모두 이지러지게 만드는 아찔한 광풍을, 그러나 용세하는 어떻게든 꿰뚫었다!

“흐오오오오오오오!”

[무어? 화신도, 하다못해 그들의 권속조차 못 되는 네놈이 어찌…… 큭!?]

손속을 조절한 것도 아니고, 공격이 빗나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미천한 존재가 그의 바람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그것은 프루타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태였다.

그는 아직까지 그들의 덩치가 거대해진 것을 보면서도 그들의 격이 상승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정시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 결과 일행의 몸에 힘이 깃든 것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용세하가 물었다! 돌진!]

“크하아아아아앗!”

“뿌우우우오오오오오!”

물론 정시우의 수하들은 프루타가 상황을 이해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주지 않았다. 여태까지 그들이 정시우에게 배운 것이라곤 무식하게 돌격하는 것밖에 없으니 그대로 실천할 뿐!

[이 벌레들이……!]

“못 간다!”

그때까지도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프루타는 가볍게 바람을 날리며 몸을 뒤로 빼려고 했으나, 용세하는 악착같이 놈에게 따라붙으며 기어이 방패로 놈의 복부를 가격했다.

“잘했다! 흐오옷!”

화신인 그가 그까짓 타격에 바닥을 구를 리도 없고, 단지 조금 신경이 쓰이고 짜증날 뿐이었지만…… 그 잠깐의 틈에 마력으로 강화된 대지가 솟구쳐 그의 몸통을 재차 가격했다! 프루타는 그 순간 처음으로 경악했다.

[음!? 이것은 유고의 힘인가!?]

“네놈 신들은 뭐든지 다른 신의 힘으로 설명해 버리고 마는 병에라도 걸린 것이냐!”

[뒈져라!]

바로 그때 케이나가 프루타를 향해 용세하보다 빠르고, 용세하보다 무거운 일격을 날려 왔다. 프루타는 그제야 적의 공격이 자신에게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진지하게 바람의 장벽을 세웠다. 직후 그것이 허공에서 쏟아진 파도에 의해 무너졌다.

[이, 이것은 헤데아……!? 설마 네놈들은 헤데아와 연관이 푸억!]

[역시 학습능력이 없는 놈이구나!]

케이나가 내지른 대검이 프루타의 몸통을 관통했다. 일반적인 생물체와 다르게 화신은 관통을 당했다 해도 그냥 정신적인 타격과 조금의 마나의 손실을 겪을 뿐이었으나 프루타는 자신이 필멸자를 상대로 관통상을 입었다는 사실에 그만 아연해지고 말았다.

[하찮은 것들을 상대로 내 전력을 내기에 마땅치 않아 적당히 하려고 했더니, 이것들이……!]

프루타의 전신에서 바람의 마나가 폭발했다! 용세하가 끝내 그것을 버티지 못하고 전신이 난자되어 날아갔으나 도중에 용세하를 확보한 수아린이 정시우를 회복시켜 주며 단련된 랩 스킬을 구사하면서 그를 어떻게든 회복시켰다.

[용세하, 너의 희생은 잊지 않겠다!]

“이 주먹은 나를 대신해 희생한 내 동료의 몫이다아아아!”

“뿌이이이이!”

그리고 동료들은 공격을 받아 내고 날아간 용세하를 이미 죽은 놈 취급하며 프루타에게 공격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케이나의 대검이 재차 프루타를 관통하고, 에리우는 주먹에 대지의 마나를 담아 강철보다도 단단한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으며, 세이락시아는 프루타가 발하는 바람을 자신의 물로 완전히 덮어씌워 역으로 놈에게 데미지를 입혔다.

물리, 마법이 적절히 조화된 린치에 프루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헤데아, 헤데아 네년이 감히 나를, 푸흡!]

“뿌이이이이이이이!”

프루타는 끝까지 헤데아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에 따라 에스컬레이트 되는 세이락시아의 분노! 정시우는 세상의 물을 모두 끌어다 쏟아붓는 것이 아닐까 싶은 세이락시아의 능력을 보며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

“역시 뿌이가 애들 중에서 제일 센 것 같아. 물 바깥에서도 이 정도라는 건, 물 안에서는 화신과 혼자서도 맞설 수 있지 않을까?”

“다들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데 정말 구경꾼 마인드로 관람하고 계시군요…….”

“아, 세하 다 나았냐? 그럼 돌격해라.”

“옙.”

용세하는 조금만 더 입 다물고 있을 것을, 하고 후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프루타에게 재차 돌격했다. 정시우는 그로부터 조금 더 그들이 치고 박는 것을 구경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차근차근히 급소를 파악해 가고 있어. 적의 데미지를 누적시키면서도 치명적인 타격은 어떻게든 피해 내고 있고…… 이 정도면 이길 수 있겠네.”

“오빠가 화신들을 사냥하는 걸 보아 왔기 때문이겠죠. 오빠는 그렇게나 간단하게 상대했던 적인데 저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협공하고 있으니…… 정말 눈물겹네요.”

수아린이 정시우를 탓하듯 하는 말에 그는 픽 웃어 버리곤 몸을 일으켰다. 그의 전신에 바람이 휘돌았다. 바람의 질주를 발동한 것이다.

“계속 지켜봐 줘. 그래도 앗 하는 순간 죽어 버릴 수 있는 게 신들과의 전투니까.”

“오빠는요?”

“저렇게 애들이 요란하게 싸우고 있는데 안 들킬 수가 없잖아. 난 다른 놈들 정리하고 올게.”

화신이란 작자들은 모두 마나 감지 능력이 최소 정시우 수준이다. 용의 감각이 있었더라면 정시우 쪽이 조금 더 유리했겠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은 아니었다.

따라서 정시우가 적을 먼저 감지하는 방법은 단 하나, 마나의 길과 지배의 힘을 병용하여 최대한 넓게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이 감지되면 그 순간 날아가 적을 상대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은 정시우의 수하들을 수련시킨다는 명목으로 정시우 자신이 극한의 수련을 하는 것과 같았다.

“다들 사이좋게 미쳤다는 것만은 알았어요.”

“어떻게든 전쟁이 재개되기 전에 최대한 힘을 불려 놓아야 하니까 말이지…….”

“전 스스로 용의 힘을 벗어던질 때 드디어 오빠가 죽으려고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죽으려고 사는 인간이 어딨냐.”

정시우는 수아린의 이마에 딱밤을 놓고는 곧장 허공으로 솟구쳤다. 정시우의 수하들을 상대하고 있던 프루타가 그가 자신의 능력을 구사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두 눈을 부릅떴지만, 그것이 새로운 빈틈이 될 뿐이었다. 프루타의 학습능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네가 정시우로구나. 영락없이 저기서 난동을 피우는 것이 네놈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 나는 널 모르는데 너는 나를 알고 있구나.”

한편 정시우는 무사히 방해꾼이 난입하기 전 놈을 막아서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놀랍게도 아직까지 정시우가 접해 보지 못한 패턴의 마나를 보유하고 있는 화신이었다.

[네놈은 필멸자 치고는 너무나 자주 소문이 들려와. 이미 멸절한 용의 힘을 품고 반역을 꿈꾸고 있다든가……. 그렇기에 꼭,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었지. 내가 끝내 헥토를 뛰어넘기 위해서도 말이야…….]

“용의 힘? 그건 이미 버렸으니까 안심해.”

[버려?]

정시우가 순순히 말해 주자 그 신은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놈이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파악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화신 특유의 놀라운 마나감지력 때문이 아니라, 그 신이 뱀의 신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뭣, 어떻게…… 그게 어떻게 가능했지?]

“응?”

기대한 반응이 아닌데? 정시우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뱀의 신 스니타의 놀라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것이 선천적인 것이든, 후천적으로 얻은 것이든 어떻게 ‘자신’을 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자신의 육신을, 자신의 마나의 일부를 떼어 내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렇게 태연히 마나를 다룰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존재의 근원에 관련되는 문제다. 그 누구도 자신의 근원을 부정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신들은 모두 근원과 조우하여 긍정하고, 그것을 깊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신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비록 정시우가 지하 플레이어가 되는 과정에서 용의 인자를 얻었다고 해도, 그로써 그의 근원에 용의 힘이 깃들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 그런데 정시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떼어 냈으니 스니타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정시우는 자신이 한 짓이 얼마나 대단한 짓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필멸자들은커녕 우리 신들에게조차 불가능한 것, 제 잘난 맛에 사는 헥토조차 그것을 거스르지 못해 나에게만은 쉬이 승부를 걸지 못하는데!]

“그냥 떼어 내면 되는데……?”

정시우는 대체 이 녀석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나 싶어 고개를 갸웃하며 대꾸했다. 그러자 스니타의 눈이 뱀처럼 가늘어졌다.

[떼어 냈다? 이 스니타조차 네게서 용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는데 고작 겉을 떼어 냈을 뿐이란 말인가? 만약에 정말로 그렇다면 네놈은 내게서 벗어날 수 없다!]

바로 그 순간 놈의 힘이 발현되었다. 정시우는 그것이 자신의 정신과 혼에 직접적으로 간섭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지렁이가 자신의 뇌 속으로 기어 들어오려는 것만 같은, 굉장히 불쾌한 감각. 더 이상 상대에게 어울려 줄 수 없다고 판단한 정시우는 마나를 걷어 내는 대로 곧장 놈에게 돌진해 놈의 몸을 반으로 찢어 버렸다. 스니타는 반으로 찢어져 놓고도 입을 나불대고 있었다.

[거짓말! 거짓말이다! 네놈에게서 용을 찾아볼 수 없지 않은가!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누구냐, 다른 신들이냐, 아니면 네놈이냐!]

“아…… 이 자식, 아까부터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하고 귀찮아 죽겠네.”

정시우는 놈을 한데 뭉쳐 구겨 버렸다. 이상한 수작을 부리려고 한 것에 비해 놈의 화신 자체는 나약하기 그지없었기에 금방 죽일 수 있었다. 스니타의 정체가 뱀의 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정시우는 정신 계열 공격을 하는 신이었나 보다, 하고 쉽게 생각하며 넘어갔다.

한편 정시우의 수하들은 무사히 프루타의 화신과 싸워 이길 수 있었다. 정시우는 몇 번 더 그들에게 그런 고난을 겪게 한 후, 어떻게든 화신과의 전투에 익숙해진 일행을 향해 생글생글 웃으며 선고했다.

“내가 마지막 과제라고 했었지?”

“그랬었죠, 형님.”

“그건 거짓말이다.”

“…….”

그로부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의 고난을 견뎌 낸 정시우의 수하들이 어떻게든 간신히 신의 화신을 두 체 동시에 싸워 이길 수 있게 되었을 즈음, 드디어 화신의 전장에서 신들의 전쟁이 재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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