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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46화 (246/260)

# 246

246화.

불과 얼마 전, 신들은 너나할 것 없이 거대한 전쟁에 휘말렸다.

유구한 세월 속에 느긋이, 그러나 누구나가 물러날 생각은 하지 않았던 단 한 명의 절대자를 정하는 신들의 전쟁…… 이제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전쟁이 천천히 진행되리라 믿어 왔거늘, 비슷한 시기에 여럿의 신들이 그 상황에 염증을 느끼고 다른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나 홀로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면, 일시적으로나마 다른 신들과 손을 잡는 수밖에.]

문제는 그렇게 생각한 신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바다의 신 헤데아를 주축으로 한 세력, 대지의 신 유고를 주축으로 하는 세력, 그리고 군단의 신 뒤세느를 주축으로 한 세력이 동시에 구축되니 삽시간에 화신의 전장에 긴장감이 높아지게 되었다.

근 몇 년간 전장의 상태는 그야말로 불꽃이 타들어 가는 폭탄과 같았다. 터질 시기조차 알 수 없는 폭탄. 그것이 여러 가지 사소한 이유가 겹쳐 기어이 얼마 전 성대하게 폭발했다.

무수한 신들의 화신이 맞붙었으며, 가장 약해진 신들은 본인의 세상까지 침범당해 목덜미를 물어뜯겼다. 그 신들의 세력에 속하지 않은 신들도 휘말릴 수밖에 없는 거대한 전쟁의 끝, 끝내 세력을 이끌던 신 중 하나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큭……. 나는 알았다, 헤데아. 우리는 전부 놀아난 꼴이라는 것을. 비대해질 만큼 비대해진 네년의 영혼에서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순간, 네년은 진정한 공포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흥미로운 말이군요. 하지만 알고 있습니까, 유고? 지금 우리가 앞을 보고 달려가지 않으면, 곧 뒤에서 덤벼 오는 자에게 당하게 될 것입니다.]

[뒤……? 설마 네년, 지금 필멸자들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이제 곧 제게 영원을 빼앗길 당신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겠지요. 즐거운 싸움이었습니다, 유고.]

[큭……!]

승자는 헤데아였으며, 패자는 유고였다. 뒤세느는 적절히 양측과 교전하며 이득을 거두고 물러났다. 정리하자면 간단했지만 그로써 뒤틀린 힘의 균형은 도저히 되찾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수십에 달하는 신이 영원을 잃었고, 수백 이상의 신이 성장했다. 가뜩이나 신들 가운데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던 헤데아는 그로서 완벽하게 최상위 신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이 정도라면 헥토나 세트나크와도 자웅을 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상대하기엔 아직 부족합니다. 아직 우리가 겨냥할 수 있는 신이 많이 남아있지요. 재정비를 마치는 대로…… 새로운 전쟁을 시작합시다.]

헤데아가 이룩한 동맹은 헤데아를 절대군주로 떠받드는 신들의 모임이 되었다. 그녀에게 복종하면 영원을 빼앗기지는 않고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약소한 신들이 그녀의 동맹에 참가하였다.

반면 뒤세느는 헤데아 또한 결국 절대자가 되길 원할 뿐이라고 주장하며 ‘이 전쟁을 절대로 끝내지 않기 위한’ 군단을 결성했다. 헤데아를 믿지 못하는 신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뒤세느에게 협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실로 군단의 신의 위용에 어울리는 솜씨였다.

[헥토와 세트나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 중 누구 하나라도 쓰러지는 순간, 정말 이 전쟁의 끝을 볼 수 있겠군요.]

[그러나 지금은 더 나아가기 위한 정비를.]

[이제…… 정말 몇 년 남지 않았어.]

재정비를 위해 누구나가 휴식을 필요로 한 시기에, 너무나 거대한 전쟁의 여파로 모든 신이 지쳐 물러난 전장에.

어떻게 이렇게 얄밉게 최적의 시기를 골라 침입해 온 것인지, 정시우는 화신의 전장을 골라 다니며 비 온 다음날 자라나는 죽순처럼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

[또, 또 너란 말이냐!]

“너 이제 좀 많이 약해지지 않았냐? 화신 하나에 신의 힘 10% 정도는 담기는 것 같은데.”

[내가 약해진 게 전부 네놈 때문이지 않더냐!]

라이아와는 벌써 네 번째로 마주쳤다. 정시우에 의해 본체가 약해지고, 그 본체의 힘을 수복하기 위해 다른 신들 다 쉴 때 전장에 뛰어들고, 그러는 바람에 정시우와 마주치고…… 일련의 악순환을 반복한 끝에 라이아는 저번 전쟁에서 어느 세력에도 속하지 않고 과실만 쏙쏙 골라 먹은 보람도 없게 약해지고 말았다.

[가뜩이나 요즘 하위세계 인간들의 저항이 이상하게 끈질겨져 세력 확보도 못하고 있는데……!]

“아, 그래도 그렇지 이젠 날 감지하자마자 도망가냐. 내가 마나의 길로 열심히 탐색하지 않고 있었으면 너 온 줄도 몰랐을 거 아냐. 이쯤 되면 우리 정 들 때 안 됐어?”

[언젠가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용세하의 깐죽 스킬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고도의 약 올리기 스킬로 라이아를 놀리며 그녀와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정시우의 모습은 이미 화신의 전장에서만 한 5만 년은 구른 역전의 병사와도 같았다. 실제로는 이제 고작 세 달이 흘렀을 뿐인데!

“좋아, 잡았다.”

[크흑…… 너 따위 간이 배 밖에 나온 필멸자는 전쟁이 다시 활발해지기만 하면 바로 끝장이 날 거야!]

“그런 나를 걱정해서 네가 나를 미리 성장시켜 주려고 이렇게 찾아온 거지? 네 마음 다 알아. 잘 먹을게.”

[으그아아아아아아아!]

라이아가 이전보다 강했을 때도 정시우가 그녀를 이겼거늘, 이미 세 번씩이나 데이터를 분석당하고 약화된 지금에 와서 그녀가 어떻게 정시우를 넘겠는가? 더욱이 하도 신의 번개에 얻어맞다 보니 뇌전 내성까지 성장해서, 이젠 라이아의 화신을 사냥하는 것이 어지간한 신의 권속 잡기보다도 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시우는 라이아의 뇌전을 익숙한 자세로 맞아 주며 해머를 휘둘렀다. 신들의 힘을 흡수해 끔찍하게 성장한 마신의 징벌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라이아의 골통을 부수었다.

[레벨이 2 올랐습니다.]

[마력이 영구적으로 204 올랐습니다.]

[뇌전 내성 스킬이 Lv81이 되었습니다.]

[마신 스킬이 Lv51이 되었습니다.]

정시우는 라이아의 유해를 가볍게 붙잡아 기록과 에너지를 흡수했다. 물론 레벨이 600을 넘은 이후로는 굳이 스테이터스를 보지도 않고 있었다. 그냥 조금 더 강해졌는갑다, 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무지는 용감 스킬이 Lv87이 되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이 스킬이 엄청 빠르게 성장하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네…….”

무지는 용감 스킬은 성장하면 할수록 심플하고도 경악적인 능력으로 진화해 왔는데, 지금에 이르러선 정시우가 뭘 모르고 멋대로 할수록 그가 하는 일의 성공률을 높여 주기에 이르러 있었다.

적이 뭔 마법을 쓰는지 모르면 그 마법에 당해도 별로 안 아프고, 적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는 몰라도 따라잡고 싶으면 제법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것! 대체 이 스킬이 어떻게 성립하는 것인지 정시우 본인도 모르는 기적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었다.

“쩝, 용의 감각을 완벽히 대체해 주는 것 같아 고맙긴 한데 내가 스킬을 사용하면서도 당최 파악할 수가 없으니.”

용의 감각을 익히고부터는 상대에 대해 미리 파악하는 것이 쉬워져 무지는 용감을 활용할 기회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었는데, 용의 감각을 잃고 마나의 길로 그것을 대체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은 무지는 용감이 채워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좋은 일이지만 납득이 안 가는, 그러나 살아오는 내내 이런 비슷한 일들을 겪었으니 수긍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이 현실 앞에 정시우가 한참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자니 수아린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문득 말했다.

“오빠가 보기엔 그래도 타고난 머리나 육감은 상당히 좋잖아요. 제 생각엔, 오빠가 하도 머리를 굴리지 않으니까 오빠의 무의식 속에서 뇌가 멋대로 열심히 구르면서 일을 한 결과가 아닐까요?”

“제법 그럴듯한 가설이라는 점이 제일 짜증나는데…….”

“사랑해요, 오빠.”

“실컷 욕해 놓고 그걸로 커버치려고 해도 안 넘어가 준다.”

“아얏.”

정시우와 수아린이 이젠 애교처럼 주고받는 대화를 하며 투덕거리고 있자니 저편에서 전투를 마친 동료들이 신의 권속들의 유해를 질질 끌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형님, 얘네 마나 좀 부탁드립니다.”

“아, 그래. 수고했다.”

“마나가 그렇게 깔끔하게 빠져나오다니, 지배 능력은 정말 강탈 능력의 상위 호환이구나…….”

그래도 몇 달이 지났다고 화신의 전장에 돌아다니는 신의 권속들도 제법 많아진 상황이라, 그가 편하게 라이아와 1대1로 붙는 동안 그의 일행이 다른 권속들을 정리해 놓고 있었다. 정시우는 사체로부터 마나와 남은 기록을 모두 뽑아내 정화하며 수하들을 칭찬해 주었다.

“너희가 없었으면 조금 더 귀찮았을 거야. 고마워.”

“그냥 칭찬만 해 줬으면 더 기뻤을 텐데.”

일행 중 가장 먼저 정시우의 키를 따라잡은 에리우가 툴툴거렸다. 그래도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는 것이 그녀가 이미 정시우에게 완벽히 적응해 버렸음을 증명했다. 그때 유일하게 정시우의 얕은 수작에 걸려들지 않는 케이나가 그에게 심드렁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주인님, 저들이 묘한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아무래도 저치들이 모시는 신이란 것들이 취하고 있던 휴식 기간이, 주인님의 등장으로 조금 짧아지게 된 모양이야.]

“이제야?”

정시우는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다. 그가 이렇게나 신나게 권속들과 화신들을 사냥하고 돌아다녔는데 이제야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을 하다니 엉덩이가 무거운 것도 정도가 있지 않은가!

“심지어 파편이나 회수하고 다니던 때와는 달리, 화신은 하나 죽을 때마다 손해가 엄청난데 말이지.”

[반대로 파악해야겠지, 주인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이 움직이지 못했을 만큼…… 지난 전쟁의 여파가 어마어마했단 얘기다.]

“그것도 그렇긴 한데 말이지…….”

정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일행을 둘러보았다. 어쨌든 그 덕에 자신뿐만 아니라 일행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

처음엔 권속들을 상대하면서, 화신을 상대로 죽지 않고 도망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만족할 셈이었는데…… 이젠 이 녀석들의 힘을 모으면 화신 하나는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정시우의 고유능력과 마신 스킬이 대단하기도 했지만, 본인들의 노력과 재능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아마 정시우가 지배 능력을 끝까지 오해하고 있었더라면 이 녀석들 스스로 이만한 경지에 오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가, 이게 바로 유닛 육성을 하는 기분인가……!”

“아마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시우는 잽싸게 태클을 거는 용세하마저도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바로 조금 전까지 신의 권속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음에도 아직 지치지 않은 듯한 모습의 수하들이 그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그럼 이제 너희에게 마지막 과제를 수여하마. 이건 너희가 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성장했기에 비로소 해제된 시크릿 과제라고 할 수 있지.”

“형님, 제발. 그런 과금 안 했으니까 제발……!”

벌써부터 정시우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한 용세하가 안색을 새파랗게 물들이며 고개를 저었으나 정시우는 용서가 없었다. 그는 끝내 그것을 입에 담았다.

“이제 너희 힘만으로 화신을 사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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