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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45화 (245/260)

# 245

245화.

“과연, 그렇게 된 것이었는가.”

“뿌우…….”

정시우는 에리우와 세이락시아에게 간단히 사정을 설명했다. 하늘성 건설의 근본적인 목적과 자신이 어떻게 거기에 엮였는지, 어째서 그것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했는지 모두.

생의 출발점이 몬스터였던 그들은 강해지면 그걸로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정시우가 어째서 모든 것을 놓아 버렸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정시우가 한결 개운해하는 모습이었으므로 좋은 셈 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정시우가 더욱 강해지기도 했고 말이다.

“더 이상 슈와 한 몸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은 금지입니다.”

“그래도 한 몸이 되는 방법은 그것만이 아니니…….”

“대놓고 꼬드기는 것도 금지!”

에리우도 그렇고 세이락시아도 그렇고, 그들은 원래 몸집이 거대한 몬스터였다. 물론 인간의 모습으로도 그만큼의 덩치를 확보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곳 화신의 전장에서는 그것도 부족했다.

“내 전력으로 이 정도인가……. 이곳에서라면 전에 비할 바 없이 강해질 수 있겠는걸.”

“뿌이.”

“네 생각보다도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테니 기대해.”

용세하나 수아린, 케이나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줄어든 만큼 에리우와 세이락시아를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져, 정시우는 지배와 마신 스킬의 병용으로 그의 종속들을 모두 화신의 전장에서 활동하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불려 놓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걸로 만족하면 안 돼. 다들 알고 있겠지? 최종목표는 나랑 비슷한 사이즈니까.”

“오빠도 참 무리한 말씀을 하는군요.”

“너랑 나랑 비슷한 사이즈 되기 전까진 맘대로 뽀뽀도 못한다.”

“잠깐만요, 마치 이전에는 제 쪽에서 맘대로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렇게 된 이상 오빠가 그 말을 후회하도록 만들어 드릴 테니 각오하세요!”

정시우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의 힘을 모두 합쳐도 정시우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그래도 숫자가 불어나니 제법 그들의 위세가 당당해졌다.

신들은 여전히 지난 전쟁에서 입은 피해와 피로를 추스르느라 화신의 전장에 눈을 주지 못하고 있었고, 정시우 파티는 그 틈을 활용하여 전장을 마음껏 활보하고 다녔다. 물론 주 타겟은 신들이 미처 챙기지 못해 전장에 버려진 종속들!

[네, 네놈들은…… 설마 요즘 떠돌던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음, 이 녀석은 바위의 신의 종속인가. 그렇다면 뿌이, 너로 정했다!”

“뿌뿌잇!”

“그 울음소리 진짜 포X몬 같으니까 그만두게 해욧!”

상대의 능력과 특징을 간파하는 정시우의 실력은 여전했다. 어지간한 X켓몬 트레이너보다도 정확한 센스로 적과 아군의 무력 밸런스를 측정해 상황에 적합한 녀석을 내보내 상대를 꺾어 나가며 아군의 경험치를 쌓고 그들의 덩치를 불리는 것이다!

[큭, 어째서…… 신의 종속인 나보다도 강한 힘을!]

“뿌이이이이이!”

속성을 다루는 고유능력을 다루면서 정시우의 보조까지 받는 세이락시아의 힘은 필멸자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 물론 그것은 대지의 힘을 다루는 에리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후, 인간의 육신으로 벌이는 전투도 재미난데 그래!”

[쿨럭! 대, 대지의 신의 종속도 아니고 대체 어떻게……!]

“그것이 바로 나의 힘, 슈가 깨닫게 해 준 힘이다!”

“조금 부끄러우니까 큰 소리로 그런 말 하지 말아 줄래?”

세이락시아와 에리우는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빠르게 화신의 전장에 적응했고, 자연히 그들의 덩치는 빠르게 일행을 따라잡았다. 과연 지구가 낳은 최대의 기적에 걸맞은 솜씨!

이렇게 된 이상 쫄리는 것은 용세하와 케이나였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말은 실로 지금 상황에 걸맞은 얘기다.

“기껏 형님을 보조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나 했는데…… 이대론 안 돼.”

[너도 나와 뜻이 같은가. 이렇게 된 이상 우리끼리 특훈이다, 용세하.]

케이나가 제안했다. 물론 속내가 따로 있었지만 용세하는 그것을 알 도리가 없었다.

“전투 외에 따로!?”

[지금은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 화신의 전장에서 다시 본격적으로 화신들이 활동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실력을 키워야 해!]

“큭……. 어쩔 수 없지. 당장 시작하자.”

[훌륭한 자세다.]

신의 축복과 힘을 가득 나누어 받고 성장한 종속들과 싸우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육체와 정신에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남기는 만큼 나머지 시간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던 그들이었으나, 경쟁자들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것을 보며 더 이상 그럴 수만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 정시우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철저한 경쟁 구도 속에서 자라난 폐해가 이렇게 사람을 망쳐 놓는 것이다!

“좋아, 계획대로다. 역시 애들 키우는 데는 경쟁이 최고지.”

“다들 신나서 날뛰니까 제 부담까지 커지잖아욧.”

“그것도 계획의 일부였어. 너도 성장해야지.”

“오빠 미워욧.”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흘렀다.

특훈이 보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용세하와 케이나를 포함해 일행은 이제 정시우의 덩치의 7할 가까이는 따라잡은 상태였다. 그동안 정시우도 조금씩 몸집이 커졌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으리라.

문제는 화신의 전장의 상황이었다.

“왜 아무도 없지? 우리가 이렇게나 날뛰고 있는데, 슬슬 신들의 집단적인 반응이 와도 이상할 게 없는데 말이지……?”

“그러게요……?”

어지간한 신의 종속들을 모두 걷어 내고, 구석에 짱 박혀 있던 약한 신의 화신들을 깔끔하게 먹어 치웠을 때까지도 신들이 복귀하지 않자 정시우는 어째서 더 이상 몹이 리젠되지 않는가(어째서 신들이 화신의 전장에 돌아오지 않는가)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으나…… 곧 답을 깨달았다.

“그렇구나, 이 새끼들 원래 이렇게 느긋하던 새끼들이었지!”

“그렇죠, 애초에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전쟁이 일어난 것부터가 기적이었죠. 그렇다는 건…….”

잘하면 앞으로 수십 년간은 다들 얌전히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제야 현 상황의 원인을 깨달은 일행은 다들 벙 쪄 있었으나, 이내 엘이 정시우에게 침착하게 물어 왔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 슈? 이곳 환경이 환경인만큼 우리끼리 수련해도 성과가 있긴 있을 것 같다만.”

“그런 식으론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니까. ……그리고 아직 너희가 모르는 사실이 있어.”

정시우가 만상만화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비록 그들의 덩치에 비하면 한없이 작지만, 그동안 마나를 빨아들이며 성장한 것도 있어 아티팩트의 위용만은 굉장했다.

“화신의 전장은 이곳 한 군데만이 아니라는 거지.”

“아, 얘기가 그렇게 진행되는군요?”

“일단 만상만화경이 기록하고 있는 전장을 다 쓸어 보고, 그때까지도 상황이 진전되지 않으면.”

정시우는 굳게 눈을 빛냈다.

“그때까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제일 약화된 신부터 잡아먹으러 가자.”

“하지만 반대로 저희가 잡아먹히게 되면요?”

“사랑해, 아린아.”

“언제까지고 그걸로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욧!”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게 먹혔다. 수아린은 그 사실이 제일 분해 땅을 구르면서도 순순히 만상만화경이 뿜어내는 빛에 몸을 맡겼다. 철저한 계획이라곤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을 몸으로 때우는 무식하기 그지없는 돌진!

그것이, 지금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법이 되었다.

[또, 또 네놈과 마주치다니……!]

“이렇게 반가울 데가! 라이아잖아!”

두 번째로 찾은 화신의 전장에는 놀랍게도 라이아의 화신이 있었다! 첫 번째 전장에서 그녀가 더욱 강해지기 위해 전장을 쓸어버리고 있었다면, 이 전장에서는 정시우에게 화신을 잡아먹히는 바람에 대폭 줄어든 힘을 되찾기 위해 전장을 휩쓸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신이 그녀처럼 근면하게 일해 준다면 정시우 입장에서도 얼마나 고마울까, 그는 라이아에 대한 감사를 담아 해머를 쥐고 그녀에게 돌진했다!

“안녕, 잘 가!”

[오지 마, 오지 맛!]

“큭!”

일전의 전투에서 어찌 되든 그와 거리를 좁히면 끝장이 난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던 라이아는 두 눈을 부릅뜨며 그에게 화신이 다룰 수 있는 최대 출력의 뇌전을 쏘아 냈다.

그러나 이 전장에 있는 것은 정시우뿐만이 아니었다. 우선 엘이 전력을 담아 솟구치게 한 바위산이 1차로 번개를 막아 내고, 산을 우습게 돌파하고 정시우의 몸에 직격하려던 번개가 세이락시아가 불러낸 파도의 벽에 막혀 사방으로 방전했다.

그것으로도 미처 막아 내지 못한 번개가 정시우의 마신 일부를 태웠지만, 그땐 이미 정시우의 해머가 라이아의 몸통을 가격하고 있었다!

[내가 또 당해 줄 줄 알아!]

비록 정시우의 종속들이 지닌 힘에 놀라긴 했으나 정시우의 우직한 돌격에 당해 줄 만큼 단순한 그녀가 아니다.

그녀는 차라리 역으로 그의 종속들을 공략할까, 잠시 고민하다가는 괜한 짓 하다가 그에게 얻어맞아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현명한 판단과 함께 빠르게 허공으로 솟구쳤는데, 놀랍게도 다음 순간 정시우는 그녀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어, 떻게……!?]

“글쎄, 어떻게 한 걸까?”

강렬하게 뻗어 나온 분노의 망치 일격을 뇌전의 방패로 어떻게든 막아 내면서도, 라이아는 자유로이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정시우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해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내 그에게서 바람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설마 프루타의 힘……!? 나의 힘을 빼앗았듯이 그의 힘을 빼앗은 거야?]

“아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이건 완벽한 내 힘이지. 내게 복종하는 나의 힘.”

비록 카오스 윙을 잃었어도 바람의 질주의 힘은 남아 있었다. 아니, 오히려 날개라는 수단을 잃어버렸기에 더욱 바람의 질주를 깊이 고찰할 수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벗어 던진 지금, 정시우는 오직 스킬의 힘만으로 하늘을 나는 것이 가능해진 상태였다.

“그러면 이제 슬슬 2차전 시작해 볼까?”

[큭……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나 주마!]

라이아는 자신 못지않은 속도로 비행까지 할 수 있는 정시우를 상대로 화신 상태로 이겨 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만큼은 현명했다. 그녀에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정시우가 이미 그녀의 도주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딜!”

[큭…… 이것, 놓지…… 못해!?]

바람의 질주의 힘으로 그녀를 전력으로 뒤쫓으며 동시에 드레인의 힘으로 그녀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인다. 대상이 세상 그 무엇보다 순수한 마나의 정화인 화신이기에 가능한 일!

“우선 한 방!”

[캬학! 끄으아아아아아!]

그녀가 쉬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든 상태에서 부메랑 스킬의 힘과 거신의 분노를 동시에 담아 내던진 망치로 뒤통수를 가격하기까지 하니, 끝내 라이아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반드시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겠어!]

“좋아, 그 기세야!”

번개의 화신이 스스로의 몸을 거대한 뇌전 덩어리로 변화시켰다. 화신의 육체를 통째로 희생해서라도 정시우를 불태워 버리겠다는 각오를 품은 것이다. 그러나 정시우는 그것을 상대하면서도 흡족하게 웃을 따름이었다.

“좋아, 마나의 길 스킬 단련에 딱 좋겠어.”

“아아.”

여태까지 그들이 벌여 온 신의 종속들과의 전투를 스스로 비웃게 만드는 신화적인 광경을 올려다보며, 용세하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저걸 어떻게 따라잡아.”

[정신 차려라, 용세하. 그가 우릴 키운 보람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줄 때가 왔다.]

라이아가 발한 강렬한 마나에 이끌려 가까운 곳에 있던 신의 종속들이 하나둘, 근처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전후 정리가 완벽히 되지 않은 전장이니 그도 당연했다.

“그래, 해 보자고.”

용세하는 힘없이 웃으며 랜스를 들었다. 이미 라이아의 초격을 막아 내느라 힘을 많이 소모했을 터인 엘과 세이락시아도 전혀 그런 기색을 티 내지 않으며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이 많은 인원의 목숨을 동시에 케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수아린의 눈동자만 뱅글뱅글 돌아갈 뿐이었다.

“지, 지옥. 지옥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진정한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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