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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44화 (244/260)

# 244

244화.

화신의 전장에는 화신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이곳 또한 평범한 세상이었고, 자연적으로 발생한 몬스터들, 그 전부터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던 인간들이 있었다.

물론 세상의 마나가 차올라 풀 에이지에 이르게 되며 평범한 몬스터나 인간은 절멸을 피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 가운데 살아남은 이들이 있다. 바로 신의 은총을 받아 이 세상에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자들이다.

“예를 들면 크라켄이나 아르고스가 그렇지.”

[네놈, 아르고스를 꺾은 것인가!?]

마신 상태의 정시우와 비슷한 체구를 지닌 늑대인간이 그를 경계하듯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그는 달의 신 루나의 종복으로, 달의 힘이 차오를 때에는 어지간한 화신들에게 유효타를 입힐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녀석이었다.

“용세하, 너로 정했다!”

“제가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죠…….”

즉 지금의 용세하와 무력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과거 정시우가 거인화를 구사하고 나서야 겨우 꺾을 수 있었던 적을 용세하보고 상대하라니!

물론 그때로부터 세월도 엄청 흘렀을 뿐더러 지금 자신이 정시우의 지배의 힘에 의해 강화될 만큼 강화된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두려움이 앞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괜찮아, 죽지는 않을 거야.”

“전 형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때가 제일 무섭습니다.”

[음, 네놈이 내 상대냐?]

내심 정시우와 붙으면 죽을 거라 확신하고 있던 거대 늑대인간은 그보다 훨씬 만만한 용세하가 등장하자 화색이 되었다. 화신의 전장으로 와서 느낀 것이지만 이 녀석들, 가장 원초적인 힘에 기대어 살아가는 놈들이다 보니 감정의 수준도 형편없이 단순했다!

“이길 수 있어, 세하야! 적절한 깐죽거림과 도발만 잊지 않는다면!”

“열심히 하고 오겠습니다…….”

자신은 목숨을 걸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 아닐까, 용세하는 이곳에 들어와 벌써 몇 번은 후회한 그 선택을 돌이켜보며 맥없이 늑대인간을 향해 돌진했다. 늑대인간은 어떻게든 후딱 용세하를 붙잡아 정시우와 영혼의 교섭을 벌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그를 맞받았다!

그렇게 15분이 흘러, 용세하의 창이 기어이 놈의 뇌를 관통했다.

[레벨이 3 올랐습니다.]

[멸광천격 스킬이 Lv11이 되었습니다.]

[크, 학!]

“이겼잖아!?”

대체 어떻게 싸운 것인지 스스로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격전 끝에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보며 용세하가 경악하여 외쳤다.

그러나 정시우는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달의 신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고 있는 늑대인간의 사체에서 드레인과 지배를 병용하여 힘을 솜씨 좋게 뽑아내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내가 화신들 상대하고 있을 때 그 종복들 정도는 네가 한꺼번에 막아내야 한다.”

“또 금세 허들이 높아졌지 않습니까!?”

“그 정도는 해야 도움이 되지. 더구나 많이 싸울수록 몸집도 불릴 수 있어. 봐, 지금도 좀 커졌지?”

“끄으으응, 그건 그렇지만요…….”

수아린과 용세하는 정시우의 성장에 따라 경험치를 나누어받고 성장한다. 그것은 더 이상 정시우가 지하 플레이어가 아니게 된 지금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것과 마신 스킬은 별개였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최소한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그들의 격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강적과 맞서 싸워 훌륭히 승리를 거두어낸 지금, 마신 스킬의 힘을 더욱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용세하의 영육은 실시간으로 크기를 불려가고 있었다.

“그럼 선배님은요! 선배님 덩치도 좀 커진 것 같은데요!”

“아린이는 성장의 방향성이 다르잖니.”

수아린은 어디까지나 신성력을 다루는 사제로서 성장한다. 그녀가 살린 생명만큼 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지금 전투는 그녀의 치유가 조금만 늦었어도 용세하가 픽 쓰러질 뻔한 순간이 많았기에 그녀의 공적도 상당히 높았다.

“그건 엄청 비겁한데요!”

“꼬우면 너도 사제하지 그랬냐.”

“그러게요, 저도 지금 후회중입니다.”

정시우는 용세하를 토닥여주며 잠시간 생각했다. 지금은 수아린과 용세하를 보조하는 게 최대이지만, 이 녀석들이 어느 정도 마신에 적응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좋아, 해볼까.”

“오빠가 또 쓸데없이 멋진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리는데…….”

“선배님, 불안한 복선 깔지 말아주시죠.”

화신의 전장의 최대 위험 요소였던 라이아를 꺾은 지금, 화신의 전장에서는 강한 화신, 혹은 무리지어 다니는 화신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전의 거대한 전쟁…… 그 전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이야말로 화신의 전장에 적응하고 힘을 불리기에 최적의 시기였던 것! 만약 정시우가 하위세계에서 용사놀이나 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더라면 이 황금의 시기를 놓쳤을 것이다.

“빨리 와라, 세하야. 적어도 내 체구의 절반 정도는 확보해야지!”

“그 정도 되면 제 힘도 형님의 절반 정도는 됩니까?”

“아니, 그건 무리지.”

“역시 그렇군요…….”

그로부터 사흘 정도가 지나 용세하는 정시우가 바라는 만큼의 격을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다. 적어도 이 정도면 정시우와 따로 떨어져 다녀도 이곳에서 살아 움직일 수는 있을 정도!

그것을 확신한 정시우는 실로 오랜만에 소울 포스를 발동했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정시우의 손가락 위에 여유롭게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사이즈의 케이나였다.

[…….]

케이나는 소환되자마자 자신을 둘러싼 이 말도 안 되는 환경의 정체를 깨닫고는 잠시 침묵하다가는 이내 정시우에게 물었다.

[혼자서 해보겠다는 고집은 버린 것인가?]

“아니, 혼자서 할 건데. 다만 적들도 혼자 나와 준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일단 쫄따구들은 필요하려나, 싶어서.”

정시우가 싫어하는 것은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이지 ‘모든 상황을 나 혼자만의 힘으로 헤쳐 나가겠다!’는 아니었다. 그랬더라면 수아린과 용세하도 떼어놓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거대하지 않은가. ……아니, 홀로 마신을 연성했군. 그것도 가능한 일이었구나.]

“마나가 나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야. 그 덕에 가능해진 게 많지.”

[그런가…….]

케이나는 정시우의 뜻을 파악하고는 조금 안도한 표정이 되었다. 도중에 힐끗 용세하를 훔쳐본 것도 같았다.

[셋이서 한 몸인 것 마냥 나만 뚝 떼어놓고 행동할 때는 언제고…… 그래도 지금 솔직하게 말해주니 그것만은 좋구나, 주인님. 그런데 조금만 작게 말해다오. 내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다.]

“이제 곧 괜찮아질 거야. 그러면 간다.”

[간다니 또 무엇을…… 으오오오오옷!?]

케이나에게서 이런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정시우는 그녀를 대상으로 지배와 마신 스킬을 강하게 적용하여, 금세 자신의 10분의 1 사이즈만큼 거대해진 케이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처음 용세하와 수아린을 대상으로 마신을 적용했을 때에 비하면 훨씬 커다란 사이즈였는데, 그것은 케이나가 쌓아온 세월과 격이 그들과는 비교하지도 못할 만큼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해서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너도 내가 그걸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물어본 건 아니지?”

정시우는 심드렁하니 대꾸하며 인벤토리에서 팬텀 바이크를 꺼내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 과정에서 팬텀 바이크 또한 그녀의 사이즈와 비슷하게 거대해졌지만, 그녀는 더 이상 태클을 걸지 않기로 했다.

[잃은 만큼…… 아니, 잃었기에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게 있었는가.]

“루타가 내 욕 많이 하든?”

[잘 모르겠다. 나는 베토랑 같이 있었으니까.]

“조금만 더 나랑 같이 힘내줘. 다 끝나면 어떻게든 그 녀석 곁으로 돌려보내줄 테니까.”

[무슨.]

케이나는 팬텀 바이크의 시동을 걸고 그 위에 올라타며 바이크가 변함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정시우를 돌아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내 목숨은 주인의 것, 그리고 베토의 삶은 베토의 것이다. 그리 걱정할 필요 없다. 언젠가 불러주지 않을까 해서 베토와는 충분히 작별인사를 나누었으니까. ……죽었다 살아난 지도 제법 됐는데 이제 브라콘은 졸업해야지.]

“자각은 있었구나…….”

그렇게 해서 케이나까지 순조로이 일행에 합류했다. 정시우는 수아린과 용세하의 성장에 비해서는 케이나의 성장이 훨씬 순조로울 것이라 확신했는데, 그것은 비단 그녀의 세월과 재능 때문만이 아니었다.

수아린과 용세하는 지배 스킬로 보조할 수밖에 없지만, 케이나를 대상으로는 소울 포스 스킬 또한 적용할 수 있는 것!

다른 유령을 전혀 꺼내어 다루지 않는 만큼 스킬의 힘을 온전히 그녀에게 쏟아 부을 수 있었고, 그 결과 케이나는 몇 번의 전투 만에 금세 용세하와 수아린을 따라잡고…… 다시 초월하는 데 성공했다.

“큭!”

[그렇다, 용세하! 지금의 그 굴욕과 열등감이 너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케이나도 오랜만에 신난 것 같네요…….”

“음, 으으으으음……?”

정시우는 용세하를 약 올리며 즐거워하는 케이나의 모습을 보며, 그제야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어째서 케이나가 제 목숨보다도 끔찍이 여기던 베토를 놔두고 순순히 그를 따르겠다고 선언했는지가 조금 의문이었는데, 설마…….

“에이, 설마.”

“요즘 우리 그런 종류의 복선 너무 깔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오빠?”

정시우는 수아린의 말을 못 들은 척 하며 한 손을 들었다. 그가 또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고개를 갸웃하던 수아린은 그의 고유능력이 발동하는 것을 보며 퍼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만요 오빠, 설마…….”

“바로 그 설마야.”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

그렇다. 물론 정시우 혼자서 다른 신들을 다 때려눕힐 각오로 출발한 여행길이지만, 그래도 그렇기에 그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해줄 조연들이 필요한 것이다. 적당한 떨거지들을 대신 상대해주고 그를 아부하며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그런 동료들이!

“말이 점점 너무하잖아요!”

“와라, 나의 소중한 동료들!”

“이제 와서 커버치려고 해도 늦었어욧!”

혼에 파묻힌 열쇠를 제 스스로 뜯어낸 이상 그에게는 휴식처와의 연결고리가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여전히 지배라는 고유능력이 있었다.

이런저런 편의능력에 가려져 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던 그의 고유능력은, 그러나 상처 입고 단련되는 과정에서 비로소 고유능력 다운 위엄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 결과 그에게 지배되는 이들을 상대로 무한에 가까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고…….

[……음? 이, 이곳은…… 슈!]

[뿌이! 뿌이이이이이!]

정시우는 무수한 차원의 벽과 마나의 장벽을 뛰어넘어 무사히 화신의 전장으로 소환된 자신의 종속…… 단언컨대 수중과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 에리우와 세이락시아를 맞이해 두 팔을 벌렸다.

“어서 와, 내 소중한…… 컥!”

[이 나쁜 놈! 왜 이제야 부른 거야, 왜!]

[뿌이! 뿌뿌뿌뿌뿌뿌뿌이이이이이!]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난 주인에 대한 그들의 응징은 실로 극적이었다. 정시우는 그로부터 20분 동안 그들에게 맞아 주고 나서야 간신히 그들과 대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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