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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43화 (243/260)

# 243

243화.

[이이익, 풍선처럼 몸 부풀리는 재주만은 있는 모양이지만 그래 봤자 네놈의 한계는 극명하지!]

기적을 앞에 두고 넋을 잃고 만 라이아였으나, 그녀에게도 필멸자였던 적은 있었다. 신의 위치에 이른 이들은 누구나 한 번씩은 기적을 일으키고, 한계를 넘은 자들. 그런 그녀가 필멸자의 능력에 놀라 물러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긴 네놈은 여태껏 보잘것없는 내 종속들의 힘을 나의 것으로 착각해 왔을 테니, 간이 배 밖에 나온 것도 당연…… 히익!?]

정시우가 가타부타 말없이 돌진해 왔다. 물론 그가 첫 시도만에 훌륭히 나 홀로 마신 스킬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보같이 미련한 라이아가 얌전히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은 공격 찬스!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는 라이아의 머리 위로 망치가 쏜살같이 떨어져 내렸다!

[흥! 역시 예의라곤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구나.]

그러나 그의 혼신의 스킬, 거신의 분노는 허무하게 빗나갔다. 라이아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춰, 다음 순간에는 놀랍게도 정시우의 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나는 번개의 신이다. 나의 이 화신, 번개와 같은 이 몸을 잡을 수 있꺄악!]

잡았다. 곧장 망치를 놓아 버린 정시우가 빠르게 뒤돌아서며 라이아를 붙잡아, 그대로 두 팔에 마력을 주입해 강화하며 그녀를 들어 올린 것이다.

[괴력 스킬이 Lv57이 되었습니다.]

[마나의 길 스킬이 Lv45가 되었습니다.]

“잡을 수 있네.”

[큭, 어째서……!? 네놈!]

속성을 대표하는 신들은 강력하다. 그들은 초월자 중에서도 감히 상위를 칭하는 자들로, 자신의 개념을 속성으로 치환했기에 어디까지고 자유롭고 강력하다. 라이아는 본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번개로 이 화신의 전장마저 뒤덮고 번개의 지옥을 만들어 낼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신들이 그들을 상대하지 못하느냐? 그것은 결코 아니다. 결국 그들의 원천은 마력. 마력을 통제하여 움직임을 구속하거나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은 마찬가지로 초월자인 그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월자인 그들에게는, 말이다.

“후우…… 흐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악!]

필멸자 정시우는 라이아가 전신으로 뇌전을 토해 내 그의 눈앞을 노랗게 물들이는 것을 개무시하며 그녀를 들어 올려 그대로 바닥에 찍어 버렸다. 이번엔 거신의 분노가 제대로 들어갔다!

센스 있게도 바닥에는 그가 내려놓은 마신의 징벌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라이아의 화신의 머리통은 망치의 모서리에 정통으로 처박혔다.

[키하학!]

라이아의 정신이 순간 혼미해졌다. 다른 신들과의 전투에서는 이렇게 서로의 몸을 붙잡고 씨름한 적이 없다. 터무니없이 낯선, 쉬이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 그러나 정시우의 공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

그는 혼미한 고통에 일순 넋을 놓은 라이아를 한 손으로 붙잡아 들어 올린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먹을 꽉 쥐고는 복부에 사정없이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다. 그의 돌진기, 카오스 크루얼 차지 스킬을 응용한 광속의 스트레이트!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뇌전이 그의 마신을 태워 없애려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용의 비늘 대신 마나로 발동된 방어 스킬, 아이언 스킨이 그것을 최대한 방어했다. 이름만 아이언일 뿐 딱히 강철 속성은 아니기에 번개에 추가 데미지를 입는 일은 없었다.

[컥, 커헉!]

[괴력 스킬이 Lv58이 되었습니다.]

[카오스 크루얼 차지 스킬이 Lv51이 되었습니다.]

[아이언 스킨 스킬이 Lv100이 되어 언브레이커블로 진화합니다.]

역시 평범한 대상도 아니고 무려 신의 화신을 대상으로 스킬을 피로하는 것이다 보니 스킬들의 성장속도가 범상치 않았다.

더욱이 아이언 스킨이 언브레이커블로 진화하고 나자 뇌전의 데미지가 덜 박혀 정시우로서도 한결 편해졌다. 그의 뒤에서 랩이라도 하는 것처럼 치유 마법을 영창하던 수아린의 부담도 한결 줄어들었다.

[큭, 크학! 칵!]

“흐으으아아아아아아압!”

괴력과 카오스 크루얼 차지, 바람의 질주로 스트레이트의 속도, 파괴력을 높이고, 중간중간 반복재생을 섞어 그녀가 반격하려는 틈을 무마하며, 타격 전이로 피해를 확대한다. 한 방 한 방 나라를 거뜬히 무너트릴 위력을 지닌 주먹질이 라이아의 전신을 두들겼다.

용세하는 최대한 깐죽거려 보겠다는 본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용감히 랜스를 들고 돌진, 추가타를 넣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무려 화신의 몸뚱이에 유효타가 들어가는 것만도 감지덕지였다.

[네, 놈을……! 칵! 내가, 꺄흑, 반드시!]

물론 평범한 몬스터 사냥처럼 끝나 주지는 않았다. 비록 강림체의 모습으로도 한심한 꼴을 보이던 라이아지만 지금 그녀는 스스로의 힘을 분할해 만들어 낸 화신!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든 본인의 힘을 끌어모은 라이아는 허공에 수십 개의 번개의 창을 만들어 냈다.

[뒈져!]

그 창에서 튀는 스파크만으로도 근처의 나무와 풀들이 불타오를 정도! 정시우를 상대로는 여유고 뭐고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그녀였기에 아무 망설임 없이 그것을 조종해 정시우의 전신을 관통했다!

“오빠!”

“괜찮아, 열심히 치유나 해 줘.”

“하지만……!”

라이아의 공격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녀의 힘이, 무수한 세월 갈고 닦은 뇌전의 권능이 그 정도로 무르지는 않다. 그럼에도 라이아의 몸통을 붙든 정시우의 힘이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빨아들이면서 버티니까 제법 버틸 만하네.”

[네놈, 뭣…….]

정시우의 마신을 관통한 번개의 창들이 토해 내는 스파크가 조금씩, 조금씩 약해져 갔다. 번개의, 창을 이루던 권능과 마나가 모두 드레인 스킬로 정시우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물론 그 기저에 정시우의 고유능력, 지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이건 혹시 헥토의 강탈 능력……?]

“아니.”

정시우가 용을 벗어던지는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강탈이라는 능력과 지배라는 능력이 따로따로 나타난 것은 확실히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강탈 능력이 그가 지닌 본연의 것이 아닌, 외부에서 받아 낸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배는 명백히 강탈의 상위 호환 격인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시우는 타고나길 최강인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재수가 없었다.

“비슷하게 보이겠지만 훨씬 강해.”

[필멸자 주제에, 헛소리를…….]

“또 당분간은 그 소리를 귀에 딱지 앉도록 듣겠구나.”

정시우는 한숨을 쉬며 라이아의 몸통을 재차 바닥에 깔아뭉갰다. 일단 겉으로는 아리따운 여성의 모습이지만 새삼스레 그가 성별을 신경 쓸 리가 없다. 라이아가 새되게 마구 소리쳤지만 깔끔하게 무시했다.

[이 야만적인 자가!]

“자, 즐거운 수박 깨기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저, 저는 안 볼래요.”

라이아의 가녀린(지금 그들의 시선 기준으로는) 육신을 무자비하게 깔고 앉아 확고한 마운트 자세를 취한 정시우는 근처를 구르던 마신의 징벌을 가볍게 쥐어,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그 즈음에는 그의 몸에 박혀 있던 수십 개의 번개의 창이 고스란히 막대한 양의 마나로 화해, 해머의 첨단에 집중되고 있었다.

[이, 건…….]

세상의 마나가 모두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찬란한 빛에, 라이아는 상대가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순간이나마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인간의 순수한 의지에 따르는 막대한 마나가 그녀의 눈앞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아름, 다워라…….]

“또 싸우자.”

정시우는 거신의 분노를 발동하여, 그대로 망치를 내리꽂았다. 이번에야말로 그 필살의 일격은 빗나가지 않고 정확히 라이아의 정수리를 가격했다. 물론 진체도 아닌 화신에게 있어 인간의 급소 따윈 의미를 갖지 못하지만, 라이아의 의식, 그리고 힘이 집중된 부위가 정수리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용의 감각을 잃었어도 정시우가 수련한 마나 감지 능력이 휙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마나의 길 스킬이 그의 감각을 보조해 주고 있었다.

[라이아의 화신을 소멸시켰습니다.]

[레벨이 41 올랐습니다.]

[마력이 영구적으로 539 상승합니다.]

[뇌전 내성 스킬이 Lv45가 되었습니다.]

이견의 여지가 없을 만큼 깔끔하게 라이아의 화신을 소멸시킨 직후 정시우의 망막 위로 일련의 문자열이 떠올랐다.

하늘성을 완전히 놓아 버린 정시우는 이제 스테이터스에도 그리 큰 관심이 없었으나, 라이아의 화신을 소멸시켜 한꺼번에 500 이상의 마력이 영구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보면서는 그야 희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라이아의 마력을 흡수했기 때문이 아냐. 강력한 능력을 지닌 화신과 정면으로 맞서 싸워 격의 상승을 이룩했기 때문이지…….”

그렇게 급박한 전투를 벌였음에도 마신 스킬은 해제되지 않았다. 정시우는 괜히 스스로의 주먹을 쥐어 보며 정말로 자신이 성공했음을 실감했다. 그의 고유능력의 다른 사용법은 충분히 파괴적이었으며, 그의 취향에도 들어맞았고, 무엇보다도 신이 났다.

“그래서 오빠, 이 상태 언제 해제되는 거예요?”

“해제는 무슨.”

정시우와 마찬가지로 이 믿기지 않는 승리를 자축하다 말고 문득 자신의 현재 상태를 깨달은 수아린이 그런 질문을 던져 와, 정시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대꾸해 주었다.

“화신의 전장에 라이아밖에 화신이 없겠어?”

“그건 아니겠죠……?”

“그렇지. 그런데 멋대로 마신을 해제했다가 낭패라도 보면 어떻게 해. 라이아는 한껏 방심했으니까 이렇게 몰아붙일 수 있었던 거지, 막말로 바람의 신의 화신이 우릴 급습하기라도 하면 나는 몰라도 너희는 확실히 한 방에 죽을 텐데.”

“네? 잠깐만, 그렇다는 건…….”

수아린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지금 이 상태 그대로 유지하시겠다고요?”

“아니, 점점 더 불릴 건데.”

전투 와중에 마신 스킬을 비롯한 다른 필수적인 스킬들도 성장했고, 결정적으로 화신과 싸워 승리를 거두며 그의 격…… 레벨이 또 대폭 상승했다. 당연히 마신의 한계도 늘어나, 보다 많은 마나를 지배하에 둘 수 있을 터였다.

“오빠 미쳤어요!? 전엔 10분 유지하는 것도 그렇게 힘들어 하셨으면서!”

“그건 나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모두 커버하느라 그랬던 거고. 지금은 나 본인만 책임지면 되잖아. 아, 너희도 그 하중은 앞으로 스스로 견뎌 내야 해.”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셔도…….”

“최종적으로는 너희가 내 사이즈를 따라잡는 걸 목표로 하자.”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셔도!”

수아린과 용세하가 동시에 질겁했으나 정시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사실 그는 이 상황이 못내 흡족했다. 과거 그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스킬을 수련하지 않았던가! 괴력 스킬을 수련하기 위해 괴력을 시종 유지하고, 크루얼 차지를 유지하고…….

그렇다. 지금은 화신들을 상대할 겸, 마신 스킬을 수련할 겸 마신을 유지할 따름이었다.

“좋아, 조금 더 컸다. 보이냐, 이 차이?”

그들과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정시우의 체구가 정말로 조금 커졌다. 비율은 유지한 채 마나를 더해 보다 완벽한 마신을 이룩하는 것!

정말로 정시우는 그들이 자신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수아린은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는, 일단은 누구나 지을 수 있는 미소를 짓기로 했다.

“수아린, 열심히 하겠습니다!”

초월자들에 비해 격은 아득하게 딸리면서도 끝끝내 다른 이들과 힘을 모으길 거부한 어리석은 필멸자들의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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