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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30화 (230/260)

# 230

230화.

“그러면 여기서 이대로 해치울…… 아니.”

정시우는 그대로 미레타의 파편(파편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생생했지만)을 추적자의 자물쇠에 결합시키려다 말고 발밑의 땅이 쩌저적 갈라지는 것을 보며 쩝, 입맛을 다셨다.

“뭔가 집중해서 일을 벌이기에는 환경이 썩 안 좋네.”

“언젠가 다시 이 대륙이 하나가 되는 날이 올까요?”

“게임 오프닝 같은 대사 내뱉지 말고 일단 돌아가자.”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요정상인 루타에게 들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들은 다음 자물쇠를 강화해도 하는 것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갈라지는 남극 땅과 용솟음치는 바다를 둘러보고는 아직까지 이 지역에서 탈출하지 못한 몬스터가 있나 확인했다. 다행히도 세이락시아와 에리우는 신속하게 수하들을 이끌고 위험지역을 탈출한 모양이었다.

“좋아, 다들 나갔으니 우리도 가 볼까.”

“정말 지구에서의 마지막 일이 이런 파괴활동이어서 괜찮은 걸까요…….”

“이대로 놔뒀으면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 미레타한테 행성 통째로 먹혔을 텐데, 오히려 나한테 감사해야지.”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잖아욧.”

이래서야 정말 인류의 적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다. 한숨을 푹푹 불어 내는 수아린을 질질 끌고 정시우 역시 게이트 너머로 뛰어들었다. 용세하가 애매한 미소와 함께 뒤를 따랐다.

[휴식처를 Lv9로 진화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비드의 총량이 부족하지만, 소유하고 있는 마석의 대다수를 소모하여 대신 마력을 주입할 수 있게 됩니다.]

북극에 이어 남극 대륙까지 확실하게 쓸고 온 보람은 있었다. 휴식처에 들어오자마자 뜨는 알림이 그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곧장 휴식처를 강화하려는 정시우의 허리춤에 뭔가가 탁, 달라붙었다. 매우 당황한 기색의 루타였다.

“영주님,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오신 거죠!? 지구 자체에 진동이 어마어마하게 일었다고요!”

실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난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남극에서 벌어진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투를 직접 관측한 이는 물론이고 전투의 여파로 일어나는 지진이며 화산 활동이 사람들을 긴장에 떨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시우의 대꾸는 심플하기 그지없었다.

“거울의 신의 화신을 잡고 왔어.”

“잡고 왔어, 가 아니죠! 그런 무시무시한 녀석이 지구로 숨어 들어와 있었단 말인가요!? 아니, 거울의 신이면 미레타!? 그렇다는 건 그놈을 사냥하고 나서……!”

정시우가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루타가 굉장히 기대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정시우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꺼내지 않고 소파에 턱 걸터앉았다.

“이제 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 볼 때가 된 것 같아. 너도 그 생각으로 여기까지 나온 걸 테고. 아냐?”

“진지하게…… 설마 제게 프로포즈를!”

“미안, 내가 착각하고 있었어. 넌 아직 진지하지 않았구나.”

정시우가 그대로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 거주지역 안으로 던져 버리려 하자, 루타는 그제야 제대로 사과하며 먼저 얘기를 꺼냈다.

“이미 추측하고 계신 대로, 추적자의 자물쇠는 미레타의 파편을 활용하여 만든 아티팩트가 맞습니다. 그는 모든 세상의 모든 것을 비추는 재주가 있지요. 신의 흔적만 있다면 그 신이 다스리는 세상으로 갈 수 있게 해 주는…… 그것은 분명 미레타의 권능을 활용한 것이 맞아요.”

“그러면 내게 있는 미레타의 힘을 활용한다면 뭐가 더 크게 바뀔 수 있을까?”

“추적자의 자물쇠는 제가 만든 물건이 아니라서, 미레타의 힘을 더한다고 해도 어떻게 바뀔지는 잘 알 수가 없네요. 하지만…… 이곳의 주방을 활용한다면, 어쩌면.”

요정상인들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를 휴식처의 주방이 지닌 아티팩트 생성기능으로 어떻게든 한단 말인가. 그쪽이 더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정시우는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대충 그녀에게서 어떤 대답이 튀어나올지 예상이 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일단 휴식처를 업그레이드 해 볼까.”

“설마 여기서 더 업그레이드 하다니, 정말 지구를 통째로 털어 오셨나 보네요…….”

어이가 없어 그저 웃음만 짓고 있는 루타. 정시우를 대견해하는 것처럼도 느껴졌지만 아마 착각일 것이다. 정시우는 마석들을 준비해, 망설임 없이 휴식처와 부속 기구들을 모두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선택했다.

[휴식처가 9레벨로 진화합니다. 거주지역의 변이가 동반됩니다.]

“거주지역도 커지려나 본데.”

“이미 어지간한 도시 이상으로 큰데…… 이젠 국가를 칭해도 되겠네요.”

“그것으로도 부족하죠. 언젠가는…….”

루타가 뭔가 말하려던 그때 휴식처 전체에 둔중한 충격이 닥쳐 왔다. 정시우는 갑자기 몸이 붕 뜨는 것과 같은 감각을 느껴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우리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휴식처잖아요?”

“아니, 우리 휴식처가 어디에 있는 거냐는 말이 하고 싶었던 건데.”

여태까지 굳이 건드리지 않았던 문제를 건드리려 하다니! 휴식처가 1레벨이었을 즈음엔 그야 분명 지구 표면 아래, 개미굴 던전과 비슷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 지도 제법 되었다.

그래도 지구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지구와 이어져 있는 아공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갖고 있었는데…….

“몸이 조금 떠오르는 느낌 안 들어?”

“잘 모르겠는걸요…….”

수아린과 용세하는 정시우의 질문에도 그저 고개를 갸웃할 따름이었다. 오직 루타만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완벽하게 독립되는 과정이죠. 비단 휴식처만이 아니라 거주지역까지 지구에서 완벽하게 떼어 내고 있으니, 부유감을 느끼시는 것도 당연한 일이랍니다.”

“……그렇게 되면 휴식처는 어디에 존재하게 되는 거지?”

“지구는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 걸까요? 다른 세상은?”

질문에 질문으로 공격하다니. 하지만 그것은 제법 쉬운 질문이었다.

“우주 아냐?”

“그렇다면 이 휴식처도 우주 어딘가에 있겠지요. 영주님께서 우주 어딘가에 계시듯 말이죠.”

“…….”

아직 말 안 해 주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정시우의 눈이 가늘어졌지만 그 이상 추궁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재차 변해 가는 휴식처의 정경을 바라보았다.

이미 8레벨로 오를 때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만큼, 이번엔 내부의 변화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단지 그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장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이래서야 거인의 모습으로도 안에 들어올 수 있겠네.”

“궁전이 한 수 접어주고 가겠네요.”

“이럴 수가…… 형님, 아래가!”

“아래?”

정시우보다 용세하가 먼저 뭔가를 발견했다. 직후 정시우의 감각에도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정시우는 설마, 설마하며 고개를 들었다. 수아린도 늦지 않게 눈치챘다.

“오빠, 로비에 테라스가…….”

“맙소사.”

여태껏 건물의 내부의 모습으로만 존재했던 휴식처에 외부로 나가는 테라스가 생겨나 있었다.

마음 짚이는 구석이 있어 곧장 테라스로 달려 나가니, 작은 정원이 딸린 테라스 너머 울타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울타리 너머로…… 거대한 공간이 펼쳐져 있는 것 또한 잘 알 수 있었다.

“와오.”

“거주지역이잖아!?”

그렇다. 본래 휴식처에서 거주지역으로 가기 위해선 거실에 나 있는 문을 통해 거주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거주지역은 어디까지나 휴식처와는 별개의 영역으로, 그 문이 공간이동의 역할을 대신해 주기도 했다.

그런데 휴식처가 9레벨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문이 사라지고, 대신 거주지역과 휴식처가 완전히 통합된 것이다!

“아, 형님. 이젠 제게도 부유감이 느껴집니다!”

“그야 그렇겠지, 휴식처가 떠오르고 있으니까!”

이대로 상태가 고착되리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휴식처가 거주지역 한중간에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대로 대략 수백 미터 이상 상승한(거주지역의 높이가 그 이상 된다는 것부터가 놀라웠다.) 휴식처는 그제야 부상을 멈추고 고요해졌다. 어떻게 떠 있는 것인지는 그야 물론 정시우도 알 수 없었다.

“여, 영주님!?”

“저 성은 뭐지……!?”

“어쨌든 좋은 일 아닐까……?”

거주지역 내에서 살고 있던 이들도 급격히 변화하는 거주지역의 환경에 깜짝 놀라 튀어나왔다가는, 거주지역 한중간에서 부유하고 있는 휴식처(나중에 듣자하니, 외부에서 보기에는 완벽한 성의 모습이었다고 한다.)의 모습에 기겁하며 그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테라스에 있던 정시우는 머쓱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루타에게 따졌다.

“루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거주지역을 영주님의 권능 안에 통합시키려니 이렇게 될 수밖에요. 축하드려요, 이제야 진정한 영주님이 되셨네요!”

“……하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듯 축하하는 루타. 대꾸할 말이 없어 한숨을 내쉬고 있자니 곧 눈앞으로 일련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휴식처와 거주지역의 변화가 완벽히 끝났음을 알려 주는 메시지였다.

[휴식처가 9레벨로 진화하였습니다. 휴식처 내부 모든 시설의 옵션의 50%를 상시 적용받습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큭, 제법 빡세구만.”

그것을 인식한 순간 정시우의 전신의 힘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단순히 퍼센티지가 올라서만이 아니라, 휴식처 내부 모든 시설이 진화하며 그로 인한 효과까지 단숨에 그에게 적용되면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서른다섯 번의 레벨 업을 할 때만큼이나,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보다 더욱 화끈한 충격이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레벨 업을 하는 것이 근원적인 성장이라면, 휴식처의 진화로 인한 옵션의 적용은 마치 든든한 갑옷을 두르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도 그리 다르지 않을 터였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엉, 그래도 이건 내 몸이 직접 변하는 게 아니라 견딜 만해.”

곧 휴식처 내부 시설들의 변화된 내역이 그의 눈앞으로 떠올랐다.

[침실 Lv6 ? 숙면 가능. 휴식 시 체력과 마력 회복 속도가 증폭.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매우 빠르게 증가.]

[창고 Lv6 ? 재보의 보관 가능. 식품 보관 가능. 아티팩트의 치명적인 손실까지도 회복. 소모품의 사용회수 충전. 인벤토리와 이어져 원하는 물건을 꺼낼 수 있다. 1시간마다 1병씩 랜덤한 능력의 최상급 포션을 생성하여 저장.]

[소울 게이트 Lv6 ? 내부와 외부를 잇는 문. 열쇠는 주인의 영혼에 각인되어, 언제든 어디에서든 게이트의 힘을 이용해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허용하는 이 모두를 대동할 수 있다.]

[정화의 샘 Lv6 ? 모든 부정한 힘을 부정하며, 새로운 활력을 얻게 한다.]

[탐색기 Lv6 ? 휴식처의 마나를 소모하여 던전과 신의 흔적, 게이트를 탐색한다.]

[세례의 터 Lv5 ? 모든 기존의 것에 자신의 힘을 불어넣어 새로이 거듭나게 한다.]

[체육관 Lv5 ? 수련 가능. 이 안의 물건들은 절대 파괴되지 않음. 성장속도 50% 증가.]

[집무실 Lv2 ? 자신과 연결된 모든 대상을 관리하며 즉각적인 지시를 내릴 수 있음.]

“잠깐만, 지금 명백히 이상한 게 세 종류나 있는데.”

붕 떠 있는 것도 정도가 있지, 소울 게이트와 정화의 샘, 세례의 터라니 누가 들으면 중2병인 줄 알 것이 아닌가! 그때 그보다 한발 먼저 로비로 돌아간 수아린이 기쁨과 당황과 경악이 적절히 배합된 고함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욕탕이 정말 엄청난 규모로 바뀌었어요, 오빠! 문도 이상한 마법진으로 바뀌었고…….”

“문, 가만. 그러고 보면 열쇠가 내 영혼에 각인되었다고 했는데…….”

정시우는 품을 뒤져 휴식처의 열쇠를 찾았으나 신기하게도 그것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대신 자연스럽게 소울 게이트에 대한 정보가 그의 뇌리로 흘러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굳이 대지에 열쇠를 꽂을 것도 없이, 그냥 그 자신이 문을 여는 매개가 된 것이다!

“…….”

“영주님, 어서 이쪽으로.”

휴식처와 연결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인가, 제법 진지한 감상에 빠지려던 그때 루타가 그에게 손짓했다.

“이제 세례의 터를 시험해 보셔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지.”

정시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따랐다.

추적자의 자물쇠를 업그레이드할 순간이 드디어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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