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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22화 (222/260)

# 222

222화.

휴식처 내부의 기물들은 각기 다른 능력을 갖고 있고, 그것을 이용하는 이에게 합당한 혜택을 부여한다. 욕실을 사용하면 상태이상과 질병을 회복시켜 주는 식으로.

[영혼의 근원 부근으로부터 휴식처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습니다. 휴식처의 외부에 있어도 휴식처가 포함하는 모든 옵션의 30%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 문구가 놀라운 것이다. 휴식처가 포함하고 있는 기물이 갖는 능력의 사기성을 알고 있는 만큼!

물론 휴식처가 8레벨로 성장하는 순간, 여태까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던 휴식처와 정시우의 영적인 연결고리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느낌을 받기는 했으나…… 그것이 설마 이런 결과로 나타날 줄이야!

“오빠, 뭔가 변한 것 같은데요……?”

“으으음, 휴식처가 조금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이건 휴식처가 8레벨로 진화했기 때문일까요?”

수아린은 정시우의 변화에 주목하고, 용세하는 휴식처가 주는 느낌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것은 둘 다 맞는 말이었다. 정시우와 휴식처의 기운이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끈끈하게 이어져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휴식처가 조금 더 포근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규모가 커졌는데도 그렇다는 게 신기한 일이군요.”

이 휴식처 내부에서라면 정시우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리라. 거의 신이 된 느낌이었다. 물론 적을 이 내부로 끌어들일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정확히 뭐가 어떻게 바뀐 건지는 확인해 봐야 할 필요가 있겠는데…….”

정시우가 그 말과 함께 자신의 눈앞으로 휴식처의 정보를 불러냈다. 이제 이 정도는 시스템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불러낸 휴식처의 정보는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게 될 만큼 대단했다.

[침실 Lv5 ? 숙면 가능. 휴식 시 체력과 마력 회복 속도가 증폭.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빠르게 증가.]

[창고 Lv5 ? 재보의 보관 가능. 식품 보관 가능. 아티팩트의 치명적인 손실까지도 회복. 소모품의 사용회수 충전. 인벤토리와 이어져 원하는 물건을 꺼낼 수 있다. 10시간마다 5병씩 랜덤한 능력의 상급 포션을 생성하여 저장.]

[문 Lv5 ?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 나가고,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들어올 수 있다.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 가능하다.]

[대욕탕 Lv5 ? 모든 상태 이상을 빠르게 회복하고 세균과 다른 신의 힘을 제거하며, 축복을 부여.]

[탐색기 Lv5 ? 휴식처의 마나를 소모하여 던전과 신의 흔적, 게이트를 탐색한다.]

[주방 Lv4 ? 요리 가능. 주방에서 조리된 모든 요리에 긍정적 효과 부여. 아티팩트 가공과 업그레이드 가능.]

[체육관 Lv4 ? 수련 가능. 이 안의 물건들은 절대 파괴되지 않음. 성장속도 40% 증가.]

[집무실 Lv1 ? 자신과 연결된 모든 대상을 관리하며 즉각적인 지시를 내릴 수 있음.]

침실이나 대욕탕이나 모두 최고급 호텔 뺨을 후려칠 만큼 웅장하고 화려한, 더욱이 놀라운 성능까지 겸비한 시설로 진화하였지만,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누가 뭐래도 창고였다.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고 아티팩트를 수리해 주는 기능이 있었던 서랍과, 식품을 보관하고 일정 시간마다 포션을 만들어 내는 기능이 있었던 냉장고가 무려 통합되어 진화한 것이다!

“앞으로 장 보고 나면 그냥 오빠 인벤토리에 넣어 놓으면 되겠네요!”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엄청 별것 아닌 일이 되어 버렸잖아.”

더욱이 그것이 인벤토리와 연결까지 된다. 즉 인벤토리가 터무니없이 확장된 것과 더불어 Lv5 창고의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봐도 다른 것이 없었다. 정시우는 바로 이 부분에서 자신이 휴식처와 완전히 연결되었음을 자각했다.

“그 외에는…… 집무실이 추가되었군요. 마치 형님이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대야, 반대. 내가 새로운 고유능력을 자각하고 다루게 되었기에 이런 건물이 추가된 거지.”

그리고 휴식처 모든 건물의 30% 옵션이 휴식처 밖에 있을 때도 적용되기에, 집무실이 생성된 지금 정시우는 보다 편하게 자신의 권속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수만의 유령을 동시에 다루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냐. 문과 탐색기가 완전히 지구라는 개념에서 벗어난 물건이 됐어……. 앞으로 내가 하려는 일에 큰 도움이 되어 주겠지.’

휴식처를 드나드는 문은 그나마 외형적인 변화가 적은 편이었지만, 진화한 능력을 보면 가장 큰 변화를 맞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을 통해 정시우가 인식하고 있는 모든 장소로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사실상 휴식처가 지구와 같은 공간의 개념을 떠나 정시우에게 종속되는 것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었다.

탐색기 역시 주위 개미굴 던전이나 탐색하던…… 딱 잘라 말해 일정 시점 이후부터 전혀 필요 없었던 능력이 아닌, 정시우의 주적인 신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바뀌었다.

“그러면 저는 바로 체육관으로 가 보겠습니다!”

“그럼 저는 식사 준비하기 전에 우선 씻을게요. ……후, 훔쳐보면 안 돼요. 아시겠죠?”

새롭게 변화된 휴식처에 들뜬 서포터들이 제각기 용무가 있는 장소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갔다. 아무래도 정시우가 알려 준 공간이동 기능은 새카맣게 잊어 먹은 모양이었다.

“후우.”

정시우는 수아린이 마지막에 남긴 당부와 함께 날아든 묘한 기대감이 담긴 시선 따윈 깔끔하게 무시하고 거실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태껏 가만히 그의 소매를 잡고 있던 세이락시아가 그를 따라 하듯이 같은 동작으로 그의 무릎 위에 털썩 앉았다.

“그래, 네가 있었지.”

“뿌이.”

고래에서 비롯된 녀석임에도 딱히 무겁지는 않았지만, 물에서 나온 녀석답게 세이락시아의 피부에선 딱 기분 좋은 서늘함이 느껴졌다.

엘과 함께 사람들 앞에 서거나, 아르고스와 대적해 거인화의 실습을 해 본다거나 하며 무리했던 정시우에게 적당히 기분 좋은 정도의 무게감과 온도가 전해지니 그냥 조금 쉬고 일어날 생각이었던 그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곤히 잠들고 말았다.

[이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펼치는 마법.]

정시우가 눈을 뜨니, 그곳은 이제 막 태초의 용암이 끓고 있는 어떠한 행성이었다. 누가 그렇다고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그냥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째서인가 생각해 보면, 그야 물론 지금 그가 용의 육신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생애 최초의 도박이 되겠군…… 후, 그래도 나의 허세가 통했음에 감사해야겠지.]

용은 뭔가 궁상맞은 말을 중얼거리며 이리저리 마력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마력이 어떤 결과물을 맺고 있는지는 정시우도 어째선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그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다. 하늘성과 맞닿는 순간 정시우가 느꼈던 바로 그 시스템을 말이다.

[씨앗은 심어 두었고, 포자는 충분히 퍼져 나갔다. 싹이 트는 것을 이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아주 조금, 아쉽군.]

정시우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사실 이미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다. 시스템에는 어떻게든 용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그 용이 자신의 꿈속에 매번 등장하는 그 용일 것이라고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예상했었다.

‘그래서 이제 와서 이렇게 알려 준다고 해도 별로 놀랍지가 않단 말이지……. 이 꿈도 이제 그만 꿀 때 안 됐나. 시리즈물도 아니고.’

[이제 하나가 남았다.]

‘!?’

마치 자신의 생각에 대꾸하듯 허공에 울려 퍼지는 용의 목소리에 정시우의 정신이 극도로 또렷해졌다. 이건 뭐지? 혹시 꿈이 아닌 것인가?

[꿈이 맞다.]

‘정말로 대꾸가 돌아오잖아!’

저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설마 했던 대담이었다! 정시우는 우선 차분하게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지금 그의 의식은 태초의 행성 위에서 크나큰 날개를 거의 펄럭이지도 않고 부유하고 있는 용의 육신에 깃들어 있었다. 그래, 그것만은 이전까지와 같았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멋대로 움직이던 용이 지금은 작업을 일시에 멈추고 정시우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달랐다.

[나는 용이다. 설령 지금 나의 존재가 꿈의 파편에 불과하다고 해도, 위대한 의지는 그것만으로 자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무슨 개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꿈은 맞구나.’

[그렇다.]

용은 그것에 긍정하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

[물론 이 꿈은 너의 자아에 기반하고 있다. 위대한 의지가 너와 마주할 수 있는 것은, 네가 그 자격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용 아니거든.’

[그것을 용이라 부르든 부르지 않든 크게 문제는 없다.]

정시우는 그 말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용은 손을 놀려 마나 덩어리를 조작하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한 번. 그 한 번으로 꿈은 끝난다. 네가 품고 있는 마지막 의문은 그때에 가서 완전히 풀릴 것이다.]

‘그냥 지금 다 보여 주면 되지 않을까?’

[지금은 아직 자격이 부족하다.]

마지막 시나리오를 보기 위해선 모든 스테이지에서 별 세 개를 획득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정시우는 썩 불유쾌한 기분으로 놈의 말을 듣고 있었다.

물론 한편으로는 자신의 감각을 최대한 활성화하여 마나도, 육신도, 영혼도,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마저도 초월한 용의 존재를 깊숙이 느끼고 있었다. 자신도 여태까지 많이 발전해 왔지만 역시 진정한 용의 감각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구도자여, 지금은 이것 한 가지만 기억하라.]

용이 말했다.

[지금 걷는 길에 거짓도 실패도 없으니, 미혹 또한 필요가 없다. 단지 스스로 존재함을 잊지 마라.]

‘오…….’

그림으로 그린 듯한 중2병 대사였다. 역시 그의 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는 꿈이라서 그런 것일까. 정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들었다. 용이 만지작거리던 마나 덩어리가 어느덧 하늘성의 모습을 띠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이니.]

그것을 본 순간 점차로 의식이 흐릿해져 갔다. 그의 의식이 꿈으로부터 서서히 빠져나가는 가운데,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고 말했던 용은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이라도 하는 것처럼 언젠가 중얼거렸던 그 말을 다시 중얼거리고 있었다.

[최후에 남는 것은…… 결국…….]

“오빠.”

“음?”

정시우가 눈을 뜨자 그곳에는 볼이 발갛게 상기된 채인 수아린의 모습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제 막 목욕을 마치고 나온 것인지, 기분 좋은 샴푸 냄새가 났다.

“또 용꿈이라도 꾸신 거예요? 슬슬 복권을 사 볼까요.”

“부질없다……. 나도 씻으러 갈게.”

“그러면 씻고 오실 동안 타코야키랑 야키소바, 준비해 놓을게요.”

아무렇지도 않게 타코야키와 야키소바를 준비해 놓겠다니 평범한 요리인의 영역을 벗어나 있지 않은가. 수아린의 가사 스킬은 정말 이상한 곳에서 뛰어난 면이 있었다. 플레이어가 되지 못했더라도 제 몸 하나 건사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 않았을까.

“이 유능한 녀석 같으니…….”

“고마우면 뭔가 보답. 얼른.”

수아린이 장난스럽게 대꾸하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정시우는 피식 웃곤 그녀에게 키스했다. 수아린이 그 자리에 쩌적 굳어 버렸다.

“어?”

“보답해 달라며.”

“아니, 그렇긴 한데…… 어어?”

기쁨과 당혹으로 굳어 버린 수아린을 그 자리에 놔두고 정시우는 곧장 대욕탕으로 이동했다. 과연 자신이 걷는 길에 미혹 없는 남자다운 모습이었다. 아마도, 아니 분명 용은 여자관계에 대해 말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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